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 그걸로 무슨 병을 고치는 거요?”
노인 하나가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능연 앞에 섰다.
“그냥 목 마사지하는 겁니다. 한 번 받아 보실래요?”
“아프게 하는 거 아냐?”
노인들은 아무래도 마사지에 거부감이 있었다. 아무래도 뼈가 부실하다 보니 젊은 사람처럼 몸이 유연하지 못했다. 그러나 능연의 마스터급 추나 기술은 경추에 국한되어 있기는 해도, 전 연령층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어서 어린아이나 백세 노인에게도 사용할 수 있었다.
아까 예순이 넘은 의사 몇 명도 마사지해 본 능연은 자신감이 넘쳤다.
“앉으세요. 살살 할게요. 어르신, 무슨 병 있으신가요?”
“없는 병이 없지. 고혈압, 당뇨, 류머티즘 관절염, 혈관염, 정맥류상종창, 골 증식, 디스크.”
노인이 줄줄 자신의 질환을 읊자,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얇은 수건으로 바꿨다. 그러곤 노인의 목에 손을 댄 후 우선 천천히 상황을 살폈다. 노인의 피부는 거칠고 마른 편이고 근육도 없는 편이었다. 손에 살짝 힘을 주니 뼈가 만져졌고, 심지어 머릿속에 대충 형상이 그려졌다.
능연의 손이 가볍게 그 위로 움직였다.
한 번.
두 번.
문지르는 과정을 패스하고 바로 지압을 시작했다.
“저기.”
뭔가 이야기를 하려던 노인은 능연이 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시원한 듯 입을 다물었다. 노인은 저절로 눈을 감았다.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느낌이었다. 노인병은 대부분 신체 통증을 동반한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아프고, 정맥류상종창도 아프고, 골증식도 아프다.
그리고 그런 통증은 대부분 약물로 진정시키는데 중국 노인들은 대부분 진통제를 거부하고 참다 보면 안 아프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능연이 그의 경추 근육을 풀어주자 두통이 서서히 사라졌다.
“오, 이거 정말 괜찮군.”
노인은 자연스럽게 능연을 칭찬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미소를 지은 능연은 그의 이마뼈를 누르며 살짝 각도를 틀었다.
우두둑.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가 난 다음, 능연이 웃으며 손을 뗐다.
“한번 움직여 보세요.”
“어? 안 아픈데?”
노인이 가볍게 머리를 돌려보더니 놀래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예전엔 아프셨어요?”
능연도 똑같이 놀랐다. 그는 노인병 전문의가 아니라 노인의 상태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자 노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파도 그만이고 안 아파도 그만이지. 에휴, 목이 안 아프니 좋구만, 좋아.”
능연이 살며시 노인을 부축해 일으켰다. 의사의 궁극적 목표는 통증 해소였다. 노인은 여전히 기뻐하는 얼굴로 목을 여기저기 만졌다.
“헤헤, 목이 정말 아프지 않군.”
“정말?”
같이 온 노인들이 다같이 달려들어 물었다.
“10년은 젊어진 것 같구만. 머리도 가벼워졌어. 아프지도 않고.”
“겨우 10년?”
“안 아픈 게 어딘가? 예끼 이 사람아.”
“그건 그렇네. 나도 좀 해주게.”
노부인 하나가 철퍼덕 큰 엉덩이를 능연 앞에 들이밀고 자리를 잡았다. 원래 줄을 서 있던 의료 요원들은 환자라고 자청하는 노인들이 기세등등하게 몰려오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물러났다.
그 광경을 본 한 노인이 불쾌한 듯 지팡이를 땅에 쿵쿵 쳤다.
“다들 거기 서. 이미 선 줄인데 그 뒤로 줄을 서야지. 마사지 받으려면 뒤로 서라고.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여기서 보고, 받으려면 줄 서.”
“그러다가 어르신들 힘들어서 쓰러지면 어쩌라고요. 먼저 하세요.”
그 말에 걸음을 멈춘 의료 요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순서는 있어야지.”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그렇게 말하며 생각에 잠겼다.
“저거 씁시다. 마작할 때 쓰는 패.”
어느 노부인이 좋은 생각이 난 듯 고함쳤고 모두 동의했다.
