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0화 (49/877)

어마어마한 신체검사는 온종일 계속됐다.

밤이 되자 요양원에서 특별히 해변가 바비큐를 마련해서 의사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바다에 모래사장도 있고, 적당한 온도의 바닷바람까지. 실내에서 채소와 고기를 깨끗이 씻어 나오기만 하면 됐다. 요양원에서 노인들도 바비큐를 먹을 수 있길 바라마지 않는 듯했다.

의사들은 더욱 기뻐했다. 도시에서 일하는 직장인에게 달빛이 내려앉은 모래사장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맥주도 마시고 고기도 먹는 순간은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게다가 격조 높은 보너스도 있으니 SNS에 사진을 올려 자랑할 만했다.

사실 대부분 모래사장을 밟자마자 바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매일 이어지는 추가 근무, 제도에 대한 불평과 환자 욕을 해댈 수밖에 없는 슬픔을 조금이나마 씻어냈다.

젊은 레지던트와 주치의, 간호사들이 제일 빠르게 움직이면서 꽥꽥 고함을 질렀고 핸드폰을 들고 손을 멈추지 않았다. 부주임과 주임들은 상대적으로 진중하게 굴었다.

박사 과정을 졸업한 운화 병원 부주임 의사는 그래도 마흔이 안 됐을 확률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마흔다섯을 넘겼다. 그리고 박사 졸업생도 부주임 의사가 됐을 때는 아직 서른 몇이었지만, 2년만 지나면 마흔 문턱을 넘었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의사들은 당연히 사방팔방 핸드폰을 들고 비추지는 못했다. 그러고 싶어도 젊은 의사들 앞에서 티를 못 내는 게 정상이었다. 그래서 모래사장에 있는 사람들은 금세 명확한 두 무리의 부류로 갈라졌다.

한 무리는 핸드폰을 들고 밤하늘 아래 빛났고, 다른 무리는 어둠에 숨어서 눈빛을 빛냈다.

능연은 닭 날개와 소고기를 들고 와 화롯가에 서서 고기를 구웠다. 그는 사진을 찍지도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SNS에 올릴 사진 좀 찍어줄까?”

마침 지나가던 주 선생이 능연의 손에 든 꼬치를 보고 노동으로 음식을 얻어볼까 하는 생각에 말을 걸었다. 그러나 능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진 많아요.”

“사진 많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네. 나 사진 잘 찍는다? SNS에 올리면 하트 몇백 개는 문제없을걸?”

웃으면서 하는 주 선생의 말에 능연은 의아한 듯 그를 쳐다봤다. 잠시 후, 큰 깨달음을 얻은 주 선생은 다시 하하 웃었다.

“나 뭐래니. 발톱 사진만 올려도 하트를 수백 개 받을 사람한테.”

능연은 닭 날개를 뒤집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됐다, 됐다. 못 들은 거로 해라. 네 SNS를 알고 싶지도 않다.”

주 선생은 잘 구워진 삼겹살 냄새를 킁킁 맡으며 신속하게 사라졌다. 능연이 향신료를 뿌리자 향이 더 진해졌다.

“이 주임님. 사진 좀 찍어드릴까요?”

주 선생은 이번에 눈빛을 빛내는 어둠의 무리로 다가갔다. 이름을 불린 이 주임은 머쓱한 듯 웃었다.

“이 나이에 무슨 사진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진 찍을 나이가 따로 있나요. 자자자, 이쪽으로 서세요. 상반신 샷 찍어드릴게요. 제가 의술은 몰라도 사진 기술은 좀 있답니다. 자, 치즈!”

주 선생은 화려한 말빨로 정신을 빼놓으면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고는 이 주임에게 자세를 바꿔 보라고 이런저런 지시를 내렸다. 조금 익숙해지자 주 선생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주임이 알아서 다른 포즈를 취했다.

주 선생은 주임 한 분을 흡족하게 만들고는 곧바로 다음 타깃인 부주임 하나를 잡고 사진 서비스를 제공했다. 바닥에 엎드렸다가, 앞으로 다가갔다가 물러났다가 허리가 쑤시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도 개의치 않고 선배 의사를 위해 몸을 바쳤다.

나이 많은 주임과 부주임 의사들도 주 선생의 지휘하에 자연스럽게 사진 열풍에 동참했다. 의사들은 저마다 주 선생이 사리에 바르고 훌륭하다고 칭찬했고, 그 전에 잘 모르던 주임 의사들도 사진을 편하게 전송받으려고 주 선생 위챗을 추가했다.

능연은 시종일관 구석에서 묵묵히 고기를 구웠다.

요양원에서 제공하는 식자재는 상당히 괜찮았다. 스테이크 같은 건 없었지만, 소 갈빗살이나 쇠머릿살, 양갈비, 돼지갈비 등 다양하게 제공되었다. 특히 비계와 살코기가 섞인 소 갈빗살을 큰불로 겉을 바싹 익힌 후 작은 불로 서서히 구우니 중국인의 입맛에도 아주 잘 맞았다.

깨끗이 씻은 곱창은 더욱 맛났다. 곱창에서 기름을 조금 빼낸 다음 구우면 겉은 바삭했으나 속은 촉촉한 식감이라 소금만 살짝 뿌려도 한 접시는 먹을 수 있었다.

