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94화 (83/877)

저녁 8시 반, 능연은 조금 피곤한 모습으로 수술실에서 나왔다.

막 단지 이식 수술을 마친 그는 하루에 세 번째, 합쳐서 다섯 손가락 수술을 마치면서 운화 병원 수부외과 고차원 수술 기록을 달성했다.

다섯 손가락 중에서 연문빈은 네 손가락, 마연린은 세 손가락에 참여했다. 겹치는 부분이 있는 건 두 사람이 세컨 어시를 맡은 부분이었다.

탕 법은 주로 훅맨 역할을 할 퍼스트 어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수술이었지만, 단지 이식은 확연히 달랐다. 뼈 봉합부터 피부까지, 그리고 혈관과 신경도 제대로 꿰매야 했고, 비전형적인 상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세컨 어시가 나서야 했다.

제일 많이 움직인 연문빈은 걸음까지 후들후들 흔들렸다. 수술 3건 모두 함께했던 소가복은 아예 수술실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마취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둥근 의자에 널브러져서 가수면을 취했다.

그보다 얼마 나은 상황도 아닌 연문빈은 수술실 밖 너른 복도를 보자마자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너무 힘들어.”

마연린은 달달 떨면서 물을 마셨고, 두 모금 만에 겨우 제대로 삼킬 수 있었다.

세컨 어시를 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바로 위치였다. 집도의는 당당하게 현미경 앞에 앉고, 퍼스트 어시는 맞은 편에 앉지만, 세컨 어시는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 더 중요한 건 집도의와 퍼스트 어시가 있는 구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점이었다. 잘못하면 조수가 아니라 수술 방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손가락은 자그마했기에 어시할 공간을 비워내기 위해 세컨 어시는 항상 요상한 자세를 취해야 했다. 한 번은 젊음으로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세 번 내리 하다 보니, 몸 어딘가가 망가진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상태를 알아차린 능연이 안타까운 듯 어서 가서 쉬라고 말했다.

“내일 일찍 나오시면 됩니다.”

“응?”

“어?”

마연린과 연문빈은 동시에 고함쳤다. 능연의 말에 담긴 정보가 지나치게 많았다.

“내일 아침에도 수술해? 몇 시?”

“일어나면 하죠. 뭐. 3시든 4시든 상관없어요.”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 능연이 대답하자, 마연린은 고개를 들어 복도의 시계를 바라봤다. 시침이 이미 9자를 넘긴 상태였다. 손가락으로 꼽아 보니 4시까지 고작 7시간 남은 시간이었고, 집에 가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됐다. 그냥 병원에서 잘래.”

마연린은 긴말 없이 그렇게 말했다. 물론 병원에 오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다. 상급 의사가 노예 주인도 아니고 격하게 반대하면 딱히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다.

그렇지만 마연린은 눈앞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능연이 아니었다면, 단지 이식을 이렇게 빨리 접해 볼 기회가 있었을까? 운이 나쁘면, 주치의가 되어서도 손도 못 대볼 가능성도 있었다.

단지 이식은 수부외과 고차원 4급 수술 중 하나였고, 그 말은 정형외과 범위에서 정상급 수술이란 뜻이었다. 일반 관절 치환 수술도 꼭 단지 이식보다 어렵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능연처럼 잘할 의사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얼마 전 5세 아동의 여덟 손가락 이식 수술도 동영상이 이미 병원 내부에서 돌 대로 돈 다음, 은연중에 병원 밖으로 퍼지는 추세였다. 조금만 의학 상식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능연의 실력이 운화 병원 수부외과에서도 정상급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능연의 단지 이식 수준은 창서성 정상급이었다.

그런 의사의 조수를 하면서 힘든 건 당연했고, 기회는 더욱 드물었다. 외과 의사는 언제나 그렇다. 매일 수술실에서 15에서 20시간을 버티는 수술광은 운화 병원에서뿐만 아니라 전국, 전 세계적으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마연린은 잰걸음으로 의사 휴게실로 가 침대에 머리를 두자마자 잠들었다. 그런 마연린의 뒷모습을 보며 연문빈은 어딘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나도 내일 일찍 올게.”

“우린 수술 두 건 더 하죠. 선생님은 내일 쉬시고요.”

능연은 몸을 돌려 물을 따르면서 그 틈에 스태미너 포션을 마셨다. 연문빈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두 건 더?”