잠시 후, 누군가 나무패를 들고 오자 노인들은 익숙한 듯 집어 들고 허리에 차면서 번호표를 대신했다. 그렇게 줄을 선 셈으로 둘러앉아 수다를 떠니 분위기가 더욱 떠들썩해졌다.
“안마해주는 의사, 참 잘생겼구만.”
유심히 능연을 관찰하던 노인이 그런 평가를 내렸다.
“힘도 세. 저 탄탄한 몸 좀 보라고. 꼭 나 젊을 때 같구만.”
대머리 노인 하나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한참 전에 세상 떠난 우리 영감이랑 비슷하게 생겼어. 우리 영감도 젊을 땐 참 잘생겼었지.”
하얀 머리카락을 구불구불하게 펌한 세련된 노부인이 가지런한 의치를 드러내며 활짝 웃으면서 옛일을 회상했다.
한 사람씩 마사지해나가는 동안 능연의 동작이 점점 순조로워졌다.
수술실에서 같은 동작으로 일 처리 하는 것에 익숙한 그는 마시지도 마찬가지로 했다. 피곤함을 덜 느낄 정자세로 움직임을 반복하다 보니 수술실 작업량과 별 차이가 없었다. 능연은 수술실에서 종종 같은 자세로 30분에서 한 시간을 버티는 사람이었다. 그는 하루에 수술을 15시간도 했다. 물론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12시간 정도가 그나마 건강에 이로웠다.
백세탄 요양원에 있는 사람 모두 몇 분씩 마사지해도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능연은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 쭈욱 마시지를 진행했다. 그사이에 물을 마시고 오더 내리는 것 외에 능연은 투덜대지도, 다른 말도 하지 않고, 지칠 줄 모르는 쇠똥구리처럼 끊임없이 문지르고 누르기만 했다.
검진하러 온 의사들은 처음엔 방관하다가 점점 탄복했다. 그들은 운화 병원 각 진료과에서 파견된 의사들이고, 대부분 능연의 이름만 들어봤을 뿐 수술을 직접 본 사람은 드물었다. 오늘도 수술을 지켜본 건 아니지만, 능연의 섬세한 손놀림과 묵묵히 3, 4시간이나 일하는 모습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너희들 이리 와 봐.”
주임 하나가 밑에 있는 의사들을 모으더니 일사불란하게 마사지하는 능연을 가리켰다.
“어쩐지 곽종군이 그렇게 아끼더라니. 다른 건 둘째 치고 저 인내심과 끈기, 너희들이 저렇게 할 수 있냐?”
초짜 의사들은 무력하게 옹알거렸다.
“수술은 어렵지만, 착실하게 하는 건 더 어렵다고! 너희들이 능연의 인내심과 끈기를 반의반만 닮아도 걱정할 일 없겠다. 에휴, 후계자가 없다, 없어.”
“옹알옹알.”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너희들은 핀셋만 몇 시간 잡아도 힘들다고 난리잖냐. 마사지 하라면 아주 죽겠다고 울부짖겠다? 너희가 내 제자 중에 제일 떨어지는 애들은 아니야. 너희보다 못한 애들은 다 내가 시골 병원으로 쫓아냈어.”
“주임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주임님, 앞으로 보여드릴게요.”
“주임님, 저 병원 근처에 집 산 지 얼마 안 됐습니다······.”
“병원 근처에 집 살 능력이 된다 이거지?”
“대출 6개 끼고요, 작은 집 하나 겨우······.”
집을 샀다는 말을 들은 주임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렸다가 웃음을 터트리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가 오늘 차트 정리해. 집 샀다며? 소처럼 일해야 빚 갚지.”
“2206번, 2206번!”
“갑니다.”
직원이 패 번호를 부르자 노부인 하나가 비틀비틀 일어나 가까이 다가갔다. 동시에 마사지가 끝난 앞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3, 40대 직장 여성이 눈을 반짝이며 능연을 바라봤다. 여자는 옷을 정리하고 그쪽으로 다가가 번호표를 요구했다.
“마지막 몇 사람만 하고 식사하러 가실 거예요. 저쪽에서 기다리시면 불러드릴게요.”
직원이 예의 바르게 설명했다. 요양원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으니 할 수 있는 한 친절하게 지내는 게 좋았다. 여자는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표하고 수다를 떨 만한 사람을 찾아 떠났다.
