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 오늘 신경속막 봉합했다며?”
능연이 의국으로 들어오는 걸 본 주 선생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병원엔 비밀이 없었다. 특히 기술과 남녀 사이의 일은 더더욱.
“네.”
막 수술을 마친 능연은 테이블에 있던 물을 단숨에 마시면서 갈증을 해소했다.
“어떻게, 잘됐어? 간도 크다, 진짜.”
주 선생은 능연이 물을 다 마실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물었다. 외과 의사들은 수술 전에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특히 몇 시간 걸리는 수술일수록 더욱 그랬다. 화장실을 갈 수 없는데 물을 많이 마셨다가는 비참한 꼴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기저귀를 차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 귀찮기도 하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미지였다. 두 번째로 가격문제도 있어서 의사들은 가능한 한 기저귀를 차지 않았다.
“신경 회복이 잘되면 나머지는 괜찮을 거예요.”
“자신 있어?”
주 선생은 말문이 막힌 듯 그렇게 물었다.
“네.”
“그럼 준비 좀 해둬. 이따 곽 주임님이 분명 물어보실걸?”
능연이 간단하게 대답하자 주 선생은 뭔가 알아내긴 글렀다고 생각했다. 하여 그렇게 한마디 덧붙인 후 자리로 돌아갔다.
세 가지 신경 문합술 중에 신경속막 봉합이 제일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봉합 기술이 좋은 의사는 신경외막 문합을 선택한다. 능연은 마스터급 단속 봉합술이 있으니 자주 연습하면 신경외막에 대해 어느 정도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미경 아래에서 신경속막 봉합을 하려면 조금 더 따질 것이 많았다.
세 번째 외막 속막 문합술은 앞의 두 가지를 병합하는 것이니 난도도 속막 문합술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어떤 문합술이든 간에, 신경 문합을 할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수술 범위도 한 레벨 올라간다.
전에 능연이 수부 2구역 굴근건 봉합을 고를 때, 신경 손상, 골절까지 있는 환자는 그동안 곽종군이 모두 거절해왔다.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에서 맡은 굴근건 손상 환자는 단순한 굴근건 손상 환자였고, 기껏해야 이화민처럼 꿰매도 되고 안 꿰매도 지장 없는 수준으로 신경이 파열된 환자였다.
그 외의 환자는 다른 성으로 가서 치료하거나, 수부외과에서 Kessler 법 같은 방법으로 근건 봉합을 하고 외부 합동 진료로 봉합하거나, 그래도 안 되면 우선 신경 문합은 포기하고 근건 봉합부터 하며 더 복잡한 경우는 절단하곤 했다.
능연의 신경속막 문합술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면 곽종군이 환자 찾기도 더 편해질 것이다. 수부 손상 환자는 대부분 신경 손상도 함께 겪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인 구역 근건 문합술에 신경 문합술이 더해지면 단순한 무인구역 근건 문합술에 비해 스케일이 달라진다. 거의 손가락 이식 수술보다 조금 떨어지는 수준.
수부외과 범주에서 그 정도까지 해내는 병원도 드무니, 성공률을 고려해보면 능연의 수술은 앞날이 기대되었다.
잠시 후, 곽종군이 기대에 찬 얼굴로 의국으로 뛰어들어왔다.
“능연!”
곽종군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병사를 찾는 대대장 같은 기세로 크게 고함쳤다. 능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신경속막 문합술을 했다고?”
곽종군은 주 선생이 물은 것과 비슷한 질문을 던졌고, 주 선생은 보란 듯이 눈썹을 찡긋했다. 주 선생은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때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부류였다.
네, 하고 간단하게 대답하던 능연은 주 선생하고 했던 대화를 떠올리고는 봉합 상황은 나쁘지 않고 회복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 좀 보러 가자.”
곽종군은 보고만 듣고 끝낼 사람이 아니었다. 능연이 몸을 일으키자, 주 선생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따라나섰다. 의국에 있던 할 일 없는 의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