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98화 (86/877)

수부외과 수술실 안에서 선임 레지던트 후강이 능연 일행에게 작은 목소리로 상황 설명을 했다.

“환자는 조립 라인 기술공입니다. 설비 검수하다가 오른손 엄지가 기계에 갈렸습니다. 환자는 현지 의원으로 이송되었고 우리 병원으로 트랜스된 다음 원내 합동 진단을 거친 후 엄지 재건이 해당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상황으로 판단을 내렸고, 환자와 가족 동의도 받았습니다.”

거기까지 설명한 후강은 능연을 힐끔 본 후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오른발 엄지발가락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 현재 수술실에서 환자 데브리망을 하고 있으며 능 선생의 임무는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절단하고······.”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큰 수술은 보통 치료팀을 2팀에서 3팀으로 운용하며 그에게 데브리망이나 절지를 맡기는 것도 정상이었다.

엄지 재건 수술을 한 번도 한 적 없는 능연은 수술대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왕해양의 생각을 도통 알 수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엄지 재건 수술은 운화 병원 수부외과로서도 드문 케이스였다. 몇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술이라 수술대에 서고 싶은 의사가 많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병원의 사정은 언제나 복잡한 법, 멀리서 보면 향기로워도 다가가면 구린 경우도 허다했다.

왕해양은 일행이 수술실로 들어간 다음 명령을 내렸다.

“능연, 뭐 빠진 것이 없는지 수술실 체크하게. 자네가 필요한 도구 같은 게 있으면 서둘러 가지고 오게 하고.”

능연이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수부외과 의사들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 듯 질문부터 했다.

“일반적으로 엄지 재건은 두 번째 발가락을 자르는 경우가 많죠? 이 환자는 왜죠?”

“발이 작아.”

수술 매트가 깔리길 기다리던 왕해양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능연은 일부러 잠시 서서 주변을 관찰했다. 간호사들이 수술 준비를 마쳤을 때, 그는 환자의 발이 과연 작다는 걸 확인했다. 어쩌면 235, 혹은 230이 안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흔히 볼 수 있는 블루칼라 공장 직원의 투박한 큰 손이었다. 마찬가지로 그런 수술을 처음으로 하는 연문빈은 초짜라는 장점을 살려 과감하게 본인 엄지를 꺼내 환자 발가락과 비교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두 번째 발가락도 대보고 환자의 손도 대보았다.

“작은 발에 큰 손, 드문 케이스네요.”

“어릴 때 작은 신발을 계속 신어서 그럴 수도 있어.”

그런 케이스를 자주 봐온 왕해양은 웃지도 않고 말했다.

“키는 적당하네요. 맨발로 175cm. 조금 덜 안정적이지만.”

데브리망 중인 의사가 기회가 있는 틈을 타 몇 마디 했다.

“손발이 크면 다른 것도 크다며. 이런 경우는 어때?”

흥미가 생긴 후강이 냉큼 간호사에게 말을 걸었다.

저속한 말도 의사 입에서 나오면 전문적인 화제로 느껴지는 법이다. 연문빈은 눈물이 다 날 것 같았다.

‘제길, 이게 수술실이지.’

그에 비해 능연의 수술실은 너무 삭막했다. 집도의가 이야기하지 않으니 조수들도 당연히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환자는 마취되어서 끽소리도 하지 못하고.

수부외과 수술실은 유쾌한 분위기였다. 의사가 천국에 간다면, 분명 귀여운 간호사와 눈치 빠른 초짜 의사가 있고 전신 마취된 환자가 있는 수술실이 바로 그 천국이리라.

“문빈아, 무슨 생각 하니?”

“속옷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단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후강의 목소리가 연문빈의 잡생각을 끊었다. 연문빈은 조건반사적으로 분위기 파악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잠시 멍해졌던 후강은 무심결에 웃음을 흘렸다.

수술실 분위기가 점점 더 유쾌해졌다.

흠흠.

왕해양이 갑자기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앞으로 나섰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고는 껄껄 웃으며 모두를 가리켰다.

“의사는 경험을 많이 수집해야지, 부화뇌동하면 안 돼. 내가 한 가지 이야기해줄게. 수장근이 크거나 B형은 지속 시간이 길대.”

간호사들은 깜짝 놀랐다가 잠시 후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혈액형이 무슨 상관이야.”