잠시 후, 노인들은 그를 둘러싸고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의 순서가 되었다. 여자는 빠른 걸음으로 능연 곁으로 다가갔고, 앞사람이 자리를 비우자 바로 자리에 앉으며 웃음 지었다.
“능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뢰라고 합니다. 블루스타 엔터테인먼트 매니저예요. 혹시 연기할 생각 없으세요?”
“어디가 아프신 거죠?”
능연은 알콜겔을 내밀며 목에 바르라고 했다.
“아, 네. 능 선생님. 조건이 아주 좋으세요. 피부가 좋아서 화장을 따로 안 해도 될 정도라니까요? 살짝 베이스만 하고 블러셔 좀 칠하고 파우더 뿌리고 하이라이트에 아이섀도우만 하면 바로 무대에 오를 수 있어요. 맞다, 평소에 즐겨 보는 프로는요?”
이뢰가 다닌다는 블루스타 엔터라면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대형 기획사였다. 소속 스타도 많고 그들이 참여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많았다. 능연이 프로그램만 입에 올리면 바로 펼칠 수 있는 화제가 무궁무진했다.
물론, 능연이 블루스타 엔터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거론해도 이야깃거리는 많았다.
“병원 식당에서 7시엔 뉴스를 틀어주더라고요.”
“선생님 농담도 참.”
그 말에 이뢰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하지만 수건을 바꾸던 능연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수술실에선 수술하기 바쁜데 무슨 엔터테인먼트가 필요할 것이며 TV라고는 고작 밥 먹을 때 식당에서 틀어주는 대로 멍하니 보는 게 다였다.
“목 어디가 안 좋으세요?”
“경추 척추증이 있어요. 병원에서 치료받은 적 있는데 요즘 좀 심하게 아프네요.”
‘스타가 되고 싶은 애들이랑 가쉽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각하자. 뉴스 이야기할 순 없잖아.’
이뢰는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능연의 비위를 맞추려 했다. 능연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경추 척추증은 경추 환자 중에 가장 흔한 유형이라 의사들에게 감기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이뢰는 화제를 다시 능연으로 돌렸다.
“능 선생님. 의사만 하기에 너무 아까운데요. 물론, 의사가 어떻다는 게 아니라 연예인 되는 게, 아!”
스타 발굴할 생각에 여념이 없던 이뢰는 능연이 목을 주무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능연은 다 똑같이 마사지하는 것 같아도 조금씩 다르게 마사지했다.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우선 지압하면서 문지르면서 마지막 단계를 위해 기초를 쌓고 목 부분 활동성과 균형을 조절하며 압력을 제거했다. 가능하면 교정까지 하면서 최대한 균형을 회복해주려고 노력했다.
책상에서 작업할 일이 많은 이뢰는 그의 말대로 경추 척주증이 있었다. 병원에서 추나요법으로 치료도 하고 물리 치료도 받았지만, 받고 나면 조금 시원해져도 받을 때는 항상 목이 아팠다.
그런데 능연이 진행하는 추나요법으로 이뢰는 오랜만에 목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신경근형 경추 질환에 대한 추나법은 많은 임상 경험이 있고, 원리로 따지면 추나로 근육 경련을 완화하고 신경근과 연 조직 점착을 풀면서 추간 구멍 체적을 조절하여 활막 감둔(嵌屯) 등을 해소한다. 그 효과도 상대적으로 다른 유형 경추 질환보다 더 뚜렷하다.
우두두두둑.
목에서 한참 소리가 난 다음, 능연은 이뢰의 목에서 손을 떼며 흰 수건을 내던졌다.
“한번 움직여 보세요.”
“완전, 시원해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이뢰는 말도 제대로 못 하며 휘청휘청 일어났다. 엄마가 건강 검진을 받는다길래 다급히 온 것뿐인데, 능연의 얼굴을 보는 순간 스카우트 생각에 줄을 섰던 것이었다.
지금 목이 갑자기 아프지 않자, 아까까지 얼마나 아팠던 건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와, 나······. 거짓말 아니고 대단한 추나 의사를 못 만난 것도 아닌데, 선생님은 정말로 대단하시네요.”
힘껏 고개를 돌리던 이뢰는 저도 모르게 능연을 바라봤다.
“우리 능연, 의사하기에 아깝지 않죠?”
