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새것이나 마찬가지인 중고 제타가 새벽 3시라는 어두운 시각에 웅웅 소리를 내며 능연을 하구 진료소에서 운화 병원으로 옮겼다.
능연은 레이서처럼 정신을 집중해서 운전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하자 시간이 막 3시 15분을 지나고 있었다. 능연은 그제야 크게 한숨을 돌렸다. 지난밤 맹설을 배웅하고 한참 더 논문을 쓰다가 10시 다 되어서야 잠이 들고는 3시가 다 되어서 일어났던 것이다. 새벽이라 차가 없어서 질주하지 못했다면 지각했을지도 몰랐다.
항상 그러는 것처럼 수술 구역에서 깨끗이 씻고 새 속옷으로 갈아입자 그제야 능연은 정상 상태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수술비를 받기 시작한 다음 가장 많이 산 물건이 바로 속옷이었다. 수술 시간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수술 정밀도도 점점 높아졌고, 수입도 점점 늘어나 능연이 구매하는 속옷도 점점 비싸졌다. 이것은 경제 이론에 아주 부합하는 현상이었다. 하루 10~12시간 수술실에 있고 6시간 옷을 입고 자는 의사가 속옷 이외의 의류를 사는 건 완전히 낭비였다.
수술 구역은 깨끗한 공기에 일정한 온도로 유지되어 매력적인 ‘무’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능연은 수술복을 걸친 후 몸에 찰싹 달라붙는 새 속옷을 입고 발걸음도 경쾌하게 걸었다.
그가 휴게실에 들어서자 연문빈이 마침 따듯한 고기 조림을 내왔다. 캐러멜 빛으로 먹기 좋게 익은 고기가 스테인리스 쟁반의 흔들림에 따라 살짝 떨렸다.
당직 의사 6명과 마연린이 일제히 환호성을 냈다. 사람들은 한 손으로 그릇을 들고 한 손으로 위챗페이로 연문빈에게 송금했다. 수백 번 해온 것처럼 깔끔하고 숙달된 동작이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마지막에 야식 먹고. 좋다, 좋아.”
레지던트 정배가 몇 번이고 감탄하면서 정확하게 돼지 꼬리를 찾아내 젓가락을 꽂았다. 그는 나름의 소유권을 표시한 다음 빙긋 웃으면서 자기 그릇에 담았다.
연문빈은 밥, 밑반찬, 채소 무침을 따로 담아 능연이 자주 앉는 자리 앞에 놓았다.
“오늘 아침은 밥이야. 능 선생 무슨 고기 줄까?”
“오겹살 주세요. 밥 위에 바로 올려 주시면 됩니다.”
능연은 일반적으로 아침에 6시간 이상 수술하고 난 다음에야 두 번째 끼니를 먹기 때문에 오전에 식욕이 매우 왕성했다. 연문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사악하게 웃었다.
“더 좋은 게 있는데.”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휴게실에 딸린 작은 주방으로 들어가 김이 나는 냄비를 들고 나와 뚜껑을 열었다. 오겹살 한 줄이 통째로 뜨근뜨근한 김을 내뿜었다.
“커우러우(중국식 고기찜)?”
돼지 꼬리를 입에 문 정배가 우물대며 물었다.
“티야오즈러우야. 섬서 미식. 살이 야들야들하고 기름져도 느글거리지 않아. 이건 내 비법으로 만든 거야.”
연문빈은 뿌듯한 듯 웃었다.
“무슨 비법?”
의사 몇 명은 연문빈이 들고 있는 고기를 보며 하나같이 매우 협조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연문빈은 비밀스럽게 목소리를 낮췄다.
“고구마를 넣어서 기름을 빨아들이는 거지.”
“오······.”
다들 형식적인 감탄사를 내뱉었다. 연문빈은 콧방귀를 뀌며 접시를 능연 앞에 놓았다. 그러고는 가장 크고 좋은 고기를 두 줄 골라 밥 위에 올려준 후, 그제야 테이블 위에 나머지 고기를 올렸다.
굶주린 당직 의사들은 대머리독수리처럼 한 손으로 배를 누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커다란 접시 위 고기를 싹 쓸었다.
“고기 썰러 가자.”
