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0화 (59/877)

콘서트 측에서 준비한 새파란 의사는 소 사장처럼 병을 달고 사는 환자는 만난 적 없어 매우 당황한 모양새였다.

능연은 쓰다 남은 알콜겔로 손을 닦은 다음, 한 손으로 소 사장을 잡고 다른 한 손을 그의 목에 걸쳐서 제대로 일으켰고, 적절하게 맨손 지혈도 했다.

소 사장은 온 힘을 다해 걸음을 내디뎠고, 능연은 어찌할 도리 없이 그를 창가로 데리고 갔다. 창을 통해 아래층에 한창 신난 사람, 화려한 댄스, 번쩍거리는 불빛이 보였다.

“좋네.”

소 사장이 입을 덜덜 떨면서 그렇게 말했다. 다행히 머리 위에 스며 나오던 피는 점점 멎었다.

그 모습에 젊은 의사는 크게 놀랐다. 삼갑 병원인 창서성 의과대학 부속 제1 병원에서 파견된 의사지만, 창서 의대 부속 병원은 운화 병원의 수준에 비해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병원이었다.

응급 의학과에서 처리할 수 있는 외과 수술도 사지 데브리망에 불과했고, 맨손 지혈은 구경도 못 해봤다. 초짜 레지던트는 부상자나 치료하고 도울 정도지, 목숨을 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서둘러 능연을 서포트하며 거즈를 건네거나 핏자국을 닦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에서 더는 피가 흐르지 않음을 느낀 소 사장도 한숨을 돌렸다.

“다행히 콘서트를 놓치지는 않았네. 표가 꽤 비쌌다고.”

능연은 방 안 인테리어와 면적을 살피면서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 쓰지 못할 것 같은 그의 돈도 이런 VIP룸 포함 콘서트 표를 산다면 금세 바닥이 날 것 같았다.

“운화 병원 특수 병실도 이 방보다 비싸진 않다고.”

소 사장이 힘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새파란 의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콘서트는 퍼포먼스 보러 오는 거잖아요. 인건비 포함해야죠.”

“특수 병실 의사, 간호사 합치면 콘서트 작업 인원보다 근속 연수가 길걸?”

“그런데 왜 콘서트 보러 오신 건데요.”

“요즘 돈을 좀 벌었거든.”

소 사장은 능연을 흘깃 봤다. 능연이 그의 가게에서 사람 둘을 구한 이래, 손님이 점점 많아졌다. 어떨 때는 식당 밖까지 길게 줄을 서기도 했고, 꼬치를 사러 올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줄이 길면 길수록 흥분해서 소 사장의 병원비가 차고 넘치게 되었다.

물론, 이번에 또 단단히 밑지게 생겼다.

한 달에 3천 위안 정도 벌고, 보너스도 그 정도 버는 초짜 의사는 뭐라 더 할 말이 없어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무대를 바라봤다. 1분 볼 때마다 하루 일당을 버는 셈이었다.

운화 체육관은 전체 리모델링 이후, 외관만 따지면 꽤 현대화되었다. 안쪽 시설도 상당히 세련되어졌지만, 내부 구조는 여전히 옛날 구조 그대로였다. 소위 VIP룸이라도 해도 시야는 그저 그랬고 그나마 면적이 좀 넓은 정도였다.

능연이 소 사장을 문지르고 있었고 소 사장은 반쯤 걸터앉은 자세로 젊은 의사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무대 위의 백댄서들은 격렬한 환호성과 함께 펄쩍 도약하며 춤을 추었다. 체육관 안은 이미 열기로 뜨거웠다.

“맹설!”

“산우 오빠!”

“맹설!”

“산우 오빠!”

흥분한 사람들이 환호했고, 소 사장은 빙긋이 웃으며 ‘맹설’이라고 중얼거렸지만, 그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가 이상할 정도로 힘이 없는 걸 눈치챈 능연이 자세히 살폈다. 그러다 손으로 그의 배를 누르며 인상을 썼다.

“소 사장님, 내 기억엔 사장님 배가 이렇게까지 나오진 않았는데요.”

“요즘 운동을 좀 해서······ 살이 빠졌······.”

소 사장은 숨도 짧아졌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린 젊은 의사도 긴장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능연은 손으로 복부 체격 검사를 하면서 소 사장의 표정을 살폈다.

“내출혈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냥 살짝 넘어진 건데 내출혈이요?”

“사람이 재수 없으면 물만 마셔도 체하잖아. 내 말 믿어, 그런 적 있어, 나.”

믿을 수 없어 하는 젊은 의사에 소 사장은 낄낄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게 무슨 자랑할 일이라고요.”

능연은 소 사장의 낙천주의 정신을 뭐라고 평가해야 할지 몰랐다. 그도 낙천적이었다면 지금 소리를 내고 웃었을 것이다.

“지금 웃었지?”

소 사장은 목소리를 쥐어짜 그렇게 말하면서 능연의 입가를 주시했다.

