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92화 (81/877)

월요일, 자신의 논문을 든 능연은 정신이 맑은 상태로 운화 병원에 도착했다.

새벽 5시, 병원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아침 식사 카트가 운화 병원 통행로를 점거했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보안 요원이 비용을 정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브로커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들은 유명한 전문의 외래 진료 대기표를 판매했고, 주임이든 부주임이든 직급과 상관없이 유명세로 가격을 먹이며 공평하게 집행했다. 의사들은 가끔 그 가격으로 서로를 놀리기도 했다.

수납 앞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13위안 아니면 17위안짜리 진료를 받을지 제일 먼저 고민했고, 전문의 외래 접수가 마감되면 그제야 5위안 아니면 7위안짜리 일반 진료를 고민했다.

브로커들은 그 안에 섞여 있다가 17위안짜리 전문의 진료비를 60위안으로 올리고, 80위안, 180위안까지 올리기도 하는데, 번화가 ‘일본 전문가’를 데리고 돌아온 그달엔 최고가가 무려 500위안에 달했다. 그건 운화 병원에서도 보기 드문 가격이었다.

콘서트 암표에 비하면 병원 진료 암표가 훨씬 이득이었다. 월요일마다 진료 보는 전문의의 대기표는 안 팔릴까 봐 걱정할 일도 없었다. 거기다 공급량도 안정적인 데다가 거래는 주로 현금으로 이루어졌다.

응급 의학과의 월요일은 다른 날보다 좀 더 조용했다. 밤 동안 환자를 모두 안정시켜 놓았고, 오전 환자가 아직 도착하기 전이라 너스 스테이션 간호사들은 저마다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과일 좀 가지고 왔어요.”

능연이 집에서 가지고 온 과일을 한 봉지 뒤쪽에 올려놓았다.

“선생님, 너무 친절하세요.”

간호사 두 명이 기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뭘요.”

능연은 선물을 주고받는 일에 언제나 신경을 썼다. 여자 간호사와 여자 의사들, 여자 환자, 여자 보호자들의 선물을 자주 받는 그는 어떻게든 회답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엄마 도평 여사가 늘 능연을 위해 답례품을 준비해두기 때문에 물자는 충족했다.

“와, 포도 너무 신선해요.”

“사과도 있네요. 저 사과 제일 좋아해요.”

간호사 두 명은 진심이든 아니든, 어쨌든 능연의 선물에 호감을 표시했다.

“포도나 사과 다 우리 이웃의 친척이 직접 심는 겁니다. 해마다 사전에 예약해두면 수확 철이 되면 집에 보내주거든요. 비료를 쓰긴 하지만, 다 표준치 아래라 깨끗하게 씻으면 껍질도 먹을 수 있어요.”

“능 선생님, 최고!”

능연의 친절한 설명에 간호사 두 명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는 미소 지으며 안으로 들어가 완성된 논문을 곽종군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 후 하얀 가운으로 갈아입은 그는 수술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수술 구역에서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휴게실로 들어가자 늘 그렇듯 졸임 고기 향이 퍼져 나왔다. 그는 싱긋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갔고, 접시 하나에 족발 열 몇 개가 잔뜩 쌓여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래쪽엔 QR 코드가 걸린 작은 표식이 놓여 있었다.

- 수입과 지출을 균형 잡기 위해 족발 하나에 19.9위안에 판매. 알아서 결제할 것.

곁에 적힌 설명을 읽고 나서 고개를 들었더니, 연문빈이 함박웃음 지으면서 테이블 옆에 서 있었다.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으니 언뜻 셰프 같기도 했다.

“수술 준비됐나요?”

능연의 가장 큰 관심은 언제나 수술실이었다. 족발 따위는······ 물론 맛있으면 최고지. 그는 그렇게 물으면서 핸드폰을 꺼내 족발 하나를 계산했다.

씨익 웃은 연문빈은 안쪽에서 큰 걸 골라 두 손으로 능연에게 내밀었다.

“수술 준비 다 했지. 마취의는 이번에도 소가복 선생님이고. MRI 사진도 안에 가져다 두었어. 38세 에어컨 기사인데 에어컨 설치하다가 손이 끼었어. 그러다 회전하던 검지가 찢어져서 이탈했고. 피부 상처가 심하고 근건하고 혈관 모두 위치 이동했어.”

