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잊지 말고 재활하셔야 해요.”
수술을 마친 능연이 오더를 남겼다.
환자 상황에 따라 재활을 시작하는 시간이 달랐는데, 언제 시작할지는 대부분 근건 봉합 강도에 달려 있었다. 집도의가 근건 봉합이 단단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다음 날부터 재활을 시작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조금 늦게 시작한다.
재활을 일찍 시작하면 봉합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늦게 하면 유착 위험을 안고 가야 한다.
능연의 오더에 소철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적어도 근건 강도는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수부외과 표준에서 보면 적어도 기본은 한 셈이었다. 근건이 끊어지지만 않으면 문제없다.
능연의 수술 과정을 다시 떠올린 소철은 기본만 추구하는 자신의 태도에 스스로 상처를 입었다. 번 주임 밑에서 탕 법을 배운 지도 몇 년 지났고,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한 것도 일 년은 되었는데 지금까지 탕 법으로 집도할 기회가 없었다. 번 주임은 그의 봉합이 ‘양호’ 이상에 달해야 기호를 주겠다고 했는데 탕 봉합으로 ‘양호’라는 테스트 결과를 내려면 봉합 과정을 통틀어서 아주 세밀한 점까지 다 챙겨야만 했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표준에 닿을 수 없었고 소철도 딱히 다급해하지 않았었다. 원래부터 고난도 기술이었고, 운화에서 창서를 통틀어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몇 없으니까.
소철은 지그시 능연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조금 전 수술 광경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는 번 주임의 수술과 비교하다가 더는 떠올리지 말자는 생각에 맹렬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구체적으로 몇 시에 시작하면 되겠나?”
능연의 뒷모습이 몹시 엄숙해 보인다고 느낀 소철은 고개를 돌려 연문빈에게 물었다. 연문빈은 괴이하게 미소 지었다.
“새벽 5시가 가장 빠르죠.”
“응? 새벽 5시에 재활을?”
“전엔 새벽 3시였는데, 환자나 가족들이 잘 안 따르더라고요. 그래서 5시로 바꿨더니 조금 나아졌어요.”
그 문제에 민감한 능연은 거의 문 쪽까지 갔다가 고개를 돌려서 한마디 보탰다. 소철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연문빈을 바라보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3시든, 5시든 그렇게 일찍 재활하는 의미가 있나?”
“재활실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죠.”
능연이 소철을 힐끔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응급 의학과 환자로 수부외과 재활실이 만원이잖아요. 재활실을 늘리거나, 아니면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거나. 그게 안 되면 수술을 멈출 수밖에 없어요.”
“아아아.”
소철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수부외과에서 응급 의학과가 사용하게 해준 공간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래도 재활실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쓸 수 있고, 매일 한 사람당 재활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라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그때는 능연이 하루에 수술 10건을 할 줄 몰랐다. 계속 이런 빈도로 수술을 한다면, 재활실 하나를 늘린대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소철의 진료팀이 일주일에 수술 10건을 해내면 축하 파티를 할 지경이었다. 한 달에 수술 30건이 진료팀 하나에서 맡을 수 있는 최대 수술량이었다. 다들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여러 방면의 요구를 만족시키면서 의사들의 지표도 채울 수 있는 적정선.
아마 수술 30건을 하는 데 고작 사흘 걸렸다는 걸 업계 사람이 들으면 그 의사를 수술광이라고 말할 것이다. 수술광은 창서성이든, 북경이든, 의국 자원을 갉아 먹는 괴수로 취급했다.
혹은 수술광이 날뛸 수 있으려면 그만큼 의국에 자원이 따라줘야 한다고 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동념국(蕫念國: 중국에서 처음으로 심장 이식을 한 의사)은 예전에 심장 수술을 100건 이상 한 적 있는데, 그 뒤, 그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병원을 연달아 바꿨다. 수술 10건만 해도 ‘세상의 왕’이라고 고함치며 몸값을 높일 수 있다.
중국의 심장질환 환자가 많고, 병원 수준이 더 높았다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심장 이식 수술을 했을지도 모른다.
