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9화 (58/877)

분장실.

분장실 앞쪽은 얼룩덜룩하니 하얀 도료가 벗겨져 있고 바닥은 울퉁불퉁했으나 어수선했다.

대스타 맹설이 바로 그 방 중앙에 앉아 목을 치켜들고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시원하다는 건 흔한 표현이다. 쾌감을 참으면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대스타 맹설이다. 어떻게 함부로 고함을 지르겠나. 맹설은 똑바로 앉아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댄서들처럼 소리를 지르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밖에 기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물론 없다고 해도 안 될 일이지만. 지금은 개인이 독립된 개인 미디어인 시대라, 모멘트와 웨이보가 퍼지는 속도는 매체보다 훨씬 빨랐다.

그러나 목이 정말로 너무너무 편했다. 이처럼 편했던 게 대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였다.

전국 콘서트를 시작하기 전인가,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전이었지. 지난번 영화 찍기 시작했을 때? 그보다 더 오래전인데. 이름을 건 버라이어티를 시작했을 때? 그때는 참 재미있었어.

그땐 아이돌 버라이어티가 없던 시절이라 맹설은 ‘노래를 잘하고 춤이 예쁜’에서 ‘예쁘고 춤이 끝내주는’으로 진화하여 국민 스타가 되었다.

“됐습니다.”

퀘스트 완성도가 26380까지 올라간 다음 기본적으로 더는 오르지 않음을 확인한 능연은 마사지가 끝났음을 선포했다.

“겨우 몇 분 만에요?”

가장 재미있었던 시절을 회상하던 맹설은 조금 불만인 표정을 지었다.

“충분합니다.”

능연은 반쯤 남은 알콜겔을 치우면서 마음속으로 계산해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목에 너무 많이 발랐어요. 그럴 필요 없었는데.”

남은 양을 보니 몇 명밖에 소독을 못 할 것 같았다. 손 큰 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두세 번 만에 바닥날 것 같았다. 콘서트가 끝나려면 몇 시간은 걸릴 텐데, 능연은 핸드폰 배터리가 30% 이하로 내려간 것처럼 긴장했다.

맹설의 크고 동그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무라는 말투야?’

‘나무라는 거지?’

맹설은 휙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긴 다리를 착, 의자에 올리면서 순간 산우 오빠의 모습을 드러냈고 습관적으로 훈계하듯 고개를 낮췄다.

“응? 나보다 크네?”

맹설은 조금 놀랐다. 그는 여자 연예인 중에 가장 컸고, 대다수 남자 연예인보다도 키가 컸다. 서양 모델만큼 큰 키는 맹설이 유명해진 요인 중 하나였다. 키 때문에 수많은 버라이어티에 출연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빠르게 이름을 알렸으니까.

아이돌 외모가 점점 수려해지는 시대에, 맹설이 키높이 구두로 체면을 세우는 아이돌 중간에 서 있는 모습은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수월하게 신인 시절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 맹설 곁에 서려면 다들 키를 가늠해봐야만 했다.

그런데 능연은 맹설보다 키가 더 컸다. 앉아서 마사지할 때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있으니 맹설이 올려다봐야 했다. 맹설은 부자연스럽게 한 발짝 물러나서 능연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의사예요?”

연예계는 미남미녀 집합소고, 맹설은 저 잘난 줄 아는 남자의 체면을 세워주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능연처럼 잘생기고, 키 크고, 눈빛이 그윽한 남자라면······.

맹설의 눈빛이 침착함을 되찾았다.

‘무슨 목적인지 몰라도, 뭐라고 대답하든지 냉정해야 해.’

능연은 그런 맹설을 힐끔 보더니 간단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무대 오를 준비해야겠네요.”

맹설은 어느 병원 의사냐고 묻고 싶었지만, 남자 내력을 직접 캐는 것도 이상하다는 생각에 이따 이뢰에게 물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자기보다 말을 주고받기 어려운 사람은 처음이라고 여기면서.

“그럼 저는 이만.”

능연은 맹설의 척추와 머리통을 바라보다가 아쉽다는 듯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가 그렇게 재빠를 줄 모른 데다, 마지막에 자신을 보는 눈빛이 조금 이상했다고 생각한 맹설은 그가 자리를 떠나는 걸 아무 말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능연은 퀘스트 완성도가 가장 아쉬웠다. 다른 부위 고통 해소 시간은 다 개별로 계산하는데 맹설 같은 귀한 고객은 목 마사지만으로 1,000시간 가까이 증가했으니 그야말로 인간 보물 상자였다.

