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03화 (869/877)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 진료 로비는 일류 호텔 로비만큼 넓어서 사람이 많아도 붐비지 않았다.

윗분들이 참관하러 올 때 응급 의학과는 빠지지 않는 참관 대상 중 하나였다. 내과의 난이도와 외과의 전문성은 모를 수 있어도, 응급 의학과의 중요성은 모를 리 없으니 말이다.

개방식 유리문 8개가 줄지어 몰려오는 진료 환자를 맞이했고, 그중엔 구급차로 실려 오는 응급 환자도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응급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응급실로 찾아오는 환자도 빠트릴 수 없었다.

레지던트, 훈련의와 간호사들이 아직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바쁘게 환자를 처리했다.

큰 사고가 없는 아침은 약 처방 내리고 수액을 맞아야 하는 증상뿐이라 운화 병원쯤 되는 병원으로서는 계 탄 날이었다.

오른쪽 하복부가 아픈 환자가 주 선생의 손을 거쳐 다른 팀으로 보내졌다.

왼쪽 하복부가 아픈 환자를 진찰한 주 선생은 이번에도 실망한 듯 고개를 내저었다.

보호자는 넋이 나가 멍하니 주 선생을 바라봤다.

“집에서는 멀쩡했는데, 병원에 오자마자 안 된다니요.”

“뭐가 안 돼요?”

주 선생은 그렇게 되물으며 손짓으로 신속하게 레지던트를 불러 환자를 넘겼다. 그는 이미 보호자와 입씨름을 할 나이가 아니었다.

사실 선임 주치의 혹은 부주임 나이쯤 되면 말싸움을 해서 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환자들의 질문은 과거 10년 동안 그다지 변하지 않았고, 그저 묻는 사람이 바뀔 뿐이었다. 응대 방법도 다 준비된 것이라 인내심만 있다면 다 대꾸할 수 있는 건데, 상급 의사일수록 보통 인내심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다들 말싸움을 피하는 것이다.

레지던트가 재빨리 환자를 데리고 사라졌고 보호자들은 주 선생을 노려볼 뿐 오래 매달리지 않았다.

“해명 안 해도 됩니까?”

보호자와 접할 일이 별로 없는 능연이 물었다. 그는 대부분 수술실 안에 틀어박혀 있고 의사와 환자 관계는 곽 주임에게 한 번 가르침 받은 게 다였다.

“어차피 해명도 안 돼. 우리 병원에 브로커 붙는 의사 있는 거 너도 알지?”

“압니다.”

“넌 별생각 없었을 수도 있는데, 비밀 하나 말해줄게. 브로커 통해서 들어온 환자는 다들 엄청 고분고분하고 소란 피우지 않는다? 왠지 알아?”

“돈 많아서?”

일반 레지던트가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고 끼어들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긴 병이면 다 가난해져. 그게 아니라, 원하는 게 달라서 그래. 알겠어? 니즈가 다르다고.”

주 선생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니즈요?”

능연이 물었다.

“2천 위안, 3천 위안 내면서 브로커 쓰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병을 고치는 거지. 그런데 그 정도까지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의사라면, 병을 다 고치지 못해도 어느 정도는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거겠지? 그래서 갈등이 적은 거야. 그런데 우리 응급실로 오는 환자 혹은 일반 진료 대기 환자는 사실 작은 병이 더 많거든. 심지어 병이 아닌 사람도 있어.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은 사실 의료 서비스를 바라고 오는 거야. 알겠어? 분위기 살피면서 듣기 좋은 말해주고 말이야. 태도는 당연히 좋아야지. 그런데 우리 의사들은 어때? 그런 트레이닝을 받은 적 없지.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거야.”

주 선생이 보란 듯이 그동안 자신이 얻은 경험에 대한 결론을 지었다. 엄청나게 진지하게 듣던 일반 레지던트가 물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트레이닝 받아야 한다는 거죠?”

질문과 동시에 주 선생의 안색이 변했다.

“너 바보냐?”

“환자 옵니다.”

능연은 구급차 내리는 곳에서 이어진 통로를 통해 들어오는 환자를 가리키면서 두 사람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복통이 아주 심한 거 같은데?”

