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0화 (859/877)

‘운화 응급 국제의학 포럼’은 몇 년 전 사역하가 만들어낸 모임인데, 의외로 꽤 환영받아서 창서 제약 회사의 대표 포럼이 되었다.

창서 제약 회사는 올해 심혈을 기울여 창서 성내 응급 의료계의 거물들을 거의 초대했다. 이는 창서 제약 회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기도 아주 중요했다. 올해는 마침 창서성이 응급센터를 발의한 시점이었고 각 병원은 선두에 서려고 난리였다.

응급 의학과에 비해서 응급센터는 더 전문적이고 더 방대한 기관이라 실력은 삼갑 병원 이상 레벨에 달해야 했고, 응급 수준만 해도 적어도 국내 일류, 성내 탑급이 되어야만 했다. 그런 응급센터를 만들려면 계획도 필요했지만 그보다 돈이 더 필요했다.

창서 제약 회사는 이미 지지하는 병원과 의사가 있었다. 바로 운화 병원과 곽종군 주임이 지지 대상이었다. 그러므로 운화 병원은 올해도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했고, 곽종군에게 가장 좋은 시간과 장소, 순서로 연설을 배정했다.

이번 포럼을 찾은 손님은 작은 선물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세 끼 식사가 제공되는 윈덤 호텔에 묵었으며 각 의학 대가들의 연설도 들을 수 있었다. 좋은 의사를 초청하는 것, 특히 성내 응급 학회 위원들을 초대하는 것이 사역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다음이 바로 좋은 강연을 배정하는 것이었다.

응급 의학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 위원들은 대부분 나이 많은 의사였는데, 보통 그 나이쯤 되면 일반적인 즐거움으로는 자극도 받지 않았다. 더 큰 자극은 위원들이 감당할 수 있다 해도, 회사에서 그 돈을 내주리란 법이 없다. 그에 비해서, 나대길 좋아하는 위원들을 모아다가 다른 의사들 앞에서 강연이나 시키고 얼굴을 내비칠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실로 경제적이고 실속 있는 방법이었다. 게다가 포럼의 주제에도 부합했다.

그래서 초짜 의사들은 학술 포럼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이 번쩍이지만, 알고 보면 거물들에게 제공되는 도구에 불과했다. 제약 회사에서 초짜 의사를 초대하는 것을 소홀하지 않는 이유도 결국 모두 거물을 섭외하기 위해서였다. 거물들은 회의 참석 인원과 강의를 들으러 오는 의사의 수준을 평가하니 말이다.

백 명도 참가하지 않는 포럼에서 강의해봐야 무슨 재미가 있나, 매체 보도도 없는 회의는 또 무슨 재미가 있나. 외국인 강연이 없으면 또 무슨 재미인가. 다른 성의 유명한 의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또 무슨 재미가 있나.

의사들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창서 제약 회사도 자본을 쏟아부었다. 할인을 받았어도 윈덤 호텔은 방마다 몇백 위안은 했고, 뷔페도 비싸기로 유명했다. 게다가 외부에서 요리사를 불러 현장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요즘은 맛있는 음식뿐 아니라 구경거리도 중요하니 말이다.

외지에서 운화에 온 의사들에게는 최대한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다른 제약 회사까지 끌어들여 의사를 더 모아오기까지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에 사역하는 구석에 서서 편안하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구 쪽을 바라봤다. 그가 편안한 이유는 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마쳐서였고, 두근거리는 이유는 포럼의 성공 여부는 자신의 성공 여부를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자선사업도 아니고, 백만 달러 넘게 쓴 이상 제약 회사가 그만한 대가를 거둬들이려고 하는 것도 당연했다. 앞으로 회사에서 얼마나 돈을 더 쓸 것인지도 오늘 참여 인원에 달려 있었다.

컨벤션센터 사용료, 인건비 같은 고정 지출을 제외하고, 의사가 한 명 올 때마다 발생하는 평균 비용은 천 위안이 안 된다지만 천 명이 더 오면 100만 위안이 되니까.

“몇 사람이야?”

사역하는 입구에 있는 황무사에게 위챗으로 물었다.

“160명이요!”

황무사가 감탄사를 붙여 보냈지만, 사역하는 전혀 감탄하지 않았다.

“부주임 이상 의사는 몇 명이야.”

“서른이요.”

이번에는 황무사도 그다지 흥분하지 않고 대답했다. 사역하는 입을 삐쭉였다. 30명 중에 절반은 분위기를 띄우러 온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온 사람들 대부분은 강연하러 온 사람들이라 강연 분위기가 이상해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에게 흰 가운을 입혀 자리를 채워야 할 수도 있었다.

“주치의는 한 80명 왔나 봐요.”

황무사가 보낸 메시지에 사역하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황무사가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메시지를 입력했다.

