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연문빈은 병실 밖으로 회진 나온 주임에게 환자의 신경 문합 상태가 양호하다고 보고했다.
이화민은 침대에 누워 병실 밖에 있는 의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두 선생, 들어가서 좀 봐봐. 우린 다음 병실에 가세. 연 선생은 계속하고.”
곽종군은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부주임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근건 봉합도 문제없습니다. 조기 재활을 해도 된다는 능 선생 오더가 있었습니다.”
“그럼 능 선생 오더대로 해.”
곽종군은 연문빈의 말을 길게 듣지 않고 바로 잘랐다. 원래 수부외과 일은 잘 모르니, 지금은 더욱 능연에게 완전히 맡긴 상태였다.
어느 병원이든 100건 넘게 같은 수술을 한 의사가 있다면, 게다가 환자 회복률이 수술 평균치에 든다면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해도 무방했다. 게다가 능연의 회복률은 90%를 훨씬 웃돌았다.
물론, 일반 병원 의사의 경우 특정 수술을 할 자격을 갖추려면 몇 년, 심지어 십몇 년도 걸린다. 특히 특정 수술을 반복적으로 해야 빠른데,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과 진료과의 협조뿐 아니라 상황도 맞아야 한다. 대다수 병원의 의사들은 같은 수술을 매일 2, 3건만 할 수 있어도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특정 수술을 100건까지 누적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선임 주치의 정도나 되어야 의사의 선택권이 늘고 과에서 영향력도 커져서 원하는 수술을 할 수 있고, 자신이 가장 잘하고 선호하는 수술 방식을 해당과의 주력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군의관 출신인 곽종군은 경력보다 재능을 중시했기에 능연에 대한 신뢰도 점점 늘고 있었다. 항상 진지하게 회진에 임하는 그도 환자에게 수술 후 합병증이나 다른 증상이 발생할 때나 약을 조절해 주곤 할 뿐 능연의 오더에는 거의 입을 대지 않았다.
연문빈은 그것이 몸서리칠 정도로 부러웠다. 병원에서 주임들은 모든 방면으로 초짜 의사에게 간섭한다. 오늘은 아내와 알콩달콩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휴가를 주기도 하고, 내일은 추가 근무를 시켜 환자의 변 색깔이 정상인지 아닌지 살피게 하기도 한다. 적어도 치료팀 조장 정도는 되어야 곽종군이 의사 오더를 존중해준다.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엔 다른 주임 의사 둘, 그리고 연차 높은 부주임 둘이 그런 의사에 해당한다.
잠시 후, 두 주임이 회진 의사 무리로 돌아왔다.
“복합 신경 손상 케이스, 이제 능연이 맡아서 해도 되겠나?”
“흠, 아까 환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너무 빠른 거 아닐까요?”
상의하는 듯 묻는 곽 주임의 말에 두 주임은 잠시 망설이다가 되물었다.
“그런 케이스가 많잖나. 찾기도 쉽고. 일일이 전화할 필요도 없고 말일세. 내가 아는 바로는, 창서성 안에 굴근건 봉합도 하고 신경속막 문합도 할 수 있는 의사는 별로 없지 않은가? 전문적으로 하는 의사는 더 없고.”
곽 주임이 낮은 목소리로 하는 말에 두 주임은 껄껄 웃었다. 굴근건 봉합을 하고 신경속막 손상 봉합도 하는 의사는 확실히 많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하는 의사는 더 적고.
숲에서 소나무를 찾다 보면 곁에 홰나무가 있기 마련이고, 그 곁엔 또 느릅나무도 있기 마련이다. 소나무도 많고, 홰나무도 많고, 느릅나무도 많으니, 세 나무를 나란히 두고 거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병원에서는 의미가 있다. 굴근건 봉합을 할 줄 알고, 신경 문합술을 할 줄 알고, 정형외과 수술까지 할 줄 아는 의사가 있다면 온종일 단지이식 수술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테니 굴근건 봉합과 신경 파열 합병 수술을 할 틈은 없을 것이다.
신경 문합술을 할 수 있는 의사도 많다. 하지만 신경 문합술은 대부분 신경외과 의사가 하는데 신경외과 의사는 저녁 내내 뇌수술을 하느라 바빠서 수부외과와 합동 진료할 틈이 없었다. 그러니 굴근건 봉합을 할 줄 아는 수부외과 의사만 해도 대단한 축에 들기 때문에 다른 수술 실력을 키우는 데 관심이 없게 된다.
