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행장의 수술 전 검사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금서 주임의 말을 들어보면, 운화 병원에서 수부외과를 세울 수 있었던 것도 한 행장이 당시에 대출해 준 자금 덕분이라고 한다. 즉, 한 행장이 허가해 준 경비로 산 설비로 한 행장의 검사를 하는 셈이니, 그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수술팀도 당연히 할 수 있는 한 완벽함을 도모했다. 일반적인 3급 수술에 의사를 세 명이나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주치의가 세컨 어시스턴트로 대기했다. 거기다 마취과에 요청해서 마취 어시스턴트까지 준비했으니 수술 전 진단은 더욱 착실하게 진행했다.
미리 병원에 도착한 번화는 환자를 만나고 가족을 진정시킨 다음, 샤워를 한 후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침착했다. 결국 참여 인원 모두 전문적으로 움직이면서 수술은 2시간 만에 끝났다.
“수술은 아주 순조로웠습니다.”
번화는 얼굴 가득 자신감이 넘쳐서 가족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병실 탐방과 오더를 내린 번화가 화색을 띤 채 의국으로 돌아가자, 의사들은 일제히 축하 인사를 전했다.
“고맙네, 고마워.”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한 번화가 자리로 돌아가서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부위는 몰라도 굴근건 손상이야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이니까.”
“주임님뿐만 아니라 우리도 자신 있습니다.”
소철의 파워 아부에 번화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주임님, 오늘 정말 멋졌습니다. 봉합 기술 보는데 눈이 다 돌아갈 거 같더라니까요. 굴근건 손상은 정말 따라잡을 사람이 없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추켜세우는 소철의 말에 번 주임은 소리 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문득 능연의 수술을 구경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화는 오늘 수술을 잘했고, 확실히 순조롭기도 했다.
일단 수술 전 준비부터 충분했다. 돈 쓰는 게 두렵고 병원이 허튼 돈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다른 환자들과 달리 한 행장은 돈 걱정이 없었다. 한 행장이 직접 비용을 내진 않아도 모든 비용은 보건국에서 바로 결산해 주니 병원에서 비용 걱정할 일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한 행장은 의료 보험 비적용 수입 약을 쓸 수 있고, 의료 보험이 안 되는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오랜 기간 누적된 신체검사 자료에 소철이 모든 과정을 살피며 조사하기까지 했으니, 번화는 안심하게 수술 전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즉 한 행장의 병세를 완벽하게 장악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다음, 한 행장의 건강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한 행장은 배 나온 서브헬스 상태의 중년 지도자였지만, 그래도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혈액, 내장, 면역 시스템 등 바이탈 사인 등도 정상 수준에 속했다. 수술을 견디기에 양호한 수준일 뿐 아니라 신체 자체가 매우 전형적인 상태였다.
의사들이 가장 익숙한 것도 바로 그런 전형적인 신체였다. 근육이 발달하고 폐활량 10,000, 헤모글로빈 160, 심박 40인 운동선수가 수술대에 오른다면, 절개 후 상황은 둘째 치고 절개하는 데도 시간이 들어 땀을 삐질 흘린다. 마취의가 그를 성공적으로 마취하기 위해 오랜만에 책을 넘겨야 할 수도 있고, 근육 이완제를 몇 배나 더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그에 비하면 한 행장의 수술은 간단한 편이었다. 번화는 절개 후에도 수술 전에 예상한 대로 진행했다. 전자 메스로 절개할 때 바비큐 냄새가 예상보다 진했던 것 외에 모든 것은 별 탈 없이 순조로웠다. 물론, 가장 중요하고, 중요하고 또 중요한 것은 번화의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일본에서 올해만 수술 열 몇 건을 진행했다. 귀국 후에도 비슷하게 해오면서 수부외과 수술만 해도 작은 지역 삼갑 병원 정형외과 의사가 몇 년 동안 수술할 양을 해치웠다.
그러니 한 행장의 수술은 번화가 오랜 시간 동안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며 가꿔온 열매인 셈이고, 포장을 잘해서 논문으로 엮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전에 봤던 능연의 수술을 떠올린 번 주임은 디테일을 조금 더 고민해야 했고, 봉합의 일정 부분은 능연보다 조금 뒤떨어진다고 해도 전체적인 수술은 능연의 수술보다 우수하면 우수했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느긋하게 의국을 나온 번화는 가슴속 가득한 오만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담배를 물었다.
