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곽종군은 가슴을 활짝 편 채 레지던트, 인턴, 실습생을 이끌고 관찰 병실을 둘러봤다.
원래 저녁 약속이 있었지만 바람맞고는 준비했던 곡들을 부를 기회도 잃었다. 얼마 없는 여가활동 시간이 사라져서 기분이 ‘좋아진’ 곽 주임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회진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원래 회진은 아침에 해야 하는데, 너무 걱정되어서 일찍 와 봤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곽종군이 바로 사과하면서 머리를 숙였다.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난 정수리가 그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자 환자들의 호감이 상승했다.
“아이고, 주임님은 역시 다르네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회진을 하시다니.”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이 회진하는데 싫어할 환자가 어디 있다고요.”
“엄청나게 잘생긴 의사 선생님도 밤에 자주 회진을 왔는데 요즘은 안 오더라고요. 왜인지는 몰라도.”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의사를 한 무리 끌고 온 곽종군에 매우 관대했다. 주임 명찰과 수하를 거느린 기세를 제외하고도 그의 지긋한 나이만으로도 사람들이 매우 안심했다.
조낙의는 입을 가리고 흠흠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레지던트가 다급하게 앞으로 나섰다.
“1번 베드, 이반 씨, 66세. 우 요골(橈骨) 분쇄성 골절 외 고정 완료. 입원 신체 검사 시 혈압 160/100. 3급 고혈압에 속했습니다. 심전도 ST-T 이상, 그리고 동성부정맥······.”
“수법 복위(手法復位)를 했나?”
주절주절 늘어놓는 레지던트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자른 곽종군은 바로 궁금한 부분을 물었다. 레지던트는 다급하게 차트를 뒤적거리다가 대답했다.
“그게, 환자가 원했지만, 효과가 좋지 않아서 아침에 다시 절개로 했습니다.”
“음.”
곽종군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정형외과에서 해야 할 일인데, 응급 의학과로 들어왔으니 응급 의학과 환자가 되었다. 침대에 누워 있던 환자는 의사들의 말을 듣고 냉큼 입을 열었다.
“곽 주임님. 의사 솜씨가 안 좋아서,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고요. 이래도 됩니까?”
“수법으로 복위할 수 없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답니다. 제가 보기엔······.”
곽주임은 차트를 힐끔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게 수법 복위한 다음 환자분 사진입니다. 수술 효과가 별로라서 바로 절개 복위를 한 것이죠. 이건 환자분을 책임지기 위해서입니다.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이요.”
“그럼 처음에 수법 복위는 왜 했는데요.”
“강하게 요구하셨잖아요.”
환자가 투덜거리는 말에 레지던트도 똑같이 투덜거렸다. 곽종군이 휙 하고 몸을 돌려 사자눈을 하고 레지던트를 노려봤다.
“뭐라고? 환자한테 치료 방법을 배울 셈이냐? 결정은 환자가 아니라 네가 하는 거 아니야?”
“그, 그게······. 수법 복위를 한 것도 제가 아닌데요.”
“누군데?”
목을 쑥 숙이고 하는 레지던트의 말에 곽종군은 눈을 더욱 부릅떴다. 레지던트는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환자 앞에서 담당 의사를 욕할 생각은 아니었던지라 곽종군은 몸을 돌려 웃는 얼굴로 환자를 바라봤다.
“젊은 의사라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환자 요구가 있으면 최대한 들어드리려고 하죠. 게다가 환자분 상처가 그 방법을 쓸 만했고요. 다만, 수법 복위 적용 범위가 조금 좁습니다. 뼈는 살 안에 감춰져서 잘 보이지도 않고요. 그래서 다시 절개 복위를 시도한 겁니다. 정상적인 플로우예요. 자, 어깨 좀 볼게요.”
환자는 재빨리 팔을 내밀었다.
“우리 나이쯤 되면 신체 기능이 차츰 쇠약해지죠. 그러니까 더 주의해야 합니다. 지금 환자분은 당뇨병도 있으니까 더 신경 쓰셔야 하고요. 위험한 요소예요.”
곽종군이 인내심을 가지고 대하는 모습에 환자의 호감이 상승했다. 사람들은 앞다퉈 역시 주임이라며, 일하는 태도가 다르다며 칭찬했다.
상처를 입은 레지던트들은 곁에서 조용히 있었다. 하루에 20명 넘게 회진 돌아야 하니, 주에 한 번 회진 도는 주임처럼 세세하고 진지하게 살필 수 없는 것도 당연했다.
곽종군은 고조된 투지로 한 방에 있는 환자 4명을 30분에 걸쳐 살폈고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방에서 나온 곽종군은 한숨을 내쉬더니, 2번 방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탕 법 환자가 있는 관찰 병실로 들어갔다.
“손 봉합 어떻게 됐는지 다들 한 번 보게.”
곽종군은 탕 법 환자 관찰 병실에서 다른 병실에서보다 목소리를 키웠다. 능연이 한 수술은 기본적으로 무슨 문제가 없었다. 효과가 안 좋은 상황도 있긴 했지만, 그건 모두 객관적인 이유로 일어난 것이었다. 그런 병실에서 회진하는 것은 곽종군에게 수월한 일이었다.
인턴과 실습생들도 호기심에 가득 차서 몰려들었다. 능연이 정말 동기냐고 슬쩍 묻는 인턴도 있었다.
“동기입니다.”
질문을 받은 실습생이 우울한 얼굴로 대답했다. 능연이 홀로 주목받는 상황이 다른 동기 실습생에게는 적잖은 압박감으로 되돌아왔다. 지금은 어느 진료과로 가도 의사들은 실습생을 볼 때마다 능연을 예로 들고 있었다.
