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3화 (62/877)

이른 아침, 오랜만에 늦잠을 잔 능연은 6시가 되어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세수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병원문을 열자마자 밖에서 기다리던 누군가를 발견했다.

“어르신? 왜 문 두드리지 않으시고요.”

능연이 놀라 그렇게 물었다. 진료소를 하다 보면 가끔 응급 환자를 만나기 마련이었다. 특히 옛날에 병원 응급 의학과가 아직 낯설던 시절엔 야밤에 문을 두드리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노인이나 아이가 있는 집은 모두 하구 진료소의 단골이었다.

나이는 많지만 아직 건강한 유 씨 노인은 뒷짐을 진 채 눈웃음을 지었다.

“급할 것 없어. 마사지 받으러 온 거니까. 밤에 어깨가 쑤셔서 잠이 와야 말이지. 그래서 좀 일찍 왔지.”

유 노인은 예의 바른 사람이라 10년 동안 진료소에 올 때는 항상 뭐라도 가지고 오곤 했다. 때론 집에서 만든 만두, 때론 집에서 심은 채소, 집에서 조린 고기, 집에서 담근 짠지 등등.

그중에 가장 맛있는 건 역시 노인이 직접 만든 찐빵이었다. 북방 찐빵은 피도 두껍고 소도 많아서 피가 얇고 소가 큰 남방 찐빵과 달랐다. 북방 찐빵은 일정한 두께가 있고, 밀가루를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에 말랑말랑하면서도 탄력이 있었다. 거기다 고기소의 육즙이 껍질에 배지만 완전히 축축해지지는 않아서 따듯할 때 먹으면 쫄깃쫄깃하고 깊은 맛이 있어서 포만감이 매우 컸다.

최근엔 유 노인이 직접 만들지 않지만, 노인의 얼굴을 본 능연은 그래도 군침이 흘렀다. 그는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문을 열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물 좀 드시고 쉬고 계시면 제가 준비하고 올게요.”

“괜찮아, 아무 데나 앉으면 돼.”

노인은 예의를 차리며 사양하다가 결국 방 안으로 들어갔다. 능연은 다시 손을 씻은 후에야 알콜겔을 찾으러 갔다. 진료소는 곳곳에 알콜겔이 있는 운화 병원과 달랐다. 운화 병원은 의사들이 잘 쓰지 않을까 봐 몇 달에 한 번씩 강의도 하면서 소독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하구 진료소는 원가 절감을 위해 항상 손 세정제를 사용해왔다. 원래 보통 진료소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고 그저 약을 발라주고 돈을 받았다. 하구 진료소도 수액을 놓고 약 처방을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진료실을 쓸 일이 점점 없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능결죽 씨도 자연히 고가의 알콜겔을 쓰기 꺼려했다.

한바탕 뒤져도 적당한 알콜겔을 찾지 못한 능연은 할 수 없이 깨끗한 수건을 꺼낸 후 흐르는 물과 비누로 손을 씻었다.

비누로 손을 씻는 것도 사실 매우 좋은 소독 방법이었다. 소독액, 소독 거품 혹은 소독용 수건 등으로 씻는 것보다 훨씬 깨끗했고, 알콜겔로 씻는 것보다도 깨끗했다. 다만, 의사에게 중요한 점은 시간 낭비 문제였고 너무 여러 번 손을 씻으면 손이 상한다는 것이었다.

“의자에 기대서 편한 자세를 찾으세요.”

노인의 어깨에 수건을 걸친 능연은 자세를 조절한 후에 마사지를 시작했다. 아직 할 말이 남았던 유 노인은 목이 잡히자마자 고양이처럼 모든 동작을 멈춘 채 윗니와 아랫니를 딱딱 부딪쳤다.

능연은 진지하게 몇 분 동안 마사지하면서 그 김에 머리 부분도 만져주었다.

“등은 어떠세요? 하는 김에 등도 해드릴게요.”

“너무 시간 뺏는 거 아니냐?”

유 노인은 조금 미안해져서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괜찮아요. 침대에 누우세요.”

능연은 퀘스트 진도를 확인하면서 마사지를 시작했다.

콘서트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께 마사지를 해주고, 뒤이어 진료소 단골손님도 몇 명 마사지를 해줬다. 그 후 쉬기 위해 올라가자 퀘스트 진도가 딱 28000을 찍었다.

유 노인 마사지를 마친 후 퀘스트 진도가 천천히 올라 28150가 되었다. 150시간은 6일 치 고통 해소를 한 셈이었다. 능연이 노력하지 않은 게 아니라 노인의 몸이 너무 약해서 통증의 원인이 다양한 바람에 크게 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유 노인은 매우 기뻐하며 목을 만지면서 헤헤 웃었다.

“온몸이 편안해졌어. 연이 정말 잘하는구나! 아니지, 참. 이젠 능 선생님이라고 불러야지.”

“연이라고 부르셔도 돼요. 좀 더 계시다가 가세요. 몸에 열이 올랐는데 바로 나가면 감기 걸릴지도 몰라요.”

능연은 웃으면서 담요로 유 노인의 몸을 덮어 주었다.

딩.

은색 보물 상자가 능연 앞에 떨어졌다. 퀘스트 성과 ‘진심 어린 감사’라는 제시어가 능연 앞에 나타났다.

