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1화 (60/877)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

오늘도 평온한 하루였다.

연문빈은 느릿느릿 걸으며 처치실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요 며칠 능연이 요양원 건강 검진을 간 탓에, 연문빈은 마치 자신이 요양 생활을 하는 기분이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날 필요도 없고, 수술 3건 끝나야 해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른 아침 회진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차트를 쓸 필요도 없고, 해도 못 보고 오후 내내 수술할 필요도 없고, 저녁 먹으면서 차트를 쓸 필요도 없고, 고기를 졸이다가 잠들 일도 없었다.

회진 잠깐 하고, 닥터스 오더 좀 쓰고, 데브리망 같은 작은 수술이나 하고, 그 작은 수술의 병력을 쓰고 또 데브리망 같은 작은 수술을 하고, 그 데브리망의 병력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 족발, 닭발이나 졸이다가 핸드폰을 만지며 잠들 수 있는 그런 일반 응급 의학과 의사의 생활을 지금처럼 그리워한 적도 없었다.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연문빈은 고개를 돌리다가 능연을 발견했다.

“앙?”

“앙앙앙?”

연문빈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마음이 잠시 덜컹했던 그는 생각해보니 어차피 빼도 박지도 못할 거, 차라리 용감하게 걸어 나왔다.

‘그냥 수술이잖아? 하루에 수술 몇 번 하는 거뿐이잖아?’

솔직히 며칠 동안 수술을 하지 않았더니 그도 어딘가 부자연스럽던 참이었다.

“능 선생은? 좀 전에 본 거 같은데? 내 눈이 이상해졌나?”

연문빈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성큼성큼 처치실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

“벌써 가셨어요.”

진료 안내 센터 간호사가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응? 갔다고?”

연문빈은 어쩐지 허전해졌다. 연달아 수술 3건을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그렇지만······.

그는 고개를 돌려 응급 의학과를 바라봤다. 그 안에는 분주한 초짜 레지던트가 가득했다. 능연의 수술에 들어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선택하리라. 거기까지 생각한 연문빈은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어떻게 된 일이야? 그냥 갔다고?”

“오늘 근무도 아닌걸요. 소 사장님 데리고 온 거래요. 우리 응급 의학과 주치의는 모두 한 번씩 소 사장님을 병원으로 보낸 경험 있는데, 오늘 능 선생님도 그랬으니 곧 주치의 될지도 모르겠네요.”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하던 간호사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연문빈은 입을 내밀다가 마음을 놓고는 울컥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주치의 되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인턴에 레지던트에 몇 년씩 걸리는데, 소 사장을 병원으로 보냈다고 주치의가 된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군. 그건 마치······.’

“다들 어디서 소 사장을 발견하고 데리고 온 건데요?”

생각에 잠겨 있던 연문빈은 휙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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