일반 절단보다 회전성표피박리(Rotation avulsive cortical)가 더 심각했다. 의사 입장에서도 이식 성공률이 저하된다. 능연은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와 가족은 수술 결과를 얼마나 기대하나요? 완전 회복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거 알고 있죠?”

“알고 있어. 피부와 혈관을 이식할 거라고 알렸고, 손가락이 짧아질 가능성도 필연적이라고 알렸어. 가족들도 받아들였고. 다만, 환자는 최대한 수부 기능이 회복되길 희망하고 있어. 그리고 얼른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빨리 회복됐으면 좋겠대.”

거기까지 말한 연문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가 봐. 병원비도 신경 쓰더라고.”

능연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이식 수술에서 흔한 일이었다. 단지 이식 수술을 제일 많이 받는 건 바로 공장 직원들이었는데, 그들은 외관보다 생존 능력과 의료비 부담을 더 신경 썼다.

“들어가죠.”

족발 뼈를 던진 능연은 손과 입가를 깨끗이 씻고서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온몸을 덮는 수술복을 입었다.

수술실은 거의 무균 상태였다. 그러나 응급 의학과 수술실은 무균 표준에 대한 요구가 살짝 낮은 편이었다. 수부외과도 그렇고. 환자 한 명 한 명 안에 들어갈 때마다 철저히 닦을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경외과 두부(頭部) 수술실은 철저히 무균 상태를 유지했다. 심장외과 수술실도 외부로부터 오염물을 완전하게 단절하는 편이었다.

능연은 하던 대로 MRI 사진을 판독했다. 연문빈과 마연린은 나란히 서서 환자의 손을 덮은 수건을 치워내고 환자의 비수술 부분의 기름때를 지우려고 시도했다.

능연은 사진 판독을 마친 후 환자에게 다가가 데브리망을 시작했다. 그 다음 허리와 목 부분을 꼿꼿이 세우고 다리 폭을 넓게 벌려 팔뚝과 어깨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면서 고도로 정신을 집중했다.

연문빈과 마연린 모두 능연을 힐끔대며 자세를 배웠다.

외과 의사 중에 수술 자세를 가장 중시하는 것은 바로 현미 외과(현미경 수술외과)였다. 현미 외과는 장시간 집중이 필요해서 신체 부담도 지극히 심각했다.

그래서 현미 외과 의사는 좋은 자세를 유지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유명해지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수술대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등 좀 낮춰 주세요.”

능연의 명령에 순환 간호사가 냉큼 뛰어가 환자의 손 위를 비추는 등을 눌렀다. 환자 수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단지 이식 수술의 관건은 수부 온도였다. 혈액 온도가 너무 심하게 내려가면 손을 살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마취의 소가복도 정신을 집중하며 수시로 모니터 기기를 주시하면서 혈관 경련과 혈관 응고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처리할 준비를 했다.

수술실에서 의사는 헤파린 말고 파파베린을 사용하기도 한다. 파파베린의 항응고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오늘은 역행법으로 진행합니다.”

데브리망을 마친 능연이 결정을 내렸다. 순행과 역행이란 봉합 순서를 가리킨다.

순행이란 우선 관절을 고정하고 근건을 봉합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손등 근건, 손등 피부, 그리고 굴근건, 동맥, 신경을 봉합하고 마지막에 장측면 피부 봉합을 한다. 즉 처음이 쉽고 점점 어려워진다고 할 수 있다.

역행법은 그와 반대로 가장 어려운 동맥, 신경과 굴근건을 제일 먼저 꿰매고 관절과 신근건 (Extensor muscle)등을 꿰매는 것이다.

초짜 의사들은 보통 순행으로 수술하면서 한 스텝, 한 스텝씩 마무리하고서 자신감을 확립한다. 역행은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소수의 의사만 그런 방법을 쓴다.

겨우 마스터급 단지 이식을 터득했다면 능연은 순행으로 수술을 했을지도 모르나, 그랜드마스터급을 터득한 지금은 능숙하게 역행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순행, 역행은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고 주로 의사의 습관, 환자의 상태 그리고 리스크 장악 능력에 달려 있었다. 지금 같은 상처의 경우 관절이 비교적 헐렁하게 고정되어 있어서 동맥과 근건 이식은 어렵고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각자 현미경을 쓴 능연과 마연린이 한쪽에 서 있었고, 연문빈은 혼자 고배율 현미경 아래 오른팔 위쪽에서 이식에 쓸 환자의 자체 혈관을 채취했다.