주 선생이 흥미 가득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대기하던 레지던트는 주 선생이 다가가자 곧바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급성 복통은 응급 의학과에서 비교적 큰 증상이라 레지던트들은 섣불리 나서지들 않았다.

“최근에 수술하신 적 있나요?”

“엄마가 지난주에 맹장 수술을 했어요. 바로 여기서요.”

배를 잠시 꾹꾹 누른 주 선생이 질문을 시작하자 따라온 환자 가족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배변은요?”

“처음엔 했는데, 나중엔 안 하더라고요. 처음엔 저희도 몰랐어요. 원래 변비가 있어서.”

“구토는요?”

“없어요.”

그렇게 대답한 보호자는 고개를 돌려 환자에게 직접 물었다.

“엄마, 토한 적 있어?”

“없어.”

아주머니가 힘겹게 고개를 흔들었다.

“복명(배에서 나는 꾸르륵 소리)이 아주 약한데? CT 찍어 봅시다. 복부 X-ray도. 저기, B 초음파도 가져와.”

주 선생은 표면적으로는 상태 질문 중이었지만, 사실상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그가 차트를 쓰는 모습에 보호자가 초조한 듯 물었다.

“무슨 병인데요? 먼저 통증 좀 어떻게 해주실 수 없나요?”

“장폐색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폐색이면 심각할 수 있으니 먼저 검사부터 해야 합니다.”

주 선생은 처방을 다 쓰고 대답했다. 아주머니가 검사받으러 간 다음 주 선생은 질문을 계속하면서 수술통지서 같은 사인할 서류를 내밀었고, 보호자는 순식간에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왜 이렇게 심각하게······.”

보호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떨면서 수술통지서에 사인했다. 주 선생은 후속 처리는 레지던트에게 넘기고 보호자를 데려가게 하고는 다시 능연을 바라봤다.

“노인 장폐색이라 처리하기 어려울 거야. 이따 수술해야 하는지 한 번 보고, 하게 되면 네가 어시해.”

장 문제라는 말에 능연은 바로 여원을 떠올렸다.

“그럼 부를 사람이 있습니다.”

주 선생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수술대에 설 수만 있다면 의사가 몇 명이든 관계없었다. 수술할 필요가 없어지면, 더욱 상관없어지고.

여원은 달리느라 새빨개진 볼을 하고 아래로 내려왔다.

“장폐색 환자 어디 있어?”

여원을 알아본 주 선생이 능연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좋은 생각이다. 난 왜 생각 못 했지. 야, 너 장난 아니다?”

“그게 아니라, 여 선생님이 직장 전문이니까, 곁에서 참관하라고······.”

“괜찮아, 괜찮아. 수술해야 하면 최대한 기회 줄게.”

주 선생이 단호하게 말하자 능연이 미심쩍은 듯 그를 바라봤다.

“여 선생님이 수술하는 거 보신 적 있으세요?”

“넌 장폐색 수술 본 적 있냐?”

주 선생이 반문했다.

이제 곧 보게 될 예정이었다. CT에 협착성 장폐색임이 나타난 후, 아주머니는 바로 수술실로 보내졌다. 장폐색 중 가장 위험한 유형이었다.

“둘 다 써라.”

주 선생은 능연에게 마스크 두 개를 건네며 비참한 어투로 말했다. 능연은 의아한 듯 마스크를 꼈고 여원은 냉큼 끼면서 자기가 세컨 어시냐고 물었다.

“열어보고 결정하자.”

주 선생은 진지한 말투로 대답하며 수술실로 들어섰다. 수술실 안에 먼저 와 있는 간호사와 마취의의 얼굴이 하나같이 엄숙했다.

“장폐색이라. 협착성······.”

잠시 말을 멈춘 주 선생은 능연을 슬쩍 보고 말을 이었다.

“환자, 며칠 동안 변을 못 봤대. 많이 드신다더라. 64세 아주머니인데 한 끼에 두 그릇 드신다고 가족들이 자랑하더라. 자, 일단 열어보자.”

사람들은 모두 못 견디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능연도 드디어 깨달았다.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나 뭐 하니.’