“번 주임님.”
“우에다 박사.”
똑같이 흥분한 것 같은 모습인 우에다가 큰 소리로 그를 부르며 다가가자 번화는 미소 지으며 담배를 건넸다.
“전 담배 못 피웁니다.”
“승리의 담배 아닌가.”
귀국한 이래, 번화는 일본에 있을 때보다 조심스러움이 줄고 패기로워졌다. 게이오에 있을 때만 해도 다른 의사들에게 강제로 뭘 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우에다는 담배를 받아들여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빨자마자 켁켁 기침했다.
“이제 능연 수술이나 보러 가자고.”
“아, 그 하루에 수술 8건 한다는 재능 있는 루키 말씀이신가요?”
호기심에 가득한 우에다의 질문에 번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고민하던 우에다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
“초짜인데 우리 둘이 같이 가면 너무 압박 느끼지 않을까요?”
우에다는 아무래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초짜가 아무리 재능이 넘친들 뭐? 하루에 수술 8건은 대단했지만, 수술은 속도 대결이 아닌데. 안 그러면 수술 실력 평가가 왜 어렵겠어.
우에다는 그동안 대단한 루키들을 봐왔다. 그러나 그들은 목숨 걸고 시험 쳐서 일본의 이름난 병원에 들어간 의사들이 탈바꿈한 존재들이었다. 그에 비해서 운화 병원은 레벨이 너무 떨어졌다. 수술 8건도 의심스러웠다.
“탕 법밖에 못 한다고 해도 굴근건 봉합하는 의사니까. 실력으로는 우리 적수가 될 만할 거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나, 안 그런가?”
번화는 강요하는 기색을 여전히 유지한 채 고집을 피웠고, 일본에서도 고사성어를 배우는 우에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가죠. 연락은 하셨나요?”
“가서 이야기하세.”
번화는 긴말 없이 우에다를 끌고 응급 병동으로 향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응급 의학과 수술 구역에 들어가 수술복과 슬리퍼로 갈아신고 능연을 찾아 수술실마다 돌아다녔다.
치익.
3번 수술실에서 잘생긴 실루엣을 발견한 번화는 바로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능연을 실제로 보는 것이 처음인 우에다는 입구에서 한참 생각하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뭐 하나?”
수술실 문이 잠시 열려 있는 게 큰일은 아니었지만, 우에다의 모습이 프로답지 않다는 생각에 번화는 자신의 체면이 다 구겨지는 것 같았다.
“아, 저는 혹시라도 카메라가 설치됐을까 봐. 왜 번 주임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글쎄,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아, 그런 거 말고요. 순수한 카메라요.”
“그러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알겠습니다. 어쨌든, 그 루키, 참 눈에 띄네요.”
잘생겼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우에다는 왠지 모르게 다른 용어를 선택했고 번화는 콧방귀를 끼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한 세트 봉합을 마친 능연이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보고는 인사했다. 번화도 깍듯하게 인사를 받았으나 서로 대화는 하지 않았다. 능연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제 할 일을 했다.
오늘 그가 하는 수술은 절개상 탕 법 봉합이었다. 환자의 손가락 두 개가 나란히 잘려나갔고, 굴근건, 신경, 혈관이 일제히 파열된 비교적 어려운 수술이었다.
굴근건 손상은 절단, 파열, 압출, 좌상 등 모두 4가지 형태가 있다. 절단은 골절을 동반하는 압출 같은 유형보다 비교적 단순한 편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수술일수록 기술이 중요했다.
우에다는 상처가 잘 보이도록 능연의 사선 방향으로 위치를 옮겼다. 그러자 익숙한 봉합 기법과 또렷한 수술 시야가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 검지 근건에 실이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바늘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우에다는 눈을 껌벅였다.
“후아······.”
우에다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정말 초짜 맞아요?”
“얼굴 보면 몰라?”
번화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마음은 평온하지 못했다. 그는 굴근건 봉합 방면 전문가였고, 예전 능연의 수술 장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의 곁에는 게이오 대학 정형외과 부교수 하시모토 지로가 함께 있었다.