“단지 이식 하나, 탕 하나. 30분 쉬다가 합시다.”

능연은 나쁜 소식부터 전하고 상대적으로 좋은 소식을 전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연문빈은 놀라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능연은 18시간 가까이 일했다. 연문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중간에 한숨도 못 잤다. 평소라면 능연은 저녁 5, 6시면 퇴근하는데 오늘은 3시간 늦어진 건 둘째로 치고 작업 강도도 평소보다 강했다.

그러나 스태미너 포션을 마신 능연은 신체와 머리 모두 말도 안 되게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는 기지개를 크게 켜면서 목과 어깨를 두들겼고, 그 사이 근육에 긴장이 많이 풀린 걸 깨달았다. 머리도 다시 맑아졌다. 근육은 아미노산을 대량 복용한 효과를 냈고, 머리는 충분히 잠을 잔 다음 암모니아를 제거한 느낌이었다. 다만 더욱 허기가 져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달걀 다 졸여졌겠죠?”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휴게실로 향했다. 졸임이라는 말을 듣고 겨우 정신을 차린 연문빈이 허허 웃었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겠니.”

“그건 그렇네요.”

잠시 생각하다가 배달이라도 시키려는지 핸드폰을 꺼내는 능연의 모습에 연문빈이 다급하게 족발은 있다고 말렸다.

“오늘은 안 먹을래요. 며칠 뒤엔 몰라도.”

연문빈은 다시 한번 굳어 버렸다.

정확히 30분 후, 능연은 소가복을 깨워서 그가 마스크로 환자를 전신 마취시키는 걸 지켜봤다. 동시에 막 출근한 당직 간호사들도 수술 전 준비를 마쳤다.

“조금만 버티세요. 이거 끝나면 한 시간 잘 수 있어요.”

스태미너 포션을 마셔서 에너지가 넘치는 능연이 눈을 번뜩이며 소가복에게 말했다. 소가복은 머리를 푹 수그리며 한 시간 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무기력하게 대답했다.

“탕 법은 다른 마취의를 쓸게요. 그때 주무세요.”

“탕 법도 한다고?”

소가복은 귀를 의심했다.

“다른 병원에서 알아서 환자를 트랜스 시켜주는데 해야죠. 그리고 두뇌 회전도 되고요.”

“탕 법이 두뇌 회전용이라고?”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능연에게 조금 전에 찬물 샤워를 마친 연문빈이 멍청하게 물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렇잖아요. 수학 문제 풀다가 지치면 물리 풀고, 그러면 머리가 좀 돌지 않아요? 하나만 무식하게 파고드는 거보다?”

“수학 풀다가 지치면 물리 푸는 게, 무슨 두뇌 전환이야. 그냥 뇌가 없는 거지. 수학 풀다가 지치면 언어! 그러고 다시 물리 해야지. 그러다가 기호도 다 헷갈리겠네.”

연문빈이 비웃으며 하는 소리에 소가복은 고개를 들었다.

“수학에서 곧바로 언어로 넘어가면 안 되지. 나는 보통 화학으로 갔다가 생물로 갔어. 그다음에 언어. 한 번에 너무 심하게 두뇌 전환을 하면 머리가 못 따라가.”

“그건 선생님이고요.”

“나 입시 600점인데? 어떻게 나온 점수인지 알아?”

“알 게 뭐예요.”

연문빈이 턱을 치켜들더니 마취의를 깔아뭉개는 임상의의 눈빛으로 소가복을 바라봤다. 소가복은 울컥 분노해서 더할 나위 없이 냉철하게 대답했다.

“뭐라고? 들어와 봐. 어디 네 녀석 고견이나 들어보자.”

“니들홀더.”

능연은 연문빈과 소가복을 방해할까 봐 나지막한 목소리로 도구를 요구했다. 두 사람이 싸우는 동안 뇌로 혈액이 공급되니 졸리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지 이식 수술을 마친 능연은 연문빈 대신 다른 당직 레지던트를 불러 탕 수술을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쉬다가 다시 마연린을 불렀고, 아름다운 서클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건 능연의 생각일 뿐이었다.

연문빈과 마연린은 사흘을 버티다가 살려 달라고 빌기 시작했다.

“능 선생. 부탁이야. 다른 조수를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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