“가자, 가자.”
배불리 먹은 레지던트들이 데브리망을 하기 위해 처치실로 돌아갔다. 운화 병원 같은 규모의 응급실엔 데브리망 환자가 끊이지 않았다. 살을 썰고, 베고, 가르는 건 초짜 의사의 필수 과목이었다.
능연은 휴게실 벽에 걸린 패드를 집어 들어 차를 마시면서 첫 수술 MRI 사진을 살폈다. 그는 배불리 먹은 다음에 바로 수술실에 들어가지 않는다. 포만감은 사고 판단에 영향을 주는데, 수술 시작 단계에서 내린 판단은 전체 수술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턴 하나를 불러 그릇을 치운 연문빈은 마연린을 데리고 재빨리 수술실로 향해 수술 전 준비 과정을 살폈다.
잠시 후, 그는 다시 휴게실로 돌아가 환자 상태를 간략하게 브리핑한 다음, 조금 난감한 듯 말을 이었다.
“환자가 15년 동안 담배를 피웠대.”
“16살부터요?”
“응, 가족한테 물어봤는데, 하루에 적어도 두 갑은 피운대. 근데 그 이상일 거 같아.”
“금연 의지는 있대요?”
담배를 끊을 수 없다면 단지 이식을 할 필요가 없었다. 수술 후에 담배 한 대만 피워도 붙여 놓은 손가락은 시커멓게 괴사해버린다.
단지 이식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혈액 흐름이고, 그 혈액 흐름을 지탱하는 건 미세한 혈관이다. 미세한 혈관은 혈전이 일어나기 쉬웠다. 그 때문에 단지 이식 수술 후 초기 회복기에는 헤파린을 사용하여 혈액 응고를 막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피부를 긁어 상처를 내야 한다.
그런데 니코틴은 반작용을 일으킨다. 게다가 담배엔 니코틴이 대량 포함되어 있어서 혈관 경련을 일으키고 혈전을 유발한다. 그렇게 되면 그때 절지를 하든 손상 부분을 조금 잘라내든 모두 2차 상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단지 이식 수술을 한 의미도 없고 돈과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된다. 그리고 환자 자신도 얼마나 고생이란 말인가. 그러니 차라리 처음부터 자르는 게 훨씬 나았다.
연문빈은 입을 우물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담배 못 끊으면 손가락 끊을 수밖에 없다고 하면 당연히 금연을 선택하겠지. 그런데 사람들은 상처가 나으면 그 고통을 잊잖아. 15년 동안 담배를 피웠는데, 쉽게 끊을 수 있겠어?”
“죽어도 담배 피우겠다고 우기는 환자도 있었어요.”
수부외과에서 온 마연린이 그렇게 말하자 연문빈은 놀라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래서?”
“환자 뜻을 따라야죠, 뭐. 담배 피워야겠다는데 먼저 단지 이식한 다음에 잘라내면 수술비 사기 치는 거 같잖아요. 주임님하고 환자, 환자 가족이 몇 번이나 확인한 다음에 결국 절단했어요.”
“차라리 그게 간단하지. 단지 이식은 잘못하면 3~4시간 수술하고 회복도 반년 이상 걸리는데 담배 한 대로 다 망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결정을 내리는 게 나아.”
“그러니까요. 환자가 결정을 내리면 좋겠네요. 그래야 우리도 편하고.”
마연린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미경 아래에서 하는 수술이 외과에서 가장 힘든 수술이었다. 수술 시간도 엄청나게 길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컸다. 긴 수술을 끝낸 만큼 의사들은 합당한 보상을 바란다. 개인 수입뿐만 아니라 인정과 성취감 같은 보상 말이다.
환자가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요행을 바라는 심리로 담배에 불을 붙인다면, 의사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가 없다.
“능 선생. 어떡하지?”
연문빈이 능연을 바라봤다. 환자가 이식을 할 건지 절단을 할 건지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의사도 똑같이 규정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현재 외국 의사들은 대부분 흡연자들의 단지 이식을 거부한다. 알코올중독 같은 불량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도 똑같이 거절한다. 지금은 중국 국내에도 비슷한 현상이 생겨났는데, 성립 제진해와 육군 병원 유 원장도 모두 그런 화두를 다룬 적 있었다.