수술광들은 그만큼 현실에 제약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능연은 재활실이 제약이었고, 그 문제가 해결되면 수술실 부족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능연을 힐끔 본 소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환자를 5시에 불러내 재활시킨다고 재활실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 텐데.”
“네, 한 시간 일찍 부른다고 큰 효과는 없더라고요. 그런데 3시로 당기니까 다들 지각하거나 아예 안 나와서요.”
소철은 능연의 얼굴에 가득한 고뇌하는 표정을 똑똑히 봤다.
‘네가 뭘 고뇌해? 응? 네가 뭘 고뇌하냐고?’
소철은 속으로 고함쳤다.
“철 선생님. 수부외과에서 이 문제를 좀 해결해 주시면 안 될까요?”
연문빈의 말에 소철은 힘껏 고개를 저었다.
“우리 수부외과에서 얼마나 큰 면적을 내줬는데 그래. 게다가 조금 더 내준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잖아.”
“곽 주임님한테 요구해서 옛 창고방을 개조하고 있습니다. 개조가 끝나면 저희 재활실도 넓어지니까, 일부분 수부 외과에게 넘겨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럼 내일 아침 5시에 재활실에서 보자고!”
소철은 수술대에 누워 있는 정기를 힐끔 보고는 줄행랑을 쳤다. 능연도 더 깊게 생각하기 귀찮아져서 고개를 돌려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 다음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술실에서 나와 옆 수술실로 들어갔다.
오히려 연문빈이 소철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곁에 있던 소가복을 바라봤다.
“소 선생님, 이 환자 이따 회복실로 가죠?”
“당연하지.”
“환자 깨어나면 바로 저 좀 불러주시면 안 돼요?”
“뭐 하게?”
자주 능연의 수술실에 들어오면서 연문빈하고도 친해진 소가복이 실실 웃는 얼굴로 장난을 쳤다.
“우리 회복실 규정이 얼마나 엄한데, 네가 할 일 없을걸?”
마취 후 모니터링 치료실이라고도 불리는 회복실은 이름은 거창해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고급 버전인 PACU는 ICU(중환자 집중 감시실)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시설을 갖춰서 꾸릴 수 있고, 운하 병원 수술 층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침대 20개짜리 회복실은 자본금만 천만 위안이 넘는다.
응급수술 구역에 딸린 PACU는 침대가 다 해서 4개뿐이라 그렇게까지 호사스럽지 않았다. 그 회복실은 초기에 침대도 딸랑 두 장에 모니터링 기기 세 대와 대량 약물밖에 없어서 기기설비 지출을 따지면 10만 위안도 안 될 수 있다.
능연의 수술량이 늘어난 이래, 회복실도 조금씩 확장되어 침대가 6개으로 늘었고 모니터링 기기나 간호사, 마취의 수도 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용이 더 많이 들지도 않았다.
“소 선생님. 족발 두 개로 선생님 정보 살게요.”
“오늘은 의자 네가 치워.”
알랑거리며 웃는 모습에 잠시 고민하던 소가복은 그에게 제안했다.
“콜.”
수술 몇 건을 끝낸 후, 연문빈은 소가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재빨리 수술 전 설명을 마치고 바로 회복실로 달려갔고, 정기가 머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정 선생님. 느낌이 어떠신가요?”
“아······ 나는······.”
형식적으로 하는 연문빈의 질문에 막 마취에서 깨어난 정기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횡설수설했다.
“번 주임은? 번화가 직접 수술했나요?”
“선생님, 번 주임님 아세요?”
연문빈의 눈이 번쩍 커졌다.
“제 처남입니다. 좀 불러주시겠어요? 그리고 제 아내는 어디 있죠?”
“먼저 사람 불러서 병실로 모셔다드릴게요.”
간호사에게 몇 마디 지시사항을 남긴 연문빈은 그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는 능연의 번호를 찾다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손가락을 계속 굴려 곽종군의 번호를 찾아내서 싱긋 웃은 채로 번호를 눌렀다.
“곽 주임님, 제가 누굴 만났는지 아십니까?”