“잘했어. 웃으면서 서 있어.”

사역하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말단 직원일 때가 좋았지. 책임도 없고, 결과 고민도 할 필요 없이 그저 주어진 일만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일자리를 잃어도 새로 찾으면 되니 별 상관없었다. 어차피 젊고 월급도 적으니 아무렇게나 이력서를 보내도 쉽게 취직됐고, 남편도, 집도 없어서 아무 데나 살아도 그만이었다.

홀 안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의사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라는 걸 사역하는 잘 알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 모멘트에 올리는 의사, 친구들한테 돌리는 의사도 있었지만, 보통 대부분은 개인 소장용이었다. 의료 관리가 점점 엄격해져서 의사들이 학술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점점 이런저런 제한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사역하는 저도 모르게 제한 사항이 없던 시절을 떠올렸다.

“사 매니저님, 홍보 책자가 모자라요.”

회사 막내 직원이 헥헥거리며 뛰어와서 하는 말에 사역하는 짜증 난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모자라면 호텔 직원 시켜서 창고에서 가지고 오면 되잖아. 돈을 얼마나 썼는데, 그냥 세워둬서 뭐 하게.”

“창고에도 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300권이나 되는데, 시작하자마자 다 돌렸다고? 다들 미쳤어? 집에 냄비 받침 없대? 아니, 그러면 전화를 하지. 아무 책이나 한 트럭 보내줬을 텐데. 하아, 회사에 300권 더 있으니까 보내 달라고 해서 천천히 돌려. 그리고 사람 보내서 홀 한 바퀴 돌아보라고 해. 분명 버린 사람도 있을 거야. 그거 주워와서 다시 나눠줘. 아낄 수 있는 건 아껴야지.”

사역하가 투덜거리며 하는 말에 막내 직원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바로 달려갔다. 사역하는 다급하게 회사에 연락했다. 전화를 몇 통 연달아서 하느라 핸드폰이 아직 뜨거운데 또다시 바로 벨소리가 울렸다.

“역하 씨, 홍보 책자랑 포스터 아직 있어? 나 몇 권만 남겨 줘.”

“이 선생님,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세요. 필요하면 얼마든지 보내드리죠. 그런데 그건 뭐 하시게요?”

이 선생은 제2 시립 병원 응급 의학과 부주임으로 그가 오랫동안 영업해온 성과물이기도 했다.

“포스터에 운화 병원 젊은 의사 있잖아. 나중에 가지고 가서 내 딸 좀 보여주게. 그 녀석 허구한 날 스타나 쫓아다니면서 결혼 생각을 안 하잖아. 선 좀 보이려고. 못생겼네, 마네 얼마나 까다롭게 구는지 몰라. 그러면서 이 배우, 저 배우 사진이나 보여준단 말이지. 그런데 실제 인물이랑 스타가 비교가 돼? 그런데 오늘은 발견했잖아.”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 능연 선생님 말씀이시구나.”

“맞아, 맞아, 그래 그 사람 말이야. 능 씨라니, 성도 희귀하네. 집안은 어때?”

“아마 개인 진료소 할걸요?”

뇌리에 바로 능연의 모습을 떠올린 사역하가 대답했다. 다행히 그날 능연에 대해 인상이 남아서 기억 나는 내용이 있었다. 이 선생은 더욱 흡족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진료소라니, 집안도 괜찮네. 형제자매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언니.”

“그래 뭐, 그건 상관없지. 사실 집안은 상관없어. 전에 산 원룸 세놓은 거로 딸아이 쓸 용돈은 나오고, 집은 나중에 걔들 주면 되니까. 딸애가 좋아하기만 하면, 남자 하나만 보고 보내면 돼. 본과 학력이 낮으면 앞으로 대학원 가도 되고, 나중에 박사 따면 되지 뭐. 에이, 공부 더 안 하면 어때. 성격 좋으면 되지. 밥도 못 해도 돼. 요즘 애들 누가 밥해 먹어. 게다가 의사들은 시간관념도 없잖아.”

이 선생은 10분이나 주절주절 수다를 떨다가 전화를 끊었다. 사역하가 막 숨을 돌리는 참에 바로 다시 전화가 울렸다. 액정에 뜬 ‘파 언니(성(省)-종양과)’라는 이름에 사역하는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역하야, 올해는 아예 소개팅을 주선했다고?”

“네?”

수화기 너머 파 선생의 우아한 목소리에 사역하는 혼란스러워졌다.

“참 좋은 생각이네. 일반적인 소개팅보다 훨씬 재미있잖아. 병원에서 일하는 젊은 의사들 다 바빠서 어디 사람 만날 시간이나 있니? 일부러 만날 약속 잡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차라리 이런 회의 자리에서 밀어주는 게 낫지.”

“예에?”

사역하의 머리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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