“수장근은 손 크기랑 상관있잖아.”

“지금은 재볼 수도 없고.”

“나중엔 되고?”

“크기도 똑같이 안 보여도 신나게 떠들잖아.”

“멍청아, 크기는 적어도 수치화할 수 있잖아. 안 보이면 비뇨기과에 가서 물어보면 되지. 시간은 어디서 샘플을 찾을 건데? 직접 통계라도 낼 거야?”

“얘는 징그럽게!”

“그런데, 왕 주임님이 이런 걸 어떻게 결론 내셨대?”

능연은 원래 수술실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크게 신경 쓰는 법이 없었기에, 왕해양의 요구에 따라 수술 기구와 약품을 하나하나 살필 뿐이었다. 수술실 안에 물건이 충분한지, 적당한지 살피는 건 원래 퍼스트 어시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퍼스트 어시 비슷한 입장으로 수술실에 서 있었다.

매사에 진지한 능연은 큰 수술이 정식으로 시작되기 전에 정규 기기와 약품을 확인했다. 이어서 전동 드릴, 메스를 살핀 다음 간호사를 시켜 각종 품번의 바늘과 봉합실을 채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동 지혈대와 막 준비된 무균 현미경 세트를 점검했다.

다른 의사가 그렇게 세심하게 도구를 살폈다가, 성질 더러운 간호사라도 만난 날엔 욕먹기 딱 좋았다. 하지만 능연은 한 번도 그런 성질 더러운 간호사를 만난 적이 없었고 그와 비슷한 기억도 없었다.

“헤파린 식염수 조금 더 준비해도 될 것 같습니다.”

능연은 구석에서 기다리는 여원을 힐끔 보고는 특별히 당부했다. 세컨 어시가 필요한 그는 여원과 마연린 중에 망설이지도 않고 여원을 골랐다. 마연린은 수부외과 훈련의지만, 수부외과 수술에 들이기엔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이전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선택지가 추가되었으니 일단 여원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이따 엄지 데브리망이 끝난 다음 S형 절개구를 만들어서 요골 동맥(앞팔의 바깥쪽을 통하는 동맥), 요골 신경, 요측피정맥을 분리해서 준비할 거다. 능연은 V형 절개로 동정맥, 신경을 분리해내고, 접골한 다음 봉합해. 이게 첫 번째 단계다. 두 팀으로 움직일 거고 협력해서 작업을 끝낸다.”

“네.”

“알겠습니다.”

왕해양의 말에 의사들이 조금 진지해졌다.

“두 번째 단계, 엄지발가락 문합. 요측피정맥과 엄지발가락 정맥을 문합하고 요골 동맥과 발등 동맥 문합할 거야.”

같은 엄지 재건이라도 방법은 여러 가지였으니, 다른 팀이 데브리망하는 동안 왕해양은 수술 방안을 상세히 설명했다.

“두 번째 단계는 내가 집도하고 능연이 퍼스트, 후강이 세컨 어시 선다. 문제 있나?”

“없습니다.”

후강은 다소 힘겹게 대답했다. 레지던트 생활을 오래한 그는 선임 축에 드는데 능연 뒤에 서자니 조금 껄끄러웠다. 다만 고개를 들어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도 태연하게 대답했다.

“MRI 사진 보고 싶습니다.”

“준비해두었네.”

왕해양이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능연이 MRI를 잘 판독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었다. 잘 판독한다는 것과 볼 줄 안다는 건 다른 개념이었다. 병원에서 일반 영상의학과 레지던트도 자신이 MRI를 잘 판독한다고 쉽게 말하지는 못했다.

이런 강점은 능연이 수부외과에서 높게 평가받는 원인 중 하나였다. MRI를 볼 수 있다는 건 몇 개월 훈련을 거친 후 사진을 수백 수천 장 읽어야 가능한 일이었고, 잘 판독하려면 더 어려웠으니 말이다.

능연은 MRI를 통해 영상의학과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정보를 많이 찾아내곤 했다. 혈관, 근건 같은 인체 조직은 MRI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자료로는 직관적이지 않고 사진을 찍을 때 환경에도 영향을 받아서 상당히 까다로웠다.