흰 가운을 걸친 번 주임은 ‘마침 우연히’ 재활실을 지나다가 안으로 들어가 일찍 일어난 환자 몇 명이 괴로운 듯 재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정기가 그 안에 있었고, 그의 곁에 번 주임 누나인 번금월도 있었다.
“느낌이 어때요?”
침상 관리 의사가 방을 나간 것을 확인한 번 주임이 재빨리 다가가 물었다.
“모르겠어. 수술 끝낸 지 12시간 만에 재활하다니, 이래도 되는 거니? 네가 추천한 그 의사 믿어도 되는 거야?”
“쉿.”
번금월은 기분이 별로인 듯 감정을 누르고 물었다. 그 말에 번 주임은 주위를 살피며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응급 의학과에서 내 얘기 꺼내지 말라니까.”
번금월이 콧방귀를 뀌자 번 주임은 한숨을 내쉬었다.
“능연이 수술 실력이 별로라면 내가 뭐하러 이렇게까지 귀찮게 하겠어.”
그다지 입에 올리기 싫은 화제였지만, 누나와 매형을 설득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직접 수술하지 않은 사실만으로 누나는 이미 기분 나빠하고 있었고, 번 주임은 그런 누나가 오해할까 봐 걱정스러웠다. 평소와 달리 냉정함을 잃은 번금월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제 막 수술을 끝냈는데 바로 재활하라니, 이게 말이 되냔 말이야.”
정기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번 주임을 바라봤다. 원래 수술 다음 날은 가장 괴로운 법이었다. 정기는 지난 밤 내내 끙끙 앓다가 마취가 풀린 다음 또 몇 시간 동안 괴로워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재활하라니. 사람이 초췌해져서 말이 아니었다.
“하루만 미루면 안 돼? 너희 의사들은 정말 다른 사람의 입장은 생각 안 하는구나.”
번금월의 원망하는 말투에 번 주임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정상적인 재활은 24시간 뒤에 시작하는 거야.”
“뭐? 그럼 그 어린놈이 악의적으로 그런 거야?”
“누님, 앉아요. 좀 앉아. 내 이야기 좀 들어보라고.”
번 주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나를 끌어 앉혔다. 번금월은 기분이 풀리지 않는 듯 자리에 앉았고, 정기도 미간을 좁힌 채 엉덩이를 들썩여 가까이 앉았다.
“지금 재활을 시작한 건 나쁜 일은 아냐.”
할 수 없다는 듯 번 주임이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번금월은 눈썹을 치켜들고 그를 바라봤다.
“봉합 수술을 마치고 12시간 만에 재활하는 건 위험하긴 해. 꿰맨 근건이 파열될 확률이 높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재활을 시작하면 24시간 뒤에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야. 손이 유합되는 걸 막을 수 있거든.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지금부터 훈련하면서 근건이 파열되지만 않으면 수술 후 회복이 더 잘된다는 거야.”
거기까지 말한 번 주임은 잠시 말을 멈추고 누나 부부를 바라봤다.
“왜 나쁜 일이 아니라고 하냐면, 집도의가 나보다 매형 상태를 더 잘 아니까, 12시간 만에 재활을 시킨 건 자신이 있단 말이지. 그러니까 봉합 상태에 자신이 있단 소리야. 맞지?”
“그러다가 근건이 파열되면?”
“그럼 재수술해야지. 그런데 다시 봉합할 땐 강도가 처음이랑 달라져. 손가락 운동 능력이 표준에 못 미칠 거야.”
거의 설득 되어가던 번금월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
“네가 집도의라면 어떻게 할 건데?”
사실 번 주임도 그 문제를 고민했었다. 그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집도의라면 36시간 뒤에 재활을 시켰을 거야.”
“응? 그건 또 왜?”
“봉합된 근건이 파열될까 봐.”
번 주임은 정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일반 환자가 매형처럼 다쳤는데 수술에 문제가 없다면 보통 30시간 정도 있다가 재활을 시켜. 하지만 내 환자라면 이익을 좇고 피해를 피하려다가 오히려 가장 좋은 결과를 못 이룰 때도 있지.”