‘내번 봉합이랑 장력 봉합을 조금 아는 것뿐이잖아.’

‘나, 왜 복강 수술에 호기심이 생긴 거니.’

주 선생이 묵묵히 배를 열었다.

기세는 웅장했고, 기류가 솟구쳤으며, 냄새가 오래오래 남았다.

층류 수술실 따위, 개뿔 아무 소용 없었다.

주 선생은 능연의 얼굴을 바라보며 빙긋 웃음 지었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 뭐부터 들을래?”

“좋은 소식이요!”

여원이 의외로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나섰다. 검은 둥근 테 안경 아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빛냈다.

“좋은 소식은 심각하지 않아서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는 거지.”

“그럼 나쁜 소식은요?”

“너 이렇게 고분고분한 성격인 거 미처 몰랐다? 나쁜 소식은 말이지, 나쁜 소식은 이렇게 되면 일반 외과로 넘길 이유가 없어서 우리가 해야 한다는 거지.”

주 선생이 툴툴거리며 대답했다.

“그게 왜 나쁜 소식이에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묻는 여원의 말에 주 선생은 피식 웃었다.

“좀만 기다려라. 알게 될 테니.”

주 선생은 장관(腸管) 검사를 하면서 사전 처리 작업을 끝내고 고개를 들어 까딱 움직이고는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여원, 다음 스텝이 뭔지 알지?”

“이제 끝쪽 대변을 꺼내야겠죠?!”

계속 수술 과정을 뚫어져라 주시하던 여원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주 선생은 하하 웃었다.

“맞아. 일주일 축적된 똥이야. 얼마나 쌓여 있을지도 모르고. 신나지?”

“신납니다!”

여원이 검은 테 안경 뒤에 동그란 눈을 빛내면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 선생뿐만 아니라 능연을 비롯한 모든 이의 시선에 일제히 그쪽으로 돌아갔다.

“이제 똥 꺼내야 한다고······.”

주 선생은 여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설명했다.

“알겠습니다. 맞다, 저 논문 본 적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관해 자세히 설명한 거요.”

여원은 춤이라도 출 기세였다.

“대변을 꺼낼 때 복강과 절개구가 오염되는 일이 흔하지 않습니까? 복강경에 광케이블 비닐봉지를 씌워서 한쪽을 묶고 장관 안에 비닐을 넣어서 그 비닐 안에 넣으면 장 안에 있는 걸 바로 비닐 안에 넣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남으면 비닐을 바꾸고······.”

“네가 해라.”

주 선생이 묵묵히 집도의 자리를 내주었다.

“제, 제가요?”

여원은 순간 굳어 버렸다.

“응, 네가 해.”

주 선생은 이미 이 수술에서 유일한 즐거움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러나 여원은 행복해서 손까지 달달 떨었다. 그는 주 선생을 대신해서 집도의 자리에 선 후에야 능연을 떠올리고는 다급하게 양보했다.

“능 선생, 그래도 네가 해야지······.”

“괜찮습니다. 선생님이 하세요.”

능연은 몹시 겸허한 말투로 대답했다.

“능 선생, 고마워.”

여원은 죽었다 살아난 것처럼 깊은숨을 내쉬었다. 안색이 살짝 흐려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잠시 후.

여원은 아까 말한 대로 비닐봉지를 준비했고 이어서 장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쌓여 있던 대변을 꺼냈다. 손바닥만 한 비닐봉지에 금세 핸드폰 두 개 크기의 양이 가득 찼다.

“얼마나 남았어요?”

순회 간호사가 견디지 못하고 물었다.

“아직 멀었어요. 이건 소화된 부분이에요. 아주머니가 참 쌀을 좋아하시네요.”

여원이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래 먼저 처리했습니다. 이따 장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끌어 내리면 깨끗이 처리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주 선생님?”

“어, 그래.”

주 선생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여원은 비닐봉지를 바꿔서 계속 대변을 꺼냈다. 알루미늄 트레이에 담긴 대변이 가득한 비닐에서 서서히 일부 포화 용액이 흘렀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소화 덜던 죽순도 있어요. 이 아주머니도 참, 수술 끝나고 바로 먹다니. 이러면 안 되지.”