당시, 두 사람은 이미 능연의 동작이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능연의 동작을 보고 있자니 마음속에 놀라움의 파도가 요동쳤다. 단순히 능연의 대단한 봉합 기술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의사가 평생 가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능연의 수부에 대한 지식이었다.
탕 법 봉합 과정 중, 실은 손등 위를 오간다. 그렇게 해야 중요한 신경, 혈관, 근건을 피해서 2차 상해를 막을 수 있으니까. 지난번 수술 때 능연은 가능한 한 멀리 피해서 꿰맸었다. 문제는 없지만, 은연중에 시간도 낭비하고 근건 봉합 강도도 낮추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물론 번화도 자주 쓰는 매우 정상적인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제 능연은 거의 땅에 밀착하여 비행하는 것처럼 손등 가까이에서 바늘을 놀리고 있었다. 바늘의 움직임이 담대한 것은 물론이고, 동작 전에 매번 우선 촉진(觸診)을 하는 모습에 번화는 능연의 모든 동작이 목적을 띄고 정확한 판단 후에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 본 것이 아니고 이야기만 들었다면 웃기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탕 법 봉합 수술 경력 3백 건에 가까운 그도 그토록 담대하게 바늘을 놀리지 못했으니.
눈썹을 살짝 찡그리던 번화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 능연의 수술 횟수를 파악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번화의 핸드폰이 진동했고 메시지를 클릭한 그의 눈앞에 놀라운 숫자가 펼쳐졌다.
482건.
“근건 봉합은 여기까지 할게요. 이제 신경 쪽 신경속막 봉합하겠습니다.”
능연은 고개를 쭉 뻗고 좌우로 가볍게 비틀었다. 간호사는 익숙한 듯 받침대에 올라서 새하얀 거즈로 능연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그 얼굴에서는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 광경을 본 우에다의 뇌리에 저도 모르게 학원물 속 여러 장면이 무수히 스쳤다. 그러고는 온몸의 신경이 착란이 일어난 듯 등허리를 곧추세웠다.
일본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는 번화는 우에다에게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교육열이 더 치열한 일본에서 의대를 들어갈 수 있다는 것, 특히 유명 의대에 들어갈 만한 학생의 학창 시절이 얼마나 무미건조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우에다 하야토는 하시모토 지로보다 조금 더 잘생긴 만큼, 눈앞의 광경이 훨씬 자극적일지도 모른다.
번화는 마음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세상 참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밤새우면서 수술하는 의사 피부가 저렇게 좋다니. 게다가 살도 안 찌냐?
“자, 신경속막 문합술 완성. 이제 중지 굴근건 봉합합시다.”
번화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결국 번화와 우에다는 수술이 끝나기 몇 분 전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술실을 나왔다. 그들은 모두 아시아 정상급 일본 병원의 실력을 잘 아는 의사였다. 준텐도 병원, 동경대 부속 병원, 게이오 대학 병원과도 빈번하게 교류했고, 의사가 상용 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각종 의학 방면 채널은 더욱 많았다. 그런데 능연은 그런 것들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해도 그들은 능연의 동작에서 부족함을 찾아낼 수 없었다. 물론, 억지로라도 부족함을 말하면 어떻게든 한두 개 잡아낼 수 있겠지만, 상대는 실습생이었다. 그런 실습생에게 최고 표준을 적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부족함이 문제가 아니라, 능연이 너무 대단해서 오히려 완벽해 보이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봉합 기술이 너무 훌륭하고, 판단을 내리는 시기가 너무 적절하고, 메스 위치 선택이 너무 탁월하고, 신경속막 문합이 너무 잘되었다. 번화는 마지막에 자신이 본 장면을 떠올리면서 저절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통쾌해서였다.
같은 의사인 능연이 환자의 모든 속막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모습을 보자,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통쾌했다. 한여름에 얼음이 가득한 콜라 두 병을 원샷 하는 것보다 훨씬 짜릿했다.
번화의 신경속막 문합술도 쓸 만한 수준이었다. 환자의 회복기가 좀 길고, 중간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긴 해도, 또 기능 회복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도 있고 운동 기능 평가가 조금 떨어지긴 해도 일반적으로 신경외막 문합술과 신경속막 문합술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능연의 능숙한 속막 봉합을 보고 나니 번화는 큰 차이를 깨달았다.
