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9화 (48/877)

신체검사는 요양원 활동 센터와 게임룸에서 진행됐다.

활동 센터에 있는 탁구대 두 대를 양쪽으로 밀어낸 후 중간에 30평 정도의 공간을 비운 채 두꺼운 나무문을 밀면, 장기, 바둑, 카드, 마작 등을 할 수 있는 100평 정도의 게임룸과 연결되어 있었다.

원래 있던 칸막이 구역에 커튼을 쳐서 만든 신체검사 구역에 예약 시간마다 간병인들이 간부들을 데리고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이런 건강 검진은 전통적 의미의 검사가 아니라서 X-ray, CT 같은 보조 검사를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사전에 환자 검사 결과를 읽고 파악한 전문의를 파견하여 대면 검사와 질문을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번에 운화 병원에서 보낸 의사들은 최강까지는 아니라도 나름 정예 인원이었다. 주 선생 같은 조금 약한 주치의도 다른 병원으로 가면 엘리트 중의 엘리트에 들었다. 그런 의사들을 백세탄 요양원으로 보낸 목적은 바로 문제 해결이었다.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현장에서 해결하고, 안 되는 건 병원으로 보내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일본의 평균 수명은 80세로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운화 시 보건 대상의 평균 수명은 그보다 훨씬 높았다. 그만큼 오래 살아남지 못하면 보건 대상이 될 기회가 아예 없기도 했다.

요양원 생활에서는 보건 대상 1급, 2급과 3급의 방이나 비용도 다 달랐다. 1급은 아예 돈이 들지 않고 다른 절차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수행원들도 묵을 수 있었다. 2급도 돈은 들지 않지만, 정산 절차를 밟아야 했고 해마다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되어 있었다. 3급은 돈을 내야 했다. 몇십 위안밖에 되지 않고, 그것도 정산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이러나저러나,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혜택이었다.

능연은 실제로 환자를 보면서 증상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병을 진단하며 배우는 것도 많았다. 진료 경험이 그다지 없는 능연은 어떻게 환자 진료를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의사들이 진료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걸 얻었다.

일반 진료에 비해서 이런 건강 검진을 할 때 의사들은 더욱 자세히 질문하고 검사하기 때문에 옆에서 볼 때 논리성이 더욱 강했고 의사의 사고회로를 모색하는 것도 더 쉬웠다.

잠시 곁에서 의사의 진료를 듣던 능연은 재미있어져서 몇 걸음 더 다가가서 귀를 기울였다. 그가 걸음을 내딛자, 아이들도 따라 걸음을 내디뎠고 조용히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러자 아이들도 이때다 싶어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움직이자 부모들도 따라 움직였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기기를 부술까 봐 의사들은 경계하는 태세로 문을 붙잡았다.

“능 선생, 아이들 잘 돌봐야 해.”

안에 있던 레지던트들이 당황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요?”

능연은 발아래 스무 명 가까이 몰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난감한 듯 물었다. 아이들은 언제라도 장난을 칠 듯한 모습이었다. 외모가 평범해서 존재감이 약한 레지던트가 초조한 듯 달려가 아이들을 향해 미소 지었다.

“여러분, 저쪽으로 갈까요? 삼촌이랑 같이 놀아요.”

“싫어요! 아저씨랑 놀기 싫어!”

맞은 편에 있던 여자아이 하다가 팔짱을 끼고 자신을 보호한 채로 그를 공격했다.

“왜에?”

“못생겼어.”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레지던트를 한 방에 부숴버렸다. 젊은 레지던트는 멍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요즘 꼬마들이 이렇게 솔직할 줄은 정말 몰랐다.

“다들 함부로 뛰지 말고 가만히 있어.”

능연이 고개를 돌려 한마디 하자마자 아이들이 그대로 멈췄다. 그러나 그가 다시 고개를 돌리면 아이들은 깔깔 웃기 시작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놀이라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능연은 문 쪽에 서서 체격 검사를 관찰하는 동시에 가끔 아이들을 살폈다. 그러다 노부인 하나가 의사와 말씨름을 하는 모습이 곧 그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류머티즘 관절염 있으시죠?”

“아니.”

“아침 강직(morning stiffness) 현상이 이렇게나 심한데요? 관절부종도 여러 곳에 나타나고요. 통풍 결절도 있고요. 이게 류머티즘 관절염이에요.”

“류머티즘 인자 테스트했었어. 음성이래.”

의아한 듯 말하는 의사의 말에 노부인은 의사 손에 들린 차트를 가리키며 거만하게 웃었다. 의사는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어르신 여기 관절 좀 보세요.”

“피검사도 했어. 음성이라니까.”

“류머티즘 인자는 류머티즘 관절염의 지표 중 하나일 뿐이에요. 류머티즘 인자가 양성이라고 꼭 류머티즘 관절염인 것도 아니고 음성이라고 아닌 것도 아니에요. 자, 어르신 관절 좀 보세요. 대칭으로 부종이 보이죠? 관절부종도요. 이런 게 다 명확한······.”

“이걸 진찰받으려고 온 게 아니야. 다른 거 봐줘.”

“다른 거요?”

“발등에 자란 이 털, 이게 뭐야? 만지기만 해도 아프다고.”

노부인이 신발을 벗어 엄지발가락을 꺼내 의사에게 내밀었다. 의사는 엄지발가락에 우뚝 솟은 검은 털 한 가닥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능연은 이마를 짚으며, 아이 돌보는 일도 사실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니라는 생각을 문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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