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왕장용을 여원에게 넘겨주고 대충 설명한 다음 제 할 일을 하러 사라졌다.
응급 의학과는 4인용 병실을 새로 리모델링 해서 한 방에 침대 7개를 밀어 넣어서 여유 병실을 만들어냈다. 능연은 한 번에 다 채우지 않고 매일 다지(多指) 분리 환자만 엄선해서 골랐다.
손가락 하나 다친 환자는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열 손가락을 다친 환자도 침대는 하나만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이 수술실에 머무르는 시간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 물론 지금까지 손가락이 모두 잘린 환자는 만난 적이 없었다. 단지 이식 분야에서 그런 환자는 보기 드문 편으로, 나타날 때마다 적어도 논문 한 편은 발표할 수 있는 케이스였다.
어떤 수부외과 전문 병원이라도 그런 환자가 생긴다면 전력을 다해 뺏으려 들 것이고 엘리트를 총집합해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다.
외과학 각도에서 보자면 열 손가락 절단 치료와 회복은 아홉 손가락하고 또 달랐고 여덟 손가락보다는 더욱 한 단계 높은 수준이 필요했다.
그러나 천하의 곽종군이라고 해도 없는 걸 만들어서 희귀 유형을 낳아 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능연은 보통 네 손가락 환자를 기다리면서 세 손가락 환자를 수술했고, 도저히 없을 때는 두 손가락 환자를 수술했다. 그렇다고 해도 침대 7개를 채우는 데 1주일도 안 걸렸다.
다행히 환자들이 퇴원하기 시작해서 능연은 다시 수술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건 능연의 관점에서였다. 수부외과 사람들 눈에 능연은 하루 평균 다지 이식을 한 건씩 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운화 병원에 하루에 단지(單指) 이식 수술을 하는 의사는 많지만, 일부러 세 개, 네 개짜리를 찾아서 매일 하려고 드는 의사는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수부외과 왕해양 주임 의사가 재활실에서 능연을 잡아 세웠다. 그와 협력하기도 했고, 오랫동안 지켜보기도 했던 왕해양은 입을 열자마자 놀리는 말투로 말했다.
“자네 응급 관찰 병동 이제 곧 꽉 차는 거 아닌가?”
“혹시 곽 주임님이 또 거래 제안하셨나요?”
“꿈도 크다.”
눈을 반짝이며 묻는 능연의 모습에 왕해양이 틱틱거렸다.
“제안할 게 있는데, 자네가 생각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네.”
“어떤?”
왕해양은 비밀스럽게 웃으며 능연의 팔을 붙잡고 조용한 곳으로 갔다.
“대타가 뭔지 알지?”
“핀치 히터요?”
“비슷하다네. 생각 있나?”
왕해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능연은 다소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 업계 능력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출장 수술을 할 수 있을까. 적어도 지역 대장은 되어야 할 텐데.
그리고 능력자든 대장이든 실력과 더불어 명성도 있어야 했다. 능연은 실력은 충분해도 명성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병원에서 돈을 써서 외부 의사를 초빙해 수술하는 것은 딱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병원에서 외부 의사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거나 환자의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병원 혹은 환자가 도움을 원하는 것. 어떤 이유든 단순한 실력 문제는 아니었다.
전자라면 병원에서 어느 정도 유명한 대타 의사를 바랄 것이다. 그래야 배울 동기가 생기거나 아니면 장기적인 친분을 만들거나 할 이유가 생긴다. 후자라면 환자가 ‘뫄뫄 주임’ 혹은 ‘뫄뫄 위원’ 같은 타이틀을 확인해야 안심하고 자신을 상대에게 맡긴다.
전국을 경쟁 시장으로 보자면, 능연은 창서성에서나 조금 두각을 나타냈을 분, 북경, 상해, 광주의 대장과 비교해서는 눈곱만큼의 우세도 없었다.
능연이 망설이는 걸 본 왕해양은 도리어 마음을 놓았다. 일이 어려운 건 걱정이 아니었지만, 같이 일할 의사가 철없는 건 문제였다. 그러니 능연이 낄 곳 빠질 곳을 아는 걸 보니 안심이 된 것이다.
“사실 나한테 부탁한 건데, 자네를 데리고 갈까 고민 중일세. 간단한 수술이야. 두 손가락 절단. 비용은 1만 위안. 표는 벌써 사두었고. 5:5, 어떤가?”
“간단한 수술인데 왜 사람을 불러서까지 합니까?”
“익원현 병원에 막 도착했는데, 차로 오려면 5시간 걸리는데, 우리가 고속철도를 타고 가면 2시간이면 간다네.”
“충분히 와서 수술할 수 있을 시간인데요?”
능연도 익원현에서 온 환자가 있었다.
“돈도 많고 아는 사람도 많은 환자니까 그렇지. 지금 바로 가세, 가면서 자료 보고 도착해서 바로 수술하면 저녁 먹기 전에 돌아올 걸세. 5만 위안, 괜찮지 않은가?”
왕해양이 껄껄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지급시(地級市: 중국 도시 행정 구분. 성과 현 사이의 행정 구역)에서 초빙 의사 가격은 보통 5천에서 만 5천 사이에서 오가고 2만을 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케이스는 한 명 이상의 의사가 필요한 뇌 혹은 심장외과 같은 복잡한 수술이었다.
물론 북경, 상해, 광주 의사를 요청하려면 가격은 매우 아름다워진다. 왕복 비행기 표와 숙소 가격도 달라진다.
“어떤가? 우리가 가서 수술하면 환자도 편하고 나중에 현지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잖은가. 자네도 침대 걱정할 필요 없고.”
왕해양은 다시 능연을 재촉했다. 어떤 부분에 설득된 건지 몰라도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오후에 수술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저 지금 의사 면허 없는데요.”
“걱정하지 말게. 나도 없네.”
왕해양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규정에 따르자면, 다지역 면허를 가진 의사가 아니면 취직한 병원을 떠나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면허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말하자면, 전국에 매일 수백 수천 의사들이 불법 의료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