“정말 하루에 8건씩 수술을 하는군요.”
이제 막 탕 봉합을 배운 상태라 신경 문합술은 아예 못하는 우에다가 심각한 말투로 침묵을 깼다.
“그러게. 매일.”
번화가 껄껄 웃었다. 조금 전 생각했던 걸 떠올려보니 모두 우습기만 했다. 능연의 수술을 보고 난 지금, 그가 매일 수술을 8건씩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게 느껴졌다. 오히려 수술을 그렇게 빈번하게 하는 것이 번화를 해탈하게 한다고 해야 옳은지도 모른다.
‘변태가 노력하는데 변태적인 기술이 생기는 게 당연하지. 능연이 하는 변태적인 노력을 보니까, 재능은 얼마 없을지도 모르겠어. 내가 수술을 저만큼 하면 훨씬 더 잘하겠다. 내가 저렇게 수술을 많이 못 하는 건 내가 시간이나 체력이 없어서 그렇······. 아, 아닌데, 내가 더 잘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일본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부주임 의사는 나라고! 한 번 시작만 하면 세상을 놀라게 할 수부외과 의사는 나라고!’
번화는 고개를 흔들며 단호하게 생각을 멈췄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꺼내 아까 받은 문자를 다시 열었다.
- 능연은 거의 5백 건 가까이 탕 봉합 수술을 했습니다. 우리 예상보다는 좀 많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대단한 정도는 아닙니다.
곁에서 5백 건이란 숫자를 본 우에노는 더 찡그릴 수 없을 정도로 눈썹을 찌푸렸다.
“저렇게 될 수만 있다면 나도 5백 건 하겠어요.”
그 말에 번화는 콧방귀를 뀌었다. 5백 건이면 그가 한 수술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게다가 탕 수술만 한 것이 아니어서 탕 수술만 따지면 5백 건에 한참 못 미치는 3백 건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5백 건까지 하면 능연 같은 수준에 오를 수 있을까?
어려울 것, 아니, 완전히 불가능할 것이다. 번화는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기술은 등산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레벨에 오르면 더 오르기 힘들었다. 1천 미터, 2천 미터까지는 쉽게 오른다. 단지 피로도가 다를 뿐, 신체가 정상인 일반인은 절대 높이가 천오백 미터인 태산을 하루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더 높이 올라가려면? 문제는 피로도만이 아니게 된다. 높은 해발로 인한 추위, 저산소 등 문제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능연은 지금 몇 미터 높이에 있을까? 거기까지 생각하자 번화는 마음이 껄끄러워졌다.
“가서 능연이나 그의 수술 이야기는 꺼내지 않도록.”
“응?”
번화의 갑작스러운 말에 우에다가 의아한 듯 물었다.
“우리는 수부외과 사람이니까, 응급 의학과 일은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번화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기운을 차렸다. 우에다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을 모두 몰아내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일본 대학 병원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했으므로 그는 어느새 중국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수부 상처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는 당연히 수부외과를 먼저 찾겠지. 응급 의학과로는 긴급 수술, 아니면 트랜스 환자만 넘어가니까 우리가 신경 쓸 것은 없어. 우리는 진료 환자만 처리해도 끝이 없다니까.”
가슴을 쭉 편 번화는 우에노에게 설명하는 동시에 자신이 기운 낼 수 있도록 그렇게 말했다.
“자신감을 가지자고. 우린 프로 정형외과 의사야. 우리가 쌓아온 지식이 우리 경험과 함께 끊임없이 발효될 거야. 능연처럼 한 가지 수술밖에 할 수 없는 의사는 서서히 평범한 의사가 된다고.”
번화의 말의 의미를 파악한 우에노는 웃으면서 그를 바라봤다.
“지난번 특별한 환자처럼 말이죠?”
한 행장을 가리키는 우에노의 말에 번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맞네. 내 기억엔, 일본 병원은 그런 특별한 환자를 제일 신경 쓴다지?”
“당연하죠. 특별한 환자가 가져다주는 이점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특별한 환자만 잘 잡으면 돼.”
