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받고 닥터스 오더를 내린 연문빈은 다시 다급하게 수술실로 돌아갔다.
잠시 후, 왕가가 나와서 환자의 수술 전 준비 상황을 순서대로 체크했다.
“아까 그 연 선생 어디 있나요?”
“연 선생님은 수술 중인데요? 어느 과 선생님이세요?”
갑자기 다가온 소철이 다급하게 묻자, 왕가는 의사 가운을 입은 그를 힐끔 쳐다봤다. 그러곤 어쩐지 눈에 익는다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운화 병원에 소속된 의사는 천 명이 넘고, 수백 명 넘는 실습생과 연수의가 번갈아 가며 근무한다. 거기에 간호사는 더욱 많아서 총 인원이 가볍게 3천을 넘었다. 누구나 알 정도가 되려면 곽종군처럼 고급 불화살이거나, 능연처럼 완벽하게 생기지 않으면 어려웠다.
“수부외과 주치의 철북입니다. 제 친척이라서요, 연 선생한테 상황 설명 좀 하려고.”
아무것도 아닌 소철을 다른 과에서 못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니 그는 담담하게 사정 설명을 했다.
“특수한 거 있으면 쪽지에 써서 남겨 주세요. 제가 전해드릴게요. 아니면, 바로 연 선생님한테 위챗 보내셔도 되고요.”
왕가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제 할 일을 했다. 정신없이 바빠 보이는 모습에 소철도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그 후 번 주임 누나를 비롯한 친척을 위로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상황이 이 정도면 좋은 편이에요. 능 선생은 우리 병원에서 아주 대단한 의사거든요. 능 선생이 하는 수술은 성공률도 높습니다.”
왕가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간호사는 의사에 비해 업무량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거기다 책임도 막중했다. 일일이 약물 대조하는 일만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빼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링거를 잘못 꼽는 건 병원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이라 대부분 큰 문제 없이 해결되지만, 가끔은 구급 장치를 꺼내야 할 만큼 위급한 일도 일어난다.
왕가는 정기의 수술 준비와 링거를 체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다른 환자 두 명도 체크해야 했다. 능연의 빈번한 수술로 그뿐만 아니라 온 응급 의학과 수술실 전체가 덩달아 바빠진 터였다.
연문빈과 마연린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의 매일 업무량은 부담이 조금 덜할 뿐 결코 능연에 뒤지지 않았다. 원래 네 칸밖에 없었던 응급의학과 수술실이라 업무량이 많지 않았지만, 능연이 높은 빈도로 수술실을 돌리는 바람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져서 순회 간호사를 비롯해 모든 사람의 작업량이 따라 늘었다.
마취과 마취의도 한 명 더 파견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응급 의학과 사람들은 능연으로 인해 바빠진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했다. 적잖은 수술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의사나 간호사는 원래 바쁜 직업이라 바쁜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도 타고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바쁨 속에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리더의 칭찬을 받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 환자의 감사를 얻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 경험 때문에 바삐 움직이는 사람, 그리고 동료의 찬사를 위한 사람도 있고 환자 가족의 주먹을 맞으려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능연 밑에서 움직이면 가장 힘든 점이 수술이 많다는 것이고, 가장 좋은 점도 수술이 많다는 것이었다. 수술은 등급과 횟수로 돈이 되니 말이다.
굴근건 봉합 같은 수술 한 번에 능연은 500위안 가까이 벌고, 퍼스트 어시스턴트가 150위안, 마취의와 간호사 두 명이 각 30위안 번다. 그다지 큰돈이 아닌 것 같아도 능연의 수술 빈도를 따지면 절대로 적지 않았다.
연문빈과 마연린은 수당으로 이미 충분할 정도로 벌었다. 매일 평균 수술 4번으로 600위안을 받고 한 달 모으면 2만 위안 가까운 금액이 된다.
마취도 한 번에 30위안이라 크지 않지만, 하루에 능연을 따라 5번 수술실에 들어가고 가볍게 두세 번만 끼워 넣어도 한 달에 6, 7천 위안은 벌었다. 간호사들은 아무래도 수술 전 수술 후 준비가 있어서 들어갈 수 있는 수술이 더 줄어들지만 그래도 매달 4, 5천 위안은 더 벌 수 있으니 바쁜 만큼 얻는 것도 있었다.
능연의 수술실에 들어가지 못하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어차피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상 더 편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최악은 초짜 의사 수술실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절개만 30분 이상, 수술은 세 시간 이상, 구원 투수 찾는 데만 2시간. 관절염이 재발할 정도로 서 있어 봐야 고작 2급 수술비를 받을 뿐이니. 그러니 능연의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는 건 가치 있는 일이었다.