능연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환자 가족부터 만나볼래?”
연문빈이 물었다. 이런 결정은 보통 환자와 환자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택하는 걸 대부분 의사가 선호한다. 곽종군은 그중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건들거리는 군의관 같아도 사람 보는 눈은 훌륭했다.
능연은 잠시 더 생각하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시 만나 볼 거 없어요. 가족들이 단지 이식하기로 결정 내렸죠?”
“응.”
“동의서 사인했나요?”
“했어.”
“다른 문서들도 다시 대조해 보고요. 가족 의견 한 번 더 확인하고 그래도 단지 이식한다고 하면 수술 시작합니다.”
능연이 연문빈과 마연린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자, 연문빈은 다시 한번 그를 설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환자가 담배를 끊는다고는 해도, 정말 담배 끊기 힘들어. 특히 십 년도 넘은 흡연잔데, 마약 끊는 거만큼 어려울걸?”
“환자가 지금 내린 결정을 지지할 수밖에 없잖아요. 선생님들 생각은 어떤데요?”
잠시 말을 멈춘 능연이 이내 두 사람을 둘러보며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들도 딱히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다. 환자가 담배를 끊을 수도, 끊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 누구도 마지막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겠지.
유럽이나 미국 의사는 할지 말지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 합의한 진료 의견서만 남기면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까 말이다. 반면 중국 의사의 경우 자신의 몇 시간 노동의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는 그리 연연해하지 않았다.
능연이 시간과 효율을 중시하는 의사라고 생각해 온 연문빈은 그가 결정을 내릴 때도 거침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꿍얼거리면서 다시 환자 가족을 찾아 확인받았다.
10분 후, 능연, 연문빈, 마연린이 동시에 수술대로 나서 각자 수술 단편 오염물과 괴사 조직을 처치하면서 이미 손상된 부분을 잘라냈다.
같은 데브리망이라고 해도 단지 이식 때 하는 데브리망은 훨씬 고차원적이었다.
세 사람 모두 고개를 숙인 채 현미경을 쓰고 상처 부위를 조금씩 처리했다. 연문빈은 한쪽에서 잘린 손가락을 처리했고, 능연은 마연린의 도움을 받으며 다른 쪽을 처리했다.
일반 데브리망에 비해 단지 이식은 깔끔하게 하면서도 조직을 너무 많이 잃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엄청나게 까다로웠다. 피부를 너무 많이 자르면 피부 이식을 해야 하고, 근건, 혈관을 너무 많이 밀어도 마찬가지였다.
연문빈도 능연을 따라 탕 수술을 백 건 넘게 했기 때문에 단독으로 단지 데브리망을 할 자격이 주어졌다. 그것은 단지 봉합 중 가장 기본적인 스텝이기도 했다.
상처면 처리를 마치고 능연은 뼈와 관절을 고정했다. 그리고 문합을 끝낸 골관절을 창서 제약 회사에서 제공한 고정용 강철 못으로 고정하는 등 한바탕 조작하는 사이 시간이 40분이나 흘렀다.
능연은 목을 들고 잠시 휴식하고는 사람을 시켜 고정밀 현미경을 가져오게 했다.
운화 병원에서 사용하는 고정밀 현미경은 거대한 스탠드와 비슷했고 발밑에 바퀴 네 개가 있었다. 고정밀 현미경으로는 머리 안의 미세 혈관과 신경 섬유까지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
단지 이식 수술은 조금 고생스러워도 보통 현미경으로도 할 수 있었다. 사실, 옛날에 단지 이식 수술을 할 때는 현미경을 사용하지 않았다. 21세기에도 지방의 작은 병원은 맨눈으로 단지 이식 수술을 한다. 성공하면 성공하는 거고, 실패하면 실패라며 막무가내이긴 하지만.
능연은 맨눈으로 하는 조잡한 혈관 문합을 용납할 수 없었다. 환경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어도, 조건이 충족되는 상황이라면 용납 불가였다. 24바늘이 삐뚤게 꿰매진 것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근질댔다.
