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7화 (56/877)

브레이크를 밟은 소 사장은 산타나를 세우자마자 다급하게 창을 내리고 비집고 나갔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이건만 에어컨이 고장 난 탓에 차 안에 있는 것은 점점 괴로워졌다. 그런데 막상 고치려고 하니 계속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산타나를 고쳐서 뭐 한단 말인가. 어쩌면 에어컨 바꿀 돈으로 구형 벤츠를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고개를 숙인 소 사장은 모자를 당겨 쓰고는 체육관 쪽으로 달려갔다.

지은 지 오래된 운화 체육관은 새로운 장소가 생긴 이래 십여 년 동안 버려졌다가 최근 리모델링 후 주차장이 넓고 편안하다는 이유로 다시 각종 문화 체육 활동의 근거지가 되었다.

멀리서 현장 질서를 유지하는 체육관 보안요원을 바라보던 소 사장은 갑자기 즐거운 마음이 몰려들었다.

“흥분하지 마, 진정해, 진정. 흥분하다가 기절하면 어떡해.”

소 사장은 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잠시 후 흥분을 가라앉히자 환한 얼굴로 햇살을 마주하며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어가······, 줄을 섰다.

소 사장 앞에 선 어린 소녀들이 재잘재잘 들뜬 목소리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산우 오빠 어제 재채기한 거, 티슈 때문이래. 그래서 티슈 회사들이 좋은 티슈를 잔뜩 보냈다나 봐.”

“응? 회사들도 보냈다고? 나도 보냈는데. 아, 짜증 나. 배달앱에 심부름비까지 주고도 한참 걸렸는데, 산우 오빠가 받기나 했는지 모르겠네.”

“뉴스 떴다, 뉴스. 산우 오빠가 주훼이 새 광고 찍게 됐대. 앞으로 그 회사에서 나오는 향균 티슈만 쓴대.”

“와, 티슈 들고 있는 오빠 너무 잘생겼다.”

소 사장이 고개를 내밀었더니 검은 스키니진을 입은 맹설이 보였다. 그는 끝내주게 멋진 포즈를 취하면서 주훼이 브랜드 티슈를 들고 있었다.

끝내주게 창의력 없는 광고였지만 맹설은 끝내주게 예뻤다. 소 사장은 저도 모르게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맹설이 얼마나 섹시하고 멋진데, 이 골빈 팬들이 산우 오빠 산우 오빠라고 부르다니! 그냥 가끔 일자 바지를 입는 것뿐이잖아.’

킁킁거리는 소리를 들은 소녀들은 저도 모르게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똑같은 눈썹, 똑같은 속눈썹, 똑같은 입술을 가까이 바라보자 은근히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소 사장은 저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았다.

‘안 돼, 스릴러 영화 보는 기분이야.’

“맹설 보러 온 거예요? 아니면 산우 오빠 보러 온 거예요?”

“맹설이나 산우 오빠나 한 사람 아닌가요?”

한 소녀가 묻는 말에 소 사장은 모른 척 눈을 껌뻑였다. 하지만 거기에 속을 소녀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일제히 눈을 흘기며 무시하듯 징그럽다고 내뱉었다.

“징그럽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남자들이 맹설이라고 부르는 거, 토나와요!”

“이름이 맹설인 걸 어쩌라고!”

“맹설은 여자로서 외모일 뿐이에요. 남자들이 맹설이라고 부르는 건 결국 겉모습만 따지는 거라고요. 진짜로 그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소 사장은 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팔을 뻗었다.

“이봐요, 어제 양 두 마리 잡아서 새벽까지 꼬치를 구웠어요. 그렇게 번 돈으로 겨우 콘서트 표를 샀는데, 이게 가짜로 좋아하는 거라고요?”

소녀들은 소 사장의 불그스름한 손을 보자 말문이 막혔다. 평온을 찾은 소 사장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오후 5시 40분, 6시쯤 되면 앉을 수 있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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