특히 수부외과 수술은 24시간 이내에 완성해야 했고, 빨리하면 할수록 수술 후 경과가 좋았다. 그래서 굴근건 파열, 신경 손상이 같이 나타나고 손가락을 자를 필요가 없는 환자는 제대로 된 굴근건 봉합 수술과 완벽하지 않은 신경외막 문합술만 받는 게 최선이었다. 예후가 어떻게 될지는 기본적으로 운에 달렸다.
도저히 시간이 안 나는 큰 병원에선 환자에게 절지 의사를 바로 묻기도 한다.
미국의 단지 이식 비율 2%는 기본적으로 엄격한 심사 제도 덕분이었다. 골초에 술을 심하게 마시는 사람, 혹은 양호한 생활 습관이 없는 사람은 보험이 있어도 똑똑한 의사가 적시에 심혈을 기울여서 하는 수술을 받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소나무, 홰나무가 같이 자라든 안 자라든 전혀 의미가 없었다.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만, 굴근건 파열 환자는 회복기가 길고, 신경 회복은 더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저흰 병실이 부족하고요.”
두 선생이 억지로 의견을 하나 냈다.
“모자라면 늘리면 되지.”
곽종군은 휘휘 팔을 휘둘렀다. 그가 꿈꾸는 대규모 응급센터엔 못해도 2백 개 이상의 병상이 있어야 했다. 5백 개 있어도 전혀 상관없었다.
“환자가 너무 많아지면, 능연이 힘들지 않을까요? 아무리 젊다고 해도 고개 숙이고 일만 할 수 있나요. 가끔은 고개를 들고 멀리 봐야지요.”
두 선생은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연문빈을 향해 능연이 아직 수술 중인지 물었다.
“예. 한창 진행 중인데, 조금 문제가 생겨서요.”
연문빈은 능연이 회진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다른 초짜 의사는 보통 주임과 함께 회진을 돌지 않는다. 그러나 병원 규칙은 모두 일반 의사 대상이고, 실력 있는 의사는 보통 다 예외였다.
부적응 학생은 뭘 해도 틀린 거고, 모범생은 뭘 해도 맞는 것처럼 말이다. 곽종군은 능연 이야기만 하면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능연이 건강을 좀 생각해야 하는 건 맞네. 일만 하면 안 되지. 그 친구 오늘 몇 시에 출근했나?”
“4시요. 벌써 수술을 3건 했고요. 지금 4번째 수술 중입니다.”
연문빈은 퀭한 눈으로 대답했다. 집도의가 4시에 출근하면 그는 이유 불문하고 3시에 출근해야 한다. 운화 병원을 통틀어도 그런 의사는 서너 명에 불과한데, 하필 그가 그중 하나를 만난 것이다. 4시에 수술한다는 말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곽종군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오후 시간이 아깝다고 하더라니. 흠, 이제 신경 손상 환자 케이스까지 합하면 좀 나아지겠구만. 그땐 다른 병원에서 트랜스 되는 환자가 너무 많을까 걱정이겠어.”
그때 곽종군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든 의사가 핸드폰을 응시하다가 일제히 주임의 얼굴을 바라봤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요. 모든 인원, 물량을 투입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안전을 확보하고 수준 높은 치료를 하겠습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곽종군은 매처럼 날카롭게 눈빛을 빛냈다.
“학 국장 딸이 화상을 입었다는군. 화상팀, 모두 가서 준비하게. 다른 의사들도 정신 팔지 말고 하던 일 어서 마무리하고 언제든 백업할 수 있게 준비해.”
회진할 상황이 아닌 것을 깨달은 의사들은 순식간에 흩어져서 다급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케이스 수집할 사람은 수집하고, 의사 오더를 내려야 하는 사람은 다급히 오더 내리고, 수술실 조정할 사람은 조정하고, 화장실 가야 할 사람은 다급하게 줄을 서고······.
“우리끼리 이야기입니다만, 화상인데 왜 육군 병원으로 안 가고, 우리한테 왔을까요?”
두 주임은 곽 주임 곁으로 다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는 화상 치료로도 유명하지만, 실력이든 영향력이든 육군 병원 유 주임보다 아래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유 주임은 화상 분야에서 전국에 손꼽히는 실력자였다.
“물 끓이다가 발을 데었대.”
주위를 두리번거린 곽종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급 병동 환자 출입구 앞에 부원장 이하 의사들이 줄지어 각자의 위치에서 커다란 부채꼴 대형을 만들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꼿꼿하게 서 있었다.
