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5화 (54/877)

저녁 10시가 되자마자 능연은 스태미너 포션을 한 병 마셨다.

평소에 9~10시면 취침에 들고, 수술이 조금 일찍 끝나는 날엔 8시에도 자기 때문에 10시가 되자 졸음이 몰려왔다. 능연은 할 수 없이 스태미너 포션을 한 병 마셨다. 물론 매우 아까웠다. 진심 어린 감사 세 개를 얻어 스태미너 포션도 얻었지만 이제 한 병 쓰고 나면 88병밖에 남지 않아 정수를 채우지도 못한다.

능연은 스태미너 포션을 애도하면서 호랑이 기운을 얻었다. 경추 추나에 비해 척추 추나는 체력이 더 소모되고, 특히 밀기, 문지르기에서 더욱 힘이 들었다.

등 면적이 넓은 친구는 더욱 힘이 들었다. 비록 능연에게 마스터급 기술이 있어서 마사지하는 게 힘들지는 않아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불가피했다.

2~3분이면 끝나던 목 마사지와 달리 등 마사지는 10분 정도 걸렸다. 밤엔 시간이 많고 받을 사람이 적으니 능연은 시간으로 끊지 않고 차라리 퀘스트 완성도를 지켜보면서 숫자가 더는 올라가지 않으면 마사지를 멈췄다. 그러다 보니 30분이나 마사지를 받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시원함에 앙앙 울었다.

“능 선생님, 시간이 늦었는데 선생님도 쉬세요.”

보다 못한 치료실 간호사가 나서서 건의했고, 아직 멀쩡한 정신으로 핸드폰을 가지고 놀던 사람들도 동의하며 그를 설득했다.

“벌써 1시니까 몇 시간만 더 하면 아침이네요. 괜찮아요. 여러분들이야말로 좀 쉬고 계세요. 시간 되면 제가 깨울게요.”

“자다가 깨워서 일어나면 얼마나 괴롭겠어요”

시계를 바라보고 능연이 하는 말에 간호사들은 머리가 다 어질거렸다.

능연은 병원에서 당직을 서는 의사는 누구나 자다가 부르면 일어나 일하고, 끝나면 또 자고, 또 깨우면 일어나고 그런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입을 삐죽였다. 적어도 당직 의사는 대부분 다 그러했다. 그는 아직 당직 경험이 별로 없지만,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해두었다.

하지만 마사지 받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일반인이니 많은 걸 요구할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하죠. 옷 입은 채로 주무시고 있으면 깨우지 않고 마사지할게요. 괜찮겠어요?”

벌써 포션도 마셨는데, 마사지를 못 하게 되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능연의 말에 사람들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고, 너무 고생이라 안 돼요.”

“맞아요. 선생님도 어서 쉬세요.”

“옷을 입고 자면 불편해서요.”

“정말 너무 착하세요.”

사람들은 능연이 너무 열심이라 생각할 뿐, 다른 쪽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 자리에 있는 젊은 여자들도 혹시라도 능 선생이 흑심이 있다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흑심이 있다 해도 능 선생이라면 이런 귀찮은 방법을 쓸 필요가 없을 테니.

능연의 계속된 고집에 결국 기다리던 사람들은 일부 핸드폰을 붙들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치료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요양원 같은 기관의 처치실은 두루두루 사용되었는데, 밤에 치료실에서 수액을 맞고 잠드는 사람이 흔했다.

능연은 감자 껍질을 벗기는 것처럼 한 사람을 끝내면 다음 사람을 벗기러 갔다. 마사지 받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고통 해소 시간도 100시간 이상 늘어났다. 능연은 경추와 척추의 시간 계산은 계산 방식이 다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어떤 사람은 150시간까지 고통이 해소됐고, 경추와 척추가 안 좋은 사람들은 150시간 이상 해소되기도 했다.

조금은 견딜 만한 미세한 통증까지 포함한다면 앞으로 보름은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사실상 대부분 성인은 서른만 넘으면 목과 등에 정도가 다를 뿐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 현대인의 생활 방식과 신체 구조 때문이었다.

백만 년 전,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우세한 생존력을 갖추도록 진화했다. 특히 유연한 팔, 손바닥, 손가락은 무기를 발명하고 사용하는 데 한몫하면서 뇌용량의 우세를 보존함으로써 야만적 생활을 몰아내고 문명을 세웠다.