아까부터 못마땅하게 이뢰를 보던 주 선생이 끼어들었다. 의사를 연예인으로 스카우트할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니,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었다.
이뢰는 위아래로 주 선생을 살폈다. 그러다 휙 고개를 돌려 가방에서 티켓 두 장을 꺼내 부드럽게 웃었다.
“모레 우리 블루스타에서 기획한 전국 콘서트가 있어요. 운화에서 열리는 콘서트 티켓이니까 한번 와서 보세요.”
주 선생은 부러움에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 되었다.
이뢰가 자리를 뜬 후, 주 선생의 시선이 능연의 손에 든 콘서트 티켓에 고정되었다.
“맹설 콘서트 티켓이 얼마인지 알아?”
주 선생은 목소리까지 떨면서 물었다. 지금 콘서트 앞자리 티켓은 암표상들이 북경에서 이름 날리는 의사 진료비보다 훨씬 높은 값을 부르고 있었다.
“알아요.”
“응? 안다고?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주 선생이 의아한 듯 능연을 바라봤다. 그러자 능연은 껄껄 웃으면서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라고 대답했다.
“아, 그렇구나. 하아, 나는 왜 이런 환자가 없지.”
주 선생은 고뇌하는 말투로 그렇게 내뱉었고, 능연은 ‘농땡이니까’ 하는 눈빛으로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주 선생은 몸을 휙 돌려 그 시선의 의미를 모른 척했다.
점심시간에는 줄이 조금 줄어들었고, 능연은 주 선생을 따라 식당으로 향하면서 새로 나타난 ‘진심 어린 감사’를 열고 스태미너 포션 4개를 얻었다. 인원수로 따져보니 추나로 얻을 수 있는 보물 상자 비율은 낮았고, 모두 앞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처음에 받은 사람들이 시간이 비교적 짧아서 그러리라, 능연은 추측했다. 몇 분 만에 목이 편안해지자 감사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누구나 병원에서 추나를 받아 본 건 아니라서 비교 대상도 없어서 얼마나 좋은지 잘 모른다. 병원에서 추나를 받은 경험이 있으면서 머리가 하얗게 센 의사가 곁에서 능연을 칭찬하면 진심 어린 감사를 얻을 확률이 몇 배는 높아질지도 모른다. 능연은 이제부터라도 진심 어린 감사를 얻어볼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정말 연예인이 될 생각은 아니겠지?”
어딘가 멍해 보이는 능연의 모습에 주 선생은 마침 TV에서 방송되는 음악 프로에서 시선을 떼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능연은 훌륭한 의사였다. 그가 있으면 응급 의학과 업무량이 늘어나는 건 둘째 치고 가끔 불러다가 창연 절제술 같은 걸 시켜도 불평불만 한 번 하지 않았다. 어린놈은 못 미덥고, 나이가 좀 든 놈은 귀신처럼 약삭빠른 다른 의사와 비교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진심으로 능연이 커다란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탕 수술로 유명해진 건 접어두고라도 업무량과 강박증만 봐도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연예인이 되면 뭐 좋을 게 있단 말인가.
연예인은 의사보다 돈을 좀 더 벌고, 인맥이 의사보다 좀 더 넓고, 옷을 의사보다 좀 더 잘 입지만, 연예인의 업무 스트레스는 의사보다 적고, 시어머니도 의사보다 적고, 연예인이 겪는 소송도 의사보다 적다······.
능연은 여전히 TV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주 선생은 정말로 긴장했다.
“저렇게 신나게 춤추고 노래 부르지만, 연습실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몰라. 리허설만 10시간 넘게 한다는 말도 있더라.”
“아.”
능연의 담담한 반응에 주 선생은 제 머리통을 내리쳤다.
‘뭐라고 한 거야. 이 녀석은 하루에 수술실에 10시간 넘게 있는데.’
“그래서 어쩔 생각이야?”
“경추 추나 기술을 다른 쪽에 응용해도 될 것 같은데,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뜨끔해서 묻는 주 선생에 능연은 식당에서 제공하는 생수를 홀짝이면서 느긋하게 대답했다.
“잉? 그 생각하고 있던 거야?”
“그럼요?”
주 선생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펄쩍 뛰어오르자 능연은 오늘 희한하게 주 선생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고 생각했다.
“하하, 하하하. 근데 그 생각하면서 왜 TV를 뚫어져라 본 건데?”
