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7화 (46/877)

아침 7시, 이미 수술 한 건을 끝낸 능연은 맑은 정신으로 수술 구역을 나와 재활 구역으로 향했다.

수지 굴근건 회복은 수술 이후가 매우 중요하기에 의사들이 그를 매우 중시했다. 운화 병원 수부외과 재활실엔 재활 의사가 따로 있어서, 외과의는 오더를 내린 다음엔 걱정 없이 환자를 맡겼다.

하지만 능연은 그래도 일부러 재활실을 찾아 회진도 하고 그 김에 ‘진심 어린 감사’도 받아갔다. 그는 재활 중인 환자가 ‘진심 어린 감사’를 보낼 확률이 더 높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재활실을 한 칸 한 칸 지나는 동안 능연은 벌써 초급 보물 상자 두 개를 획득했다. 상자를 받을 때마다 능연은 바로 상자를 열어 스태미너 포션을 추가했다.

우에다가 병원에 온 이래 능연은 빠른 속도로 100건 가까이 수술했고, 그 결과 23개 보물 상자에서 모두 스태미너 포션을 얻어 총 72개를 모을 수 있었다.

방금 얻은 것까지 포함해서 이제 74개가 되었다. 능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주머니를 툭툭 쳤다.

복도 양쪽에 간호사,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앞다퉈 능연에게 인사하자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만난 사람들이야 누구나 강한 인상을 받지만, 그가 모든 이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저 일반적인 예의만 갖췄고, 그것 때문에 미움을 받는데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능 선생님.”

“어제 손가락 세 개 다친 환자시군요. 어떤가요?”

번금월이 능연을 보자마자 남편을 봐달라며 불렀다. 능연도 가는 김에 그쪽으로 다가가 차트를 힐끔 봤다. 그러더니 누군지 알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정기는 5시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힘겹게 움직이고 있다가 이를 악물면서 아프다고 소리를 냈다.

“진통제를 쓸 수 있지만, 진통제를 쓰면 통증은 느껴지지 않아도 오히려 과도하게 움직인 느낌이 들 겁니다. 벌써 운동 끝내신 건가요?”

“운동했어요.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봉합이 잘됐다는 거죠?”

번금월이 다급하게 묻자, 능연은 정기의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을 누른 다음에 다시 퉁겨 올라오는 걸 보니 기본적으로 문제는 없습니다. 멈추지 말고 재활하세요.”

“네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재활하면 손가락이 원래대로 돌아올까요?”

번금월이 번 주임의 누나이긴 해도 다른 의사 앞에서는 여전히 약한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미 번 주임에게도 물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받지 못한 터였다. 통증으로 이를 악물던 정기는 그 물음에 귀를 쫑긋 세웠다.

“아직 모릅니다. 환자분처럼 심하게 다친 상태에서 원래대로 완전하게 돌아가는 건 어려울 수 있어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능연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순간 정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수부 통증이 주는 자극도 줄어든 것 같았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손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로 버티고 있었는데, 집도의의 대답은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회복, 손, 손 회복이 아주 잘된 다른 환자도 있던데요? 다른 의사한테도 물었는데, 12시간 만에 재활을 시작한 건 좋은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번금월은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 하다가 동생을 떠올리고 덧붙여 물었다.

“네, 좋은 일이에요. 유합 문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있죠. 유합은 수부 수술 후 가장 골치 아픈 후유증이거든요.”

능연이 자신 있게 말하자 번금월의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

“다른 환자한테도 물었는데, 3, 40시간 후에 재활을 시작한 사람도 있더라고요.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했는데도 원래대로 회복되긴 어렵나요?”

“수술 12시간 후에 재활을 시작하면 3, 40시간 후에 시작한 사람보다 근건 유합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죠. 그렇지만, 수부가 정상으로 회복되긴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부 기능 테스트에서 전부 ‘우수’ 받은 사람도 있던데요?”

“수부 기능 테스트에서 모두 ‘우수’ 나오는 건 쉬운 일이거든요.”

능연은 잠시 멈칫하다가 웃음을 지었다.

“네?”

“특별한 일만 없으면 정 선생님 수부 기능 테스트도 모두 ‘우수’ 나올 겁니다. 제 환자는 대부분 ‘우수’까지 회복되었거든요. 지금까지 회복률이 98%입니다.”

능연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너무 심하게 다치면 현대 의학 기술로도 완전하게 회복할 수 없어서 ‘우수’는커녕 ‘양호’조차 안 되는 환자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가’는 되어야 손가락을 자르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럼 이 사람 손이요, 수부 기능 테스트하면 ‘우수’ 받을 수 있다는 건가요?”