하지만, 그 당시의 진화는 몸을 펼쳐 창을 던지는 인류가 의자에 앉아서 키보드를 치게 될 때의 대비를 하지 못했다. 혹은, 현대 인류의 수명이 너무나 길어졌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생물은 번식이 가능한 나이까지 성장한 그 이후 수명 길이까지 고려하지 않고 진화해왔다.

현대 인류는 심지어 번식 능력이 퇴화되는 나이까지 살아남으니, 전체 생물계와 비교하면 초고령 복무나 마찬가지고, 신체 부품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필연적인 일이다.

사람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외과 의사의 직무는 부품 교환 혹은 부품 수리나 마찬가지였다. 내과 의사는 엔진 오일 관리 같은 구조 관리에 해당한다. 추나로 부품의 위치를 제대로 잡고, 부품 사이의 틈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니 부품이 아직 멀쩡하고, 오일이나 전력 관리 같은 시스템에 큰 문제가 없는 차량이라면 위치를 조금 조절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편안함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완전히 고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다음 날 아침까지 감자 껍질을 벗긴 능연은 진심 어린 감사 보물 상자를 8개나 얻었다. 감자 두 개를 벗길 때마다 감사 하나를 받은 셈이었다. 새벽 3시에 회진을 돌 때는 진심 어린 감사 보물 상자가 0이었는데, 이번엔 진심 어린 감사를 대량으로 받으니 능연은 어리둥절해졌다.

동시에 고통 해소 시간도 0으로 돌아가 새로운 파생 스킬, 두부 추나법(마스터급)을 얻었다.

2만하고도 2천이 넘는 누적 시간으로 두부 추나법이란 포상을 얻었으니, 하루만 더 버티면 내일 아침까지, 아니 당일 저녁까지, 감자가 더 줄더라도 고통 해소 시간은 적잖게 얻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누적 총계를 더 늘리는 것은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게 조금 유감이었다.

마사지를 반복하는 효과도 물론 나쁘지 않다. 하지만 두 번째 효과는 처음이랑 비슷하게 나오기만 해도 괜찮은 편이었고, 더 좋은 효과를 얻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두부 추나요법으로 새로운 부위를 얻었으니, 등 마사지를 할 수 없는 일부 노인들의 고통 해소 시간을 늘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능연이 마음속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치료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능연은 몸을 움직이면서 막 껍질을 벗긴 감자 위에 얇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 감자는 살짝 몸을 비틀더니 금세 천둥 같은 코골이 소리를 냈다.

“능 선생님. 제가 아침 좀 가지고 왔어요. 따듯할 때 드세요. 밤새 아무것도 안 드시고, 배고프시죠?”

생물학 석사 아가씨가 발을 콩콩대며 안으로 들어와 능연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괜찮아요. 건강에도 좋은데요, 뭐.”

“밤새우는데 어떻게 건강에 좋아요, 오히려 안 좋죠.”

아가씨는 입을 삐죽거리며 테이블에 아침을 늘어놓았다. 또우찌앙에, 순두부에, 콘스프에 요우타오, 흑탕 만두, 전병에 탕면 말고도 당근채, 김치, 달걀 조림과 닭고기 채 버섯볶음도 있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요. 이거 말고도 식당에 잔뜩 있는데 다 가져오기 그래서요. 혹시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괜찮습니다. 요우타오하고 또우찌앙만 있으면 돼요.”

능연도 체면 차리지 않고 알콜겔로 손을 씻고는 요우타오를 또우쟝에 찍어서 한꺼번에 입에 넣었다.

밤새 마사지하면서 소모된 체력은 탕 수술 열 몇 시간 한 것에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운화 병원 수술실에는 족발, 죽, 쇠고기, 닭발, 닭날개, 오리날개, 버섯, 옥수수 등 영양 보충할 음식이 넘쳐났다.

능연은 진작에 여자들이 주는 작은 선물을 너무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터득했다. 특히, 자신에게 필요한 작은 선물은 더욱. 거절해봐야 울상이 된 상대의 얼굴을 볼 뿐이고, 달래도 소용없고 이치를 설명해도 소용없으니, 차라리 처음부터 고맙게 받는 게 나았다.

“돈 많이 쓰셨겠네요.”

능연은 표준에 부합하는 인사치레를 하며 고개를 들어 또우쟝을 비우고 순두부를 집어 들었다.

“선생님 드리려고 한다니까 식당 이모님이 돈을 안 받으셨어요. 선생님께 감사드려야 한다면서요.”

기분 좋아진 아가씨가 활짝 눈웃음을 지은 후 숟가락을 건네면서 얼굴을 붉혔다.

