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9화 (38/877)

학은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병상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다친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리고 있으면 부기가 가라앉았다. 이것도 대부분 화상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지켜보는 이유 중 하나였다. 주 원장은 편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집에 병상 설비를 설치해도 된다고 제안했지만, 오히려 학 국장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학은은 마음 놓고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에 남아 QQ에 사진을 대량으로 올리고 있었다. 차단을 계속해도 그의 SNS를 주목하는 사람은 끊이지 않았다.

<운화 병원 최고 꽃미남 의사 만남, 역시나 최고 잘생김>

<남자 의사한테 둘러싸여서 눈물나>

<인생사 새옹지마, 미남한테 치료받는 게 복이지>

신나게 자랑하고 나니, 다리도 덜 아픈 것 같았다. 학은은 자세를 바꿔서 처치실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다 곁에 있던 간호사에게 능연은 언제 오는지 물었다. 학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간호사는 성질을 누르며 안 온다고 대답했다.

“왜요?”

“능 선생님은 늘 수술실에 계시니까.”

“그럼, 언제 나오는데요?”

“안 나와.”

간호사가 그 자리를 떠나려고 물건을 정리하자 학은은 아프다고 소리치면서 그녀를 붙잡았다.

“나오기는 할 거 아니에요. 밥 언제 먹어요? 어디서 먹어요?”

“정말 안 나오신다고. 그냥 수술실 안에서 드셔.”

실망하여 입술을 삐죽이는 학은의 모습에 간호사는 기분이 조금이나마 좋아졌다.

“약 바를 시간이잖아요.”

“내가 가서 물어볼게.”

“수술이 얼마나 많은 거예요. 우리 응급실 환자도 중요한 거 아니에요?”

안 된다고 하지는 않아도, 알았다고도 하지 않는 간호사에 학은이 투덜거렸다. 그 말에 곁에 있던 소녀도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능 선생님은 요즘 수술하느라 정신이 없으셔. 약 바를 시간은 둘째 치고 식사도 겨우 할 정도인걸? 정말 힘드셔.”

“정말 수술이 그렇게 많아요?”

온 집안사람이 위생국에서 일했기에 학은도 어느 정도 병원과 의사의 사정을 알았지만, 간호사의 말은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운화 병원 정도면 의사들이 힘들겠지만 끊이지 않게 수술을 할 수 있었고, 필요한 경우 병원은 수술량을 충분히 제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간호사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능 선생님은 정말 정말 고생하셔. 특히 능 선생님이 아니라면 다른 병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환자들이 많거든. 그러니까 온종일 수술만 하신단다. 하루에 최소 6, 7건 수술하셔.”

“네? 하루에 6, 7건이요? 그러다 죽겠네!”

병원 사정을 잘 아는 학은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내 말이. 하루에 12시간씩 수술하신다니까. 가끔 회진도 해야 하고.”

“오, 회진도 하시는구나.”

투덜거리던 간호사가 너무 말이 길어졌다고 느끼는 순간, 학은은 포인트를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간호사는 상대하기도 싫어져서 쿵쿵 발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학은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잡고 혼자만의 상상에 빠졌다.

간호사의 말대로 능연의 하루 수술량은 6건 이상으로 늘었다. 다른 점이라면, 능연은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수술실에 있는데 힘들게 뭐가 있단 말인가.

수술실은 늘 같은 온도로 유지되는 데다 층류 환기 시스템으로 조금의 약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 안에 있으면 도시의 미세먼지도 모두 피할 수 있는데 말이다.

수술실엔 샤워실, 화장실, 식당, 휴게실도 있었고 항상 청결하게 유지되어 의사와 간호사 열 몇 명 정도는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응급 의학과 수술실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연문빈은 수시로 졸임 채소와 고기도 가지고 왔다. 조림 사업의 범위가 넓어져서, 족발, 허벅지살, 닭발, 오리 날개에 더불어 소고기, 양고기, 소 막창, 양 막창 같은 음식도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생활하는 능연은 전혀 곤란함과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진심 어린 감사가 주는 보물 상자만 아니었다면, 아예 수술실을 벗어나고 싶지도 않을 정도였다.