3천 번 해부 경험에 마스터급 영상 판독 능력과 그랜드마스터급 단지 이식 기술을 갖춘 능연이 내리는 판단은 영상의학과 전문가가 이해하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곤 했다. 어쩌면 앞의 두 기술이 있어서 능연이 그랜드마스터급 단지 이식 기술을 손에 넣은 것일 수도 있다.

“열어.”

왕해양이 손가락을 빙글 돌리자, 수술실 한쪽 벽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대형 스크린이 드러났다. 간호사의 조작에 따라 대형 스크린에 곧 환자의 MRI 사진이 나타났다.

능연은 조금 놀랐다. 이렇게 큰 화면으로 본다면 당연히 효과는 더 좋으리라.

“어떤가? 우리 수부외과 새 아이템. 뭐랬더라.”

“열람 신기(神器)입니다.”

왕해양이 빙긋 웃으며 묻자 후강은 냉큼 앞으로 나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흡족한 왕해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수부외과는 운화 병원 핵심 진료과지. 이런 백만 위안이 넘는 설비도 자네가 말만 하면 척척 내놓을 수 있어. 응급 의학과랑 조금 다르지? 응급 의학과는 십만 위안짜리 기기만 사더라도 보고서를 올려야 하지 않나. 솔직히 말해서, 자네가 원하고 시기만 잘 맞으면 우리 수부외과에 전용 MRI 기기를 들이는 것은 일도 아니지.”

“곽 주임님한텐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야기를 듣던 능연은 문득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곽종군을 거론하자 왕해양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러더니 홍홍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재활실 하나 더 빌려줬지. 두 달.”

앞 팀이 데브리망을 하는 틈을 타 능연은 팔짱을 끼고 모니터 앞에 서서 MRI 판독을 했다.

연문빈은 환자 발가락 소독 작업을 했고, 여원은 능연 곁에서 인간 리모콘 노릇을 했다. 능연이 MRI 필름을 보는 동안 여원도 조금씩 판독을 했다.

여원은 능연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면서 그의 판단을 추측했다. 어서 입을 열길 기다리면서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됐습니다. 끄세요.”

판독을 마친 능연은 수술 위치로 돌아갔다. 잠시 머뭇거리던 여원은 할 수 없다는 듯 모니터를 끄고 리모콘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능연 곁에 섰다.

“손 씻고 오세요.”

능연은 전혀 감정 없는 말투로 말했지만 여원은 하마터면 넘어질 정도로 놀랐다. 수술실 의사들도 의아한 듯 여원을 바라봤다. 오늘 수술은 선임 레지던트인 후강도 운이 좋아서 들어온 정도였는데, 손을 씻으라고 알려줘야 할 사람이 그 안에 있을 줄이야.

여원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수술실 밖으로 손을 씻으러 나갔다. 리모콘을 만졌으니 다시 깨끗이 씻어야 하는 건 당연했다. 처음엔 기억하고 있었는데 깜빡하고 말았다.

능연이 선을 다 그리고 메스를 집어 들었을 때야 여원은 잰걸음으로 돌아왔다.

“능 선생님 참 좋은 분이시다. 이런 수술에 학생도 데리고 와서 시야를 넓혀주는 것 봐.”

간호사가 수군거리며 한 말이 생각보다 커서 수술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들었다. 여원은 점점 어찌할 줄 몰랐다. 여원이 그런 상식을 모를 리는 없었다. 심지어 석사 논문도 원내 감염에 관한 내용으로 1구역 SCI에서 발표했었다.

하지만 실전 경험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병원에 온 이래 기회도 얼마 없어서 다른 3년 차 레지던트보다 훨씬 떨어졌다.

“거즈.”

능연의 명령이 세컨 어시 여원의 귓가에 스쳤다.

“지혈.”

“거즈 하나 더.”

“석션.”

능연의 명령이 끊임없이 떨어졌다. 사지 절단은 단지 이식 수술의 초경량 버전이었다. 가장 복잡한 혈관과 신경 문합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혈관과 신경을 정리해내야 하고 또 처리도 해야 했다.

지금 능연의 상태로 사지 절단은 쉬운 수술이었다. 연문빈도 여유 있게 협조할 수 있었지만, 여원에게는 어려웠다. 하지만 여원은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일하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찾아갔다.

“어떤 거 같아요?”

능연이 수술을 하면서 여원을 힐끔 보며 물었다.

