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97화 (868/877)

능연은 5분 동안 맹설의 목과 등을 마사지했다.

도평은 친절하게 손님방을 내주었고 맹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능연도 서둘러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알아서 눈이 떠질 때까지 푹 자고 일어났다. 그는 자신의 몸이 완전히 정상임을 체크하고 간단하게 혈압, 혈당도 잰 다음 거울 앞에 앉아 부분 신체 진찰을 했다. 밤새운 흔적도 없었고 과로한 흔적은 더욱 없었다.

능연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스태미너 포션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고, 부작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직 해가 다 밝지 않은 틈을 타, 능연은 정원에 물을 주고 작은 화단의 흙도 한 번씩 뒤집었다.

하구 진료소는 작은 규모는 아닌데 옛날 건물이라 활용 범위가 좁았다. 그렇지만 손님을 대량 맞을 생각도 없었고 옹기종기 정원에 앉아 있는 기분도 꽤 좋았다.

능연은 처마 밑 선베드에 누워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도시의 공기를 마셨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해요?”

맹설이 머리카락을 올리며 2층 손님방에서 내려왔다.

“그렇습니다.”

능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맹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의 곁에 앉아 기지개를 켜고는 편안한 목을 즐기며 선베드에 느긋하게 기댔다. 그리고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추나 전문 클리닉은 왜 싫은데요? 당신 능력으로 수술실에서 밤새우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 같은데?”

“수술 실력이 더 대단하거든요.”

능연은 허풍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게 담담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허풍이 아니기도 했다. 그랜드마스터급 단지 이식 수술 실력은 마스터급 추나보다 더 대단했다. 단지 이식을 전면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었으니까.

맹설은 반박할 수도 없었고 반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저 실눈을 뜨고 하늘에 뜬 구름을 바라봤다. 이른 아침이라 구름이 많지 않았다. 지난번에 구름을 본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아침 식사 후, 능연 가족은 열정적으로 맹설을 배웅하고 진료소를 열었다.

능결죽은 ‘능 씨 추나’라는 팻말로 이웃을 수십 명 끌어들였다.

능연은 예전처럼 2, 3분씩 마사지를 했고 시간은 짧아도 효과가 좋아서 능결죽은 매우 흡족해했다. 그렇게 점심까지 시간을 보낸 능연은 안절부절못하더니 곽종군에게 전화를 하고 수술실로 달려갔다.

수술실로 들어서는 찰나, 능연은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늦추고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편안함.

마음에서 우러난 편안함.

시간 맞춰서 내려오던 곽종군과 왕해양은 마침 그 광경을 보고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두 사람 모두 미친 듯이 수술에 빠져 있던 시기가 있어서 능연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외과 의사 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로 수술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한 때가 온다.

피아니스트가 연습하는 동안은 힘들어도 성과를 얻고 그럴싸하게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피아노 치는 일이 재미있는 일이 되고 업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요즘 법으로 금지된 게 아쉽지. 우리 때였으면 능연 같은 의사는 1, 2년이면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었는데.”

수부외과로 능연을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했지만, 인재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는 왕해양이 아낌없이 마음을 표현했다. 곽종군은 그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

“그럴 필요 없어.”

“왜?”

“지금도 부주임 대우를 해주고 있는데 뭐. 다음 달부터는 상금도 줄 거고. 수술비는 내 통장에서 바로 넘어가. 직함을 빠르게 얻든 말든 대수롭지 않다고.”

그 말에 왕해양은 우습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의 기억 속에 상급 의사가 하급 의사 돈을 홀라당 가져가는 건 많이 봤어도, 상급 의사가 제 돈을 하급 의사한테 나눠주는 일은 지극히 드물었던 탓이었다. 곽종군처럼 통장에 스친 돈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는 의사는 더욱 드물었다. 그리고 상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한정된 특권이었다. 진료과의 상금은 한정되어 있었고 배분 방식은 거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곽종군 같은 독한 사람이나 응급 의학과 같은 큰 진료과를 휘두를 수 있다는 말도 되었다.