삼겹살은 영원한 진리였다.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기 전에도 능가 식탁엔 항상 삼겹살이 올라왔다. 특히 그 기름으로 채소를 볶으면 삼겹살 향이 살짝 묻어나서 더욱 맛있었다. 한국 드라마가 대히트 한 다음 삼겹살값이 한 해 한 해 오르는 바람에 견갑살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목살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을뿐더러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덮밥도 나타나서 값싼 견갑살의 시대도 이제 저물고 있었다.

“능 선생님 고기 너무 진지하게 구우시는 거 아니에요?”

맥주 두 잔을 들고 나타난 여자가 능연에게 한 잔 건넸다.

“감사합니다. 아, 접시 있어요?”

“여기요!”

능연이 고기를 뒤적거리면서 묻자 젊은 여자가 냉큼 빈 접시를 내밀었다. 능연은 소갈비와 삼겹살을 위에 올리고 옥수수도 건넸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와앙, 맛있어요. 능 선생님 고기 잘 구우시는구나.”

“전기 메스를 자주 쓰니까요.”

능연이 솔직히 대답했고, 신이 났던 여자는 잠시 멍해졌다가 잠시 후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그는 수술실에서 전동 메스를 쓸 때 바비큐 냄새가 나는 걸 이야기하고 있었다.

결국 다 같은 갈변 현상이라 냄새가 같을 수밖에 없었다. 삼겹살을 유심히 바라보던 여자는 살짝 베어 물고는 활짝 웃었다.

“어쩐지. 그래서 의사가 고기를 구우면 온도를 정확히 제어하는구나.”

“그렇게 따지면 정형외과 의사는 뼈도 삶겠네요.”

다른 여자 하나가 불만이라는 듯 반박하고 나섰다.

멸균 이식은 정형외과에서 뼈암에 대응하는 중요 수단 중 하나였다. 멸균 이식 방식은 액체 질소, 방사와 에탄올이 있는데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고압 멸균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수술실에 인덕션을 놓고 물을 끓여 뼈암이 있는 뼈를 던지고 암세포가 다 죽을 때까지 끓이고 다시 환자 몸에 이식하는 것이다. 그 수술을 하는 동안 수술실뿐만 아니라 정형외과 복도에서 이상한 뼈 타는 냄새가 퍼진다.

“우리 정형외과 란 주임님은 레지던트들을 데리고 자주 훠궈를 먹으러 가요. 뼈 탕 베이스로요.”

두 번째로 나타난 여자는 옛일을 회상하며 소 갈빗살을 하나 집어 들고 앙 깨물었다. 먼저 행동하는 사람이 나오자 다른 사람도 바로 달려들었다.

양손에 집게를 든 능연은 일사불란하게 고기를 구우면서 다른 손으로 사람들에게 음식을 건넸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청년이라, 전자 메스를 사용한 경험으로 다른 곳에 두루두루 응용했다. 게다가 도평 여사는 일찍이 아들을 취미생활의 길에 밀어 넣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캠핑을 갔고, 그때는 SNS가 없던 때라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인화한 후 동네방네 자랑하곤 했었다.

기름기가 졸졸 흐르는 소 갈빗살을 12초마다 한 번씩 뒤집었다.

삼겹살은 노릇노릇하게 굽지만, 너무 갈색으로 구우면 안 된다.

곱창은 갈색이 될 때까지 구워야 하지만 탈 때까지 두면 안 된다.

고기 굽는 기술은 딱히 시스템 도움이 없어도 능연은 이미 전문가급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조금 전에 SNS에 사진을 올렸던 여자들은 지금 더욱 바쁘게 사진 편집 작업을 했다. 음식을 가지러 온 사람도 그 김에 능연에게 재료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오고 가며 순식간에 모래사장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오전에 겪은 각종 희한한 일들은 이제 모두 옛일이 된 듯 의사들도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손에 검은 반점을 피부암이라고 우기는 환자도 있었어. 병원 검사 결과가 3세트나 있는데도, 사람들이 다 자기를 속인다고 생각하더라고.”

“그게 뭐 대수라고. 난 더 골치 아팠어. 고혈압약을 제때 안 먹더라니까? 간호사가 억지로 먹인 약도 뱉어내더라고.”

“에휴. 난 더 대단해. 힘줄이 정말 예쁜 노인네를 하나 만났거든. 정말 예뻤어. 표준 해부도에 있는 거랑 똑같더라니까?”

“그 말 들으니까 생각나네. 노부인 골 증식이 엄청나게 전형적이었어. 교재로 사용하면 끝내주겠더라.”

“나도 그런 환자 여럿 만났어. 근데 골 증식은 재미없어, 차라리 류머티즘 관절염이 낫지.”

능연은 의사들의 수다를 들으면서 음식을 먹이고, 받아먹으면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으나 구름과 안개는 여전했다. 황금빛 광선이 해면을 비추고 부드러운 빛을 발산했다. 오로지 파도치는 소리만 해변가에 울려퍼졌다.

딩!

딩딩!

딩딩딩!

시스템 알람이 연달아 능연의 귓가에 울렸다.

- 성과: 칭찬X12

- 성과 설명: 같은 의사의 칭찬은 의사에게 가장 큰 보상

능연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동료 의사가 환자를 도둑질하고 있는 건가 고민에 잠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