비닐을 반쯤 채운 여원은 동작을 멈추고 관상하듯 잠시 바라보다가 자문자답하듯 말을 이었다.

“변비라서 죽순으로 해결하려고 한 건가? 이거 틀린 거죠? 주 선생님.”

“어.”

주 선생은 대답도 하기 싫은 눈빛이었으나 여원은 여전히 미소 띤 얼굴이었다.

“OK! 하나 더.”

분명히 기쁨에 가득 찬 말투였다.

“빨리 좀 해라.”

주 선생은 전문적인 일반 외과 의사가 아니었다. 그는 아까 일반 외과 의사를 불러 합동 진단을 하지 않은 걸 더없이 후회했다. 혹은 아예 트랜스시켜 버릴걸. 일반 외과 의사라면 이 상황에 조금 더 익숙할 텐데.

“네, 이제 3개째입니다.”

여원은 더할 나위 없이 고분고분하고 온순했다.

“이쪽은 더 심한데요?”

여원은 손을 놀리면서 보고했다.

“아이구, 이렇게 큰 고기를 먹으니까 소화가 안 되지.”

“······.”

“엄마야, 가스 나온다.”

“······.”

“4개째입니다!”

수술실엔 여원의 목소리만 가득했고 커다란 알루미늄 트레이도 꽉 차갔다.

능연은 엄숙, 위엄, 진중, 침착한 표정으로 수술대 앞에 서서 숨을 참으며 전방을 주시했다.

간호사들은 절망으로 넋이 나간 표정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유일하게 계속할 신념을 찾을 수 있는 길이었다.

수술실을 나온 능연은 복도의 공기가 다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는 먼저 곁에 있는 세면실에서 손부터 새로 씻은 후 한마디 말도 없이 샤워실로 들어갔고, 족히 30분은 씻은 다음에 겨우 나왔다. 그리고 수술복을 갈아입고 휴게실로 간 능연은 주 선생과 여원만 있고 다른 의사와 간호사는 하나도 없는 걸 발견했다.

“다 튀었어. 전투력 5짜리 시키들, 노인 장폐색 하나를 못 이기고 말이야. 로테이션 때 뭣들 한 건지. 일반 외과엔 매일 이런 환자 있는데. 걔네 분‘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좀······.”

“그딴 능력 어디다 쓰게요.”

틱틱거리는 주 선생의 말에 능연이 학을 뗐다. 오늘 같은 수술 광경은 그에게도 역시 큰 충격이었다.

능연은 지금 자신이 현미경 수술을 먼저 접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여겼다. 조금 무겁긴 하고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일반 외과로 로테이션하고 싶지 않은 생각까지 들었다.

간호사 두 명이 깔깔 웃는 소리에 휴게실 분위기가 가벼워졌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여름마다 해부실에 가서 자습할 때는 해부용 시체가 옆에 있어도 할 일을 했는데. 요즘 것들은 달라도 너무 달라.”

주 선생은 한숨을 내쉬었다.

“밤에도 안 무서웠어요?”

여원이 깜짝 놀라 물었다.

여원의 표정에 주 선생은 묘하게 화가 났다.

“뭘 그렇게 놀라. 해부 시체 옆에서 더위 물리치는 거, 의대생이면 다 하는 거 아냐? 네가 한 거에 비하면 훨씬 정상적이지.”

“그건 선생님이 재미있는 포인트를 몰라서 그런 겁니다! 직장과 케이스 중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막 수술을 마치고 흥분이 안 가신 여원은 성격까지 밝아져서 비타민 소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번은 수술 참관 갔는데요, 분변매복(Fecal impaction. 딱딱한 분변이 직장 혹은 S상결장에 정체 또는 축적되어 있는 것) 환자를 만났어요. 그러니까 똥이 완전히 말라비틀어져서 직장 안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케이스를 봤거든요.”

“나도 분변매복이 뭔지 알거든?”

주 선생은 심신이 피로해져서 말을 잘랐다. 여원은 ‘아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제 말은, 정상 직장은 15mm잖아요. 근데 그때 제가 본 케이스는 진짜 대단했어요.”

