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선생님. 제 새끼손가락 괜찮은 거죠?”
모붕해가 끝이 조금 까매진 손가락을 매우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며 능연에게 물었다. 능연은 유심히 관찰한 후 입을 열었다.
“잘 회복되고 있습니다. 봉합된 위치에 혈색이 돌기 시작하죠? 일단 혈액 순환엔 문제없는 거예요. 잘렸던 손가락도 살아났고. 다만 온도 유지는 주의하셔야겠네요. 선생님, 램프 쬐는 시간 조금 늘려야 하는 거 아닐까요?”
능연은 재활실 의사를 향해 물었다.
“그러죠. 그리고 램프도 좀 더 가깝게 놓아도 될 것 같아요. 상황보고 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재활실 의사가 매우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환자분도 잊지 말고 다친 부분을 높게 올려주세요. 심장보다 조금 더 높게요. 너무 높아도 안 됩니다. 평소에 손 늘어뜨리는 거 같은 동작은 하시지 말고요. 정맥 순환 때문에 상처 부위를 위로 올리는 건데 너무 높이 들면 동맥 혈액 공급에 영향을 줍니다.”
모붕해 손가락의 부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본 능연이 특별히 당부했다. 부기는 단지 이식에서 나타나는 장기적인 부작용이다. 부기가 사라지냐 아니냐도 중요 성공 지표 중 하나다.
능연은 그랜드마스터급 단지 이식 기술을 터득했지만, 실제 조작은 얼마 전부터 시작했기에 모붕해는 초기 수술 환자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능연은 일일이 살피면서 항생제 같은 약품도 처방하고 간단한 신체 진찰도 끝낸 후에야 다른 환자에게 향했다.
모붕해는 한숨 돌리면서 아내를 향해 미소 지었다.
“거봐, 걱정할 거 없댔지? 회복 잘되고 있다니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능 선생님 환자가 다른 환자보다 확실히 빨리 회복된대. 체질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신 정상적으로 회복된다니까 다행이네. 휴우. 제대로 치료하고 빨리 나아요. 혼자 일하려니까 바빠 죽겠어. 어머니는 도와주시지도 않고······.”
“형님 아이 봐야 하니까 그렇지.”
한마디 툭 내뱉은 모붕해는 애써 다음 말을 삼키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는 병실로 돌아간 다음 생각할수록 답답해져서 침대 시트 아래에서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그리고 자로 1/3 위치가 어딘지 잰 다음 화장실로 가서 조심스럽게 불을 붙였다. 그 후 잠시 기다렸다가 슬그머니 입에 물었다.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가 담배 냄새를 맡을까 봐, 환풍기를 켰을 뿐만 아니라 숨을 참았다가 한참 후에야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흐려진 연기는 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니코틴 함유량이 낮은 얇은 담배였고 미리 그어 놓은 1/3 위치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지만, 모붕해는 담배를 바라보다가 다시 살며시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껐다. 꺼진 담배를 잠시 바라보다가 변기에 던지고 물을 내렸다.
“좋은 담배를 낭비하는 거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모붕해는 켕기는 마음으로 담배에 대고 혼잣말을 했다. 어쨌든 낭비는 부끄러운 일이니까 말이다.
모붕해는 아예 바지를 벗고 변기에 앉아서 충분히 환기될 수 있도록 시간을 끌면서 다른 냄새를 ‘제조’했다. 그는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다른 손으로 화면을 넘기면서 편안하게 움직였다.
막 손가락이 끊어졌을 때는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손가락이 없으면 일하는 데 문제가 생길 테고, 그럼 앞으로 승진도, 월급이 오르는 것도 불가능해지거나 아예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마누라가 얼마나 무시할까. 손가락이 없는 불편함, 보기 흉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수술이 순조롭게 끝난 다음 모붕해는 점차 안정을 찾았다.
당연히 전보다 보기 흉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넘어갈 만했다. 마누라도 여전히 사나웠지만, 그것도 그럭저럭 넘어갈 만했다. 유일한 문제는 바로 담배였다. 그러나 이틀에 한 번씩 한두 모금 뻐끔대는 거로도 그럭저럭 넘어갈 만했다.
모붕해는 평소처럼 핸드폰을 만지다가 원래 살짝 붉던 손가락 봉합 부분이 창백해지기 시작한 걸 발견했다. 순간 그의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
잠시 후, 병실에서 뛰쳐나온 모붕해는 “선생님, 선생님!” 고함치며 안달을 부렸다.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한 연문빈은 하얗게 변한 손가락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 부종 정도, 피부 온도와 잘린 손가락 색깔이 단지 이식 수술 후 중요한 시각(視覺) 지표인데 모붕해의 손가락 색은 확연히 정상이 아니었다.
살며시 그의 손가락에 손을 대보았더니, 역시나 피부 온도가 정상 온도보다 낮았다. 피부 온도가 낮다는 건 혈액 순환이 느려졌다는 것이고 혈전이 생길 수 있다는 전조였다.
혈전이란 혈관 경색이며, 정상인은 가벼운 혈전 정도는 문제없이 알아서 해소한다. 하지만 비교적 심각한 혈전이 생기면 정상인이라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혈전은 죽음에 이르는 수많은 현상 중 하나였는데, 일단 혈전이 생기면 운이 대단히 좋지 않은 이상 무사히 넘어가기 힘들었다.
“수술실 준비하고 능 선생한테 통지해. 25번 침상 환자 혈액 순환 이상 발생. 정맥 재건을 해야 해.”
연문빈은 우선 가장 확실한 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빠른 속도로 사고 회로를 정리했다.
단지 이식에 능숙하다고 자칭할 만한 의사는 드물었다. 더군다나 연문빈은 지금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그는 그 순간 며칠 동안 능연이 그와 마연린에게 단지 이식 케어에 관한 자료를 잔뜩 읽도록 지시한 것에 크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연문빈은 기억을 더듬으면서 속으로 판단을 내렸다. 물론 가능하다면 능연이 현장에서 지시를 내려주길 바랐지만.
하지만 응급 의학과 출신 레지던트인 그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 실력이 뛰어난 의사는 할 일 없이 빈방에 앉아 기다리지 않는다. 입원 병동 병실에는 의사의 서비스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가득했으니까.
응급실이든 입원실이든 일선에서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의사는 고작 연문빈 같은 레지던트였고,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의사라고 해도 주치의 정도였다.
“연 선생님?”
정맥 재건 준비를 끝낸 간호사가 연문빈을 불렀다. 그는 이제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능연이 현장에 없으니 직접 상태를 살필 수 없고 전화를 건다고 해도 시간 안에 타당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응급 의학과 출신 레지던트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4, 5년 동안 그가 처리한 응급 의학과 케이스도 수백 건은 되었다. 연문빈은 창백해진 환자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고 오더를 내렸다.
“정맥용 헤파린 25mm······.”
간호사는 오더를 따라 읊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붕해는 멍하니 스트레처 카 위에 누워 수액 봉지를 바라봤다. 이틀 동안 문제가 없었는데 오늘은 왜 한 입 피우자마자 바로 문제가 생긴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