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화 공기······. 참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특별하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연수를 마친 번화 부주임이 시내에서 미세먼지를 깊게 들이마시면서 온몸이 편안한 듯 부르르 떨었다.
“특별하긴 하네요.”
게이오 대학 의학박사 우에다 하야토가 마스크를 쓰고 보란 듯이 헛기침해댔다.
“뉴스에서 중국 공기가 안 좋다고 하는 걸 다 믿으면 안 되네. 운화는 바닷가에 있는 도시라 바다에서 바람이 계속 불거든, 공기가 최악은 아니야.”
“그럼 마스크 안 껴도 될까요?”
우에다는 일본사람이라는 자부심, 게이오 대학 출신이라는 자신감에 갓 학교를 졸업한 패기, 그리고 처음 온 나라에 대한 두려움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연하지.”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마음 상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괜찮네. 사실 마스크를 하나 마나 다 똑같아. 온종일 수술실에 틀어박혀 있을 것도 아니고. 어쨌든 운화에서 오래 지내야 할 테니 숨은 쉬고 살아야지.”
예의 갖춰 허리를 살짝 숙여 사과하던 우에다는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가 다시 묵묵히 마스크를 꼈다.
“그럼 차라리 수술실에서 살래요. 제 호흡 기관은 현지 공기에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말게나. 자네가 버틸 수만 있다면 운화 병원 수술실을 온종일 써도 좋다네. 우린 일본처럼 밤에는 수술실을 닫아둘 정도로 여유롭지 못해.”
“비어 있는 수술실을 닫는 것뿐인데요.”
“중국은 비는 수술실이 없어. 음, 삼갑 이하의 병원엔 있을지도 모르겠네. 걔들이야 뭐, 수술을 하나 마나니까.”
번 주임의 말투에 어딘가 거만함이 느껴졌다. 국내에 있을 때부터 작은 병원을 무시해왔는데, 일본에서 연수까지 마쳤으니, 안목이 더 높아진 그의 눈에는 이제 삼갑급 병원도 성에 차지 않았다.
게이오 대학은 아시아에서 유명한 병원이고, 세계에서도 알아준다. 그런데 운화 병원은 어떤가? 고작해야 창서성 안에서 조금 유명할 뿐이었다. 운화 병원의 엘리트 진료과는 국내에서 막강하지만, 북경의 잘난 병원과 비교하면 또 아무것도 아니었다.
번 주임의 목표는 북경이었고 그전에 운화에서 자신의 깃발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언젠가 강호에서 사라져도 전설로 남도록 말이다.
“병원으로 가세. 귀가 따갑도록 이야기했지만, 의사의 전쟁터는 결국 수술실 아닌가.”
“외과의는 그렇죠.”
“무슨 의사든지!”
번 주임은 드라마 속 남주처럼 대범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게이오에서 매일매일 갖가지 어려운 증세를 접하고 매일 8시간 이상 수술하면서 강화 훈련해 온 성과를 우리 동료들에게 보여주자고.”
번 주임은 말보다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우에다는 기운찬 걸음으로 번 주임 뒤를 따랐다.
의학박사 과정을 마쳤지만, 일본에서 수술 기회를 많이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연수 교환 조건으로 번 주임이 일본에서 그를 운화 병원으로 데리고 돌아왔다. 두 사람은 우에다가 운화 병원에서 2, 3년 귀중한 시간을 보내면서 수술 시간과 횟수를 쌓아서 일본으로 돌아가 집도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수부외과는 특별히 차를 보내 두 사람을 마중했다. 거기다 의국에서 두 사람을 위한 간단한 환영회를 열었다. 얼마 전 임시 귀국했을 때보다 자신이 훨씬 강해졌다고 생각한 번 주임은 그런 자질구레한 허례허식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우에다 박사, 운화 병원 안내해 주겠네.”
번 주임은 자신이 일본에 있을 때 상대가 잘 돌봐줬던 것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겨우 몇 달 떠나 있던 운화 병원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응급 의학과의 하찮은 말썽꾸러기는 이제 안중에도 없었다. 일본 만화의 표현을 빌려서 설명하자면, 그, 번화는 이미 탕 법의 완전체가 되었다. 모든 적은 잠시 맡겨둔 전리품에 불과했다.
“소철. 당분간 번 주임 밑에 있게.”
금서 주임이 특별히 그렇게 명령을 내렸다. 소철은 번 주임 진료팀의 주치의이며 번 주임이 키워낸 의사라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번 주임 뒤에 섰다가 입을 다물었다.
공을 세우고 업적을 키울 생각뿐인 번화는 다른 것을 거들떠볼 여유가 없어서 그런 소철의 모습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우리 수부외과 수술실은 아시아 탑클래스 수준으로 만들었다네. 그리고 별도의 수술 층도 있지.”
“병실이 좀 좁긴 하지만,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 병원으로 몰리는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설명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재활실은 수부외과에서 중요한 곳이지. 우에다 박사도 재활 쪽에 조예가 깊지?”
번화는 앞장서서 걸으면서 하나하나 우에다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우에다도 흥분한 얼굴로 앞으로 몇 년간 일할 병원을 바라봤다.
“오늘 재활실에 사람이 좀 많네?”
“다 응급 의학과 환자입니다.”
감탄하는 번화의 말에 소철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응? 모두 능연이 한 수술 환자야?”
“네, 요즘 수술량이 많아서요.”
번화의 말투는 소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무렇지도 않았다.
“수술량이 아무리 많아도 선진 기술이 없으면 황이지. 굳이 환자 살필 필요 없겠네. 탕 법 잘하는 건 알지만 그것도 거기까지야. 고급 기술을 아는 실습생이라도 결국 실습생일 뿐이지.”
껄껄 웃으며 하는 번화의 말에 소철은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저 ‘네’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한 이틀 정도 쉬고 수술은 그다음에 시작하도록 하지.”
번화는 자신감에 넘쳐 한마디 내뱉었다. 이마에 글씨를 새길 수 있다면 그 순간 그의 이마엔 아마 ‘와신상담’이라는 글씨가 나타났을 것이다.
“네.”
“능연은 요즘 하루에 수술 몇 건 하지? 흠, 전에 하루에 5건 정도 했던 거 같은데?”
“맞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더 많습니다.”
“더 많아? 하하하. 응급 의학과에서 신경 문합도 한다고 했던가? 굴근건 봉합에 신경 문합술까지 더 한다니, 하루에 몇 건이나 더 할 수 있겠나. 하하하.”
“8건입니다.”
“응?”
“능연은 요즘 하루 평균 8건 수술합니다. 많을 때는 10건?”
번화가 통역하길 기다렸다가 들은 우에다는 깜짝 놀라서 집에도 안 가냐고 펄쩍 뛰었다.
“거의 수술실에서 살지.”
“중국 수술실 업무량이 그렇게나 많다고요?”
우에노는 멍해져서 마음이 다 뜨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