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크지 않은 소가 식당에 손님이 꽉 차 있었다. 사람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도 개의치 않고 입구 쪽에 서서 바비큐 그릴을 지키고 서 있었다.
사장인 소건이 바비큐 그릴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꼬치 100개를 굽고 있었다. 고기와 소스가 어우러져 구워지는 불맛이 바람을 타고 솔솔 퍼져나가자 그 냄새에 손님들이 더 많이 몰려들었다.
“자, 여기요. 15개 나왔습니다.”
“40개 시키셨죠?”
“자, 10개!”
소 사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꼬치 100개를 손님에게 나눠줬다. 그러곤 점원이 들고 온 꼬치 100개를 받아 다시 불 위에 올렸다.
“오늘 막 잡은 양고기로 만든 양 꼬치 하나에 2위안입니다. 위챗 지불은 오른쪽, 현금은 왼쪽. 알아서 잔돈 가져가세요.”
말을 마친 소 사장이 다시 고개를 숙이고 고기를 구웠다. 음식 솜씨가 매우 좋은 그는 기초 중의 기초인 고기 굽기 정도는 느긋하게 해냈다. 몸이 건장하지는 않지만, 꼬치 100개를 수월하게 다루는 모습이었다. 손님들은 구경도 하고 냄새도 맡고 맛있게 먹었다.
그의 머리 위 TV 두 대에서 운화 방송국 뉴스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 여러분, 이곳은 우리 시에서 유명한 소가 식당입니다. 소가 식당 창업주 소건 사장님 센스 덕분에 평소에 채소 운반하던 리어카로 환자와 의사를 옮기는 바람에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환자의 치료가 지연되어, 어쩌면······.
피부가 새하얀 미모의 기자가 열정적인 목소리로 고함쳤다.
- 소건 사장님은 장사가 제일 잘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장사도 포기하고 다친 사람을 구했고······.
- 소 사장님, 사장님도 몸이 좋지 않다고 하던데요. 어릴 때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바람에 지금까지 의료비를 상환하고 있다고요. 그런데도 황금 시간대 장사를 포기하고 부상자를 구하셨는데, 그때 어떤 심정이셨나요?
차를 세우고 걸어서 가게까지 간 능연 일행은 다른 행인들과 마찬가지로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고개를 들어 뉴스를 지켜봤다.
- 뭐 생각할 거 있나요. 경찰이 내 눈앞에서 쓰러지는 걸 본 순간 바로 의사 선생님을 불렀고, 곧바로 달려나갔죠.
하얀 요리사복을 입은 소 사장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화면에 사건 현장이 나타났고, 사건 현장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도 비췄다.
영상에서 능연이 고개를 숙인 채 치료하고 있었고 소건은 소독에 쓸 포비돈과 알코올을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옆에 모자이크로 싹 지워진 호문야연의 깃발과 가게 간판이 보였다.
한 앵글엔 주목받을 식당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을 소 사장은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TV 속 소 사장을 한 번 보고, 또 땀을 뻘뻘 흘리는 소 사장을 한 번 본 다음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었다. 어떤 손님은 꼬치 몇 개만 사고도 백, 이백 위안을 돈 통 안으로 집어넣기도 했다.
소건은 그 모습을 보고도 못 본 척하며 넘겼다. 그는 오로지 열심히 고기를 굽고 손님에게 전해주면서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손님 중에 뉴스를 보고 소건을 보러 온 사람도, 꼬치에 이끌려 온 사람도, 잘생긴 의사를 찾으러 온 사람도 있었다. 소건은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빈틈없이 가게를 관리했다.
발붙일 틈도 없이 꽉 찬 가게 안에 퍼지는 향긋한 냄새와 빠르게 구워지는 꼬치로 손님의 걸음을 붙잡았다. 작은 크기의 고기가 여러 개 꼽힌 꼬치라 자리가 없어도 서서 먹을 수 있었다.
어떤 생각으로 소가 식당을 찾았든, 손님들은 어느 정도 만족하고 돌아갔다.
“사장님, 꼬치 50개 주세요.”
