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6화 (863/877)

능연은 매일 손가락 10개에서 15개를 봉합하는 속도로 끊임없이 자신의 수술량을 갱신했다.

곽종군은 사람을 시켜 근건 봉합 수술 환자가 쓸 병실 4칸을 비워냈다. 작은 수술에 비해 굴근건 봉합 환자는 회복 기간이 길어서 입원 시간도 길고 총 진료비도 늘지만, 입원 날짜로 매일 나눠보면 전체적인 수익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능연은 그런 쪽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의 수술은 경과가 좋아서 환자의 평균 회복 기간이 짧은 편이었다. 다만, 굴근건 봉합 수술 전후 기간은 원래 복잡한 편이라 모든 변수를 제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보름 동안 기록을 경신하면서 능연은 ‘탕 연마’ 퀘스트 완성도를 (100/10)으로 올렸다. 그러니까 퀘스트를 받은 이래, 탕 봉합을 100건 한 셈이었다. 따라서 스태미너 포션 보존량도 17병으로 늘었다.

그랬다. 연이어 나온 초급 보물 상자 5개에서 모두 스태미너 포션이 나온 것이다.

100번째 수술을 마친 능연은 기대감에 가득 차서 수술실에서 바로 은색 초급 보물 상자를 열었다. 그런데 여전히 녹색 스태미너 포션이 튀어나왔다.

“아예 스태미너 포션 누적 시스템이라고 해라.”

그래도 그 효력을 두 번 체험한 능연은 사실 스태미너 포션을 제법 좋아했다.

일단 스태미너 포션은 기본적으로 기력을 최적 상태로 끌어 올려준다. 물론 그 최적의 ‘최’는 중국스러운 ‘최’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극한의 가치가 있었다. 거기다 스태미너 포션이 끌어 올린 유지 능력 자체도 의사에게 소중했다.

능연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것도 앞으로 고난도 수술에 도전할 날을 위해서였다. 그래서 스태미너 포션은 능연에게 다다익선이었다. 다만, 상자를 10번 여는 동안 모두 똑같은 것만 나오자 그것도 짜증 났다.

“뽑기 10번에 한 번도 희귀한 게 안 나오다니, 이건 좀 그런 거 아니냐?”

능연은 머릿속에서 시스템을 향해 투덜거리고는 고개를 들어 연문빈 등을 바라봤다.

“힘들었으니까 잠시 쉬시죠. 이따 하나 더 하고요.”

능연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고 벽에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아 게임을 실행했다.

“선생님, 괜찮으시죠?”

“그럼요.”

왕가가 걱정스러운 듯 묻는 말에 능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자 왕가는 더욱 걱정되는 듯 연문빈을 바라봤다.

“요즘 계속 뺑뺑이 도는 거 아니었어? 능 선생님이 중간에 쉰 적 있어?”

“그럴 리가. 나랑 마연빈이 번갈아 어시해도 모자랄 정도였는걸? 능 선생은 수술실 두 개를 번갈아 왔다 갔다 거리고. 화장실 가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었어. 족발 먹을 시간도 없었다.”

“수술 준비하느라 중간에 시간이 비어도 뭐라고 하셨는걸?”

연문빈이 입을 삐쭉이자 간호사도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연문빈과 왕가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 있는 소가복은 침착한 편이었다. 소가복은 아무 말 없이 이따 챙겨갈 남은 의자 두 개를 문 쪽으로 밀었다.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눈빛은 반짝였고, 행복하게 미소를 지었다.

- 반란군 5초 후, 전장 도착 예정.

능연의 핸드폰에서 게임 음성이 울려 퍼졌다.

“어디 아픈 건 아니겠지?”

왕가는 걱정스러운 듯 물으면서도 입가는 자꾸 치켜 올라갔다.

‘작은이모한테 배운 죽 끓이는 실력이 드디어 세상에 드러나는 건가?’

“그건 아닐걸?”

연문빈이 마무리 봉합하면서 대답했다. 대답은 그렇게 했어도, 머릿속으로 능연이 몸이 아파서 자신이 강제로 휴식하는 장면을 떠올리자 온몸의 근육까지 느슨하게 풀렸다.

병원은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무료 헬스장을 제공했지만, 연문빈 눈엔 팥 없는 찐빵이었다. 그는 헬스장의 땀 냄새가 그리웠고, 극한에 달했을 때의 신음이 그리웠다. 심지어 물로 데친 새하얀 닭가슴살도 그리웠다.

침착한 건 소가복뿐이었다. 마취의는 직장을 집으로 아는 의사의 본보기였다. 그렇기에 소가복은 능연이 수술을 6건을 해도 병원에서 야근해야 했고, 한 건을 해도 변함없이 다른 수술실에서 야근해야 했다. 하여 소가복은 둥근 의자에 앉아 있거나, 밟고 있거나, 만지고 있으면서 흥분도 다급함도 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핸드폰을 한참 가지고 놀던 능연의 머릿속에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 새로운 퀘스트: 환자 치료

- 퀘스트 내용: 맨손 지혈 두 번 완성, 출혈량 1500cc로 줄일 것

- 퀘스트 보상: 초급 보물 상자

- 현재 진도: (0/2)

이번에도 초급 보물 상자였지만, 능연의 몸은 아주 정직해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술해야겠어요.”

“응? 안 쉬고?”

아직 마무리 봉합도 못 마친 연문빈이 의아한 듯 물었다.

“오후엔 다른 일이 있어서, 아침에 수술을 마쳐야 해서요.”

“게임 중에 나오면 경고받잖아요.”

“대신 좀 해줘요.”

왕가의 말에 능연이 핸드폰을 그녀에게 넘겼다. 순간 왕가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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