말로는 우리라고 해도, 마음속으로는 ‘나’라고 생각하며 번화가 미소를 지었다.
“병원을 통해서 들어오는 환자든, 아니면 진료과로 찾아오는 환자든 모두 수부외과로 먼저 들어올 거야. 수부 환자를 응급실에 보내지는 않을 테니까. 특별한 환자를 치료하면서 명성도 쌓고, 끊임없이 명성을 쌓다 보면 더 많은 환자가 우릴 찾겠지, 그렇게 되면 능연이나 능연이 하는 수술은 우리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져.”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능연이 루키라면, 아직 젊겠죠?”
“음. 스물둘? 스물셋 정도겠지.”
“저보다 열 살이나 어리네요. 그 나이에 저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의사 생활이 어떤지는 꿈에도 몰랐다고요.”
아래턱의 수염 자국을 만지던 우에다는 아까 능연의 땀을 간호사가 닦아주던 광경을 떠올렸다.
“10년이 지나도 능연은 모를 걸세. 그땐 우리는 벌써 정상급 수부 외과의가 되어 있을 것이고.”
번화는 묵묵하게 목표를 향해 걸어왔다. 그는 강인한 남자였다. 그렇지 않으면 수부외과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운화 병원 엘리트과의 부교수가 되지도 못했으리라.
번화는 능연의 수술을 못 본 척하기로 했다.
그는 끊임없이 수술을 배정했다. 할 수 있는 한 계속 수술을 진행했으며 하루에 평균 3건을 유지하면서 수부외과에서 근면 성실하다고 찬양받았다.
“주임님, 정말 멋지십니다. 저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자주 어시스턴트를 서는 소철이 그의 기분을 하늘로 띄웠다. 번화는 가장 중요한 부분만 하고 나머지 과정은 대부분 소철에게 넘기곤 해서 소철도 점점 탕 봉합 수술에 익숙해져 갔다. 모두 소철이 듣기 좋은 말을 할 줄 알기 때문이었다.
“아부 그만해라. 네가 내 나이가 되면 더 잘할 거야.”
“말도 안 됩니다. 주임님 손만 봐도 알죠. 피아노를 안 배워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세계 일류 의사 한 명을 손해 볼 뻔했잖습니까.”
“아무튼, 청산유수야.”
번화는 하하 웃으면서 며칠 동안 가득했던 먹구름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번 주임님 손이 참 예쁘긴 해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의사 맞냐고 물을걸요?”
번 주임 수술실에 들어온 기구 간호사는 나이가 좀 들어서 유들유들하게 장단을 맞췄다. 그 말에 번 주임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서 막 사용한 거즈를 던지고 새 거즈를 꺼내 소독약을 묻혔다.
“내가 늘 하는 말이 있지. 의사는 자신감이라고. 특히 외과 의사는 결정을 내릴 일이 천만 갈래잖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다고. 또 시간은 얼마나 촉박해. 그러니까 알아서 결정하고, 또 알아서 그 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자신감이 없으면 안 되는 거지. 외과 의사는 자신감이야.”
“맞는 말씀입니다. 주임님 수술만 봐도 느낄 수 있어요. 동작이 어찌나 단호하신지. 저도 다른 의사한테 자주 말한답니다. 우리가 번 주임님처럼 과감하게 결정을 내린다면 설사 실력이 떨어져도 환자 예후는 좋을 거라고요.”
“맞아, 바로 그거야. 자신감! 자신감이야말로 외과 의사의 재산이지.”
깊이 감동한 것 같은 소철의 말에 번화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 대답을 하는 사이 번화의 눈앞에 누군가 실루엣이 스쳤지만, 그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쫓아냈다.
위잉.
번화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나머지는 맡긴다.”
마침 마무리 부분이었다. 번화는 봉합된 부분을 유심히 살피고는 별문제 없음을 확인한 후 수술복을 벗었다.
소철은 가볍게 대꾸하고 익숙하게 이어받았다. 그는 완전한 탕 법을 진행하기엔 무리였지만, 마무리 수술 정도는 번화가 안심할 정도로 잘해냈다.
얼마 후, 소철의 핸드폰도 울렸다.
소철은 간호사더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더니 화면을 힐끔 보고는 어서 받아 달라고 한 뒤 얼굴을 핸드폰에 가져다 댔다.