“여원! 여원! 여원아. 우리 똥 얘기 그만하면 안 되니?”

주 선생은 온 힘을 다해서 여원의 말을 끊었다. 여원은 바로 조용해졌다. 잠시 후, 여원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족발 5개를 사서 사람들에게 건넸다.

“죄송해요. 혼자만 들떠서. 사실 전에도 그랬어요.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들이 안 좋아하더라고요.”

“괜찮아. 의사들이 좋아하는 건 보통 대부분 안 좋아하니까. 그런 면에서 넌 의사 중의 의사로구나.”

그걸로 화를 낼 주 선생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주 선생님.”

기분 좋아진 여원은 주 선생에게 인사하고 바로 능연을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능 선생, 이런 재미있는 수술 들어가게 해줘서 고마워.”

“재미있으면 됐죠.”

능연은 너그러운 모습으로 대답했다.

“됐다, 됐어. 족발 먹자, 족발. 여원아, 너 손은 씻고 족발 만진 거지?”

“그럼요. 그럼요.”

“고마워요, 근데 지금은 그다지 먹고 싶지 않네요.”

간호사 언니는 아직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듯, 토실토실한 족발을 보고도 선뜻 손을 대지 못했다.

“병원에선 일일이 따지면 안 돼. 먹고 마시고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한입 크게 족발을 베어 문 주 선생이 그렇게 말했다. 잠시 후, 벌써 반이나 먹은 주 선생은 흡족한 듯 웃었다.

“여원, 네가 수술했으니 한 턱 쏜 셈 치자. 나중에 수술비 너한테 줄게. 능연, 너도 줄까?”

“전 됐습니다.”

능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족발도 먹지 않고 족발이 놓인 트레이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한 수술은 3급 수술이니까 수술비 떨어지면, 집도는 아마 200위안 정도 받을걸? 난 됐고, 능연도 됐다니까, 여원 네가 다 가져. 구체적인 금액은 나중에 보내줄게.”

주 선생이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고, 여원도 사양하지 않았다. 집도의급 수술비라니, 과연 얼마일지 기대가 가득했다.

“지난번에 변기 막혀서 사람 부르는 데 360위안 들었어. 그럴 줄 알았으면 직접 하는 건데.”

“그건 다르죠. 그건 기술자가 집으로 가는 거고, 우리는 환자가 병원으로 오잖아요. 그리고 진료비도 360위안 넘고요.”

툴툴거리는 주 선생의 말에 여원이 고개를 치켜들고 반박했다.

“그건 그러네.”

원래 기분파인 주 선생은 네가 만족하면 됐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남은 족발을 다 먹어 치운 주 선생은 뼈를 쓰레기통에 던지곤 앞으로 걸어가다가 QR 코드 앞에 붙은 새로운 종이를 발견했다. 그 위에는 ‘반값 할인’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문빈이 얘 왜 이렇게 착하냐. 반값이라니. 몇 개 사서 집에 가져가야겠다.”

주 선생은 기뻐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다들 안 먹어서 그렇겠죠.”

어린 간호사 하나가 타당한 이유를 말했다.

“왜?”

주 선생이 핸드폰을 흔들면서 물었다.

“냄새는 천 리에 퍼지니까요.”

간호사는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

막 족발을 다 먹은 주 선생은 잠시 멈칫했다가 바로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

“난 그런 거 안 따져. 능연, 너도 그래서 안 먹은 거냐?”

“아, 저는 저 접시가 싫어서요.”

능연이 족발을 담은 알루미늄 트레이를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족발 아래 과연 익숙한 알루미늄 트레이가 보였다. 수술 구역 휴게실에 있는 알루미늄 트레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수술 도구로 쓰는 것이리라.

병원에서 수술 구역에서 쓸 물품을 구매할 때 당연히 같은 규격 제품을 구매하겠지.

다시 말하면, 수술실에 쓰는 알루미늄 트레이와 휴게실에서 쓰는 알루미늄 트레이는 같은 모양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수술실에서, 아까 그 수술실에서 알루미늄 트레이는 의외의 중책을 담당했었다.

