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91화 (80/877)

퇴근 후, 일고여덟 명의 의사 무리가 기세 좋게 소가 식당으로 향했다.

능연은 자신의 제타를 운전하면서 조수석에 태운 주 선생에게 복강 수술의 요점을 배웠다. 그가 막 손에 넣은 두 기술 모두 내번 봉합법이었다. 수직 매트리스 내번 봉합법(전문가급)이든, 단속 수평 매트리스 내번 봉합법(전문가급)이든 위장에 관한 중요한 복강 수술 중 하나였다.

능연은 복강 수술에 익숙하지 않았고, 심지어 맹장 수술도 아직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주로 정형외과 일을 했고, 수부외과에 가면 어떻게 발전할지 명확히 보였지만, 응급 의학과에 남아 있으려면 복강 수술도 조금은 알아야만 했다.

조금 게으르긴 해도 사람이 좋은 주 선생은 가는 길에 세세한 포인트까지 설명해 주었다.

<외과학> 혹은 <복강 수술 지도>처럼 하나같이 두꺼운 책은 실제로 조작해 보면 그 내용이 지나치게 광범위함을 깨닫게 된다.

상급 의사는 하급 의사에게 당연히 그런 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능연의 조작 방식에 익숙한 주 선생은 손짓까지 하면서 설명했고, 능연은 책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보다 훨씬 명확하게 내용을 파악했다.

“소 사장님!”

“먼저 곱창 주세요!”

“맥주도요!”

의사들은 떠들썩하게 소가 식당으로 들어갔고 따듯하고 맑은 눈으로 소 사장을 바라봤다. 능연도 곱창과 바비큐를 시켜 놓고 계속해서 주 선생과 복강 수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소 사장을 바라보면서 수직 매트리스 내번 봉합법 조작을 손으로 흉내내 보았다.

운화 시는 해가 빨리 진다. 그리고 운화 시의 밤하늘엔 별이 적다. 그러나 소가 식당은 언제나 떠들썩했다.

번화한 먹자골목에 몰려든 인파는 골목으로 들어가면서 분산됐다가 다시 소가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관광객이든 식객이든, 정장 차림이든 슬리퍼에 셔츠 차림이든 배에 거지가 든 사람들처럼 자리에 앉거나 혹은 문 쪽에 서서 꼬치를 뜯어댔다.

양손 가득 꼬치를 쥔 소 사장은 앞쪽을 치켜들고 뒤쪽은 철 그릴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새끼손가락과 무명에 철 꼬치를 끼고 굴리면서 능숙하고 우아한 동작으로 고기를 구웠다. 그의 퍼포먼스는 직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훌륭했다.

미리 전화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의자 근처에도 못 앉을 뻔했다.

“소 사장님 정말 이제 고기 굽는 것도 예술이다.”

소 사장을 바라보던 주 선생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감탄했다.

“정형외과 사람들 불러서 회진할 때, 의사들이 망치 두드리는 것도 지금 소 사장님처럼 속 시원하지 않더라.”

선임 레지던트 정배가 쉰내가 나는 머리통을 흔들면서 아래턱에 자란 수염까지 만지작거렸다.

“소 사장 전공은 그래도 곱창이죠.”

평범하게 생겨서 사람들이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레지던트가 미소 지으며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주 선생과 동기인 주치의 좌량재가 수상해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있잖아, 사실 소 사장 특기는 양내장이야. 양잡탕은 말할 것도 없고 내장도 얼마나 맛있는데. 특히 이 부위는 말이지, 있잖아······.”

“맛있어요?”

정배가 호기심이 가득해서 물었다.

“당연히 맛있지. 그런데 운화 사람들이 양내장을 잘 안 먹어서 소 사장도 이제 안 팔아. 지난번 췌장염 때였나? 음, 아마 맞을걸? 암튼 그때 퇴원해서부터는 안 팔았지.”

“양내장 먹다가 췌장염 걸린 거 아냐?”

좌량재가 고개를 내저으며 하는 말에 주 선생은 의심스러운 듯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곤 능연을 바라봤다.

“넌 없었지만, 소 사장님 췌장염 걸렸을 때 운화 병원에 췌장염 대란이 일었어. 내 환자만 1주일에 10명도 넘었다니까? 툭하면 일반 외과 의사랑 같이 복강 수술하고 말이야. 아까 네가 물었던 복강 수술, 그때면 바로 써먹었겠다.”

“왜 일반 외과 의사랑 같이해요?”

“췌장염 대란이 일어서 일반 외과에서 다 대처할 수 없었으니까. 장정들은 모두 잡혀갔지. 그때 나도 하루에 수술 4건 연달아서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능연이 의아하게 묻는 말에 주 선생은 감개무량한 듯 대답했다. 그러나 능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힐끔 그를 봤다.

“그런데 소 사장님, 아까부터 손을 왼쪽 복부에 올리고 있는데?”

