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7화 (76/877)

운화 병원 회의실.

<운화 일보> 기자 추아문이 차로 목을 다시며 능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때때로 입가를 가리고 호호 웃었다.

추아문은 덮어놓고 요조숙녀인 척하지는 않았다. 남자가 대시하기만 기다리는 그런 연애는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특히 세상 견문이 넓어 보이는 대박 꽃미남 능연 같은 사람 앞에서는 더욱.

추아문은 겉으로는 지성이 가득한 여성, 신문사 기자의 면모를 보이면서 이미 발로 능연의 다리를 툭툭 건드리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능 선생님, 말씀 참 재미있게 하시네요.”

“능 선생님, 의사 생활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 이야기 해 봐요.”

“능 선생님,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추아문은 인터뷰를 하면서 능연을 추켜세우기 바빴다. 같이 인터뷰하는 비주 등 부주임 의사에게는 질문 몇 개만 하고선 의도적으로 방치했다. 그런 평범한 중년 남자는 독자들은 진작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그들의 인터뷰를 누가 신경이나 쓸까.

‘보통 사람 이야기’ 어쩌고 하는 기사는 전 세계에 만연해도 판매량으로 보면 아무런 작용을 일으키지 못한다. 보통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알기 때문에 보통 사람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SNS에서 주변 사람 이야기를 보면 된다. 대부분 다 보통 사람이니까.

그렇기에 <운화 일보> 같은 대형 미디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능연처럼 잘생기고 뛰어난 의사였다. 실력이 뛰어난 데다 생김새로 사람을 끌어당기고 성격이 특색 있는 남자는 보통 사람의 SNS에서 볼 수 없지 않은가.

미소를 유지한 추아문은 펜 모양 녹음기를 앞으로 밀면서 질문을 던졌다.

“능 선생님 이상형은 어떤 여자예요? 맞다, 여자친구 있으세요?”

“다른 볼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한참 동안 질문을 받지 못했던 비주는 할 말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회의실 문을 열더니 갑자기 뒷걸음질 쳤다.

사람보다 훨씬 큰 우승기 하나가 비주의 걸음을 따라,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능 선생님 여기 계신다고요.”

정기는 우승기를 높이 들고 물어물어 회의실까지 찾아온 터라 뒤에 호기심 가득한 의료인들을 잔뜩 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능연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뉴스 냄새를 맡은 추아문이 사진 기자에게 손짓하고는 자신도 인터뷰에 나설 준비를 했다.

“능 선생님, 제 손 수술 정말 감사합니다.”

능연을 찾아낸 정기는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잡고 힘껏 흔들더니, 사진 기자가 있는 걸 보고도 전혀 아무렇지 않게 포즈를 취했다. 정기는 디자인 출신 장사꾼이었다. 손가락을 못 쓰게 되면 10가지 무예 중에 3가지를 못 쓰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처럼 순조롭게 손가락을 쓸 수 있다니, 정기의 감사는 마음속에서 우러난 것이라 사진 찍히는 데 협조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선생님, 무슨 사연인지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건수를 찾은 추아문이 다급하게 물었고 정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손 엄지, 검지, 중지를 베었어요. 굴근건이 손상되었죠. 구급차를 타고 올 때부터 그러더라고요. 제대로 꿰매지 못하면 앞으로 손가락을 굽히지 못한다고. 나중에 재활할 때 그런 환자를 본 적 있어요. 아무리 애를 써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환자 말입니다.”

“그래서 우승기를 능 선생님한테 드리는 겁니까?”

“사실 메인은 롱샤를 드리려고 했죠.”

정기는 몸을 돌려 롱샤를 꺼내 들었다.

“능 선생님. 여기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조금밖에 안 시켰는데······.”

정기는 그렇게 말하면서 우승기를 아내 번금월에게 넘기고 배달 상자를 직접 열고 익숙하게 장갑을 꼈다. 그러고는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롱샤 껍질을 벗겨서 능연 앞에 내밀었다.

작은 입을 동그랗게 벌린 추아문은 머릿속에 이미 뉴스 소재 몇 개가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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