요양원에 있을 때 한 시간 동안 노인 열 몇 명을 마사지하면서 해소한 시간과 비슷했다.

능연은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추측했다. 첫 번째, 맹설의 경추 상태가 최악인 데다가 젊은 편인 점이었다. 근육, 인대, 신경, 뼈 등 조직 회복력이 아직 좋아서 마사지 한 번에 완전히 치료되진 않아도 작용이 오래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통 해소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멀쩡한 목이 이 지경이 된 걸 보면, 몸 상태도 이미 서브 헬스 상태로 척추와 두부도 분명 문제 있을 것이라는 걸 추측할 수 있었다. 잘하면 다시 한번 큰 고객이 될 수 있을 텐데, 참으로 아쉬웠다.

다시 말하자면, 맹설의 목 상태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 길게 쭉 뻗은 데다가 은근히 토실토실하기도 하고, 목 혈관 흐름도 힘차고 경동맹 삼각과 경근부 조직도 완전했다. 두 전직근, 두 외측 직근, 경장근, 상두사근, 하두사근 같은 근육이 팽팽하고 힘이 있는 걸 봐서 트레이닝을 했는지도 모른다.

특히 승모근이 예뻤는데 근육이 섬세하고 힘이 있어서 기능성과 미관 모두 겸비한 상태였지만 조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경골이 구부러진 각도도 미세한 변화가 있었지만, 근본이 탄탄해서 추골 하나만 따지면 관절구에 힘이 있고 돌기가 작고 균형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곧 콘서트를 시작해야 하고, 능연도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아니니 마사지를 더 하자고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능연은 착실하게 자리로 돌아와 콘서트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이 기획사 사람 아시는 거예요?”

능연의 왼쪽에 앉은 예쁘장한 여자가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 기획사보다 능연에 대한 정보를 더 궁금해했다.

“네, 아는 사람이 하나 있어요.”

“TV에 나온 적 있으세요?”

“내 아들은 의사예요. TV에 왜 나와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여자의 말에 능연이 머뭇거리는 사이 도평이 툭 끼어들었다.

“어릴 때 나온 건 빼야지. 저분은 네 직업이 궁금한 거란다.”

능연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도평이 하는 말에 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동안이세요.”

여자는 하늘을 날 듯이 기뻐하며 그렇게 말했다. 콘서트에 온 것뿐인데, 이렇게 멋진 남자 친구에 이렇게 나이스한 시어머니를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나중에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 맹설 콘서트 VIP석 어쩌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 얼마나 낭만적이란 말인가.

“능 선생님. 한 번 더 도와주실 수 있나요?”

이번에도 이뢰는 바짝 긴장한 얼굴을 하고 종종걸음으로 뛰어나왔다. 능연은 무슨 일인지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 때문에 찾는 것일 테니,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물을 이유가 없었다.

능연 왼쪽에 앉아 있던 여자는 서로 다리가 스친 느낌이 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무대 뒤로 가는 거 아닌가요?”

“관객 하나가 왜 넘어졌는지 몰라도 온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어요. 지금 2층에 있습니다.”

이뢰가 하는 대답에 능연은 그를 힐끔 바라봤다.

“여기 의사 없어요?”

“다친 관객이 운화 병원으로 가겠대요. 장기 병력이 있다면서요. 지금 여기 있는 의사는 지혈을 못 하고 있어요. 선생님이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 의사니까······.”

피를 적잖게 본 이뢰의 말투는 다소 긴장된 느낌이었고 능연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장기 병력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이해를 했다. 오랜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병원에 가게 되어 부적합한 약을 쓰거나 부적합한 응급 처치를 하게 되면 심한 경우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당장은 아무 일 없다고 해도 나중에 다른 문제가 일어날지도 몰랐다. 소 사장 같은 환자만 봐도 약을 쓸 때 간장, 신장 손상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심장도 매우 약한 문제가 있었다.

능연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뢰를 따라 2층 VIP룸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누군가 피로 얼룩진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소 사장님? 왜 여기에 계세요?”

바로 상대방을 알아차린 능연이 묻자 소 사장은 숨을 들이쉬며 웃었다.

“구급차 왔어? 몸이 좀 안 좋아. 나는 콘서트 보러 왔지.”

그때 체육관의 오색 불빛이 갑자기 미친 듯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 사장은 부축해 달라고 버둥거렸다.

“일으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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