좌량재가 흠흠 헛기침하며 입을 열자 바로 고개를 돌린 의사들은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소 사장님이니까······ 설마 결장염? 신장 결석일지도 모르겠네. 흠, 그런데 자주 건강 검진받고 퇴원한 것도 얼마 안 됐으니까 그건 아니겠다.”

“아까 췌장염이랬죠? 퇴원한 다음에 또 폭음 폭식한 거 아닐까요?”

주 선생이 느릿느릿 하는 말에 정배도 골똘히 고민하면서 한마디 보탰다. 그러자 주 선생이 고개를 내저었다.

“퇴원한 지 얼마나 됐다고. 게다가 췌장염 한 번 걸렸었으니까 더 조심하겠지. 음식 문제는 아닐 거야.”

“또 몰라요. 직접 만들면서 맛도 봐야 하잖아요. 병원에서 담백하게 먹다가 갑자기 기름진 거 먹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기름이 안 깨끗하거나 그랬을 수도 있죠.”

“소 사장님이 기름을 얼마나 신경 쓰는데. 결장염에 3, 요도염에 3, 나머지 가능성에 4 건다.”

좌량재가 올곧은 말투로 그렇게 말하던 그때, 능연이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사장님이 손을 바꿨는데요.”

사람들이 다시 일제히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소 사장은 왼손으로 꼬치를 잡고 오른손으로 배를 누르고 있었다.

“오른쪽 배 통증이면 맹장염이 제일 먼저 의심 가지만, 소 사장님은 맹장 수술 벌써 했잖아요?”

“내가 기억하기론 두 부주임님이 집도하셨어.”

정배가 수염을 만지며 하는 말에 좌량재는 확실하게 대답했다.

“그럼 진짜 장염이나 수란관염······일 가능성이 크네.”

주 선생 동기 좌재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인턴 시절 같이 내과 로테이션을 돌았었다. 곁에 있던 일반 레지던트도 한마디 보탰다.

“오른쪽 복부가 아프기 시작한 거라면, 간장이나 담낭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간장은 불가능해. 간장이면 입원했을 때 알아냈을 거야. 그 둘 중 하나라면 담낭일 가능성이 그래도 크지.”

주 선생이 아주 전문가답게 판단을 내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좌우 동시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아무래도 장염 아닐까?”

“응. 장경련이면 저것보다 더 아파할걸? 내가 가서 신체 진찰 좀 해볼게.”

좌량재가 몸을 일으켰다.

“손 또 바꿨는데요.”

능연이 다시 말을 꺼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바라보니 소 사장이 심장을 만지고 있었다.

“선천성 심장병 있으시잖아.”

“그때 다 고쳤잖아.”

“그래도 위험은 있지.”

“정배, 너 심폐소생 잘하니까 준비해.”

의사들은 막 테이블에 올라온 곱창을 쩝쩝 먹어대며 합동 진단할 때처럼 진지하게 분석했다.

“그냥 앞치마에 손 닦는 거 아닐까요?”

한참 동안 잊혀졌던 레지던트 한 명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의사들이 고개를 돌려 소 사장을 주시했다. 그리고 다들 ‘아’ 소리를 냈다.

능연도 아쉬운 듯 소 사장의 복부를 바라봤다. 정말 결장염이었다면 조금 전에 얻은 기술을 써먹을 수 있었을 텐데.

그전에도 복강 수술은 한 적이 없어서 맹장 수술부터 시작하려면 경험을 꽤 오래 쌓아야 했다. 전문의라고 해도 복강 수술 정도는 할 줄 안다. 일반 외과라고 불리는 것만 봐도 외과 중의 기본이니 외과 의사들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자, 꼬치 나왔어.”

소 사장이 꼬치를 들고 와 그중 절반을 의사들 테이블에 올렸다. 의사들이 눈빛을 빛내며 그를 주시했다.

“또 구워서 가져다줄게. 식으면 맛없잖아.”

소 사장은 남은 꼬치를 다른 손님에게 가져다줄 셈으로 그렇게 말했고 의사들은 더욱 눈빛을 빛내며 유심히 그를 주시했다. 괜히 뜨끔해진 소 사장은 꼬치 10개를 의사들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먼저 먹어. 모자라면 나 부르고.”

그러자 의사들이 눈빛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저기, 나 안색 안 좋니?”

소 사장은 거울을 꺼내 제 얼굴을 비췄다. 의사 무리 중 누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소 사장의 안색이 확 변했다. 이번엔 고개를 끄덕였던 의사들이 고개를 흔들고, 가로저었던 의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털썩.

“사장님! 셋째 쓰러졌어요.”

갑자기 뒤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직원 한 명이 냉정한 말투로 고함쳤다. 의사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고 주 선생만 습관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제일 바깥쪽에 있던 좌량재와 정배가 걸음을 서둘러 사건 발생지에 도착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각자 곱창이 든 접시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더위 먹었나 봐요.”

“더워서 쓰러진 거야.”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말을 내뱉었고, 마음이 가벼워진 소 사장은 그 길로 몸을 돌려 고기를 구우러 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