“환자 첫 번째 발가락에 이미 기형이 발생했어. MRI에서 본 바로는 잘라낸 다음 관절 박리(유착된 관절을 떼어줌)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여원은 잠깐 고민하다가 바로 대답했다. MRI 사진을 볼 때부터 그 말이 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는데 용기를 내서 이야기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연문빈은 내심 여원이 간이 꽤 크다는 생각을 하면서 놀라워했다.

여원이 말한 관절 박리란 별개의 스텝으로 수술 방식에 다른 제안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되면 수술 방식은 더 복잡해지고 수술 리스크도 올라간다. 더 중요한 것은, 수술 스텝은 왕해양 주임이 이미 설정한 상태였으니,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었다.

만약 가부장적 권위를 휘두르는 상급 의사였다면, 이런 한마디 때문에 바로 귀양살이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왕해양이 자기 과 주임 의사가 아니니, 여원의 행동은 그냥 대담하다고 끝날 문제이긴 했다. 능연은 ‘음’ 하고 대꾸할 뿐,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MRI가 주는 정보를 여원도 판독해 낸 것이다. 드물고 소중한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다만 능연은 이미 숙련된 외과의였다. 그는 지금은 더는 영상 자료에만 의존해서 눈 앞에 펼쳐진 수술을 판단하지 않았다. 그는 외과의답게 생각하면서 우선 ‘착하지, 일단 열어 볼까아?’ 하고 판단했다.

그래서 능연은 우선 발가락 절단을 마친 후, 수술 시야에 노출된 뼈관절을 관찰하면서 MRI 판독에 잘못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왕 주임님. 엄지발가락 주변 연조직(신체에서 힘줄, 혈관 따위처럼 단단한 정도가 낮은 특성을 지닌 조직) 광범위 박리를 해야겠습니다.”

“알겠네.”

바쁘게 혈관을 찾던 왕해양은 고개도 들지 않고 단번에 허락했다. 능연에 대한 지극히 높은 신뢰가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능연은 발가락을 절단한 부위를 따라 관절 박리술을 진행했다.

그는 시스템을 통해 탕 법과 단지 이식 수술 방식을 얻었지만, 관절 박리술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관절 박리술은 정형외과 1급 수술에 불과했고, 난이도든 복잡 정도든 가장 낮은 레벨에 속했다. 그저 가장 일반적인 수술 이론에다가 3천 번 해부 경험을 더하면 능연에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외과 의사는 그런 것이었다. 특정 수술 방식을 끊임없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뜻하지 않게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을 때 과거 경험이 효과를 발동한다. 의대에서부터 배웠던 무수한 이론 경험이 튀어나와 정밀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수술대에 오른 적 없는 다른 실습생이 처음으로 관절 박리술을 한다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능연은 참고할 자원이 무궁했다.

다른 위치이긴 해도, 모든 구역 관절 박리에 사용되는 동작도 모두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만 적응하면 수월하게 해냈다.

“왕 주임님, 저는 끝났습니다.”

능연은 절단 부위를 꿰매고 마지막으로 더블 체크한 후 수술대를 비웠다. 연문빈은 관례에 따라 하나부터 열까지 살펴본 다음, 피가 스며 나오거나 하는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서 드레싱을 시작했다.

“능연, 힘든가? 괜찮으면 와서 나 좀 도와주게.”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본 왕해양이 능연을 불렀다.

“네.”

두 눈을 반짝인 능연은 장갑을 새것으로 갈아끼고는 퍼스트 어시 위치에 서서 후강을 세컨 어시 위치로 밀어냈다. 후강이 아무리 선배라고 해도 고작 레지던트였고, 그가 수술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왕해양이 너무 막강한 주치의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능연이 끼어들어도 순순히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세컨 어시 자리로 간 후강이 고개를 돌렸을 때, 생긋 웃은 스크럽 간호사가 능연의 손에 포셉을 쥐여주면서 슬쩍 손가락을 부딪치는 게 보였다.

“혈관 연결해도 됩니다.”

능연은 2인용 현미경 아래서 눈에 띄게 속도를 올리면서 작업했다. 왕해양은 미묘하게 그런 상태에 익숙해졌고, 능연에게 끌려가는 것도 나름 편안하다고 생각했다.

