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8화 (57/877)

능연과 도평은 측문으로 콘서트 장에 들어갔다. 매니저 이뢰가 그에게 준 표는 초대권이라 일반인들과 같이 정문으로 끼여서 들어가지 않아도 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네 아버지 데리고 올 걸 그랬다, 얘.”

그런 호사를 처음 누리는 도평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고, 능연은 반박하기도 귀찮아 그저 미소만 지었다.

앞 열 관객이 먼저 입장해 자리를 잡자, 도평은 즐거운 듯 주변을 둘러보며 셀카를 찍었다. 능연에게도 셀카를 찍으라고 하다가 어딘가 멍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피곤한지 물었다.

“조금 전까지 마사지 해주고, 너무 지친 거 아니니?”

“아니요.”

능연의 눈빛은 주변 사람 목덜미에 머물러 있었다.

“건강 조심해. 아빠 말 들을 거 없어. 추나로 돈을 벌지는 몰라도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어. 그리고 의사만 해도 돈 버는데 돈 더 벌어서 뭐하게? 내가 해봐서 아는데, 평생 먹고 마실 돈 충분해.”

“그런 테스트하지 말아요, 좀.”

“테스트해야 결정 내리기 쉽지. 아빠가 건의한 건데?”

도평은 그렇게 말하면서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다시 핸드폰을 치켜들었다.

“무슨 테스트 말씀하시는 거예요?”

능연 옆에 앉아 있던 소녀가 어떻게든 말을 걸어 보려고 안달이다가 그 틈을 타서 능연의 얼굴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것처럼 말을 걸었다. 능연은 담담하게 도평을 힐끔 봤다.

“네가 얘기하렴.”

도평은 살짝 미소 지으면서 능연에게 대답을 미뤘다. 남 앞에서 도평은 언제나 우아한 모습만 보이고 싶어 했다.

“어릴 때, 우리 엄마가 내 목에 ‘같이 사진 찍는 데 1위안’이라고 적힌 상자를 걸고 쇼핑몰 광장에 세워뒀어.”

“그래서요?”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상자가 꽉 찼지.”

능연은 여전히 간단하게 대답했고, 도평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돈을 세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단다. 100위안짜리도 있었어.”

“와아.”

예쁘장한 소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능연을 위아래로 살피다가 그의 눈빛에 빠져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제가 봤다면, 저도 그랬을 거 같아요.”

소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능연의 가슴팍을 바라봤다. 물론, 상자도 없고 같이 사진 찍으라는 팻말도 없었다.

“그러고요?”

“그게 끝이야.”

예쁘장한 소녀는 어떻게든 대화를 이끌어가려고 했고, 능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끝이요? 왜요? 돈 잘 번다면서요.”

“아들이 굶어 죽을 일은 없다는 것만 확인하면 됐지, 돈 벌어서 뭐하게.”

도평 여사의 사고방식은 언제나 보통사람과 많이 달랐다. 예쁘장한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능연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뭐라고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여러분, 저는 콘서트 무대 매니저입니다. 저기, 우리 우선 손뼉 치는 영상 좀 찍을까요?”

서른쯤 되는 남자 하나가 온몸에 번쩍거리는 옷을 걸치고 미소 지은 채 앞 열에 섰다. 사람들은 왜 안 되냐는 듯 사람 없는 빈 무대를 향해 손뼉을 쳤다. 능연은 두 손을 한 번 부딪히고는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목덜미를 주시했다.

그때, 능연에게 티켓을 선물한 매니저 이뢰가 다급하게 무대 뒤에서 나왔다. 그러다 능연을 발견하고는 눈빛을 빛내면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능 선생님. 마사지로 근육 경련 치료할 수 있는 거 맞죠?

“완화할 수 있죠.”

“그럼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우리 백댄서들이 몸 풀다가 경련이 왔어요. 7시면 시작해야 하는데, 한 시간이면 될까요?”

이뢰가 걱정스러운 듯 시계를 보면서 하는 말에 능연은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콘서트를 보면서 시간 낭비한다는 죄책감이 순간 사그라진 탓이었다.

운화 체육관은 시설이 호화롭고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그러나 공연장 앞쪽만 그랬고, 백스테이지는 밑에 깔린 바닥만 무대 쪽과 비슷할 뿐, 벽에 바른 도료나 복도 넓이, 그리고 높이도 다 크게 뒤떨어졌다.

90년대에 지어진 체육관 백스테이지 모습 그대로라서 갑자기 시간을 되돌린 느낌도 들었다.

복도에 냄새도 이상했고, 땀 냄새, 플라스틱 냄새, 쓰레기 냄새가 섞여서 몰려와서 대체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의아함마저 들었다.