“식당에서 쓰는 숟가락은 플라스틱이라서 제 숟가락을 가지고 왔어요. 여러 번 소독했고요.”

“감사합니다.”

능연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의 경험으로는 여자들이 준비한 물건은 모두 편리했으며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드물었다.

순두부와 전병 하나, 흑당 만두 반 개, 그리고 달걀 하나에 반찬을 조금 먹은 능연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서 앞으로 300번은 더 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쾅.

그때 주 선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능연, 너 왜 여기 있냐?”

순간 고개를 돌리던 주 선생은 얼굴이 새빨개진 석사 아가씨를 발견하고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실례, 실례, 두 분이 안에 있을 줄 몰랐습니다.”

“선생님, 그럼 이따 치우러 올게요.”

여자는 부끄러워하며 밖으로 나갔다가 찬바람이 불자 문득 정신을 차렸다.

‘무서울 게 뭐 있어? 오해해야 좋은 거 아냐?’

오후가 되어서야 다시 기회를 잡은 아가씨가 식권을 들고 흥분해서 능연을 찾아갔다가, 운화 병원 사람들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돌아가시는 거예요?”

그들이 돌아갈 때가 됐음을 떠올린 아가씨의 눈에 습기가 찼다.

“네. 준비 좀 하다가 돌아가야죠. 여기 요양원 환경 정말 좋네요. 선택할 수 있으면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

평범한 레지던트가 양심도 없이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능 선생님은요?”

여자가 입을 삐쭉 내밀자 더 귀여워 보였다. 그 모습에 평범한 레지던트는 잠시 멍하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치료실에서 마사지하고 있을걸요? 능연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는 몸을 돌려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여자가 헐떡거리면서 치료실에 가봤더니 과연 능연은 노인의 머리를 마사지하고 있었다. 노인은 튀어나올 거 같은 붕어 눈을 감고 시원한 듯 옹알거리고 있었다.

여자가 숨을 좀 고를 때, 능연은 옆 침대로 몸을 옮겨 다른 노인 목 마사지를 시작했다.

“너무 자주 마사지 받지는 마세요. 이번에 했으니 한동안 시원하실 테니까, 적당하게 운동하시면 꽤 긴 시간 그 상태 유지할 수 있어요. 불편해지면 운화 병원으로 절 찾아오세요.”

어차피 온종일 수술실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휴식 시간도 있으니 능연은 그때 가볍게 헬스하듯 마사지 몇 번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치료실에 있던 노인들이 입을 모아 그를 칭찬했다.

“실력 좋은 젊은이가 사람도 좋구만.”

“이렇게 세심한 아이는 참 보기 드물어.”

“어제 한숨도 안 잤다며? 그러면 안 돼. 마사지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 몸을 챙겨야지.”

여자는 세심하고 진지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은 듯 계속 마사지를 하는 능연을 바라보면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는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를 떠올렸다.

누군가의 생명은 고요한 호수 같고, 누군가는 하얀 구름이 뜬 끝없는 하늘 같고, 누군가는 기름지고 풍요로운 평원 같고, 누군가는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산봉우리 같다······.

능연은, 세상에 속한다······.

오후, 백세탄에 가랑비가 내리자 이글거리던 더운 기운이 한풀 꺾였다.

운화 병원에서 대절한 대형 버스에 ‘건강 검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조금 너덜너덜하게 차체에 걸려 있었고, 타이어에는 흙먼지가 튀어 있었다.

노인 셋이 꽹과리를 들고 힘껏 치기 시작했다. 뒤이어 유유한 피아노 소리가 울렸고, 알록달록한 댄스복을 입은 할머니들이 부채를 휘두르며 노래를 시작했다.

요양원 오락 프로그램은 거의 변화가 없어서, 명절이 되거나 요양원에 오는 사람을 마중하고 배웅할 때는 거의 비슷한 퍼포먼스를 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참여 인원이 조금 많았다.

보통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 나이든 군인들도 휠체어를 타고 정원으로 나와 편안한 듯 햇볕을 쬐며 미소 짓고 있었다.

노랫소리와 함께 누군가 홀로 켜는 얼후*(해금과 비슷한 중국 악기) 소리가 끼익끼익 들렸다. 하지만 머지않아 격렬한 기타 반주가 얼후 소리를 묻어버렸다.

“야, 유가야! 또 트집이냐?”

얼후를 켜던 노인은 불같이 성질내며 펄쩍 일어났다. 그러자 가죽옷을 걸친 노인이 기타를 치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왜? 넌 얼후 치고 나는 기타 치고, 사람들은 듣고 싶은 거 듣고. 민주주의 모르냐?”