누나 부부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손이고, 자신의 생활을 결정해야 한다면 누구라도 모험하지 않으려 들 것이다. 손이 유합될 수 있는 위험은 상대적으로 그다지 급박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결과가 된다고 해도 아예 받아들이지 못할 일은 아니었으니까.
의학에 대해 모르는 두 사람뿐만 아니라, 번화가 선택한대도 아까 그가 말했던 것처럼 유합 위험보다 파열 위험을 우선 생각할 것이다. 걱정이 많아서 오히려 생각이 많아진다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다.
가족의 처지에서 생각하다 보면 아무래도 냉정해지기 어려우리라, 번화는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수술에 참여하지 않아서 자세한 상황도 모르고 근건 봉합 강도, 좌상 유무도 모르니 도무지 뭐라 판단하기 어려웠다.
“집도의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제일 좋아.”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번화가 결국 그렇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능연의 수술 장면 동영상과 마지막으로 봤던 수술 장면이 떠올랐다.
탕 봉합은 원래부터 봉합 강도로 이름난 수술로, 강도의 우세를 충분히 발휘하려면 최대한 빨리 재활을 시작해야 한다. 전통 봉합법은 보통 사흘 후부터 재활을 시작하고 빨라도 이틀은 걸리는데 유독 탕 봉합은 24시간 만에 시작한다.
그리고 능연은 재활 시간을 당기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전통을 중시하는 수부외과였다면 12시간은커녕 24시간도 통과될 리 없고, 잘못하면 온 의국 환자에게 같은 재활 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 그것은 관료주의가 불쑥 튀어나오는 대형 병원의 고질병이기도 했다.
너무 멀리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고 번화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오히려 생각이 정리된 느낌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누님, 매형. 이번에 수술한 능연이라는 의사, 젊어 보여도 같은 수술을 수백 번이나 한 의사예요. 내가 아는 한 수술 후 파열 증상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끊어지지만 않으면 일찍 하면 할수록 좋다는 거지?”
매형의 질문에 번화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뭐.”
정기는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남편이 마음을 정하자 번금월도 길게 숨을 내쉬더니 눈가를 훔쳤다.
“그럼 재활 열심히 해서, 빨리 회복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네.”
“음. 그러자고.”
정기가 손을 달달 떨면서 웃는 모습에 번화도 따라 웃었지만, 속으로는 아예 예전처럼 회복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입에 올릴 수는 없었다.
번화는 누나 부부가 안정되길 기다렸다가,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치면서 재활을 함께 진행했다.
수술 후 조기 재활은 단순해서 피동적인 움직임 위주였다. 아니면 구부리고 펴는 동작이거나. 하지만 마취가 풀린 환자들이 통증을 호소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재활 동작을 완전하게 해내지 못하곤 했다.
한 세트를 함께한 번화는 재활 간호사에게 당부의 말을 마친 다음에야 의국으로 돌아갔다.
응급 의학과에서 탕 법 수술을 한 환자는 수부외과 재활실을 빌려 쓰니, 그곳에 있는 간호사도 모두 수부외과 사람이었다. 번화의 친척이라는 말로도 극진한 대우를 받을 게 분명했다.
재활실을 나온 번화는 기분이 조금 좋아져서 부하 몇 명을 데리고 회진할까 고민했다. 그렇게 느긋하게 걸어가던 중, 번화는 머리가 반짝거리는 곽종군과 마주쳤다.
눈썹을 치켜뜨던 곽종군은 곧 환하게 웃으며 ‘마침 우연히’ 그곳을 지난 척을 했다.
“곽 주임님.”
“친척 보러 온 겐가?”
이상하게 뜨끔해진 번화가 인사하자 곽종군은 미소를 지었다.
“네.”
뻔뻔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번화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곽종군이 다시 미소 지었다.
“안심하게. 번 주임 친척이라니, 당연히 우리가 신경 써서 보살펴야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당연한걸. 암, 당연하지.”
곽종군은 웃는 얼굴로 마네키네코(복을 부른다는 일본 고양이 인형)처럼 팔을 흔들며 번화를 눈으로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