능연은 물을 마시면서 상자를 클릭했다. 역시나 스태미너 포션이었고 그는 흡족해하며 거둬들였다. 요양원에서 스태미너 포션을 썼으니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능결죽은 7시가 되어서야 1층에 내려왔고 그때 병원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독감이라도 시작됐나?’

순간 능결죽은 내심 기뻐했다. 그러고 나서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은 웅 선생과 연자가 아니라, 그리고 봉합을 위해 나중에 모셔온 묘 선생도 아닌 바로 아들 능연을 둘러싸고 있음을 깨달았다. 능결죽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연아, 너 출근 안 하니? 주사나 약은 나중에 웅 선생 오면 하면 되는데.”

“능가야, 매일 아들더러 가업을 이으라고 난리더니 왜? 막상 가업을 이으려고 하니까 싫은 거냐?”

골목에서 샤브샤브 가게를 하는 진 사장이 추나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샤브샤브는 점심이나 되어야 손님이 있으니 오전엔 직원에게 넘겨주곤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다.

“지금 의사를 두 명이나 먹여 살리니까 그렇지. 하나 해고하고 자리를 비우든가 해야지, 아니면 돈 아깝잖아.”

진 사장의 말에 능결죽은 말문이 막혀 중얼거렸다.

“흠흠. 저 지금 추나 치료해요.”

“병원은?”

“천천히 가도 돼요. 오늘은 수술도 없어요.”

확실히 능연은 급할 게 없었다. 병상이 부족한 것도 그의 소관이 아니었다. 며칠 수술을 안 하는 동안 비워진 침대도 다 추가 침상이라 침대가 생기려면 아직 멀었다. 물론, 지금 병원으로 돌아간다면 탕 수술 두어 건은 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일이 없었다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간 한정 추나 퀘스트 시간이 아직 반나절 남아 있으니 차라리 이걸 해버리는 게 나았다.

어차피 근태 문제는 이제 능연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할 일 없으면 집에서 추나 치료나 하면서 기름값 버는 것도 괜찮지. 아참, 추나 치료 한 번에 얼마나 받냐?”

능결죽은 그의 추나 기술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문득 생각 난 듯 물었다. 추나 치료를 시작한 이래 돈을 받은 적 없던 능연은 그 질문에 멈칫했다. 그러자 능결죽은 한숨을 내쉬었다. 딱 봐도 그럴 것 같더라니.

“됐다. 자자, 이제 새로 정리 좀 하자. 저기, 우리는 병원 기준으로 하지 맙시다. 병원은 너무 비싸잖아요. 우리는 반값 합시다. 부위마다 20위안 어때요? 괜찮죠?”

골목 사람들은 당연히 비싸다고 난리였다. 한 부위 마사지하는 데 고작 2, 3분 걸리니 20위안을 받으면 병원 기준과 비슷했다. 능결죽은 기세를 타 15위안까지 가격을 내리면서 사람들과 흥정했다.

“흠흠. 아버지, 차라리 이렇게 해요. 부위마다 15위안, 시간은 대략 2분이라고 프린트해서 벽에 붙이세요. 오늘 저녁 6시까지는 무료, 어때요?”

능연의 말에 골목 사람들은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무료로 추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점심까지 하지 그러니? 저녁 6시까지 할 필요 있어?”

능결죽은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아까웠다.

“괜찮아요. 이웃분들도 한 번 체험해보고 좋잖아요.”

능연이 고집을 피우자 능결죽도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 능연은 그에게 제약 회사에 전화해서 알콜겔과 수건을 잔뜩 시키라고 해놓고 홀가분한 얼굴로 마사지를 시작했다.

골목 사람들은 생산 라인처럼 줄 지어서 왔다가 줄 지어서 돌아갔다. 돌아간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끼면서 집으로 가자마자 가족, 친구와 이웃을 데리고 돌아왔다. 어차피 무료 기간이니 딱 좋았다.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번호표를 나누기 시작했다.

10시가 되기도 전에 능연은 벌써 ‘진심 어린 감사’ 보물 상자를 3개나 얻어 스태미너 포션 3개를 추가했다. 그때, 시스템이 소리를 내며 다시 제시어를 내보였다.

- 성과: 스태미너 포션 100개 획득

- 성과 설명: 시간이 길어지는 수술은 의사의 최대 검증

- 보상: 단지 이식(그랜드마스터급)

능연은 침착하게 보상을 받아들이고는 하고 있던 추나 치료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음 환자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는 핸드폰을 꺼내 곽종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곽 주임님. 내일 단지 이식 수술 한번 해 볼까 합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네. 그럼 왕 주임님이 집도하시고 제가 어시하겠습니다.”

능연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침착하게 경추 마사지를 진행했다.

트럭 운전 일을 하는 이웃 순서였다. 기골이 장대하고 어깨가 떡 벌어진 근육질 남자는 하구 시장에서 유명한 사나이였다. 그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콧망울을 벌름거렸다. 그러다 입꼬리를 살짝 치켜들고 쉭쉭 소리를 냈다.

“왕 사부, 목이랑 어깨가 좋지 않은가 봐.”

“어이쿠, 땀 봐.”

“얼굴도 빨개졌는데?”

“대단하다, 막힌 게 뻥 뚫렸겠다. 시원하겠어!”

주변에 줄을 선 이웃들이 수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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