동맥을 이식해야 했고, 정맥도 해야 했다. 그리고 피판은 더욱 큰 면적으로 이식해야 했다. 손가락 하나를 세 사람이 2시간 동안 끙끙거린 결과 겨우 가장 어려운 부분을 끝냈다.

“이제 10-0 하죠.”

다시 피로감을 느낀 능연은 시야각을 잃을까 봐 현미경에서 눈을 떼지도 않았다.

치익.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유 간호사가 웃는 얼굴로 들어왔다.

“이따 끝나고 잊지 말고 달걀 받아 가세요. 토종닭 달걀 한 상자, 오리알 한 상자. 부주임 이상은 감자도 한 상자 받아 가세요.”

잠시 말을 멈춘 유 간호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능 선생님, 곽 주임님 것까지 선생님이 가지고 가시래요.”

“네.”

능연은 여전히 고개도 들지 않았다. 연문빈과 마연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 이미 익숙한 유 간호사는 깔깔 웃으며 옆 수술실로 넘어갔다.

수술은 3시간을 넘기고서야 끝이 났다.

능연이 실을 자르고 가위를 내던지자 조수 둘뿐만 아니라 간호사들까지 지친 모습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현미경 수술 진짜 힘드네.”

왕가가 꿍얼거렸다. 그는 응급 의학과 간호사라 큼직큼직하게 열고 닫는 외상과 피가 솟구치는 수술에 익숙했다. 하면 할수록 정교해지는 단지 이식 수술은 아직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내 다리도 두 배 정도 부었겠어.”

연문빈도 한숨을 쉬었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면 슬리퍼도 못 신는 날이 있었다. 다리가 붓는 것도 외과 의사의 직업병이었다.

능연도 나가떨어질 것처럼 지쳐서 추나로 목을 잠시 문지르다가, 그들의 불쌍한 모습에 거즈 한 장을 꺼내 연문빈과 마연린에게 2분 정도 목 마사지를 해주었다.

나이도 어리고 사랑받지 못하는 레지던트와 인턴이 그동안 어디서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있었을까. 두 사람은 눈이 다 튀어나올 듯 감격했는데, 몇 시간 동안 정신 집중하는 것 따위는 상관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두 사람의 마시지를 끝낸 능연은 손에 거즈를 든 왕가가 눈을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따가 거즈 수량 체크해 주세요.”

능연은 그렇게 말한 다음 거즈를 받은 후 왕가의 목에 손을 댔다. 왕가는 ‘아’ 소리를 내더니 그 뒤로는 끽소리도 내지 않았다.

순환 간호사의 마사지까지 마친 능연은 마취의 소가복을 바라봤다. 그러자 소가복은 껄껄 웃으면서 자기는 괜찮다고 말했다.

“난 그렇게 지치지 않았어. 괜히 시간 뺏을 거 없지 뭐. 그치만······.”

소가복은 겸연쩍은 듯 한 손으로 둥근 의자를 문질렀다. 능연은 매우 협조적으로 “아, 네.” 하고 대답했다.

“둘이 얘기 좀 할까?”

“그러세요.”

언제나 시원시원한 능연은 바로 고개를 돌려 연문빈을 바라봤다.

“선생님. 저 대신 물건 좀 받아주세요. 달걀이랑 감자도 졸일 수 있죠?”

그 말에 피곤해하던 연문빈은 두 눈을 번쩍 떴다.

“물론이지. 간장에 졸인 달걀이 얼마나 맛있는데. 수술하고 힘들 때마다 한 알 먹으면 배도 부르고 맛도 있고. 감자는 더 좋지. 감자는 그냥 물로 끓이면 고구마랑 달리 퍽퍽해서 좀 그래. 게다가 감자 자체가 맛이 없는 편이라 물로만 끓이면 소금을 뿌려야 하는데 졸임 간장으로 끓이면 그럴 필요가 없지.”

“그럼 달걀이랑 감자 다 졸여서 휴게실로 가져다주세요. 오리알은 마 선생님 드리세요.”