연문빈과 마연린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다른 인원은 자유롭게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으니 지금 상황으로는 너도나도 능연의 수술실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그 때문에 많은 의료 요원들도 바삐 움직였다.
안절부절못하던 소철은 결국 주 선생을 붙잡고 수술실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가족 친지 수술은 직접 하지 않고 수술실에 배석하는 의사들도 많고, 그걸 아주 싫어하는 의사도 많아서 그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 일도 많았다.
소철은 그저 주 선생이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면서 그렇게 부탁했고, 주 선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소철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사이 그는 따듯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 싶으면 보면 되지. 능 선생 수술은 참관하는 사람도 많아. 이야기하거나 떠들지 말고 조용히 있기만 하면 돼. 그리고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모두 5명이야. 인턴이나 실습생이 우르르 들어갈까 봐 새로 만든 규정이야.”
“알겠어. 역시 사람 좋은 주 선생은 달라. 너 아니었으면 혼자 폴짝폴짝 뛰고 있을 뻔했어.”
“넌 의사니까 들어갈 수 있어도, 다른 환자 가족은 못 들어간다.”
“당연하지.”
소철은 가슴을 탕탕 내리치며 바로 준비하러 사라졌다. 혹시라도 모를 감염을 피하려고 소철은 목욕하고 속옷도 갈아입고 깨끗한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다음에야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시간도 알맞았다.
수술실 안에 MRI 사진이 두 장 걸려 있었다. 능연은 아직 수술복을 입지 않은 채 손을 씻으며 필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필름을 충분히 살핀 다음에야 고개를 돌려 소철을 힐끔 바라봤다. 능연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인사를 하거나 질문을 던지진 않았다. 퍼스트 어시스턴트 자리에 선 연문빈도 소철을 알아봤지만, 소리를 내지 않았다.
“메스.”
연문빈에게 환자의 손을 들어 올리도록 지시하고 능연은 바로 펜슬그립으로 메스를 잡고 수술을 시작했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유일한 기술인 핑거팁 그립도 전문가급이라 절개구를 열기엔 나쁘지 않았지만, 정밀한 작업을 할 땐 조금 부족함이 있었다. 진심 어린 감사를 받고 얻은 새로운 기술인 전문가급 펜슬그립 기술은 수술 중에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게 해주었다.
전문가급 펜슬그립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펜을 잡는 것처럼 메스를 잡는 기술이었다. 그렇게 잡으면 큰 힘을 주기 어려웠지만, 작은 상처를 내는 데 아주 유용했다.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정기는 오른손가락 세 개가 잘려 있었지만, 봉합을 하려면 더 많이 드러내야 했다. 소철은 능연의 동작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시작 위치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메스 잡는 기술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이 정도 기술이면 차라리 수부외과 고수한테 부탁하는 게 낫지 않나. 굳이 탕 봉합을 하지 말고 말이야.
“당겨주세요.”
능연의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순식간에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오케이.”
연문빈이 대답하자 소철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능연이 팔을 뻗어 근건을 끌어내는 것이 보였다. 선임 주치의 소철의 시선이 순식간에 능연의 동작에 집중되었다.
졸여진 고깃덩이 안에서 비계를 정확하게 집어내는 동작이 지금 능연이 한 동작만큼 어렵다고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그 과정에서 고깃덩이가 뭉개져서도, 흩어져서도, 비계를 빼낸 자리가 비어서도 안 됐다. 그리고 국물이 조금 묻을 수도 있고, 비계가 조금 손상될 순 있어도 그 안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
물론 그 전에 육즙과 고깃덩이를 MRI나 컬러 CT를 찍을 수는 있다. 하지만 소철이 아는 바에 의하면 대부분 수부외과 의사는 이를 맨눈으로 찾곤 한다. 능연처럼 하는 것이 멋지고 시간도 절약되고 환자에게 손상도 적지만, 결정적 핵심 동작은 아니었다.
굴근건 봉합의 핵심은 여전히 봉합과 봉합 강도에 있었다.
“미친.”
소철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제 탕 봉합을 배우는 그로서는 해결하는 데 20분 넘게 걸리는 근건을 능연이 2분 만에 바로 해결해 버리자 그야말로 분통이 터졌다.
대체 어떻게?
소철은 마스크와 루페로도 가려지지 않는 능연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대체 왜?
능연은 다시 메스를 놀려 근건 한 가닥을 꺼냈다. 메스를 놀릴 때마다 근건을 꺼내고, 꿰맨 후 돌려 넣었다.
그 순간, 소철은 옥상에서 피어났던 담배꽁초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