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2화 (41/877)

능연은 다급한 심정으로 수술을 하고 있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번화가 귀국한 후 능연은 ‘오늘의 마지막 수술’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수술을 대했다.

조금 이름을 알리긴 했어도 그건 의료계 내부에 국한되어 있었다. 거기다 단 두 달의 실적으로 유명세라고 하기에는 턱도 없었다. 같은 조건이라면 트랜스 보내는 병원에서도 능연의 그런 점을 주목할지 모르나, 운화 병원 수부외과 부주임이 뭔가 어필한다면 그들이 누구를 선택할지 자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능연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술하면서 경험을 쌓아나갔다.

그 덕분에 능연은 자신의 실력이 늘고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나하나 봉합할 때마다, 사고 환자를 하나하나 처치할 때마다 새로운 생각들도 쌓여갔다. 그는 오로지 아직 수술할 수 있는 시간 안에 실력을 높이고 굴근건 손상에 대한 지식을 한층 더 쌓아갈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 번 주임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래 능연은 수술실에 처박혀서 살았다.

번 주임 귀국 날, 능연은 수술을 8건이나 했다. 다음날은 기록을 깨고 11건, 그다음 날은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변함없이 10건을 해냈다. 하루 또 하루, 그리고 또 하루.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트랜스되는 환자는 여전히 많았고, 외지에서 오는 환자들도 다 볼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중에 도저히 수술할 조건이 아니거나 형편이 안 좋은 환자는 절지 수술을 선택했다. 그러나 능연이 예상했던 수술 환자가 부족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월요일 아침, 능연은 막 러닝을 마친 몸을 움직이며 간호사가 입혀주는 수술복을 입고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봤다.

“새벽 3시 반, 조금 늦었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제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전형적인 케이스를 쟁취해서 속도를 올리도록 하죠.”

“능 선생. 진짜 열심이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연문빈이 하품하며 말했지만 그는 변함없이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다.

“안 됩니다. 이제 환자가 줄어들면 열심히 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요.”

“그게······.”

“석션.”

연문빈이 미처 뭐라고 하기도 전에 능연은 벌써 메스를 그었다.

“아, 오케이.”

연문빈은 대화하려던 기세가 완전히 사라져서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 하려고 하셨어요?”

근건을 꺼내고 일반적인 수술 스텝에 들어간 능연은 연문빈이 졸지 않도록 수다 서비스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말을 꺼냈다.

“저기, 환자가 더 늘어난 거 같진 않니?”

“그런가요? 판단 근거는요?”

“트랜스된 환자, 외래 환자 다 늘었어. 어제 수부외과 전화도 받았는데? 신경 파열 합병증 있는 굴근건 환자 하나 받지 않겠냐고 말이야. 번 주임님, 하루에 수술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고 들었어. 게다가 다 굴근건 환자도 아니고. 그러니까, 환자 모자랄까 봐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트랜스 환자랑 외래 환자가 왜 늘었는데요?”

능연이 꼬치꼬치 캐묻자 연문빈은 말문이 막혀 입을 닫았다. 그러자 구석에서 둥근 의자를 밟고 있던 소가복이 흠흠 헛기침했다.

“게이오 이름값 때문이지. 다들 몰려와서 번화 연합 진료에 접수하는 사람들 모두 일본 전문가 한번 보자고 몰려온 사람들이야. 다른 성 사람들도 왔대. 환자가 넘쳐서 수부외과 다른 사람들한테도 넘겨주고, 그래도 넘치면 너네 과로 넘기는 거지.”

“환자가 넘친다고요?”

능연이 되묻자 연문빈은 고개를 들어 그의 표정을 살폈다.

“탐나냐?”

능연의 표정이 확 변하더니 휙 고개를 숙였다. 연문빈과 소가복은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능연의 그런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쉽게 볼 수 없었으니까.

앞으로 능연이 속도를 좀 줄이면 개인 시간도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더욱 기뻤다. 연문빈은 시장에도 직접 가보고 싶었다. 족발을 계속 배달받았더니 아무래도 직접 고른 것보다 못해서 중간에 안 좋은 것도 섞여왔다. 특히 허벅지는 품질 차이가 더 크게 나서 직접 고르는 게 마음이 놓였다.

오전 8시, 능연은 잠시 휴식을 선포하고 밥을 먹은 다음 곧바로 재활실로 가서 환자를 살폈다.

휴식 대신 회진하는 것에 연문빈은 이미 익숙해졌고 마연린도 팔자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연문빈은 재활실로 가는 길에 마연린을 위로하면서 동시에 본인도 위로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할 수 있을 거야. 나랑 소 선생이 요즘 환자 많다고 설득했으니까, 알아들었겠지.”