마스터급 봉합술로 현미경 아래서 작업하면서 비뚤게 꿰매는 것도 능력이리라. 그래서 능연은 이제 막 단지 이식을 시작했지만, 제일 먼저 고정밀 현미경을 요구했다. 한 대에 백만 위안이나 하는 기기는 민영 병원에서는 병원 내 제일가는 보물일 테고, 운화 병원에서는 그럭저럭 위치 정도였다. 거기다 곽종군이 살짝 목소리를 내주자 바로 사용 허가가 떨어졌다.
물론 그것도 능연이 쓴다고 하니 쓰게 해준 것이지, 다른 주치의라면 그렇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의자에 앉은 능연은 스탠드식 현미경을 사이에 두고 환자의 잘린 손가락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그는 제일 먼저 가장 익숙한 근건을 봉합했다. 탕 법에 비해서 단지 이식 근건 봉합은 매우 간단했다. 굴근건 건초 문제가 없으니 수술 후 점착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20분도 안 걸려서 능연은 느긋하게 근건 봉합을 끝냈다. 대부분 시간은 장비를 익히는 데 사용했다. 사전에 여러 번 연습하긴 했어도 진짜로 수술을 할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었으니.
“혈관 길이를 보니까, 바로 문합해도 될 것 같네요.”
능연은 잠시 판단한 다음 결정을 내렸다. 같은 단지 이식이라도 해도 혈관 길이가 충분하면 혈관 문합을 할 수 있었다. 길이가 짧으면 혈관 중건, 즉 혈관 이식을 해야 한다. 환자 몸 안에서 혈관을 잘라 이어 붙어야 하니 당연히 난도가 올라간다.
이것도 데브리망을 꼼꼼하게 해야 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
능연은 30분 걸려서 느릿느릿 혈관 문합을 끝냈다. 속도를 내지 않고 일부러 늦춰 바늘땀의 세밀함을 확보했다. 손가락이 잘린 혈관은 확실히 얇아서 한 땀 한 땀 충분히 신경 써야 했다.
혈관 봉합이 끝나자 능연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문제없나?”
뒤에서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능연이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보니 흰 가운을 걸친 곽종군이 뒷짐 진 채 새장을 들고 산책하는 노인네처럼 느긋하게 웃고 있었다.
“수술엔 문제없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능연이 의아한 듯 곽종군을 힐끔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고가 어디 그렇게 자주 일어나나. 왜? 자네는 3시에 수술하러 와도 되고 나는 5시에 수술실에 나타나면 안 되나?”
“수술실 밖에 주임님 성함 걸려 있는걸요.”
“알면 됐네. 그래서, 오늘 수술 어떻다고?”
곽종군은 뒤에 있는 의자를 주워와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소가복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글이글 끓는 눈으로 그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마취의 의자를 뺐다니. 인성 무엇?’
“신경 문합만 하면 거의 끝납니다.”
“간호사한테 들었는데, 15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고?”
“네.”
“금연할 거 같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환자가 금연하든 말든 자넨 상관없다 이건가?”
“기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손가락을 꿰맸다고 해서 남의 인생을 제가 결정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능연은 현미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곽종군은 잠시 멈칫하다가 허허 웃음을 터트렸다. 능연은 그를 슬쩍 보고는 다시 수술에 집중했다.
곽종군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얼굴로 수술을 지켜봤다.
아침 7시, 능연이 겨우 수술 종료를 선포했다.
“꼬마 아이 단지 이식 수술이 한 건 있는데, 들어올 텐가?”
자리에서 일어난 곽종군은 무언가 생각한 바가 있는지 능연에게 제안했다. 능연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5세 아이가 모텔 자동문에 끼어 손가락 8개가 잘렸네. 지금 수부외과에 있어. 수부외과는 4개 팀을 동시에 돌리면서 합동 수술을 할 생각이라고 하네. 자네가 참여하겠다면 지금 바로 준비하고.”
너무 많은 정보가 한 번에 들어와 능연은 한참 만에 겨우 반응했다.
“손가락 8개 모두 크러쉬 트라우마(Crush trauma)인가요? 완전 절단인가요, 아니면 불완전 절단인가요? 또, 4개 팀이라고 하셨는데 한 팀이 손가락 2개를 맡습니까?”