번금월은 의식적으로 턱을 치켜든 능연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반복해서 물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요.”

능연은 특별히 설명을 덧붙였다.

“수부 기능 테스트에서 ‘우수’를 받는다고 해서 수부 기능이 예전과 똑같이 회복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일반적인 생활에 필요한 동작을 단순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헬스장에서 덤벨 같은 무거운 걸 드는 건 못 해요. 그리고 세밀한 작업도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거고요. 손가락 촉감도 달라지겠죠.”

“그럼 펜으로 글씨를 쓰고 밥 먹고 목욕하고, 컴퓨터 쓰고, 이런 건 된다는 말씀이시죠?”

흥분한 정기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자 능연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재활이 잘되면 가능할 겁니다.”

“열심히 재활할게요! 열심히 할 겁니다!”

정기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져서 재활실에 있던 간호사들이 다들 그쪽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모두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인지, 냉큼 그쪽으로 달려갔다.

“네, 열심히 재활하셔야 해요. 능 선생님한테 수술받은 건 돈 번 거나 마찬가지예요. 12시간 만에 재활하면 유합 확률도 낮출 수 있고요.”

아까부터 들은 비슷한 내용이지만, 이제 정기와 번금월의 귀엔 신선의 노랫가락처럼 달콤하게 들렸다.

둥.

진심 어린 감사로 얻은 상자가 능연 앞에 나타났다. 그는 익숙한 동작으로 스태미너 포션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회진을 마친 능연은 수술 구역으로 돌아가 아침을 먹었다. 이미 그의 식성을 파악한 식당 이모님은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말고도 각종 밑반찬과 요우빙, 요우타오, 또우찌앙을 준비해뒀다.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식단이었다.

최근 수술복이 터진 능연은 단숨에 6, 7가지 반찬을 담아 테이블에 앉아 우걱우걱 음식을 먹었다. 옆 테이블 간호사가 몰래 핸드폰을 꺼내 ‘찰칵’ 소리를 내며 그 모습을 담았다. 능연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간호사는 깜짝 놀라 조금 전까지 짓던 미소가 사라졌다. 능연은 그저 싱긋 웃어 보였다.

몰래 사진 찍힌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다. 필름 카메라 시대에도 흔한 일이었고, 디지털 시대가 된 후로는 더욱 흔한 일이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후루룩.

능연이 단숨에 또우찌앙 반 그릇을 비우는 모습에 간호사가 눈에 별을 박은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제 점심 먹나?”

곽종군이 능연 앞에 털썩 앉으면서 간호사의 시야를 가렸다.

“그런 셈입니다.”

오전 3시부터 일하다가 5시간이 지났으니 점심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고 능연은 생각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3시에 잠을 잔다는데, 자네는 3시에 일어나다니. 건강 조심하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구만.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말게. 일과 휴식 밸런스는 중요해. 틈날 때 운동도 좀 하고 푹 쉬고.”

“네. 내일부터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습니다. 재활실이 꽉 찼어요.”

곽종군이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에 능연은 가볍게 대답했다.

“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내가 재활실 하나를 늘렸어. 5번 재활실은 이제 우리가 쓰면 돼.”

“그럼 오늘 수술 2건 늘려도 되겠는데요?”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능연은 밥 먹는 속도까지 빨라졌다.

“그렇지. 힘들게 구해온 재활실인데, 비워두면 너무 아깝잖아. 흠흠. 그래도 아까 말한대로 너무 힘들게 일하지는 말고, 일과 휴식 밸런스도 생각하고.”

“아.”

“아 참, 그리고, 그리고. 며칠 뒤에 시 관리국 간부 건강 검진이 있네. 내가 자네 자리를 비워뒀어. 며칠 동안 열심히 수술하다 보면 재활실이 또 모자랄 테니, 그때 건강 검진하면서 푹 쉬게.”

“건강 검진이요?”

능연이 의아한 듯 물었다.

“나이든 간부들 신체 검사 이런 거 하는 거라 쉬워, 쉬워.”

“제가요? 꼭 가야 하나요? 저는 노인병도 잘 모르는데요? 차라리 수술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능연의 말에 곽종군이 유감이라는 듯 말을 이었다.

“학 국장이 자넬 지명했네. 가서 가족들도 좀 위로해주고. 그 간부들 손녀 손자가 아주 난리라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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