손가락 동맥과 발가락 동맥을 연결하고 상응하는 정맥과 신경을 연결했고,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환자의 엄지발가락이 오른손에 붙여졌다. 손바닥은 거칠고, 발가락엔 주름이 많았는데, 그 비율은 더욱 조화롭지 않았다.

“슬쩍 보면 괜찮은데, 자세히 보면 좀 꺼림칙하네요.”

처음으로 이런 수술에 참여한 스크럽 간호사가 고개를 빼고 한번 보더니 저도 모르게 그렇게 평가했다.

“나중에 성형외과 가서 수정하면 조금 나아질 거야. 우리 임무는 수술을 끝내는 거니까.”

“성형하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속눈썹 연장만 해도 얼마나 비싼데요.”

왕해양의 담담한 말에 간호사가 투덜거렸다.

“돈 없으면 외관은 신경 안 쓰면 되지. 엄지에 이어붙이면 앞으로 일도 할 수 있는데, 안 붙인다고 외관이 좋은 것도 아니고.”

왕해양이 비웃듯이 말했다.

“흉해서 흉하다고 하는 건데, 주임님 말씀이라고 사슴을 말이라고 할 순 없잖아요.”

할 말이 없어진 간호사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리고 예쁘장한 간호사의 말은 막무가내라도 해도 애교로 받아들여진다.

“오늘 수술 정말 통쾌하게 잘됐군. 여기까지 하자고. 후강, 자네가 마무리하고, 능연은 위챗 아이디 좀 주게. 보낼 사진이 있어.”

왕해양은 껄껄 웃으면서 거들먹거렸다.

“아, 네.”

능연은 장갑과 수술복을 벗고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무슨 사진입니까?”

“새로 구매한 C-arm X-ray 기기일세. 꽤 쓸 만해. 한번 보라고.”

왕해양은 핸드폰 갤러리를 열어 한 번에 열 몇 장의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능연을 엘리베이터 있는 곳까지 배웅하고는 미련이 남는 듯 아쉬워하며 자리를 떠났다.

연문빈은 그런 능연 곁에서 뿌듯함을 느꼈고 여원은 몹시 놀랐다. 운화 병원에서 여원이 진료팀 3팀에 있는 동안 리더는 모두 왕해양과 지위가 비슷한 주임 혹은 부주임이었지만, 한 번도 그런 기쁜 얼굴로 아랫사람을 대하는 걸 본 적이 없던 탓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여원은 저도 모르게 심신이 피로했다.

“10분 휴식, 아니, 15분 휴식하죠. 다음 환자는 언제 수술실에 들어오는지 물어보고 올게요.”

응급 의학과로 거의 돌아갔을 즈음, 능연은 여전히 흥분한 얼굴로 벌써 다음 수술을 배정하기 시작했다. 왕 주임의 어시를 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직접 집도하는 게 좋았다.

“능 선생. 다음 수술, 나는 빠지면 안 돼?”

여원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

“아까 수술 과정 정리 좀 하고 싶어서. 케이스 리포트 쓰게. 아! 수술은 왕 주임님이랑 네가 한 거니까, 제1 저자는 당연히 두 사람으로 할 거야. 난 제3 저자면 돼.”

케이스 리포트는 의학 논문 중에 가장 흔한 논문이었다. <뉴 잉글랜드 의학 자비>를 포함한 의학 잡지에 수많은 케이스 리포트가 실려 있었다. 에이즈나 레지오넬라증 같은 증상도 바로 케이스 리포트를 통해 발견한 것이었다.

물론 의사가 케이스 리포트를 쓰려고 해도 쓸 만한 신선한 질환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가장 흔한 케이스 리포트는 바로 이미 발견된 질환의 임상 결과 혹은 영상의학과 진단의학의 새로운 발견이거나 조금 특수한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리포트들은 말이 쉽지, 짧은 내용도 보통 생동감 있게 묘사해야 하고 다각도 연구와 심층 서술이 필요해서 정작 쓰려면 쉽지 않았다.

“어디에 발표하시려고요?”

잠시 침묵하던 능연이 물었다.

“적어도 핵심 간행물.”

여원은 소가복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어서 어느 정도 능연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세요.”

확실히 핵심 간행물에 실릴 논문 한 편의 유혹은 컸다. 능연은 고개를 돌려 연문빈을 바라봤다.

“가서 마 선생님 불러오세요. 다음 수술 어시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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