“구급 키트 있나요? 일단 옷을 찢고 복부 소독해야겠어요.”

능연이 과감하게 명령을 내렸다.

“구급차는 와있어요, 스트레처 카도 곧 올 거예요. 아니면 구급차에 타서 처치하죠.”

“구급차에 타면, 응급 방법이 달라지나요?”

초짜 의사가 바짝 긴장해서 바라보며 하는 말에 능연이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

그것은 바로 의학 판단에 관한 문제였고, 초짜 의사는 당연히 대답하지 못했다.

구급차 안엔 심장박동기, 산소기, 수액 등이 있고 콘서트장 배치에 따라 약품도 잔뜩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기절 방지, 항부정맥 같은 약품도 있었는데 수술할 수 있는 ‘의사’ 하나가 부족했다.

내출혈이 생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하늘만 알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능연이 너무 기세등등했다.

수술실은 자신감과 열등감을 키운다. 수술실에서 집도의는 환자 생사에 관한 판단을 내리면서 환자 생사에 관한 조작을 해야 했다. 단 한마디로 결정을 내리며 반박을 용납하지 않는다.

초짜 의사는 집도의의 그림자 아래 숨어 힘과 비굴함을 바치며 감정 쓰레기통이 되곤 한다.

탕 봉합 수술을 수백 건이나 한 능연은 엄연히 당당한 외과의였다. 사실상, 일반 병원의 일반 주치의가 수술을 2, 3년 동안 해도 능연의 수술량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고급 수술 건수는 더욱 말할 필요가 없었다.

창서 병원 응급 의학과에서 온 초짜 의사는 아직 겨우 데브리망을 터득하고 설사나 열 진단이나 내리는 수준인데 어떻게 능연에게 대항하겠나.

그는 그저 무의식적으로 환자를 의료 환경이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을 뿐이다. 구급차의 환경이 VIP룸보다 좋으니까 말이다. 당연히 룸은 개복에 유리한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나 의사는 한 치의 착오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이점과 폐단의 균형을 잡는 사람이다. 한 치의 착오도 없다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생로병사야말로 현실이다.

일전에 소 사장 꼬치집과 야시장 골목에서는 더 좋은 선택이 있으므로 능연이 가능한 한 개복을 피할 수 있었다.

지금은 더 좋은 선택이 없음으로 능연은 망설이지 않고 개복을 결정했다.

“포비돈 주세요.”

초짜 의사가 구급 키트를 열자, 능연은 그를 조수로 부리며 오더를 내렸다. 초짜 의사도 순순히 포비돈을 건넸다.

능연은 능숙하게 노란 액체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는 소 사장의 운을 뭐라고 평가해야 좋을지 몰랐다. 다른 내과 증상이었다면 능연도 처치하기 어려웠으리라. 그러나 완벽급 맨손 지혈로 내출혈을 대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소 사장의 목숨은 별 탈이 없으리라.

다른 의사였거나 혹은 능연이 그 자리에 없고 현장에 있던 초짜 의사가 처치해야 했다면 내출혈을 알아차렸든 못 알아차렸든 제대로 처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 사장의 복부엔 외상이 없어서 일반 의사라면 반드시 개복 검사를 해야 지혈을 시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환경으로는 그런 의사들이 개복 검사를 시도할 엄두를 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둘째로 쳐도, 충분한 혈장이 없는 상태에서 개복 검사는 생존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 사장의 운이 좋다기엔, 바닥에 떨어진 핏자국들이 반대 의견을 내리라.

“교차 감염될 수 있으니 다른 분들은 다 나가주세요.”

사방을 둘러본 능연은 주변을 정리하면서 국부 마취제를 주사했다.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쫓겨났고, 이뢰와 초짜 의사만 남아서 손에 핸드폰을 들고 플래시를 밝게 비췄다.

능연은 다시 손을 씻고 메스를 건네받은 다음 바르게 누운 소 사장을 향해 핑거팁 그립으로 단번에 칼을 그었다.

“맹설!!”

“산우 오빠!!”

1층에서는 맹설이 나타나자 잠시 조용해졌다가 곧바로 거대한 환호성이 폭발했다.

“잘 잡고 움직이지 마세요.”

능연은 정신을 집중하며 명령을 내리고 뒤이어 팔뚝을 조금 전에 열어놓은 위치에 단숨에 집어넣었다. 상처에서 피가 솟구쳤고, 소 사장의 괴로운 듯한 신음은 이뢰와 초짜 의사가 단단히 눌렀다.

능연은 단 몇 초 만에 상처 위치를 확인했는데 장간막에서 갈라진 정맥 부분이었다.

“됐습니다. 환자를 병원으로 보내게 스트레처 카 좀 가지고 오세요.”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 앉아 창밖에 보이는 무대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늘씬한 맹설이 트램펄린에서 뛰어올라 공중에서 다리 찢기를 하는데 서커스 전문가처럼 멋졌다.

소 사장의 배에 팔뚝이 꽂혀 있지만 않았다면, 그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서 올리면 그야말로 대란이 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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