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와 번금월은 웃고 떠들면서 수부외과 재활실로 들어가 매일 정기적으로 하는 훈련을 시작했다. 벌써 손이 다 나아서 진작에 퇴원했고 재활도 집에서 해도 되지만, 처남 번화의 강한 요구 때문에 며칠마다 운화 병원으로 와서 수부외과 재활실에서 검사도 하고 동작 교정도 받았다.
몇 분 후, 소식을 들은 번화가 잰걸음으로 나타났다.
“아이고, 이제 안 와도 된다니까. 볼일 보렴. 바쁜 사람이 우리한테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다고.”
누나 번금월은 그런 동생이 기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냥 와본 건데요 뭘. 매형, 손은 어때요? 느낌은?”
번화는 껄껄 웃으면서 매형 정기에게 인사하고 상태를 물었다.
“가끔 간지럽지만 쓰는 데는 문제없어. 그런데 검지 안쪽은 아직도 조금 저려.”
“간지럼은 새로 나타난 증상이네요. 심리 작용일 수 있어요. 단순한 신경 증상일 수도 있으니 우선 그냥 두고 좀 더 기다려 보죠. 검지 안쪽 저림도 심각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신경이 손상된 거니까 신경 보상 작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정기는 진지하게 기억을 더듬으며 자신의 손 상태를 설명했다. 자기 손인 만큼 조금만 불편해도 느낌이 들었다. 번화는 다시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미 말한 내용도 많이 포함되었지만, 번금월과 정기는 여전히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럼 신경 손상은? 신경이 다친 건데 괜찮다는 거니?”
“작은 신경이라 괜찮아. 큰 신경은 다 처리했어요. 작은 신경은 보상되거든요.”
“보상이라는 게, 신경이 돕는단 말인가? 그럼 다른 신경이 과로하는 거 아닌가?”
“아닙니다. 인간의 신경은 다 여유 있어요. 쓰든 안 쓰든 평생 함께하는 거죠.”
“아, 그럼 됐네. 됐어.”
설명하면서 누나와 매형을 번갈아 보던 번화는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의료계에 유명한 말이 있다. 어떤 미국 의사의 묘비명인데 ‘가끔 치료하고, 자주 도우러 가고, 항상 위로하다.’라는 말이었다.
선배 의사들이 그 이야기를 하는 걸 자주 들었지만, 깊게 생각한 적은 드물었다. 운화 병원에서 유일하게 탕 수술을 할 줄 아는 의사인 만큼 자신의 모든 시간을 치료에 사용하면 했지, 도움과 위로는 그다지 접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러나 매형과 누나는 지금 위로가 제일 필요했고 그다음이 도움, 치료는 맨 마지막이었다. 치료는 이제 과거형이지만, 위로는 언제나 현재형이었다.
번화는 그때, 그들이 하루에 몇 시간이나 내서 집에서 병원까지 오는 이유가 아마 위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번화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누님, 매형. 너무 걱정 마세요. 매형 굴근건 봉합이 아주 잘됐어요. 나중에 MRI도 찍었잖습니까? 굴근건이 아주 잘 자라고 있어요. 겨우 0.1mm밖에 두꺼워지지 않아서 점착 문제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걱정할 것 없어요.”
“정말 봉합이 잘됐어?”
“그럼요 게다가 재활도 아주 잘하셔서, 이제 서서히 회복만 하면 됩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다가 묻는 부부의 말에 번화가 확실하게 대답했다. 이야기를 듣던 번금월은 결정을 내린 듯 남편 정기를 한 번 보고는 번화를 바라봤다.
“그럼 집도의 선생님한테 우승기 드려야겠어.”
번화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우승기를 줘? 누구한테? 설마 능연?
“화야, 네가 그랬잖니. 의사가 제일 좋아하는 선물이 바로 우승기라고. 우승기 드리자.”
번금월은 다시 누나로 돌아와 위엄을 부렸다.
“그게······.”
번화는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매형의 손을 보자, 번잡한 생각들이 바로 차분하게 정리됐다. 뭐가 어찌 됐든 능연이 정기의 손을 제대로 고쳐 놓은 건 사실이니까.
굴근건 봉합을 점착이 거의 없는 지경까지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번화 스스로 제일 잘 알았다. 우승기 하나는커녕 여러 개를 선물해도 아깝지 않을 수준의 수술이었다.
번화는 내심 한숨을 내쉬고 말을 꺼냈다.
“누님과 매형이 그러겠다면 나는 나서지 않을게요. 어쨌든 과도 다르고.”
“그래, 그래, 자네가 나설 필요 없지.”
오랜 시간 공사장에 출몰하며 세상 물정에 밝은 정기가 번화의 난처함을 모를 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