주 선생은 입을 오므렸다가 강인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주 선생님, 저는, 아까 못 봐서······.”

여원은 미안한 듯 주 선생을 바라봤다.

“괜찮아. 우리 의사 아니냐? 이게 뭐라고.”

그는 휙 몸을 일으켰다.

“그만 쉬자. 능연, 가자! 가서 환자 기다리자.”

“어떤 환자요?”

능연은 이제 일반 외과에 큰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복강경 수술 기회는 기다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고 생각하던 주 선생이 입을 열었다.

“급성 충수염 어때? 안 해봤지?”

“네.”

“잘됐네. 내가 복강경 수술할 테니까, 넌 구경해.”

주 선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능연을 끌고 나갔다.

운화 병원에는 매일 환자가 많았고 맹장 수술 환자는 더욱 빈번했다. 능연을 데리고 문 앞에서 몇십 분 기다리던 주 선생은 곧 가족이 직접 운전해서 데리고 온 환자를 발견했다.

“내가 할게.”

주 선생이 패기롭게 앞으로 나가서 레지던트 손에서 기다리던 환자를 가로챘다.

“충수염 같습니다. 맹장이요. 압통(壓痛)이 있고, 반발 압통은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영상 찍어 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컬러 초음파로 명확하게 잡을 수 있으면 좋고, 확실히 안 잡혀도 주변 상황 보면 되니까. 음, 환자분은 우선 영상 찍으시고요, 보호자 분은 한 분 남으셔서 사인하시고······.”

압복(壓腹), 청진(聽診)을 끝낸 주 선생이 하는 말을 보호자들은 순순히 따랐다. 맹장이라는 말에 가족들은 마음을 놓았다. 요즘 맹장염은 불행 중 다행인 병이었다. 칼을 대긴 해야 하지만, 손실은 적디적었다.

주 선생도 홀가분한 기분이 되었다. 의사에게 복강경은 초 실용적이고 쓰기 좋은 기구로, 외과 생태 환경을 크게 바꾼 설비였다. 환자의 배에 작은 구멍 하나만 뚫으면 복잡한 수술을 대량으로 할 수 있었는데, 맹장염 같은 질병은 눈 감고도 할 정도였다.

주 선생은 복강경을 쓸 때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보호자와 대화하는 업무를 마친 주 선생은 능연을 불러 바로 수술실로 달려갔다.

능연이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에 오기 전, 화상 치료 환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한 일은 바로 일반 외과에서 환자 뺏어오기였다. 맹장염 같은 수술은 진작에 넘기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일반 외과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매일 장을 뒤집기에도 부족해서, 가끔 초짜 트레이닝이 필요할 때면 아예 응급 의학과로 보내기도 할 정도였으니 말하자면 우호적 관계였다.

복강경 맹장염 수술을 백 건 이상 진행한 주 선생이 준비하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자신만만한지 알 수 있었다. 비록 주 선생의 동기 주치의는 수술이 몇백 건이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주 선생은 그런 비교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주 선생님, 영상의학과에서 사진을 보냈습니다.”

레지던트 하나가 필름을 들고 주 선생에게 넘겨줄 것도 없이 바로 뷰박스에 꽂았다. 주 선생은 ‘음’ 하고 시선을 돌리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보자, 보자, 어디 있니? 작은 맹장아, 어디로 가느냐······? 잉?”

그의 목소리가 이상해지자, 능연도 재빨리 그쪽으로 다가갔다. 가장 능숙한 MRI는 아니지만, 컬러 초음파는 대충 보면 일반인도 알아볼 수 있다.

능연은 영상의학과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어 보낸 걸 발견했다.

“장폐색?”

“장폐색이네.”

능연과 주 선생이 거의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오진, 하신 건가요?”

마침 또 아까 그 수술에 참여했던 간호사들이라, 두 사람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주 선생도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능연을 바라봤다.

“아니면, 여 선생 오라고 할까?”

“좋습니다.”

능연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핸드폰을 꺼냈다.

3분 후, 커다란 검은 테 안경을 쓴 여원이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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