“주임님?”
“끝났어?”
“곧 끝납니다. 2, 3분?”
“끝나고 옥상으로 와.”
“아, 예. 이 간, 밖에 시간 비는 의사 있는지 좀 불러줄래요?”
어쩐지 마음이 조급해진 소철은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은 다음 고참 간호사에게 물었다.
몇 분 후, 마무리 봉합을 마친 소철은 환자를 다른 의사에게 넘기고 수술실을 나왔다. 그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곧장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바람도 불지 않는 옥상에 번 주임이 자주 피우는 담배 냄새가 났다. 가까이 가보니 번 주임의 발밑에는 벌써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무슨 일이세요?”
갑자기 큰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소철의 가슴이 철렁했다.
“우리······ 콜록콜록. 흠흠. 우리 매형 손이 잘렸대. 오른손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오는 중이라는군.”
“예? 누가 그런 짓을.”
집에서 쫓겨나면 번 주임이 자주 매형에게 신세를 지는 걸 알고 있던 소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번 주임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 재를 털었다.
“채무 관계. 범인은 잡았어. 지금 중요한 건 손을 살려야 한다는 거지.”
“방법 있으시죠?”
누나의 울음소리 가득하던 전화를 떠올린 번 주임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용두협 공사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래. 두 시간쯤 뒤에 도착할 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수술실 잡으러 갈게요.”
소철이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했지만 번 주임은 입을 다물었다. 소철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
“내가 평소에 너한테 잘해 주냐?”
“태산 같은 은혜를 베풀어 주시죠.”
한참 만에 충성심 테스트용 질문을 내뱉는 번 주임의 말에 소철도 표준 대답을 내놓았다.
“우리 누나 되게 불쌍한 사람이거든. 우리 매형이 회사 한다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10년 동안 빚지다가 이제 돈 좀 보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우리 매형 설계하는 사람이야. 손 못 쓰게 되면 끝장이라고. 철아.”
“예.”
“이따 우리 매형 도착하면 네가 맞이해라.”
“네.”
“그리고 지금은······.”
번 주임은 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능연한테 좀 가 봐.”
“에?”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입 빨아 당긴 번 주임은 연기에 얼굴이 가려졌다.
“내 얘기는 꺼내지 말고, 어떻게든 우리 매형 맡게 해. 그리고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지켜 보고.”
소철은 응급 병동 앞에 초조하게 서서 수시로 시간을 살폈다. 딱 두 시간 후, ‘금노루’ 마크가 그려진 구급차가 응급 통로 앞에 멈춰 섰다. 차 번호판을 확인한 소철은 안심한 듯 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바짝 긴장하면서 차 앞으로 달려갔다.
힐끔 소철을 살핀 응급 의학과 간호사와 초턴은 어쩐지 눈에 익는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런 토도 달지 않았다.
번 주임 앞에서 허리를 납작 엎드리는 소철도 밖에서는 이미 서른 대여섯 살 가까운 중견이었다. 레지던트, 주치의까지는 시간 문제지 늙어서라도 주치의까지는 오른다. 그 후로는 실력 문제라서 계속 주치의에서 머무를 수도 있다.
“정기, 51세. 절단상, 오른손 엄지, 검지, 중지.”
구급차에서 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가 하얀 가운을 입고 나와서 긴장된 얼굴로 불확실하게 브리핑했다. 오는 길에 벌써 응급센터에 환자 상태를 보고했고,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에도 전달됐지만 확인 차원에서 반복한 것이다.
“수부 외상이야. 연 선생님 불러와.”
초턴이 신속하게 환자를 끌어 내리며 재빨리 판단했다. 응급 의학과 업무란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단순하다면 단순했다. 응급 의학과의 주요 임무는 한마디로 환자를 살리는 것이다. 그것을 기본으로 응급 의학과 의사들은 뇌사, 심정지, 호흡 정지, 출혈 과다, 장기 손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환자가 당장 숨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응급 의학과는 환자를 직접 처치할지 트랜스 보낼지 고려한다. 이론적으로 어깨에 칼 맞은 환자를 응급실에서 처치해도 되고, 성형외과로 보내 예쁘게 꿰맬 수도 있었다. 수부 상처도 정형외과 혹은 수부외과로 보내도 되고 직접 처리해도 된다. 아니면 다른 진료과 의사를 응급실로 불러 협진 요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런 판단은 모두 현장에 있는 의사가 내리기 때문에 소철이 그 자리에서 기다린 것이다. 그는 잘 알고 지내던 주 선생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 현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초조하게 대기했다. 자신은 응급 병동 밖에서 기다릴 수는 있어도 주 선생도 그렇게 해달라고까지는 할 수 없었다. 지금은 그저 주 선생이 별다른 급한 일이 없길 바랄 뿐이었다.