능연이 웃는 얼굴로 소 사장에게 인사했다.
“엉? 능연! 여러분, 여기 능 선생님이 바로 어제 사람 구한 의사랍니다. 운화 병원 능 선생님 실력이 아주 대단해요.”
꼬치를 먹던 손님들이 모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런 상황에 익숙한 능연도 아무렇지 않게 꼬치를 먹으면서 태연하게 굴었다. 왕장용과 진만호도 입가에 기름기가 줄줄 흘렀다.
능연이 나타난 후 소가 식당엔 사람이 더욱 늘었다.
“퇴근하고 꼬치로 배를 채우니까 행복하구만.”
“능연처럼 출근 안 하고 꼬치로 배를 채워야 진정한 행복이지.”
진심으로 터져 나오는 진만호의 말에 왕장용이 태클을 걸었다.
“쉬기만 하는 건 행복이 아니야. 하루에 수술 한 두 개 정도는 해야지.”
능연이 다 먹은 꼬치를 빈 통에 집어넣으며 그렇게 말하는 사이, 그릴 쪽에서 ‘아야’ 하는 고함이 들렸다.
소건이 방향이 반대로 된 날카로운 꼬치에 손등을 찔린 것이다. 그는 들고 있던 꼬치를 오른쪽에 있는 테이블에 내려놓고, 송풍기를 밟고 있던 왼발을 떼면서 왼손으로 제연기를 껐다.
“소흑! 이리 좀 와봐.”
그가 모든 일을 몇 초 만에 마무리하고 나서야 찔린 손등에서 서서히 피가 스며 나왔다.
“능 선생, 부탁 좀 해야겠는데.”
소건이 슬렁슬렁 능연에게 다가가 찔린 손등을 내밀었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하죠. 구급상자 아직 있죠? 약은 새로 사 넣었나요?”
“응. 포비돈도 두 병 샀지.”
꼬치를 내려놓고 묻는 능연의 말에 소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요. 심한 거 아니니까 괜찮아요. 흡수되는 봉합사 있어요? 피내 봉합으로 하면 되는데. 그래야 흉이 덜 남아요. 큰 흉터가 좋으면 굵은 실 쓰면 되고요.”
침착하게 하는 능연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요즘 시대엔 좀 이상해야 TV에도 나오고 그러는 거야.”
왕장용이 여운이 남은 듯 입맛을 다시면서 빈 꼬치를 통 안으로 던졌다.
“양자야, 가서 봉합 상자 좀 가지고 와. 파란색 그거.”
소 사장이 부르는 소리에 양고기를 자르던 직원이 칼을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가 구급상자를 들고 나왔다.
“얘기한 거 여기 다 있어. 흉터는 신경 쓰지 마. 순리대로 해야지 어쩌겠어. 고기만 구울 수 있으면 돼.”
소건은 말은 그렇게 해도 눈을 부릅뜨고 능연의 동작을 주시했다. 능연은 파란 상자를 알아서 열고 거즈, 핀셋, 가위 등을 꺼내고 새 포비돈 뚜껑을 땄다.
“시작합니다.”
손등을 꿰매려면 상처를 깨끗이 소독해야 하는데 마취도 할 수 없어서 소건은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봉합할 때가 되자 상자를 뒤적이던 능연이 마취약은 없는지 물었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소건이 어색하게 웃자 능연은 뚫어져라 그를 바라봤다.
“마취제는 구하기도 힘들고, 그냥 쓰지 맙시다. 의사도 그러더라고요, 중독될 수 있으니 마취제를 많이 쓰지 말라고. 그냥 꿰매.”
“그래요, 그럼. 거즈 좀 많이 쓰죠, 뭐.”
봉합 때 마취제를 쓰는 것은 중국인의 습관이었다. 외국 사람들은 봉합할 때 마취제를 거의 쓰지 않는다. 외국인이라고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약물 중독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료 보험이 되는 나라 중에 의사와 약품이 부족한 나라는 마취 한 번 하려면 서너 시간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리기 싫어하는 외국인도 많았다.
“거즈는 왜?”