힐끔 곽종군을 본 왕해양은 그의 눈빛에 자만심이 아닌 집중력이 떠오른 것을 느꼈다. 수술할 때 같은 집중력이었다.

“설마 능연에게 자네 기대를 건 건 아니겠지?”

왕해양은 크게 깨달은 듯 물었다.

“왜 아냐. 대형 응급은 이제 대세라고. 적어도 우리 운화 병원에선 그래. 능연이 그 틀을 세울 수 있다면 나는 당연히 그를 지지해 줘야지.”

곽종군의 두 눈에 이상(理想)이라는 빛이 감돌았다. 따지고 보면 이제 곽종군은 이상을 추구하고 꿈을 좇을 나이가 아니었는데, 하필이면 그는 꿈과 희망을 품은 늙은이였다.

“곽 주임님, 왕 주임님.”

드디어 그들의 기척을 알아차린 능연이 살짝 그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좀 더 쉬다가 나오지 않고 왜. 이야기 들어보니 40시간 넘게 수술을 했다고?”

곽종군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40시간 넘게 수술을 한 건 아니고요. 그 정도 병원에 있긴 했습니다. 수술은 30시간 조금 넘었어요. 중간에 환자가 없어서 쉬었습니다.”

“내가 좀 신경 씀세.”

곽종군은 능연이 부탁하기도 전에 단호하게 말했다.

운화 병원 같은 지역 정상급 삼갑 병원은 환자가 부족할 일이 없지만, 수술을 제한하는 주요 원인은 의사의 수술 시간, 수술 효율과 병상 회전율 때문이었다.

운화 병원에서는 단지 이식 같은 수술은 모으려고 들면 쉽게 모을 수 있었다. 탕 법 봉합이 필요한 단순 굴근건 손상 환자의 경우는 곽종군이 특별히 전화를 해야 했지만, 단지 이식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인구 천만인 공업 도시엔 매일 필연적으로 손가락 절단 환자가 발생한다.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이 갖가지 원인으로 손가락이 절단된다. 공장 사고, 교통사고, 집에서도, 소와 닭을 키우다가도 물려서 잘릴 가능성이 있다. 깨물린 손가락 처리는 특별히 전문적으로 나열해야 할 정도였다.

현미 외과의 작업량이 너무 많아서 수부외과 같은 진료과는 환자의 입원 요청을 거절하거나 아예 작은 병원으로 트랜스 시키기도 한다.

그러니 능연이 더 많은 수술을 원한다면 실로 간단하게 이룰 수 있었다.

“좀 쉬었나?”

“큰 수술 있나요?”

왕해양이 눈웃음 지으며 묻는 말에 능연은 그의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하며 물었다. 왕해양은 곽종군과 시선을 교환하고 씨익 웃었다.

“환자를 하나 받았거든. 오른손 엄지가 갈렸는데 살릴 수 없을 거 같아. 그런데 오른손잡이거든. 그러니 엄지가 없으면 아주 불편하겠지. 그래서 내 생각엔······.”

“엄지 결손 재건하시려고요?”

능연은 다시 한번 그의 생각을 읽어냈다. 왕해양은 잠시 말을 잃었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맞네. 오른발 엄지발가락으로 엄지 결손 재건을 할 생각이야.”

엄지 결손 재건이라는 것은 발가락을 잘라서 손가락 엄지에 연결하여 엄지의 쥐는 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을 가리켰다.

수부 기능에서 엄지는 거의 40% 이상을 책임질 정도로 그 역할이 매우 컸다. 엄지를 잃으면 물컵을 잡는 일이라든가 글씨, 낚시 같은 일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휴지 사용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발은 발가락 하나가 부족해도 큰 영향이 없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진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엄지 결손 재건의 난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하는 건 더 어려웠다.

외과 수술 중에 엄지 결손 재건은 거의 천재 수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엄지 재건 난도는 매우 높다네. 전에 두 번 해봤는데, 그다지 성공이라고 할 수 없었어. 이번에 자네와 함께하고 싶네.”

왕해양은 진지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지금 할까요?”

능연은 더 늦게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두 손을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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