“Yes. 불완전 절단. Yes.”
곽종군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수부외과에서 제가 들어가도 된다고 합니까?”
“사람이 부족하니까.”
능연이 핵심 질문을 던지자 곽종군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수부외과 선생님이 우리 응급 의학과보다 적진 않을 텐데요.”
“소아 단지 이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안 되거든. 자네가 간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어.”
거기까지 이야기한 곽종군은 저절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5세 아동, 손가락 8개 단지 이식, 게다가 4개 팀 협조. 이런 대형 수술은 운화 병원에서도 특별한 케이스였다. 특별한 케이스인 만큼 진료과와 소속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능연의 기술이 충분하니 참여할 자격도 충분했다. 적어도 곽종군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를 수술에 참여시킬 능력도 됐다.
능연은 곽종군을 따라 수부외과로 달려갔다.
수부외과는 난리가 나서 무척 어수선했는데, 의사들은 곽종군을 다급히 지나치면서 겨우 고개만 까딱 인사만 하고 재빨리 사라졌다.
5세 아동 손가락 8개 이식 수술은 아이 8명의 손가락을 하나씩 수술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었다. 그 일이 수부외과에 얼마나 큰 충격을 불러왔는지, 굳이 그들의 당황함을 설명하자면, 갑자기 비행기 여러 대가 동시에 비상 착륙을 받은 공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아무리 많은 준비와 경험을 쌓아왔더라도 지금 이 순간엔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왕 주임.”
곽 주임은 바로 의국으로 들어가 왕해양을 붙잡았다.
“아, 능연 자네 왔나. 곽 주임, 우리 놀리러 온 거 아니지?”
왕해양은 먼저 능연을 아는 척하고 그제야 곽종군과 악수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상부상조해야지. 싫으면 돌아가겠네.”
곽종군은 실실 웃으며 왕해양의 손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는 할 수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이래도 놀리러 온 거 아니라지. 됐네, 이왕 온 거 어서 가서 준비하게. 능연,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유 간호사한테 달라고 하고.”
유 간호사는 수부외과의 젊은 간호사였고, 큰 눈을 깜빡이며 능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해양은 능연과 같이 수술을 한 적 있고, 손가락이 불완전 절단된 마작방 사장 단지 이식 수술을 하는 동영상도 봤기에 그가 단지 수술을 완성할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곽종군이 그를 데리고 온다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 혹은 솔직한 마음으로 능연을 멀리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능 선생님, 대충 어떤 기구 필요하세요? 저한테 말씀하세요.”
유 간호사는 약간 흥분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병원 스타를 접촉할 기회는 몹시 드물었으니까.
능연은 핸드폰을 꺼내고는 기구 리스트를 불러와 유 간호사에게 내밀었다. 잠시 멈칫하던 유 간호사는 하나하나 자세히 읽어 내려갔다.
의사마다 습관이 달라서, 가장 단순한 데브리망도 저마다 다른 도구를 사용하곤 했다. 수술실 안에서의 습관은 더욱 천차만별이었다. 수술 간호사의 업무 중 하나는 의사들에게 익숙한 기구를 배치하는 것이었다. 특수 필요가 있는 도구는 단독으로 추가해두어야 한다.
능연은 그랜드마스터급 단지 이식 기술을 터득했기에, 사용할 수 있는 기구가 상당히 많았다. 그러니 다른 의사보다 요구도 더 많았다. 그러나 그런 건 별일이 아니었다. 사후에 소독할 도구가 조금 많아질 뿐, 유 간호사는 표준 기구와 다른 부분만 기억해두면 그만이었다.
능연은 MRI 필름도 요구해서 천천히 훑어보았다. 사지 MRI는 능연에게 지극히 간단했다. X-ray 자체도 간단했기에, 능연은 대략적으로나마 단지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불분명한 것은 바로 신경 상태였지만 그것도 MRI를 통해서 얼추 이해할 수 있었다.
“언제 시작하나요?”
“30분 정도 더 준비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분배된 영상 자료를 모두 확인한 능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묻자, 유 간호사가 명확하게 대답했다.
“그럼 다른 손가락 MRI 가져다주세요. X-ray도요.”