“얼후는 켜는 거지.”

“그럼 켜. 라이터도 같이 켜게 줄까?”

두 사람이 말다툼하는 사이, 치파오를 입은 할머니 몇이 튀어나와 ‘첨밀밀’을 부르면서 얼후와 기타를 모두 구석으로 밀어냈다.

운화 병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요양원 원장은 허벅지를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또 노래 싸움 시작이구만. 여러분, 미안합니다. 저러다 어르신 누구 하나 쓰러지기 전에 좀 말리고 오겠습니다.”

재빨리 뛰어간 원장은 직원들을 지휘해 길을 막은 물건들을 치우면서 아직 공연 시간이 아닌 팀을 돌려보냈다.

대형 버스 아래 있던 운화 병원 간부와 의사들은 미소 지은 채 손을 흔들면서 사방에 감사를 표했다. 얼후 소리가 다시 들렸을 때, 사람들은 요양원이 준비한 순서대로 버스에 올라타 조금씩 요양원에서 멀어졌다.

요양원 안에는 가무극이 이어졌고, 배웅하는 사람들은 꼭 학생들의 새해 공연처럼 열정적으로 공연했다. 움직임의 보폭이 넓지 않고, 동작이 조금 적고, 의상이 더 화려한 것만 빼면.

사람들은 직접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더 큰 기쁨을 느꼈다.

능연은 한 박스 가득한 선물을 품에 안고 뒷줄에 앉았다. 주 선생과 그의 레지던트들은 정리하는 능연을 도우며 선물을 기록했다.

“인삼 한 뿌리.”

“어간유 한 병.”

“인삼 한 뿌리.”

“포도씨유 한 병.”

“인삼 한 뿌리.”

주 선생은 저절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잘생긴 건 정말 좋은 거구나. 나도 같이 일했는데, 왜 너만 선물 받냐? 우와, 인삼 큰 거 좀 봐라.”

“에이, 능연은 톡톡히 일했잖아요.”

곁에 있던 레지던트가 저도 모르게 주 선생을 흘겼다. 주 선생은 안색이 흐려져서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시무룩해졌다.

“나도 어제 혈압을 얼마나 재고 다녔는데!”

“제가 했잖아요.”

“아, 그러네. 깜빡했다.”

당사자가 살며시 반항하자 주 선생은 껄껄 웃으면서 능연을 바라봤다.

“마사지 기술 괜찮네. 한의원에서 추나 한 번에 100위안 정도 받나 봐. 그럼 네가 한 20위안 받을 수 있을걸? 하루 치 쌓이면 쏠쏠할 거야.”

“아.”

“야, 너 연예인 어쩌고 그런 말은 듣지도 마. 연예인이 뭐가 좋냐?”

“아.”

능연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사람들의 목덜미를 바라봤다. 당장에라도 마사지를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사흘 기한인 퀘스트인데 이제 막 하룻밤 지났으니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돌아가는 데 3시간 걸리는 거리를 가만히 앉아만 있기엔 너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연? 무슨 생각하냐?”

한바탕 설교를 늘어놓은 주 선생은 능연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조금 허무해했다. 다른 레지던트가 연예인이 되겠다고 나서면 허리 굽혀 인사하면서 보내겠지만, 능연은 달랐다. 그는 되고자 한다면 탑스타가 될 가능성이 컸다.

“힘드시죠? 마사지해 드릴게요.”

능연은 더는 참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핑계를 찾고는 흰 수건을 꺼내 주 선생의 목에 손을 댔다. 주 선생은 뭐라고 대답하려고 입을 열자마자 ‘아!’ 하는 소리를 냈다.

능연이 목뼈를 하나하나 따라 내려오며 누르자, 주 선생도 마음을 놓았다. 능연이 이렇게 마사지를 좋아하는 것만 봐도 연예인이 되긴 글렀다. 연예인이 되어서 매일 팬의 목을 마사지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오히려 한의원 의사를 조심해야 할지도 모른다. 추나는 한의학에서도 중시받지 못하고 운화엔 추나과도 없지만, 상대가 고액으로 스카우트하려고 들면 위험할지도 몰랐다.

병원으로 돌아간 능연은 점호를 하고 병실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응급 의학과 병상은 아직도 빼곡히 차 있었다. 지난 사흘 동안 침대 8개가 비었지만, 탕 법 진료팀의 병상은 여전히 모자랐다.

하지만 저녁에 콘서트에도 가야 했기에 능연은 병상을 채우는 데 집착하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