주 선생은 당연히 급한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지도 교수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다른 실습생이나 인턴, 레지던트를 불러내 일거리를 넘기면 됐으니까. 그러면 수많은 감사까지 받을 수 있었다. 주 선생은 동료들이 그가 공익에 열성적이라고 칭찬하는 것도 좋아했다.
처치실로 들어가자마자 주 선생이 맞이하는 모습에 소철은 순간 크게 한숨 돌렸다.
“네가 직접 환자 마중?”
“응. 공사 현장에 나갔는데, 빚쟁이가 그 자리로 찾아갔나 봐.”
“일단 그건 됐고. 환자 기본 바이탈은 안정적이야. 출혈도 많지 않고, 핵심은 손가락 절단상인데, 응급 처치하지 말고 바로 수부외과로 보내라고 내가 가서 말해?”
“아, 아니야. 그게 아니라······.”
설명을 끊고 주 선생이 끼어들자 소철은 다급해져서 손을 휘둘렀다.
“아니라고?”
주 선생은 의아한 듯 물었다. 그와 소철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병원에 들어온 동기인 셈이었고, 당시엔 의료 개혁 전이라 같은 과에서 일을 해서 꽤 친한 사이였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사교권이 점점 좁아지다 보니 한동안 덤덤하게 지냈을 뿐이었다. 남의 눈에 띄길 좋아하는 번 주임의 성격을 잘 아는 주 선생의 눈에 바로 의아함이 떠올랐다.
“내 뜻은, 이 환자, 정기 씨를 응급 의학과에서 치료해줬으면 해. 오늘 수부외과가 너무 바빠서 말이야. 게다가 특별 환자가 둘이나 있어서 새치기하기도 그렇고, 그런데 새치기 안 하면 치료가 지체될 거야.”
소철은 낑낑거리며 미리 준비한 그럴싸한 변명거리를 힘겹게 늘어놓았다. 병원에서 특수한 환자란 특수 진료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부분 삼갑 병원은 특수 진료 혹은 VVIP 병실이 따로 있다. VVIP 병실에선 값비싼 병원비를 내는 것으로 환자들은 의료 서비스 이외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그에 비해, 간부 병실은 등급과 관계를 따지고 특수 진료는 등급과 관계를 보거나 돈을 보고 명확한 기준으로 특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 큰 병원에서 다들 오래 기다려 진료 접수를 하지만, 특수 진료는 그럴 필요 없이 주치의 388위안, 주임 500위안이라는 표준 진료비만 지불하면 환자와 가족은 원하는 의사를 지정할 수 있다. 어찌 따져보면, 대리 접수비보다 싸게 먹히는 걸 수도 있다. 의사 하나로 해결 안 되면, 다시 500위안을 내면 원내 전문가 협진을 발의하고 천 위안엔 원외 합동 진료도 받을 수 있고, 이론적으로는 외국 의사의 원정 진단도 불가능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는 대부분 시간 동안 하루 천 위안짜리 병실에서 쉬면서 의사들과 간호사가 뛰어다니며 해주는 검사를 착실히 받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금식하고 화장도 못 하면서 수술을 기다리는 그런 환자한테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고 하면 당연히 불쾌해하지 않을까?
주 선생도 속는 척 그 이유를 받아들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
“번 주임님한테 넘기는 게 치료 효과가 분명히 더 좋을 거야. 우리 응급 의학과에서는 능연밖에 할 사람이 없는 거 알지? 능 선생 환자는 확실히 회복도 잘되고 있고, 수술도 세심하게 잘하지만, 어쨌든 젊은 사람이라 경험이 적잖아. 잘 생각하는 게 좋아.”
