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7화 (66/877)

이른 아침, 푹 자고 일어난 능연은 병원에서 바로 식당으로 깄다. 아침을 받은 그는 간호사 둘, 의사 하나, 실습생 동기 하나, 가족 환자 한 명이 전해 준 김치, 밑반찬, 우유, 요구르트, 또우쟝, 아몬드, 귤, 사과, 바나나와 곁들여서 먹고는 배를 두드리며 의국으로 돌아갔다. 그 후 차트를 준비해서 곽종군을 따라 응급 의학과 대회진을 시작했다.

곽종군은 배불리 먹은 수사자처럼 가슴을 펴고 진지한 얼굴로 열 개 넘는 병실을 순회했다. 응급 의학과는 예전에 그가 회진 돌 환자가 이렇게 많지 않았다.

곽종군은 공짜 아침을 먹은 것처럼 흡족해했다. 세 병실 회진을 마친 후, 나머지 병실은 모두 능연과 연문빈이 브리핑했다.

일반 응급 의학과 환자는 하루에서 이틀만 머물러도 증상이 심각한 편이고, 사흘째 되면 전문 진료과로 트랜스된다. 가장 기본적인 복통도 하루에 해결할 수 있으면 응급 의학과에 남기고 이틀째부터는 일반 외과 아니면 산부인과로 넘기고 가끔 비뇨기과로도 넘기기도 한다. 탕 법 수술 환자는 그와 달리 한 번 입원하면 열흘에서 보름은 머물렀다.

연문빈은 병력 브리핑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뜨끔해졌다.

‘너무 눈에 띄잖아.’

그는 다른 레지던트, 주치의, 부주임, 주임 의사의 현재 심리 상태를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그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탕 항목으로 응급 의학과에 확실한 수익이 늘었다는 점이었다. 이번 달만 거의 환자를 2백 명 정도 치료하여 의사마다 평균적으로 1, 2백 위안 벌었고 부주임과 주임은 조금 더 벌었다.

연문빈은 그래서 자기가 조금 눈에 띈다고 해도 사람들의 질시를 받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탕 법 수술 예후가 아주 좋군요. 문빈아, 근건 봉합 원칙이 뭐지?”

두 부주임이 갑자기 포문을 열며 연문빈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 그게······ 첫 번째는 근건 유합이 분리되지 않도록 확실히 할 것. 두 번째는 근건이 꼬이지 않도록 할 것. 세 번째는 근건 표면 무결. 네 번째는 가능한 한 근건 부위 상처를 작게 할 것.”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연문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음, 좋아.”

두 주임은 이번엔 등 뒤에 서 있는 왜소한 레지던트를 바라봤다.

“제2 구역 굴근건 구분을 말해봐.”

“손바닥이요?”

“당연하지. 굴근건이라고 했지?”

삐쩍 마르고 키도 작은 레지던트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두 주임은 언짢음을 드러냈다.

“어, 그, 저······, 그러니까 손가락 중간 관절부터 손바닥까지입니다. 중간 손금까지요.”

“음. 가서 책 좀 보도록. 간단한 문제를 그렇게 오래 고민하다니.”

두 주임도 화를 내면 제법 무서웠다.

병원에서 항상 학습 상태에 있는 초짜 의사가 얼버무리는 건 절대로 통하지 않았다. 그걸 못 견디는 초짜 의사는 분노하며 병원을 그만뒀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주임 회진 시 질의응답은 큰 병원의 전통이며, 선배 의사는 그 시간을 통해 초짜 의사들의 학습 진도와 수준을 평가했고, 초짜 의사는 그 틈에 자신의 가치를 내세웠다. 그 과정은 프로 구단 훈련과 마찬가지였다. 운동선수도 입단한다고 해도 경기에 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루키가 실전에 뛸 수 있느냐 없느냐는 훈련할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답 과정을 패스하지 못하거나 여러 번 실패한 초짜 의사는 훈련 때 계속해서 실수하는 선수나 마찬가지고, 혹자는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다. 그리고 반항할 여지는 더욱 없다.