“굴근건 봉합이 어려운 이유는 어떤 게 있나?”
곽종군이 갑자기 인턴 하나를 찍어서 시험 형식으로 질문을 던졌다. 멍하니 있다가 질문을 받은 인턴이 그대로 굳었다.
“이것 좀 보라고요. 너희보다 어린 실습생도 수술을 다 하는데, 굴근건 봉합 포인트도 못 외운 거냐?”
보편적인 ‘다른 집 애들은’ 지도 방식을 사용한 곽종군은 실망한 눈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인턴은 그런 그의 눈빛에 자극받은 듯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수술 후 유착······.”
“늦었어!”
곽종군이 말을 자르자 인턴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누가 직접 수술하랬나. 이것 좀 봐봐, 그냥 질문이잖아. 그걸 고민하다가 대답해?”
곽종군은 고개를 흔들면서 각 봉합법의 장점을 한 사람씩 설명해보라고 말했다.
“저요! Bunnel은 가장 이른 근건 봉합법입니다.”
적극적인 실습생 하나가 재빨리 손을 들고 아는 것부터 말했다.
“쌍 십자······.”
“8자 봉합법······.”
“Kessler 법은 우리 수부외과 주력 수술 방식이고요······.”
“그리고 TSUGE 법도······.”
곽종군이 찍을 때마다 인턴과 실습생이 대답했고 레지던트도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병실에 있던 환자 가족들은 초짜 의사 무리를 바라보면서 몰래 사진을 찍어 얼굴에 글자를 써서 SNS에 올렸다.
곽종군은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질문으로 초짜 의사들이 낑낑거리게 누르면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병원은 훈련의와 실습생을 훈련으로 키운다. 극소수 천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의사는 10년 동안 학대을 받아야 겨우 균형을 잡는다.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이제 질문을 안 당한다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할 자격이 생겨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에 불과했다.
“능연이 하는 탕 수술이 얼마나 어려운 수술인지 알고 있나?”
곽종군은 ‘다른 집 애는’의 말투로 오늘의 핵심 질문을 던졌다. 초짜 의사들은 어떻게든 그 대답을 피하려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탕 봉합은 아까 너희들이 거론한 몇 가지 봉합법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지.”
곽종군은 초짜 의사들을 바라보다가 생각이 많은 듯 자문자답을 시작했다. 병실 안의 환자들은 열정적인 얼굴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누구나 자신이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길 바란다. 그래서 세상에 유명한 의사가 많은 것이고. 환자의 아부는 어떤 때는 매우 객관적이지만, 어떨 때는 의사의 정신세계를 만족시키기도 한다.
곽종군은 능연과 그가 하는 탕 법을 매우 아꼈다. 누가 그러지 않을까. 하루에 수술 8, 10건 하는 의사는 아무 병원에 던져놔도 보물 취급받는다.
“수부 기능 테스트할 줄 아는 사람 있나? 나와서 환자들 테스트 좀 해보게. 그 김에 너희들에게 회복률 98%가 어떤 건지 구경도 시켜 주지.”
곽종군은 남의 집 아이 칭찬에 침이 마를 정도로 흥분했다. 그는 다시 젊어질 수 없음이 분할 뿐이었다. 의사 몇 명이 앞으로 나서 환자 수부 기능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들이 테스트할 동안 곽종군은 옆에서 탕 법으로 각 항목을 달성하기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 피력했는데, 마이크를 건네주면 노래라도 부를 기세였다.
안 들을 수도 없는 상황에 초짜 의사들은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어렵게 수부 기능 테스트를 마치고 병실에 있는 환자 4명 모두 ‘우수’라는 결과가 나오자 다들 눈치 빠르게 손뼉을 쳤다.
“대단하지?”
“대단합니다.”
껄껄 웃는 곽종군의 모습에 초짜 의사들은 일제히 대답을 내놓았다. 우수수 쏟아지는 대답에 진심도 조금 섞여 있었다. 어쨌든 탕 법을 할 줄 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는데, 그런 방법으로 수술한 결과가 모두 ‘우수’라니 끝내주는 일이었다.
그때, 능연은 칭찬으로 얻은 보물 상자 12개를 열었다.
이글이글 불타는 화로 근처에서 열린 보물 상자는 능연 눈에만 보였다. 능연은 닭 날개를 뒤집으면서 11개 스태미너 포션 사이에 있는 스킬북을 주시했다.
- 단일 항목 스킬북: 파생 스킬 획득. 경추이근정골 추나법(마스터급)
- 소개: 추나법은 경추를 치료하는 가장 흔한 비수술 방법이며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다. 이근정골법은 누르고, 문지르고, 밀고, 찍고, 굴리고, 두드리고, 때리고 흔들고, 튕기는 방법으로 근육을 풀어준다. 작은 각도로 시상(矢狀) 반법(扳法)을 결합하며 임상 치료 효과가 확실하고 유효율이 95%를 넘는다.
능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신선한 닭날개와 소갈비, 돼지갈비를 과감하게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플레이트에 놓고 좀 전에 배운 이근정골 추나법으로 경추 대신 문지르기 시작했다. 문지르다가, 누르다가, 쿡쿡 찌르다가 어깨를 축으로 굴리기까지 했다.
그를 에워싼 간호사, 의사들이 넋이 나가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능 선생님, 고기 참 진지하게 굽는다.”
“저러면 고기가 더 맛있을 거 같아.”
“너무 멋지다.”
“내가 저 고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