수술 자체에도 고된 점은 없었다. 의대를 다닐 때도 기회를 잡으려고 새벽에 교수를 따라 해부실에 죽치곤 했는데, 지금은 조수도 있고 잘하면 진심 어린 감사도 얻을 수 있으니 트집을 잡으려야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회진 기술도 점점 늘고 있었다. 회진 시간을 아침 8시에서 12시,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에 배정하니 진심 어린 감사를 얻을 기회가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술 전 시간엔 절대 회진하면 안 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엔 진심 어린 감사를 받을 확률이 0에 가까웠다.

그러한 규칙을 터득한 후, 능연은 열 몇 시간씩 일하면서 하루 평균 보물 상자를 두 개씩 얻었고 금세 두 번째 10연속 뽑기를 완성했다.

스태미너 포션 19병과 단일 항목 스킬북 <절개(펜슬 그립 전문가급)>은 의외의 수확이었다.

핑거팁 그립(전문가급) 절개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에 새로운 수술 방식을 전개하지 않는 이상 절개 기술은 충분했다. 그런데 펜슬 그립(전문가급) 기술을 얻었으니 앞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이 더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얻었다고 해도 본질의 변화는 없었다. 대신 새로 경험한 수십 번의 수술로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굴근건 봉합 수술이 2백 건으로 누적 됐을 때, 능연은 이미 마스터급 탕 봉합 스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실력이 올라감을 느꼈다.

더 정확하게는 두루두루 통달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수부 해부 경험 3천 번에 수술 2백 건, 당연히 새로운 깨달음이 생겼다. 수술 방식이 일정한 탕 법 봉합도 2백 번 하는 동안 새로운 개념이 생겼다. 거기다 전문가급 체격 검사로 수술 전 분석을 하고 마스터급 MRI 판독 능력으로 수술 후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능연에게 수술 환자를 대량 늘려준 현미경 하 신경속막 문합술은 본래 극강 마스터급이었는데 백 건 가까운 수술로 실천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능연의 수술 시스템에 융합되었다. 그는 이미 인류의 수부에 대한 이해가 정상급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시스템, 시스템. 내 탕 법 봉합 스킬 몇 등이야?”

오후 6시, 능연은 그날의 수술을 끝내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창가에 서서 질문을 던졌다.

“체격 검사 스킬은 운화 1등, 창서성 1등, 중국 78등입니다. 앞으로 정확한 탕 법 봉합을 2백에서 3백 건 진행하면 자릿수가 바뀝니다.”

시스템의 대답은 며칠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탕 법 봉합 스킬만 따져도 관련된 기초 임상 기술을 끌어 올릴 수 있으며, 높은 순위에 들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똑같이 어렵기는 해도 말이다.

능연은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운화 병원 의대를 다닐 때 그는 가장 재능 있는 의대생은 아니었다. 보통은 3등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래서 능연은 항상 착실하고 부지런히 배우면서 많이 연습해야 동기를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지금은 이미 자신이 설정한 레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 되었지만, 그런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능 선생님.”

학은이 밀크티 두 잔을 들고 잰걸음으로 그에게 달려왔다. 학은도 수술복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핏이 딱 들어맞는 걸 보니, 학은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수술실에서 엄청난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밀크티 마시고 싶지 않은데.”

“어제는 밀크티 맛있다면서요.”

능연의 단도직입적인 태도에 학은의 웃음이 굳었다.

“어젠 목 말랐으니까 그렇지. 그래도 이왕 사온 거, 두고가.”

능연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학은에게 돈을 보냈다.

“안 마신다면서 돈은 왜 보내는데요.”

학은은 다시 살짝 웃음 지으면서 능연에게 밀크티를 건넸다.

역시 마음 약하다니까.

“오늘 점심은 소 간호사가 사 왔으니까 밀크티 한 잔 사주는 것도 당연하겠지?”