간호사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패드를 능연에게 건넸다. 능연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사진 판독을 계속했다.
수술 전 준비 시간은 저마다 다르니 능연도 간섭하지 않고 조용히 제 할 일을 했다.
손가락 하나 단지 이식 수술은 전문의가 집도할 경우 일반적으로 2~3시간 정도 걸렸고, 순조롭지 못하면 4시간을 해도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방의 작은 병원은 환경이 따라 주지 않으니 한 시간 만에 대충 꿰매고 운에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운화 병원 수부외과는 높은 성공률을 추구하는 만큼 아이의 단지 이식도 손가락 하나 꿰매는 데 4시간 정도를 투자하기로 했다. 단순 계산으로 8개 손가락에 32시간 걸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단지 이식은 24시간을 넘길 수 없었다. 단지 이식 수술을 고려할 때는 한계 시간인 8시간에 맞춰야 했다. 그 시간을 넘으면 의사들은 절지를 건의하곤 한다.
물론, 32시간을 견딜 의사도 없었다. 현미경 아래에서 하는 외과 수술은 모두 초정밀 작업이었으니까.
공장 직원이 연속으로 16시간 일하다가는 자칫하면 병원으로 와서 단지 이식을 받게 될 위험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환자를 의사가 피로한 상태로 수술하게 된다면 너무하지 않은가.
거기다 8시간 연속 작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쉰을 넘긴 주임급 의사는 아예 버티지를 못했다. 그래서 운화 수부외과에서도 이번에 릴레이 수술을 선택한 것이며 수술대 공간 제한을 고려해서 동시에 한 팀에 서너 사람이 수술하고 한 팀이 끝나면 다음 팀이 나서는 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필요한 집도의는 8명이 제일 좋고, 못해도 6명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운화 병원 수부외과에서 5세 아동의 단지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다 합해도 10명이 안 된다. 거기다 그들 모두 각자 맡은 일정이 있으니, 수술 하나 때문에 다른 환자를 모두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수술실에 8명, 총 4팀의 의사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능연도 그 안에 자리했다. 그 곁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마연린이 서 있었다.
마연린은 원래 수부외과 의사였는데 인턴으로 응급 의학과에 배치되어 당분간 함께 있었던 것뿐이다. 주위를 슬쩍 둘러보니 주임 하나, 부주임 둘, 그리고 보조할 선임 주치의 셋이 보였다.
병원 서열에서, 레지던트가 주치의가 되기까지 3년에서 5년 걸리고, 주치의에서 부주임은 5년에서 10년, 부주임에서 주임은 더 많은 인내심, 더 좋은 기술과 나쁘지 않은 운 그리고 5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다.
훈련의는 레지던트보다 급이 낮았다. 그러니 그 자리에 있는 의사 모두 마연린의 상급 의사였다. 실습생인 능연 역시 그의 상급 의사였다.
마연린은 도무지 긴장감을 누를 수 없는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심지어 왕해양 주임의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제대로 받쳐주세요.”
능연의 말에 마연린은 잡생각에서 깨어나 돌아왔다.
“어.”
마연린은 다급하게 어린 환자의 왼손 중지를 집어 올렸다. 불완전한 절단이었지만 전체 손가락 중에 비교적 다친 정도가 가벼운 편이었다. 하지만 정말 소량의 피부 피판(皮瓣)만 이어져 있었다.
능연은 조심스럽게 데브리망을 하면서 최대한 다른 의사와 부딪히지 않도록 협소한 위치에서 움직였다.
의사 8명이 비좁은 수술대 양측에 나란히 서서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맞댄 채 각자 본인의 수술을 진행했다. 그들은 가끔 다른 의사가 어떻게 하는지 볼 뿐, 묵언 수행을 하는 것처럼 조용했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수다를 떨어도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게다가 각자 임무가 있으니 비교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능연도 똑같이 다른 의사의 움직임을 살폈다. 주임 의사인 왕해양은 진중하고 느긋했다. 다른 부주임 두 명은 왕해양보다 젊었는데, 각자 완전히 분리된 손가락을 하나씩 맡은 상태였다. 그들은 왕해양보다 더 심각한 표정으로 그와 비슷한 속도로 움직였다.