능력이 되면 정답을 말할 테니 말이다.

병원은 그 방면에 매우 단순했다.

두 주임은 고개를 살짝 돌려 의사들을 훑자, 초짜 의사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였다. 키가 큰 연문빈은 허리를 반으로 접지 못해 한스러웠다. 그는 자기보다 더 큰 능연을 힐끔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 했지만, 능연은 태연하기만 했다.

그런 능연의 모습에 연문빈은 가슴이 철렁했다.

병원에서 1년 실습하고, 3년 인턴 생활을 하며 이제 곧 3년 차 레지던트가 되는 초짜 의사인 연문빈이 낸 총결은 ‘의사는 겸손해야 하고, 몸을 낮춰야 하며, 온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겸손하고 몸을 낮추고 온순하냐고? 적어도 지금 능연의 모습은 아니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반면교사였다.

연문빈의 뇌리에 수많은 순간이 떠올랐다. 태연자약하던 천재 동기들, 회진 때마다 선배 의사들의 질문에 인생마저 의심하게 되던 순간들.

사람이 병에 걸리는 이유는 다양하고, 진단 표준도 다양하고 예후도 다 달랐다. 선배 의사가 작정하고 질문하면 통과할 수 있는 초짜 의사는 몇 안 된다. 처음엔 태연하다가 점점 허둥지둥하면 그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일 텐데.

연문빈은 능연에게 힌트를 줄 엄두는 못 내고 그저 걱정스러운 듯 그를 바라봤다.

1초.

3초.

5초.

30초.

두 주임은 마치 능연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를 스윽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뒤이어 곧 정년을 맞이하는 도 주임도 빙긋이 웃으며 레지던트 하나를 지목했다.

“봉합 재료 선택을 자네가 말해보게.”

질문받은 레지던트가 더듬더듬 대답했다. 주임들의 질문은 그다지 난도가 높지 않았지만, 모두 세밀했다. 전부 달달 외워야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의학 서적은 비싸다 보니, 아무래도 전부 다 살 수는 없었다.

응급 의학과 같은 경우는 갑자기 정형외과 질문을 하기도 해서 레지던트들이 더욱 절절맸다.

그러나 선배 의사들이 던진 질문은, 이 세상에 답이 확실히 있는 질문이라면, 레지던트는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애썼다.

사실상, 훈련의 3년 동안 그들은 더욱 황당한 함정 문제를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그때는 대답을 못 하면 졸업장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서 그만둘 생각이 아닌 이상 어떻게든 대답을 해야만 했다.

도 주임은 극히 위협적인 눈빛으로 주위를 훑었다. 연문빈은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능연을 힐끔 봤다. 능연은 여전히 태연했고, 잘생김으로 의사들을 말살할 기세로 가슴을 활짝 펴고 있었다.

“물고기 입 봉합법에 관해서 설명해 보게.”

도 주임은 능연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다른 레지던트를 지목했다. 연문빈은 고양이가 할퀸 것처럼 다급하고 초조해졌다.

회진 의사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음을 옮겨 이내 전날 단지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앞에 섰다. 퍼스트 어시스턴트였던 능연이 나와서 설명하려는데, 그 전에 주임들과 부주임의 시선이 벌써 환자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단지 이식 수술 결과는 피가 잘 통하는지에 달려 있었다. 피가 잘 통하는지는 손가락 혈색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명백한 하얀색만 아니면 기회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왕 주임이 봉합했으니 문제없겠지.”

“능연 자네가 퍼스트였다고? 어제 아주 순조로웠다며?”

“이제 단지 이식 수술할 준비하는 건가?”

주임들과 부주임은 수다라도 떠는 듯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다. 의사들이 잔뜩 몰려오자 바짝 긴장했던 환자 가족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 돌렸다.

그 광경을 본 연문빈은 돌연 무언가를 깨달았다. 자신의 경험은 초짜 의사 한정이었다. 탕 법 봉합이 가능하고 단지 이식까지 가능한 능연은 이미 초짜 의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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