“그럼 눈을 감아야 했나요?”
“아니, 그 뜻이 아니라 내 말은······. 아, 됐다. 시험해 보고 싶다고? 간단하지, 2시간 동안 나 빌려줄게. 마음대로 만져.”
주 선생은 대의를 위해 희생을 하기라도 하는 듯 가슴을 활짝 폈다.
‘마사지 받는 게 얼마나 편한데. 다들 경추증, 디스크, 골성장, 손목터널 증후군, 활액막염 정도는 있는 거 아냐?’
“그건 안 되죠. 잘못하면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어요.”
이제 막 추나에 입문 단계인 능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야?”
그 말에 주 선생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능연의 눈앞에 시스템 알람 소리와 함께 글자가 나타났다.
- 기간 한정 퀘스트: 3일. 추나요법으로 환자의 고통을 해소하고 추가 보상을 받을 것
- 퀘스트 내용: 고통 해소는 의사의 존재 가치 중 하나이다. 추나요법으로 환자의 고통을 누계 한 시간 이상 해소할 것
- 퀘스트 보상: 랜덤 추나법
“그럼 2시간 이상 누적하면 랜덤 추나법 2개 받아?”
상세히 내용을 살핀 능연이 바로 시스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습니다.
“만 시간이면? 만약 내가 어느 환자의 경추 질환을 완전히 고치면 그 환자 남은 평생 시간을 다 계산해도 되는 거 아냐?”
-예상 재발 시간을 종료 타임으로 잡습니다.
능연은 입을 내밀었다. 경추 질환은 기본적으로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책상 앞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빈번하게 일어난다. 게다가 설사 완전히 고쳤다고 해도 금세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완전한 치료는 생활 습관을 완전히 바꿔야 가능하고, 추나는 그저 잠시 증상을 완화할 뿐이니까.
어찌 됐든, 퀘스트를 받았으니 진행해야만 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능연은 밥그릇을 들고 빠른 속도로 먹기 시작했다. 지난밤 먹은 바비큐에 비하면 식당 밥은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가지볶음은 너무 익었고, 홍소 두부는 지나치게 으깨져 있었고, 계란볶음은 덜 익었다. 유일한 장점이라곤 빨리 먹기 좋아서 된밥과 함께 꿀꺽꿀꺽 배 속으로 밀어 넣기 좋다는 것뿐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능연은 재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쳤다. 오랜 시간 단련한 능력이었다. 도평 여사가 하는 밥은 천천히 씹으면서 느긋하게 즐기지만, 능결죽이 밥을 하는 날엔 후루룩 삼키듯이 배를 채우고 말아 버렸으니까.
주 선생은 매복이라도 당한 것처럼 난감한 얼굴로 자신의 접시를 내려다봤다. 아직 반도 못 먹었는데?
“천천히 드세요. 먼저 갈게요.”
능연은 주 선생의 의견을 한 번도 묻지 않고 바로 접시를 들고 일어났다. 주 선생은 완전히 갈등에 빠졌다. 따라가자니 배가 아직 덜 찼고, 그냥 먹자니 능연이 스카우트 되어 버리면 어쩌나 싶었다.
주 선생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밥을 먹다가, 10분 후에 가는 게 낫겠다고 결정 내리고 빈 접시를 들어 올렸다.
정원.
능연 앞에 의자 하나가 있었고, 의자 뒤엔 테이블이, 테이블 위엔 알콜겔과 두꺼운 수건이 가지런히 접혀 늘어져 있었고, 테이블 뒤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아침에 추나 서비스를 받았던 사람들이 다시 줄을 섰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권유했다. 능연은 오는 사람 막지 않는 태도로 그들을 맞이했다.
아침에 마사지를 받은 사람도 다시 받으면 효과를 더욱 지속하고 탄탄히 유지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추나를 받을 때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여러 번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추나를 시작하면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는 걸 고려한 능연은 새로운 추나 방식을 선택했다. 누르고, 때리고, 문지르는 위주로 근육의 균형을 잡는 걸 목표로 삼았다.
능연은 시스템 제시를 바라보며 마사지했다.
10/10000
11/10000
14/10000
능연은 올라가는 숫자로 바로 추나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능연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정확한 자세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이제 퀘스트가 아니라도 멈추기는 아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