인턴은 진료과 소속이 아니라서 과 복지를 받지 못하는 걸 능연은 알고 있었다. 마연린은 왠지 몰라도 뜨거운 피가 뇌로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안 돼, 안 돼. 그건 곽 주임님이 너 준 거잖아.”

“그냥 받으세요.”

“그럼 조금만 가지고 갈게. 나머지는 아침 반찬으로 먹어. 아니면 점심도 되고.”

실랑이하기 싫다는 듯한 능연의 말에 마연린은 더욱 미안해졌다. 그러자 능연은 한참 마연린을 바라보다가 요즘은 도시락 싸 오지 않는다고 대답하고는 소가복을 불러 밖으로 나갔다.

수술실에서 연문빈은 낄낄대며 마연린을 바라봤다.

“멍청아. 능 선생이 먹을 거 부족하겠냐?”

왕가도 동의하는 듯 응응, 거렸다.

“짠 오리알 많이 먹어도 안 좋아요. 능 선생님한테 영양 밸런스 생각한 식단 준비했······. 아!”

왕가는 그 이상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다급히 입을 막았다. 마연린과 연문빈은 그저 아, 하며 웃어넘겼다. 세상엔 당사자만 비밀이라고 여기는 비밀이 많은 법이다. 능연이 몇 달 동안 사육당하고 있는 건 눈치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행위는 대규모의 조직으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능연은 수술복과 수술 장갑 등을 폐기용 원통에 던져 넣고 소가복을 바라봤다.

“무슨 할 말이신가요?”

“그, 너 논문 여러 편 썼다고 들었어.”

어쩐지 겸연쩍어하던 소가복은 순간 그런 자신이 못마땅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사내대장부가 뭘 두려워해.’

그렇게 자신을 위로한 소가복은 다시 능연을 쳐다봤지만, 더욱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네, 썼죠.”

“그, 나도 요즘 논문을 쓰고 있어.”

소가복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아.”

“단지 이식 마취는 수준이 높아서. 나도 요즘 자료 좀 뒤적였고 경험도 좀 생겼으니까. 총결을 좀 내서 논문 한 편 발표할까 해서.”

소가복은 아주 겸손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탕 법이나 대부분 3급 수술에 비해서 단지 이식 마취는 신중히 처리해야 했다.

우선 단지 이식은 수술 시간이 매우 길었다. 3시간은 보통이고 7~8시간짜리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마취로 진통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혈액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부의 혈액 공급도 보장해야만 했다.

그 모든 항목에서 마취의는 수준 높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기존 마취 방안을 채택할 경우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지는 둘째 치고 마취의들이 습관과 경향에 기대 대응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최근 진행한 마취 과정에서 소가복은 위험을 배제하면서 마취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아 나갔다.

마취의도 외과 의사나 마찬가지로 승진하려면 논문을 발표해야 했다. 마취과 내에서 지원받을 만한 동료가 없는 소가복은 자연스럽게 능연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배후에 곽종군을······.

소가복은 곧 이런 건의를 했다.

“우리 합동 논문 발표할래? 공동 제1 저자로. 단, 내가 앞에 있어야 해.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단지 이식 케이스를 쓰려고······.”

“어째서 새 케이스를 찾지 않으시고요?”

능연이 소가복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 비전형 케이스가 아닌 경우, 평범한 케이스를 기초로 발표한 의학 논문은 통과하기 어렵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능연도 ‘탕 법 XX 사례 수술 탐구’ 같은 제목을 설정한 것이다.

소가복은 능연의 질문에 멍해졌다.

“우리한테 있는 케이스가 이게 다잖아.”

“차라리 주제를 미리 선정하고 케이스를 통해서 입증하는 건 어때요?”

능연이 자신의 의견을 전하자 소가복은 고민에 빠졌다.

“케이스 분석을 많이 하려면 보조금 없이는 힘들어. 마취과 경비 신청을 못 했거든. 응급 의학과에서 조금 내줄 수 있는지 모르겠네.”

소가복은 어쩐지 켕기는 마음으로 그렇게 물었다. 능연을 끌어들이려고 한 것도 사실 경비를 조금 받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논문을 쓸 때 보통은 경비가 그다지 들지 않지만, 아예 없으면 그것도 문제였다. 그러자 능연은 통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우리 그럼 곽 주임님한테 달라고 하죠.”

능연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소가복이 깨달았을 때, 그는 이미 곽종군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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