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96화 (85/877)

주차장.

열 명 넘는 간호사, 의사, 그리고 보호자들이 능연을 호송하여 그의 제타 앞까지 갔다.

실습 간호사 정우함은 대담하게 능연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능 선생님. 40시간이 넘게 일했는데, 그냥 집에 가지 말고 병원에서 쉬세요.”

“능 선생님. 졸음운전이 제일 위험해요. 그냥 병원에 계셔요.”

능연의 품에서 땀 닦는 걸 제일 좋아하는 간호사 소몽설도 질세라 한마디 했다.

“안 졸려요.”

능연이 사실대로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스태미너 포션은 정신과 체력을 전면적으로 회복시켜 주어서 배가 좀 고픈 것 말고는 판단력이나 신체 기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두 번째 포션을 마신 지 10시간 남짓할 때라, 단지 이식 수술을 하라고 해도 해낼 수 있었다. 그러니 운전해서 집에 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병원에서 연속 30시간 이상 수술하는 의사가 종종 나타나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졸음운전은 모두 두려워하는 문제였다. 특히 졸음운전으로 들어온 환자를 많이 본 응급 의학과 간호사들은 누가 뭐래도 능연이 직접 운전하는 걸 강하게 말렸다.

말이 안 통하자 더 말하기도 귀찮아진 능연은 대놓고 그럼 어쩌면 좋을지 물었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여자들이 반대할 때는 보통 대책도 같이 내놓았다.

역시, 능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간호사들이 가위바위보를 시작했다. 보호자 중에서도 냉큼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5분 후, 능연의 소형차에 기사 한 명과 승객 네 명이 끼어 타고 있었다.

사람들은 신이 나서 하구의 맛집 이야기를 하면서 안전하게 능연을 집에 데려다주었다.

“능 선생님, 편하게 쉬셔야 해요!”

“밤새우면 안 돼요!”

“밤에 죽이라도 드세요. 빈속으로 주무시지 말고요.”

승리를 거둔 네 명의 아가씨는 능연을 하구 진료소 입구까지 바래다준 다음, 미래의 시어머니를 보러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눈물로 능연을 배웅했다. 그러곤 깔깔대며 먹거리를 찾아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차를 세운 능연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흐느적흐느적 안으로 들어가 잘 준비를 했다. 졸리진 않았지만, 40시간 넘게 잠을 안 잤으니 잘 때도 됐다 싶었다.

탁.

2층 다실 불이 켜지고, 늘씬한 맹설이 주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긴 두 다리가 테이블 아래 길게 뻗어 있었다.

“마사지 받으러 왔어요?”

능연은 나른한 말투로 물었다. 시간을 따져보니 올 때가 되긴 했다. 뭔가 이야기를 할 생각이던 맹설은 능연의 목소리를 듣자 생각이 바뀌어서 싱긋 웃었다.

“능 선생님, 또 신세 좀 져야겠어요.”

“신세는 무슨 신세입니까.”

능연의 부친 능결죽의 목소리였다. 그는 한 손으로 과일 접시, 다른 손으로 커다란 수박을 들고 둥둥 2층으로 올라왔다. 사과와 귤을 담은 과일 접시를 먼저 테이블에 내려놓고 허리춤에서 과도를 꺼내 들어 그 자리에서 커다란 수박을 잘랐다. 새빨간 수박즙이 티테이블 아래 물을 모으는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뒤따라 올라온 도평은 능연에게 젖은 수건을 내주고는 원망스러운 듯 병원에 왜 그렇게 오래 있었냐고 나무랐다.

“기회 되는 대로 수술해야지.”

수건을 받은 능연은 얼굴을 닦으면서 대답했다.

“몸 생각도 해야지.”

“수술 있는 게 어디야. 병원은 그래. 기회가 있는 데도 안 하면 바보야. 잘못하면 평생 수술을 못 하거나, 나중에 작은 진료소나 열고 예쁜 마누라 얻어서 대충 살게 된다고.”

“헛소리하지 마요. 산우 오빠도 있는데. 오래 기다리셨어.”

도평은 겸연쩍어서 남편을 한 대 툭 쳤고, 맹설은 찻잔을 들어 올리면서 생긋 웃었다.

“능 선생님은 차라리 추나 전문으로 하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능연은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맞다, 선물을 좀 가지고 왔어요.”

맹설은 어색함을 돌파하는 방법을 잘 알았다. 그녀는 손을 휘둘러 커다란 나무 상자를 가지고 오게 하더니 몸을 일으켜 받아들었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스페인에서 드라마 찍을 때 산 이베리아 햄이에요. 생으로 먹어도 맛있답니다.”

“스페인 햄이라니, 이 귀한 걸.”

도평의 말에 능결죽은 탐이 나는 듯 눈알을 굴렸다.

“그러게, 이걸 어떻게 받아.”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무 상자를 열었다. 사람 반만 한 나무 상자에 커다란 돼지 뒷다리가 담겨 있었다. 도끼처럼 투박한 돼지 뒷다리 햄은 시각적 충격과 함께 담담한 향을 풍겼다.

“거참, 독특하네.”

능결죽이 그렇게 말하며 힘껏 햄을 흔들자 아래 깔려 있던 사진 한 장이 튀어나왔다. 능연이 허리를 굽히고 주워보니 손바닥만 한 사진에 맹설이 귀엽게 혀를 내밀고 있었다. 사진 아래쪽엔 사인도 있었다.

“팬들한테 선물 줄 때 사인한 사진을 선물하거든요. 겸사겸사 받아 두세요.”

어쩐지 긴장한 듯한 맹설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다급하게 덧붙였다.

“햄은 저온 저장하는 게 좋아요. 저온 창고에 저장하는 게 제일 좋고요. 드실 땐 얇게 슬라이드 해서······.”

맹설이 담담한 말투로 차분하게 설명하자 능가 사람들도 편안해졌다. 그들은 다시 햄을 둘러싸고 서서 크게 칭찬했다.

“자세히 맡아 보니까 향이 더 좋네.”

“보기도 좋아.”

“크고 무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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