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7화 (864/877)

능연은 오전 네 번째 수술을 마친 다음 간호사에게 후속 트랜스 조치를 멈추라고 통보하고 바로 응급 로비로 달려가 처치실에서 대기했다. 시스템 퀘스트에서 요구한 출혈량 1500cc 감소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콜라병으로 담으면 일반 1.25리터 병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양이었다. 피를 그렇게 많이 흘린 환자라면 당연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런데 족히 두 시간을 기다렸지만, 맨손 지혈할 만한 환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외상 환자는 그래도 여럿 있었지만, 출혈량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대부분 병원 밖에서 이미 피를 흘릴 만큼 흘려서 능연이 제어할 만한 대량 출혈 환자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주 선생에게 붙잡혀 밀려 있던 데브리망 환자 네 명을 단숨에 넘겨받았다. 지금 능연은 한 손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만큼 능숙하게 데브리망을 할 수 있었고, 자물쇠가 열린 자전거를 타듯 자유자재로 실을 보기 좋게 꿰맸다. 실을 잡아당기는 힘도 적당했고, 맞물림도, 매듭도 완벽했다.

수부외과는 봉합을 가장 중시하는 진료과고 의사의 실력 절반이 봉합에 달렸다. 능연은 100건 넘는 탕 법 수술을 해오면서, 마스터급 단속 봉합 기술로 시작한 봉합 실력이 맹렬한 기세로 성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봉합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들은 능연의 속도가 빠르다고만 생각했고, 딱히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다.

“돈으로 따지면 오늘 네가 대신해 준 창연 봉합만 해도 2천 위안인데, 왠지 미안하네.”

“저희 진료소에서 미용 봉합은 1mm에 5백 위안받아요.”

단 몇 분 만에 6mm 정도의 큰 상처를 막 봉합한 능연이 하는 말에 주 선생은 입을 쩍 벌렸다.

“바가지 아냐?”

“의사가 반 가져가요.”

“나도 좀 꿰매는데.”

주 선생의 눈빛이 바로 달라졌다.

처치실의 환자는 쉴 새 없이 들어왔다가 돌아갔다. 데브리망 환자가 제일 많았는데, 능연이 순식간에 해결하자 다른 진료팀의 데브리망까지 도맡아 했다.

주 선생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실습생 하나를 불러 능연을 도와 리포트를 작성하게 했다.

능연은 시간을 내서 비교적 희한한 외과 수술도 했다. 오후 내내, 환자의 목에 찔린 생선 가시도 뽑아내고, 항문에서는 뼈를, 전립선에 찔린 파손된 못을 빼냈다. 그리고 휘발유 중독 환자, 살충제 중독 환자와 더위 먹은 환자를 처리했다.

심폐소생술도 한 번 했다. 하지만 당연히 능연이 참여했다고 환자가 살아나진 않았다. 모든 약품이 효과 없는 상황에서 환자 가족이 의사에게 후속 처치를 해달라고 애타게 말하는 것도 그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치의는 보통 초짜 의사를 내보냈다. 실습생과 인턴, 레지던트가 어렵게 심폐소생술을 접하게 되는 때이기도 했다.

심폐소생 실패를 선고하면 환자 가족들은 얼싸안고 울기 시작하고, 의사들은 침묵한다. 사람들은 다른 진료과에 비해서 응급 의학과에서 일어나는 사망 사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죽음에 익숙한 의사들도 한창때인 환자들이 의외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적응되지 않았다.

주 선생은 능연의 표정 없는 얼굴을 힐끔 보고는 앞으로 나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처음이던가?”

“네? 아, 아마도요.”

잠시 멈칫했던 능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생로병사는 인지상정이야. 의사가 그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운이 좋으면 문 안으로 걷어차 돌려보내는 거고, 문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의사가 문을 막을 수 있으면 세상에 대혼란이 찾아올걸?”

“선생님이 심폐소생을 하셨다면······.”

“그래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능연이 입을 삐죽거리자 주 선생은 냉큼 그의 말을 잘랐다.

“심정지가 3분이나 지속했어. 만분의 일의 확률로 살아났다고 해도, 코마가 왔을 거야.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깨어났다고 해도 정상인처럼 살지 못했을 거고.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드라마처럼 그렇게 멀쩡하게 지낼 수 있는 거 아닌 거 알지? 문헌도 봤을 거 아냐. 식물인간으로 산 사람들은 오랫동안 몸을 쓰지 않아서 대변도 못 가리는 경우가 많아.”

주 선생은 거기까지 말하고 말을 돌렸다.

“내가 심폐소생을 했어도 마찬가지야. 곽 주임님이 왜 먼저 목숨을 구하고 어떻게 치료할지 고민하라고 늘 말씀하시는 줄 알아?”

“왜인데요?”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능연의 어깨를 감싼 채 이야기하던 주 선생은 그의 표정이 여전히 안 좋은 걸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무슨 생각하냐.”

“아까 그 환자, 목이 볕에 탔더라고요.”

“응?”

“아마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이었겠죠.”

능연은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흰 가운 안에 셔츠 소매에 채워진 단추 세 개가 보였다. 아연해진 주 선생은 잠시 침묵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퇴근 후에 나랑 소가 식당에나 가자. 술 한잔하고 가서 자.”

“외과 의사는 술 마시면 안 됩니다.”

“꺼져, 새끼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