얼굴을 찡그린 능연은 이뢰의 뒤를 따라 재빨리 분장실로 들어갔고, 그 안에서 다리에 쥐가 난 댄서들을 발견했다. 어려 보이는 세 명의 댄서들이 진한 화장을 하고 발레슈즈와 흰 스타킹을 신고 의자에 등을 댄 채 땀을 흘리고 있었다. 댄서들이 인상을 쓰면서 쿠션과 모자로 치마를 가렸다.

“세 사람 모두 경련이 왔나요?”

“무대가 이상했어요. 올라가서 두어 동작하고 나니까 이렇게 됐어요.”

능연이 의아한 듯 묻는 말에 중간에 있는 몸집이 작고 귀여운 댄서가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흠흠. 지금은 원인을 찾을 때가 아니에요. 먼저 문제 해결부터 하는 게 어떨까요? 능 선생님, 고칠 수 있을까요?”

분장실에 들어오기 전에 이뢰가 이미 능연에게 그들이 계속 백댄서를 할 수 있는지 판단해 달라고 했다. 안 되면 안무 감독에게 안무를 변경해 달라고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해볼게요.”

능연이 지금 터득한 추나 기술은 두부, 경추, 척추고 다리 쪽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세 기술은 모두 마스터급이었고, 두부 추나 기술이 전국 79위인 것 외에 경추와 척추는 모두 전국 50위 안에 들었다.

세 스킬을 함께 장악하다 보니 추나에 관한 깨달음도 증가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세 가지 스킬을 터득했으니 다리 마사지도 마스터급까지는 안 된다고 해도 전문가급이나 아마추어급 정도 수준까지는 될 가능성도 있었다.

전문가급 스킬도 똑똑한 추나 의사가 한 6, 7년은 걸려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흔한 다리 경련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

“이쪽으로 좀 오세요.”

휴대용 알콜겔을 꺼낸 능연은 손을 닦고 바로 댄서의 다리에 손을 올렸다. 자주 춤을 추는 여자의 다리는 섬세하고 힘이 있어서 손가락을 올리니 탄력이 느껴졌다. 능연이 힘을 주자 댄서가 바로 비명을 질렀다.

“일반적인 근육 경련이네요. 제가 해볼게요.”

“가능하겠어요?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요?”

이뢰가 절박하게 물었다. 능연을 불러온 것도 그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 것뿐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쉬기만 하면 나을 근육 경련으로 그를 귀찮게 할 필요도 없었다.

능연을 스카우트하고 싶어 하는 이뢰는 의술이 아주 필요한 것이라는 걸 그가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악!”

댄서가 또다시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능연은 아무런 말도 없이 힘을 주어 문지르면서 근육 저항을 풀었다.

능연은 다리 추나에 익숙하지 않고, 하지 해부에 대한 이해도 의대에서 배운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한곳에 뭉친 근육을 푸는 데 다른 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능연이 독학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다리 추나 실력은 한의원 레지던트의 실력보다 위였고, 주변 대부분 병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악, 악아아악!”

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통스러운 듯 지르는 비명에 사람들이 고개를 빼고 들여다봤다. 문을 닫았다간 해명하기 더 곤란해질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뢰의 얼굴이 점점 굳었다.

“됐습니다.”

댄서의 다리를 조금 더 문지르던 능연이 임무를 완성하고 눈짓했다. 아파서 땀을 잔뜩 흘린 댄서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금 어색하긴 해도 아프지 않은 걸 느끼곤 이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뢰의 입가에 바로 웃음꽃이 피었다.

“능 선생님, 그럼 나머지 둘도 부탁드릴게요. 봉투는 이따가 드릴게요. 그런데 속도를 조금만 내주시실 수 있을까요? 춤을 춰야 하잖아요. 한 시간도 안 남았는데 그전에 체크할 게 많거든요.”

“둘 다 이쪽으로 오세요.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를 방 한중간으로 가지고 와서 한 손으로 한 명씩 마사지할 수 있도록 댄서가 앉아 있는 의자를 옆으로 당겼다.

두부, 경추, 척추 추나 기술이 다리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안 그래도 동시에 마사지할 생각이었다.

“아악!”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만으로 아픈데 마사지까지 하니 통증은 더 심해졌다. 그런 고통을 느껴본 적 없는 스무 살 남짓한 두 댄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치마를 가리고 있던 베개와 모자가 이리저리 뒤틀렸다. 하지만 능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점점 힘을 줬다.

“아악!”

“뭐 하는 거예요?”

그때 머리통 하나가 문 쪽에서 불쑥 들어왔다.

“응? 산, 맹설이구나. 너 왜 나왔니.”

이뢰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명을 지르던 댄서 둘도 갑자기 목소리를 잃은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능연 왼쪽에 있던 목소리가 더 크던 여자는 모자를 잡아 치마를 가리면서 통증을 참으려 안간힘을 썼다.