잠시 후, 올 뉴 폭스바겐 파사트가 입구에 섰고, 차에서 내린 기사가 새하얗게 펼쳐진 눈앞을 어리둥절한 듯 바라봤다.
곽종군이 손짓하자 스트레처 카가 슉 하고 차 앞에 나타났고, 간호사 두 명이 강인한 눈빛으로 허리를 곧추세우고 섰다.
“아파, 아파.”
어린 여자아이가 한 다리로 콩콩 차에서 내려 스트레처 카 위로 올라가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웅얼웅얼댔다. 다른 쪽으로 내린 학 국장은 가슴 아픈 표정으로 걱정이 가득한 듯 주 부원장과 악수했다.
“우리 애가 서툴게 뭘 하겠다고 하다가 화상 입었지 뭡니까. 어머니께서 깜짝 놀라서, 직접 연락하라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폐를 끼칩니다.”
“나 애 아니야!”
“그런 소리는 대학 간 다음에 해!”
여자아이가 고개를 휙 들고 하는 말에 눈을 찡긋하던 학 국장은 양손을 모으고 주변 의사를 바라보며 허리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미안해. 다들 귀찮게 했군요.”
학 국장의 자세를 낮추는 듯한 태도에 원래도 그리 크지 않던 의사들의 작은 불만이 싹 사라졌다. 상황을 살핀 주 부원장이 손을 휘두르자 의사들은 흩어졌다. 병원은 자신들의 성의를 보였고, 학 국장은 병원 측이 보이는 성의를 느꼈으니 다들 만족한 상황이 되었다.
곽 주임은 몇 걸음 앞서가면서 병력, 알레르기 등을 확인했고, 조낙의는 스트레처 카를 따라 처치실로 들어가 화상 부위를 우선 검사했다.
“아빠, 아빠!”
“왜? 왜? 무슨 일인데?”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형식적으로 안부를 주고받던 학 국장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약속했잖아.”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이 귀엽고 안타까워서 소리를 질러도 전혀 밉지 않았다. 학 국장은 하하 소리를 내서 웃더니 양손을 비볐다.
“아 그거······, 학은아.”
“약속했잖아!”
“알았어, 알았어. 곽 주임님, 제가 참 무리한 부탁 하나를 드려야겠습니다.”
“말씀하세요.”
경력이 풍부한 곽 주임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그러나 곁에 있던 조낙의의 얼굴은 파르르 떨렸다. 위생국 윗대가리에게 얼굴을 드러낼 기회가 어렵게 왔는데, 정말 기상천외한 요구를 꺼낼까 봐 걱정이었다. 그의 경험으로 봤을 때 권력 있는 환자가 기상천외한 요구를 꺼낼 확률은 상당히 높았다.
“능연 선생을 불러주실 수 있나요?”
학 국장은 오면서 준비해 온 서두를 다 치워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능연 선생님 불러주세요.”
학 국장이 말을 꺼내자마자, 학은이 눈물을 글썽이며 덧붙였다.
그 순간, 곽종군의 눈꺼풀이 파르르 튀었다. 의사 생활을 오래하면서 별별 일을 다 겪었지만, 능연을 향한 여자아이의 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낙의는 입술까지 파르르 떨었다. 10년 전 막 의사가 됐을 때, 환자가 나이 많은 의사를 찾는 것, 유명한 의사를 찾는 것도 모두 이해했다. 그런데 능연을 찾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화상도 모르고, 치료도 못 하는데?
“능연은 화상 전문 의사가 아닙니다. 화상 치료는 그렇게 잘하지 않습니다.”
곽종군은 학 국장이 이해하리라 믿으며 완곡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학 국장은 이해한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능 선생 불러오는 건 괜찮겠죠? 딸 아이가 만날 핸드폰을 붙잡고 능 선생, 능 선생 그럽니다. 그러다가 마침 화상을 입더니, 이제 대놓고 이러네요.”
주변 의사들은 모두 의아함이 가득해졌다. 마침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스트레처 카에 누워 있던 소녀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능 선생님한테 치료받을 거예요.”
아이의 신발을 벗기던 조낙의는 한숨을 쉬면서도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환자가 철없을 수는 있어도 의사는 그럴 수 없다.
나중에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환자가 있었지만, 병이 낫지 않으면 환자는 백 퍼센트로 화를 낸다.
화상은 빠른 치료가 관건이었다. 환자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능연이 올 때까지 지체할 수 없기에 조낙의는 미리 준비한 비누와 물로 환자의 상처 부위를 씻어냈다.