“확실해요? 알아들은 거? 이제 하루밖에 못 버텨요. 오늘도 열 몇 시간 수술하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

“지난주에도 그렇게 이야기했거든.”

마연린이 겨우 눈을 뜨며 하는 말에 연문빈은 자비도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이번엔 진짜라고요. 어, 번 주임님이다.”

마연린은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연문빈이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번 주임을 비롯한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있었다.

“여기가 바로 저희 수부외과 재활실입니다. 한 행장님도 수술 끝나면 여기서 며칠 머무르셔야 합니다. 그리고 별 탈 없는 게 확실해지면 퇴원할 수 있습니다.”

번화는 능연과 일행을 못 본 건지, 아니면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건지 높은 사람에게 재활실을 소개하기에 여념 없었다. 한 행장이라고 불린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심쩍은 듯 물었다.

“얼마나 걸릴까요?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적어도 1주일 동안 푹 쉬셔야 하고, 그다음에 4, 5주 정도 회복기가 필요합니다. 그다음에야 일터로 복귀할 수 있고요, 완전히 다 나으려면 적어도 2, 3개월은 걸리죠. 아무래도 큰 수술이니까요.”

번화는 상대의 표정을 살피면서 그렇게 설명했고, 한 행장은 난처한 얼굴을 지었다.

“1주일 동안 쉬는 건 괜찮은데 회복기가 4, 5주라니, 그건 너무 긴데요. 아시잖습니까, 은행 일이 어떤지. 한 달이나 비울 수는 없어요.”

“최대한 신경 쓰겠습니다. 한 행장님도 협조해 주시면 어쩌면 한 달 정도면 될지도 모릅니다. 더 빨리 회복되는 케이스도 없진 않거든요.”

일단 듣기 좋은 말을 먼저 던진 번화가 말을 이었다.

“행장님 지금 상황이 특별히 심각한 건 아닙니다. 지체하다 보면, 어차피 할 수술 회복만 더 힘들어집니다. 게다가 회복 후 결과도 더 안 좋고요. 이제 더 끌면 안 됩니다.”

한 행장은 여전히 우유부단한 표정이었다. 수술 생각만 하면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손을 못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수술 후 견딜 수 없는 통증, 마취 후 의사들이 최선을 다할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실력이 될지······.

드디어 결정을 내린 한 행장이 번 주임의 손을 꼭 쥐었다.

“금서 주임님 말씀이 번 주임님이 운화 병원 수부외과 굴근건 수술을 가장 잘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인제 와서 서로 빈말할 것도 없겠지요. 번 주임님, 제 손은 이제 번 주임님께 달렸습니다. 수술실에서 나오면 술 한잔 거하게 사겠습니다.”

“수술실에서 나오면 한동안 금주하셔야지요. 하하하. 결정하신 이상, 미룰 것 없습니다. 지금 바로 수술 전 검사 시작하고 내일 아침 첫 수술 하시지요.”

“응? 내일 아침 바로요? 며칠 준비 좀 하는 게······.”

냉큼 손을 마주 잡으며 하는 번 주임의 말에 한 행장이 당황했다.

“제 말대로 하시죠. 지금 바로 검사부터 하고요, 검사 보면서 말씀 나누시지요.”

“그,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전문가가 왔다고······.”

“제 퍼스트 어시스턴트로 세우겠습니다.”

한 행장의 생각을 모를 리 없는 번화는 겨우 설득해서 병실로 들어갔고, 환자를 소개해 준 금서 주임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중하고 배웅하는 이런저런 일을 마친 번화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능연 일행은 벌써 그 자리에 없었다.

“주임님, 제가 세컨 어시할게요.”

사람들이 다 물러간 후에 소철이 작은 목소리로 제안했다. 높은 사람들 수술실에 들어가는 건, 야심 있는 의사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집도의가 될 수 없더라도 어시스턴트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고, 우에다는 중국어를 모르니 퍼스트 어시가 된대도 수술대에서 도울 수 있을 뿐, 환자나 환자 가족과 접촉하는 일은 모두 자신이 하게 되리란 기대가 있었다.

“그것도 좋지. 가서 준비 잘하게. 특히 수술 전 검사, 모두 직접 참여하도록.”

“안심하세요. 금서 주임님이 주임님을 정말 챙겨 주시네요. 두말없이 한 행장을 소개해 주시다니요.”

“굴근건 수술해야 하는데, 나 말고 누가 있다고 그래. 우리 외과 의사는 다 그런 거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하지만, 믿을 건 수술 기술밖에 없어. 앞으로 자네도 실력이 늘면, 사람들이 환자를 알아서 보내줄 걸세.”

자신감이 넘치는 번화의 말에 소철은 당연히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