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식당은 운화에서 유명한 먹자골목에 있었다. 먹자골목은 자전거 세 대가 나란히 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는데, 어깨를 부딪칠 만큼 항상 사람이 넘쳤다.
먹자 골목 입구 쪽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소가 식당은 위치가 괜찮은 편이고 가격대도 적당했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가려진 개방식 주방에 바비큐와 막창 샤브샤브가 메인요리인 식당이었다.
주 선생은 익숙한 듯 능연을 데리고 들어갔다.
“소 사장님! 저 왔어요.”
“아이고, 주 선생 왔어? 문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주 선생이 온 걸 알겠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소 사장이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주방에서 나와 웃는 얼굴로 그들을 반겼다.
“많이 바빴거든요.”
주 선생은 능연이 힐끔 보는 것도 개의치 않고 그를 소개했다. 진작부터 그를 보고 있던 소 사장은 온화한 얼굴로 명함을 건넸다.
“소건이라고 합니다. 주 선생 친구라니까 앞으로 똑같이 30% 할인해 드려야겠네.”
“사장님! 운화 병원 의사는 다 30% 할인이잖아요.”
“그렇지, 지금은 의사면 30%지.”
주 선생이 폭로하듯 하는 말에 소 사장이 실실 웃었다. 능연은 명함은 받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주변을 둘러봤다. 의사는 무조건 할인이라는 식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개처럼 바쁜 초짜 의사가 밥 먹으러 나올 틈이 어디 있겠나. 제약 회사에서 접대받는 의사들은 이런 작은 식당에 오지 않을 테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다음, 소 사장은 주 선생과 능연을 거리 광경이 보이는 넓고 밝은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
“소 사장님, 우리 병원 환자야.”
“무슨 병인데요?”
“병이란 병은 다 있지. 온갖 과를 다 전전했다고. 우리 병원이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를 막 시작했을 때 태어났는데, 선천성 판막 결손이었대. 표준적인 심장질환이지. 초등학교 때 뜀틀 뛰다가 발이 부러졌는데, 마침 우리 병원 정형외과에서 강철 내고정을 시작해서, 또 초기 환자가 됐지. 나중엔 싸움하다가 신장을 적출하게 됐는데, 우리 병원 신장 외과가 독립해서 나와서 진행한 첫 적출 수술 환자였단다.”
주 선생은 손가락을 꼽으며 말을 이었다.
“내분비과는 말할 것도 없지. 완전 단골손님이야. 류마티스 통증과가 막 독립해서 나왔을 때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려서 왔고, 복강경 시작했을 때 맹장에 걸렸고, 심장 내과 때는 동맥 경화 때문에 병원에 왔고, CT기기를 샀을 때는 간낭종에 간결석, MRI로는 종양을 발견했지. 다행히 양성이었지만 말이야.”
설명을 들은 능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게 다 한 사람이 걸린 병이라고요?”
“대규모 협진도 했었어. 10개 진료과에서 의사 2백 명이 오후 내내 모여서 회의했는데 결론이 안 났지. 거의 재수 없어서 걸린 병들이라. 사람이 운이 안 좋으면 냉수만 마셔도 이가 시리거든. 사장님은 우리 병원 모범 케이스야. 병원을 그렇게 많이 들락거렸어도, 마음가짐이 좋아서 병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고, 치료 중일 때도 입원해야 한다면 하고, 수술해야 한다면 하고, 퇴원하면 바로 장사 시작하고.”
“막창 나왔습니다.”
소 사장이 특제 땅콩 소스와 막창이 담긴 스테인리스 원통을 들고 두 사람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능연은 저도 모르게 소 사장을 바라봤고, 소 사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야기했구나?”
“이제 막 시작이죠.”
“다 헛소리야. 그냥 운이 안 좋아서 이런저런 일을 겪어서 그렇지. 몸엔 문제가 없다고.”
소 사장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맛있게 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능연은 왜 소 사장이 의사 할인을 해주는지 불현듯 깨달았다. 이 가게를 다시 찾는 손님이라면 아무래도 의사일 확률이 높았다. 보통 사람들이 소 사장의 사연을 들었다면 음식을 먹으러 올 엄두를 못 내리라.
“자자, 먹어봐. 끝내줘. 사장님만의 비법 소스가 있거든.”
주 선생은 눈치도 보지 않고 덥석 막창을 집어 들었고, 능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들어 올렸다.
“오, 맛있네요.”
막창은 식감은 좋아도 맛은 딱히 특이할 게 없는 음식인데 특제 땅콩 소스를 찍어 먹으니 맛이 확 올라갔다.
“소스는 첨부터 넉넉하게 주시니까 다 먹고 막창만 추가하면 돼. 남은 소스는 다 버리니까 걱정 안 해도 되고. 소 사장님이 그런 건 확실하거든.”
“아.”
능연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는 원래 수다를 잘 떠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근데 오늘은 왜 처치실에 있냐? 굴근건 파열 환자 없어?”
“맨손 지혈해 보고 싶어서요.”
“그건 그렇지. 계속 연습해야지, 안 쓰면 녹스니까. 근데 왜 안 해?”
“적당한 환자가 없어서요.”
“그것도 그래. 환자가 늘 줄지어 오는 거 같아도 기다리는 환자는 안 오지. 괜찮아. 소가 식당 되게 용하다? 전에 나도 기다리는 환자가 없을 때 여기 와서 밥 먹곤 했는데, 마침 여기서 만난 의사 손에 그런 케이스가 있는 걸 보기도 했다니까.”
“의사들이 많이 와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지. 게다가 사장님이 다 까발리잖아.”
주 선생이 농담으로 하는 말에 마침 고기를 담아 오던 소 사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주 선생 너 헛소리하면 할인 안 해준다? 먹고 모자라면 말해.”
“이상하게 여기만 오면 필요한 케이스를 마주치니까 그렇죠. 저번에 산부인과 의사, 요즘에 일이 없었다고 하자마자 임산부가 양수가 터져서 현장에서 개복했잖아요.”
“그건 특수 케이스고.”
“그리고 저번에도······.”
주 선생이 신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창밖에서 갑자기 고함이 들렸다.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나가 보니 누군가 칼을 들고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는데, 그 뒤를 쫓는 사람도 있었다. 골목 끝에서 달려오던 경찰이 경찰봉을 꺼내 들고 휘두르면서 뭐라고 고함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속도를 채 줄이지 못한 남자가 그대로 경찰에게 부닥쳤고, 도망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경찰 배에 피가 가득한 것이 보였다.
능연과 주 선생은 순간 얼굴을 마주 봤다.
“가요!”
두 사람은 펄쩍 뛰어오르면서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