“주 선생, 능 선생에게 전화하게.”
환자에 대한 인내심이 높은 편인 곽종군은 생각할 것도 없이 학 국장의 요구에 응했다. 곽종군이 일반 외과에 있을 때, 환자의 똥 덩어리에서 호루라기를 꺼냈을 때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던 그다. 다음 날 환자가 병실에서 그 호루라기를 불었을 때조차 개의치 않던 그였다.
“능연 아직 수술 중일 텐데요.”
“불러와.”
주 선생이 낮은 목소리로 하는 말에 곽종군이 눈을 찡긋했다.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차린 주 선생은 핸드폰을 꺼내면서 수술실로 달려갔다.
잠시 후, 능연이 주선생을 따라 들어왔다. 곽종군이 미처 뭐라고 하기도 전에 주 선생은 능연이 마침 수술 하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곽종군은 안심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만 하다면야, 환자의 요구를 최대한 맞춰주고 싶었다.
“능연, 와서 이 환자 좀 보게.”
곽종군이 손짓하며 능연을 불렀다. 하얀 가운을 입은 능연은 조금 지친 듯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 없이 학은 앞에 섰다. 학은은 능연을 보고 감격해서 들고 있는 핸드폰까지 덜덜 떨렸다.
“능 선생님, 우리 사진 찍어요.”
학은은 자기가 찍은 사진을 QQ에 올리면 얼마나 많은 좋아요를 받을지 상상했다.
“화상 치료하라고 부르신 거 아닙니까?”
능연은 곽종군을 바라봤다. 그는 전에 화상 치료를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연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천천히 해요, 천천히.”
학은은 핸드폰을 들고 카메라 보정 어플을 켰다가 끄고, 일반 카메라 어플로 능연과 셀카를 찍었다. 능연의 표정은 침착했고, 곽종군도 그와 같은 표정으로 일단 사진 몇 장 찍고 마취하라고 지시했다.
“마취해야 합니까?”
“발에 화상 입었으니 오염됐을 겁니다. 마취는 금방 풀리니까,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경험 많은 응급 의학과 의사인 곽종군이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같은 말을 조낙의가 했다면, 설득력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학 국장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조낙의가 마취제를 놓도록 허락했다.
“능 선생님이 놔주세요.”
버둥거리던 학은은 아파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조낙의는 어쩔 수 없이 주사를 능연에게 넘겼다. 능연도 거절할 이유가 없어 학은의 발등을 만지면서 신체 진찰 스킬로 확인한 후 바늘을 찔러넣었다.
예쁜 척하던 학은은 준비도 못 하고 있다가 바늘에 찔리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나 능연은 딱히 여자라고 특별히 더 봐주는 것 없이 진지하게 리도카인을 놓고 브러쉬로 상처 면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수포를 처리한 후 연고를 발랐다.
주 선생이 다 뜨끔해져서 학 국장을 바라봤지만, 학 국장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능연을 관찰하고 있었다.
조낙의는 어느새 근처에서 다른 환자에게 데브리망을 하던 레지던트의 일을 뺏어 봉합을 하고 있었다. 학 국장 따님 상처를 맡을 수 없다고 해도, 최대한 얼굴을 드러내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라도 보일 생각이었다.
운화 병원 졸업생인 자신이 운이 좋아 윗사람 눈에 든다면 각종 임시 의료팀에 들어갈 기회가 생길지도 몰랐다.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앞으로 수많은 이점이 펼쳐지리라.
조낙의가 레지던트에게 뺏은 데브리망 환자도 여섯,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길을 가다가 넘어졌는지, 잔모래가 들어간 상처였는데 마취를 끝내고 봉합도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참이라 복잡한 일도 아니었다.
“아저씨가 꿰매는 거 싫어!”
“괜찮아, 이제 안 아프단다.”
엄마의 품에서 진정했던 아이가 갑자기 고함치기 시작했다. 잠시 눈썹을 찡그리던 조낙의가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달랬다.
“오빠보고 꿰매라고 해.”
소녀는 능연을 가리키고는 다시 엄마 품에 고개를 묻었다. 그 말에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 순간, 조낙의는 넋이 나가버렸다. 얼굴을 알리고 싶었으나, 이런 식으로 알리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아저씨가 해도 안 아플 거야.”
“아저씨 눈 작아, 아무것도 안 보여.”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면, 조낙의는 니들홀더를 바닥으로 던졌을지도 몰랐다. 학 국장은 뭔가 생각에 잠긴 듯 턱을 문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