“설 언니.”

맹설은 위압감이 충분한 모습으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뭐 하고 노는 중이야?”

“아, 그게, 애들이 좀 다쳐서, 의사 선생님이 마사지하고 있어.”

다급하게 앞으로 나선 이뢰가 해명하면서 능연을 슬쩍 밀었다. 그러자 능연은 어쩔 수 없이 몸을 반쯤 틀어 자기소개를 했다.

“운화 병원 의사입니다.”

“주최 측이 모셔온 의사 선생님이세요?”

능연의 반쪽 얼굴만 보이는 채로 맹설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콘서트 보러 왔어요.”

이뢰가 뭐라고 설명하기도 전에 능연이 대답했고, 이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맹설은 기쁜 듯이 크고 동그란 눈을 반짝 떴다.

“제 팬이세요?”

“엄마가요.”

능연이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에 사람들은 맹설이 자신의 웃는 얼굴을 알아차릴까 봐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사인해 주려고 했더니. 그럼 됐네요.”

맹설이 기분 나빠져 입을 내밀었지만, 능연은 상관없다는 듯 몸을 돌려 마사지를 계속했다.

다리에 쥐가 난 댄서 두 명은 소리를 지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입을 막을 물건을 찾아 가렸다. 그 광경을 보던 맹설이 진저리를 쳤다.

매일 춤추고 뛰어다니는 연예인이다 보니 몸이 여기저기 불편했다. 춤의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인 콘서트 여왕 맹설은 그런 경험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능 선생님, 차라리 맹설 마사지 한 번 해주실래요? 지난번에 저한테 해주신 경추 마사지요. 정말 시원하던데.”

“2분만요.”

매니저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빠른 눈치였다. 이뢰는 댄서들의 마사지를 끝내기도 전에 떠보듯 물었고 능연은 거절하지 않았다. 객석에 앉아 있을 때부터 좀이 쑤셨는데, 마사지를 할 수 있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뢰는 힐끔 맹설을 바라봤다. 아무런 표정 없이 멋지고 아름답게 방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은 없었지만, 재촉도 할 수 없었다. 능연이 2분이라고 하면 2분인 것이었다.

손에 쥔 모자를 쥐어짜면 물이 흐를 정도로 마사지를 받던 댄서 두 명이 고개를 숙이고 다급하게 방에서 뛰어나갔다. 뛸 수 있다는 건 다리 경련 문제가 해결됐다는 얘기였다.

이뢰는 한숨 돌리는 동시에 어떻게 맹설 마사지를 준비하나 궁리했다. 맹설은 대스타였다. 아무나 그의 몸을 만지게 했다가 기자들이 함부로 기사를 쓰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개인 매니저에게 연락해야 하나? 이제 곧 콘서트 시작인데, 준비할 시간이 얼마나 있지?

능연은 휴대용 알콜겔을 꺼내 맹설에게 건넸다.

“마사지 받고 싶은 부위에 발라요. 목이랑 어깨엔 꼭 바르고.”

잠시 멈칫하던 맹설은 이래도 되나 싶은 표정으로 알콜겔을 받아들여 목과 어깨에 바르기 시작했다. 콘서트 준비 때문에 자주 잠을 설치는 바람에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근육이 은근히 뭉쳐 있었다.

알콜겔을 바른 맹설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능연은 병아리를 발견한 늙은 매처럼 목을 잡았다. 맹설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눈을 크게 떴다.

대학교 2학년 때 데뷔해서 대 스타가 된 이래 예쁘고 배경이 좋아서 산우 오빠, 혹은 설 언니로 불려왔는데, 누가 감히 목을 잡아챈단 말인가. 그런데 확실히 시원하긴 했다.

맹설은 능연이 자신의 경추 관절을 따라 부드럽고 힘있게 여러 번 누르는 걸 느끼면서 시원해서 콧소리를 낼 뻔했다. 갑자기 아까 세 명의 댄서를 떠올린 맹설은 소리를 내지 않도록 참았다.

능연이 근육을 밀며 풀었다.

맹설은 끽소리 내지 않았다.

능연이 근육을 문지르며 풀었다.

맹설은 끽소리 내지 않았다.

능연이 근육을 꾹꾹 누르면서 풀었다.

맹설은 끽소리 내지 않았다.

맹설은 능연이 추나 스킬을 얻은 후 가장 조용한 고객이었다. 그러나 능연의 관심 포인트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마사지하면서 언제나 시시각각 퀘스트 진도에 주목했다.

원래 25400 정도였던 고통 해소 시간이 단 몇십 초 만에 26000을 넘어섰다.

‘귀한 고객이었잖아.’

능연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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