오늘 수술은 학회 강연대에 오를 만하고, 논문 혹은 보도 자료로 쓸 만한 수술이라서 다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에 비해 수술을 책임진 왕해양 주임은 수술의 성공 여부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오히려 냉정하게 작업을 처리할 수 있었다.
“끝났습니다.”
능연 맞은편의 부주임 비주가 조금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데브리망 끝냈나?”
“네.”
왕해양이 침착하게 묻는 말에 부주임 비주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데브리망은 작은 부분이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끝냈다는 외과 의사의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왕해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속도면 나쁘지 않았다. 8시간에 아이 손가락을 각자 2개씩 이식해야 하는 수술의 시작이 좋은 편이었다.
“나는 앞으로 5분 정도 걸릴 것 같네. 2팀, 4팀도 보고하게.”
왕해양은 전체 수술 진도가 느려지지 않도록 다른 팀의 진도를 확인했다. 그러자 2팀 부주임 곽건명이 아래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저도 곧 끝납니다.”
“뼈 부분 곧 끝나고 이제 고정할 준비 하고 있습니다.”
능연이 보고하자, 이제 뼈를 이을 준비하던 부주임 비주가 멍해졌다. 다른 사람의 동작을 본다고 자신의 속도가 오르지는 않으니 비주는 고개를 들지 않고 겨우 참아냈다.
비주도 수술실에서 고생하며 성장한 부주임이었다. 그는 손을 놀리면서 계속 자신을 설득했다.
‘빠르다고 진짜 빠른 게 아니야. 어쩌면 단순히 데브리망과 접골에 익숙한 건지도 모르잖아?’
그러는 사이 마연린의 긴장감이 사라졌다. 훈련의 생활을 하면서 대부분 다른 진료과를 전전했기 때문에 수부외과 상황을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능연에게 끌려 왔을 때, 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혹시라도 실수해서 발목을 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수술은 응급실에서 그가 해온 수술과 완전히 똑같았다. 능연은 일부러 속도를 빨리하지도,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마연린은 그동안 해온 대로 해나갔고, 순조롭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의 진도가 능연의 팀보다 훨씬 느릴 줄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탕 수술을 백 번 넘게 해왔고, 단지 이식 퍼스트 어시도 몇 번 섰던 그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4팀의 수술을 묵묵히 관찰하다가 문득 자신의 팀이 가장 순조로움을 깨달았다.
데브리망은 전에 해왔던 데브리망이고, 접골도 전에 해왔던 접골이었다. 근건 봉합도, 혈관 문합도 다 전에 해왔던 방식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을 놀리다 멈춰 보니 어느새 손가락 하나를 거의 완성했음을 깨달았다.
“피부 봉합은 선생님이 해주세요.”
능연은 응급 의학과 수술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봉합을 마연린에게 넘겼다. 마연린이 습관적으로 자리를 바꿔 집도의 자리로 가서 섰을 때, 그는 그제야 주변의 시선을 의식했다.
그것은 괴이, 비교, 한숨, 감탄, 짜증, 경악 그리고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이었다.
1시간은 성인의 단지 이식을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으니. 5세 아동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순간 왕해양은 막 혈관 문합을 시작했고, 비주의 혈관 문합은 반쯤 진행됐고, 제일 느린 2팀 곽건명 부주임은 아직 근건 봉합 단계에서 헤매고 있었다.
굳이 따지면 능연을 제외한 그들의 속도는 비슷했다. 제일 빨라도 고작 20분 절약했을 뿐이다. 하지만 수술이 끝나기까지 아직 기나긴 여정이 남아 있었고 기껏해야 전체 과정의 1/2을 끝냈을 뿐이었다.
마연린이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그는 심지어 아무런 표정도 지을 엄두를 못 내고 그저 고개를 깊숙이 숙인 채 니들홀더를 쥐고 묵묵히 피부를 꿰맸다.
지금 이 순간, 마연린은 갑자기 연문빈이 그리웠다. 응급 의학과에서 수술을 마칠 때마다 매번 졸임 족발을 들고 나와서 사람들의 에너지를 채워주는 그가 말이다.
수부외과 수술실은 두려울 정도로 고요했고, 농땡이 부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