“잘 생각했어.”
소철은 그 말 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당연히 번 주임을 선택했겠지. 아무리 그래도 능연의 기술이 번 주임을 넘어설 리가 없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경험 하나만 봐도 그렇다고. 능연은 이제 수술 시작한 지 고작 몇 달인데, 20년 가까이 수술해 온 번화 선생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어.
하지만 번 주임이 직접 수술하려 들지 않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족의 수술은 쉽지 않은 법이다. 지금껏 1/3은 호텔, 1/3은 병원, 나머지 1/3은 매형 집에서 보내면서 지내온 사이인 만큼 임상 판단에 착오를 일으킬 가능성도 컸다.
그렇다고 왜 능연인가에 대해서는 완전히 승복하지 않았지만, 소철은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그의 표정을 본 주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가족 모시고 와. 오더 내릴게.”
“나한테 하면 안 돼?”
“우리 병원 규칙 몰라서 그래? 가족 사인 없으면 우린 수술 못 해.”
다급해진 소철이 나섰지만 주 선생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직계 가족이 안 와서 그래.”
소철은 번 주임 누나가 사인할 때 성을 쓰면 주 선생이 바로 알아볼까 봐 걱정이 됐다.
“그래도 사인은 해야 할 거 아냐. 넌 안 돼.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 거 알지?”
주 선생의 좋은 사람 병이 발동했다. 수술은 100%라는 보장이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소철에게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다행히 정기의 아들이 때마침 도착했고, 소철은 큰 근심을 내려놓았다.
“문빈아, 손님 받아라.”
“네.”
진작에 대기하고 있던 연문빈이 후다닥 뛰어가 정기의 차트를 펼치고 거즈를 열어 상처를 살폈다. 그는 의아한 듯 소철을 봤지만, 뭐라고 말을 하진 않았다.
“앞에 수술 3건 있어서 네 번째로 배정해야겠네요.”
“저기, 연 선생. 앞으로 당겨주면 안 될까?”
소철은 목소리까지 낮춰가며 나긋나긋 물었지만, 연문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네, 안 됩니다.”
“그게 아니라······.”
“흠흠, 연 선생. 철 선생도 너무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야. 환자가 설계하는 사람이래. 그게 수부 봉합이랑 아주 밀접하잖아, 그래서 최대한 빨리······.”
소철이 또 다급해져서 펄쩍 뛰자, 주 선생은 그를 진정시키며 앞으로 나섰다.
“최대한이 안 된다니까요.”
연문빈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 다섯 개를 뻗었다.
“수술 전 준비, 피검사, 화학 검사, 피부 테스트, 제모 이런 건 다 해야 하잖아요. 마취의도 연락해야 하죠? 반지, 목걸이, 팔찌, 이것도 다 처리해야 하죠? 그러다 보면 앞에 수술 3건도 거의 끝날 거예요. 잘못하면 수술이 더 먼저 끝날 수도 있겠네. 그러다가 수술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아무튼, 그런 위험은 감수 안 할래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도 다 의사라 당연히 연문빈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즉, 수술 준비하는 시간이나 앞에 수술 두 건 하는 시간과 비슷하니 수술할 시간을 비워 두겠다는 건 아무리 들어도 타당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소철이 듣기엔 그야말로 헛소리였다. 그는 가릴 것도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능 선생은 다 굴근건 수술하는 거 아니야? 굴근건 수술 한 번이면 두 시간 넘게 걸리잖아. 세 번은 일고여덟 시간이나 걸리겠네.”
“그렇게 해서 하루에 수술을 몇 건이나 하겠어요.”
연문빈은 긴말 없이 수술 배정표를 주머니에서 꺼내 소철에게 건넸다. 수술 배정표에는 시간과 수술 명칭 그리고 수술실 참여 인원이 적혀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보니 7칸에 적혀 있는 수술 명칭에 3건이 지워져 있었고, 뒤에 2건이 추가되어 있었다.
“능 선생은 오늘 수술 7건 계획이었다가 임시로 2건이 늘어났어요. 선생님 환자까지 더 하면 모두 10건이죠. 그런데 수술 하나에 두 시간이면요? 사람이 잠은 자야죠, 안 그래요?”
연문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하품을 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