“너무 아파서 버둥거릴까 봐요. 그러면 피가 많이 나오거나 상처가 벌어질 수 있거든요.”
자주 겪는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라서 소건은 벌써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능연은 아까부터 두 눈을 반짝이며 기다리던 왕장용과 진만호를 불렀다. 실습생 생활을 하는 동안 아직 사람 가죽을 꿰매지 못한 두 사람은 흥분해서 달려왔지만, 이번에도 옆에서 소독약을 뿌리거나 하는 잡일을 하면서 소건을 바라볼 뿐이었다.
“능 선생. 직접 꿰맬 거지?”
능연이 자기를 연습용으로 던질까 봐 걱정된 소건이 그렇게 물었다. 의사들의 첫 케이스가 자주 되긴 했어도, 실습생의 첫 케이스까지는 되고 싶지 않았다.
능연은 소건이 싫대도 직접 꿰맬 생각이었느니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 면적이 크면 데브리망 할 때 흉터가 흉하게 질 뿐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는데 지금 소건처럼 깊은 상처는 초보자가 연습하기엔 적당하지 않았다.
능연은 상대적으로 굵은 0호 봉합사를 골라 꿰매기 시작했다. 일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소건은 마냥 회복되길 기다리고 있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서 봉합사의 항장력을 고려해야 했다. 물론, 실의 항장력이 근육 조직 강도를 초과하면 의미가 없어지니 너무 굵은 실을 쓸 수도 없었다.
소 사장이 이를 악물고 있는 동안, 능연은 다른 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신속하게 봉합을 마쳤다.
“능연, 너 변했다.”
“응?”
자신을 바라보며 하는 말에 능연은 붕대를 감으면서 대꾸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넌 잘생긴 게 포인트였고, 난 돈, 그리고 얘는 징징대는 거였잖아. 그런데 너 지금은 빠르기까지 하다.”
“야, 너 꼬치로 찔려 죽어 볼래?”
징징댄다는 소리를 들은 왕장용이 엄지와 검지로 꼬치를 치켜들어 찌르는 시늉을 했다
“장용아,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냐?”
진만호가 가볍게 꼬치를 누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나는 내 장점이나 살려서 차나 사야겠다. 의사 면허 따고 사려고 했는데 좀 당기지 뭐. 모은 용돈 다 털면 BMW 5시리즈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야.”
“주차는 어디다 하려고? 운화 병원 주차장은 의사만 쓸 수 있는데 실습생은 신청도 못 해.”
“그걸 어떻게 아세요?”
붕대를 감고 긴장이 풀린 소 사장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자, 진만호가 멍해졌다. 그러더니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나도 신청했었거든. 환자용 주차장은 항상 자리가 없어서 말이지. 아, 오늘 돈 안 받을게. 양자야, 선생님들한테 막창 2인분 가져다드려라.”
소 사장은 태연하게 대답하고는 능연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막창은 야들야들하고 탱탱해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능연, 진만호, 왕장용 세 사람이 연달아 두 그릇을 비우자 소 사장은 다시 서비스로 2인분 내주었다.
소가 식당 양 꼬치는 신선한 양고기로 야들야들한 것이 특징이었다. 맛있는 소스까지 곁들어져서 손님들이 아주 좋아했다. 사람은 많고 소 사장이 다치기까지 해서 굽는 속도가 느렸지만, 가끔 남는 꼬치가 있을 때마다 바로 능연 일행에게 가져다줬다.
세 사람도 사양하지 않고 바비큐와 막창을 먹었다. 콜라까지 곁들이니 날아갈 것처럼 행복했다.
“맞다. 소 사장님 파상풍 주사 맞아야 하는 거 아냐?”
“파상풍 백신 맞은 적 있어서 괜찮아, 10년에 한 번만 맞으면 돼.”
배를 문지르던 왕장용이 문득 떠오르는 듯 묻자, 멀리서 소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능연이 미처 대꾸하기도 전이었다.
“소 사장님, 혹시 의사 아니세요? 의사 생활 힘들어서 때려치우고 장사하는 게 분명해. 저 좀 보세요, 요즘 차트 쓰다가 피부도 거칠어졌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