질문하는 듯 올라가는 말꼬리에 학은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소몽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보다 눈이 크고, 가슴도 크고, 다리도 길고······.

학은은 벽에다 밀크티를 던져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시 뺏어 오려고 팔을 뻗었지만, 능연이 긴 팔을 휙 돌려서 막았다. 그의 의아한 표정에 학은은 순간 힘이 쭉 빠져서 얼굴을 붉혔다.

“선생님 드린 거라고요.”

“그래, 받았잖아.”

“그게 아니라!”

고등학생인 학은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몰랐고, 능연은 점점 더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감정을 감춘 적이 없었다. 과거 십몇 년 동안 여자가 자신을 어리둥절하게 할 때마다 솔직하게 그 감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여자들도 합리적으로 해답을 내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학은은 새빨개진 얼굴로 더듬더듬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알려드릴 게 있어요. 적군 정보랄까.”

“적군 정보?”

“네! 번 주임님이요. 곧 연수가 끝나서 일본 박사 한 명이랑 같이 귀국한대요. 번 주임님이랑 선생님 다 탕 법 봉합하는 의사잖아요. 경쟁 상대 맞죠? 제가 도와드릴 수 있······.”

“지금 우리 병원에 탕 법 환자가 넘쳐. 경쟁을 왜 해.”

“번 주임님은 주임 의사고 선생님은 겨우 실습생이잖아요. 선택할 수 있으면 환자들은 다 부주임을 고를 텐데요?”

“지금 환자가 넘쳐나서, 번 주임님이 하다 남은 환자를 보내도 다 못해. 그래서 다른 성에 절지 환자를 보내기도 하는걸? 매일매일 절지 환자가 넘치는데 번 주임님이 연수를 끝내고 돌아온다니 반가운 일이네.”

일 이야기를 하자 능연의 말수가 많아졌다. 능연이 신경속막 문합술을 시작하자 벅찰 정도로 환자가 몰려든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몰랐다.

“그럼 일본에서 온 박사는요? 그 사람도 탕 법 하겠죠!”

어떻게 하면 능연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코치를 받은 학은이 다시 물었다. 그 말에 능연은 머릿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일본 박사라, 하시모토 지로처럼 실력이 있진 않을 테고. 그래도 한 시간마다 손가락 하나 처리할 속도는 되겠지. 그럼 그 일본 박사 한 사람이 하루 평균 18개 손가락을 나눠갈 것이고······.

아, 아냐. 그뿐이 아닐 거야.

일본 사람들은 다 워커홀릭이잖아. 일본 드라마만 봐도 그렇더라. 쉴 때조차 러닝하던데. 그러니까 일본 박사가 하루에 20개······.

아, 아냐. 거기다 박사잖아.

게다가 그 유명한 게이오 대학 박사. 손가락 하나 처리하는 속도가 평균 속도를 넘을지도 몰라. 어쩌면 45분? 40분도 가능성 있겠지. 30분도 불가능은 아닐 거야.

흠, 그렇다면 일본 박사 하나가 하루에 40개 정도의 손가락을 나눠갈 것이고, 번 주임님이 치료팀을 이끌고 하루에 열 몇 시간을 수술하면 수월하게 20개, 30개는 하겠지.

운화 병원의 환자가 아무리 많아도 하루에 처리할 손가락이 60개에서 70개나 될지는 의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번 주임이 환자를 가로채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수술을 못 할지도 몰랐다. 나머지 날들도 지금처럼 수술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

“오늘은 늦었고, 내일부터 일단 수술량을 늘려서 할 수 있는 대로 해야겠어.”

능연은 핸드폰을 꺼내 연문빈에게 전화했다.

“선생님, 내일부터 수술량 늘릴 거예요. 마 선생님한테도 연락해 주세요. 내일 3시부터 수술한다고. 밤에도 한두 시간 정도 더 할 거예요. 그날그날 환자 상태 보고 정해요. 아, 마무리 봉합을 선생님한테 맡길 수도 있어요.”

앞부분을 듣다가 절망으로 턱턱 숨이 막히던 연문빈은 마지막 말에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