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구급차를 따라 콘서트장으로 돌아갔다.
체육관에서 대기하도록 파견된 구급차였다. 콘서트장에서는 항상 환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가장 흔한 배탈부터 감기, 추위, 더위, 넘어지고 구르고, 펜스를 넘다가 차지고······.
그래도 소 사장처럼 넘어져서 내출혈이 생긴 레벨의 환자는 보기 드물었다. 초짜 의사와 구급차 기사는 돌아가는 길에야 겨우 사건을 되새겨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눴다.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네요, 정말.”
“제가 빨리 운전해서 다행이죠. 운화 병원 가겠다고 고집해서 그랬지만요, 창서 병원으로 갔으면 10분이면 도착했을 텐데.”
“환자들은 가던 병원을 가려고 하니까요. 장간막 정맥 출혈을 막았으니 어차피 그렇게까지 시간을 다툴 필요도 없었어요.”
초짜 의사는 능연을 힐끔 보더니 맨손 지혈이 그렇게 유용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처치를 되짚어 보고 있던 능연은 추켜세우는 초짜 의사의 말에 그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기기가 없어서 장간막 출혈임을 판단해 내지 못했네요.”
“판단해 냈으면요?”
“구급차에 탄 다음 개복을 할지 말지 고민했겠죠.”
능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게 대답했다. 장간막 분기 정맥 출혈은 때론 심각하고 때론 목숨에 지장이 없었다.
소 사장을 제일 가까운 창서 병원으로 보냈다면 룸에서 개복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룸의 청결 상태는 수술실과 비교할 수 없었고, 개복 후 회복과 합병증에도 모두 불리했다.
“기기가 없으면 아예 판단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신체 진찰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긴 하죠.”
초짜 의사가 주저하며 묻는 말에 능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출혈이 있다는 건 전문가급 체격 검사로도 가능하지만, 체력 검사만으로 장간막 출혈이라는 것을 알아내려면 완벽급이라고 해도 쉽지 않을 터였다.
“능 선생님. 바로 콘서트장 안으로 모셔드릴게요.”
“그래도 되나요?”
사람 목숨을 구한 능연에게 호감을 느낀 기사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간을 보니 콘서트는 시작한 지 30분 정도 흘러 있었다. 능연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체육관에서 20년 일했어요. 이 안은 빠삭하답니다.”
기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핸들을 돌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좌우로 꺾으면서 암흑 지대를 몇 번이나 통과했다.
5분 후, 기사가 엘리베이터 옆에 차를 세웠다.
“여기로 올라가면 C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능연은 웃는 얼굴로 말하는 기사와 악수하고 창서 병원 의사와 인사한 다음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체육관 안의 환호성이 들렸다.
콘서트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모르겠고 수많은 팬의 익룡 같은 고함만 들렸다. ‘맹설’과 ‘산우 오빠’라는 호칭이 경쟁하듯 번갈아 들렸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능연은 도평 여사가 신이 난 듯 어깨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한 칸 옆에 앉은 예쁘장한 여자는 조금 두려운 듯 도평을 바라보면서 미래의 시어머니에게 깊은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엄마, 물 좀 마셔.”
능연은 가지고 온 생수를 도평에게 건네고는 고개를 들어 무대를 바라봤다. 맹설이 짧은 치마를 입은 백댄서에게 둘러싸여 빠른 비트로 춤을 추고 있었다.
맹설은 다른 댄서들보다 훨씬 키가 컸지만 동작은 똑같이 민첩했다. 강렬한 음악에 맞춰 춤추니 현장 분위기가 폭발하는 듯했다.
도평 여사는 사람들을 따라 몇 번 환호한 다음에야, 능연이 건넨 생수를 받아 단숨에 반을 비웠다.
“너무 재미있다, 얘!”
도평은 능연을 향해 크게 고함쳤고,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 치료는 잘하셨어요?”
왼쪽에 앉은 예쁘장한 여자도 그 틈을 타 능연 귓가에 대고 물었다. 미래의 시어머니가 조금 위험해도 어쩔 수 없었다. 남자 친구가 이토록 위험한 남자인걸?
큰 소리를 내기 귀찮은 능연은 이번에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노래 한 곡이 끝나고 불꽃이 빵빵 터지자 미친 듯한 환호가 들린 다음 잠시 조용해졌다. 능연이 그 틈에 자리에 앉자 옆자리 여자도 재빨리 따라 앉았다.
“콘서트 싫어해요?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예요?”
능연은 그의 목덜미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콜겔 가지고 오는 걸 잊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