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해양은 고속철도 비즈니스석에 자유로운 모습으로 앉아 편안하게 허리를 펴고 있었다.
초빙 의사는 먼 길을 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상대방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비즈니스 혹은 그 이상 객석을 지원하니 그렇게까지 피곤할 일도 없었다.
성공한 사람들처럼 일반석보다 세 배는 비싼 비즈니스 클래스에 앉아 있는 건 월수입 만 위안 정도인 주임급 의사에게는 오히려 모처럼의 마음의 위안이었다.
“우리 운화 병원에서 수술 한 번 하면 집도의는 4, 5백 위안을 받지. 그렇다고 해서 우리 머리, 스킬과 경험이 5백 위안짜리라는 건 아닐세.”
병원 밖이기도 하고 객실에 두 사람밖에 없어서 왕해양은 병원에 있을 때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고 목소리도 조금 더 컸다.
“육군 병원은 말일세, 1:3이라네. 그래서 수술비가 진료실에 떨어지면 겨우 우리가 받는 반밖에 못 받아. 집도 한 번에 2백 위안이지. 그렇다고 그 병원 주임 의사가 하는 수술이 2백 위안짜리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안 그런가?”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장 수술이라······. 출장 수술이야말로 의사의 실제 가치지. 왜 어떤 의사는 대타 한 번에 5만, 10만을 받고 누구는 1, 2만, 누구는 5천, 8천밖에 못 받겠나.”
출장 수술가(價) 1만 위안인 ‘출장 수술 중산 계급’ 왕해양은 어깨가 으쓱해서 저도 모르게 허세를 떨었다.
“의사 가치는 말일세, 양으로 나타낼 수 없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말일세 출장 수술 가격이 바로 외부에서 보는 자네의 가치일세.”
능연은 아무런 말 없이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의사는 말이지, 자네가 아는 의사 얘기를 해볼까. 그 성립 병원에 제가 있지? 기억하나?”
“제진해 선생님이요?”
“그래. 화상 권위자잖아. 논문도 많이 냈고. 그래서 맨날 대단하게 잘난 척하고 다니지? 그런데 얼마 받는지 아는가?”
“화상 분야도 출장 수술을 합니까?”
“피부 이식을 하니까. 아무튼, 제진해는 외부에 본인 몸값이 1만 5천 위안에 지인 할인해서 6천이라고 떠벌리고 다닌다네. 하하하하.”
능연은 웃긴 부분이 무엇인지 완전히 모르는 표정으로 왕해양을 바라봤다. 한참 웃던 왕해양도 이를 눈치채고 답답해졌다. 갑자기 호응을 잘하는 조수가 조금 그리웠다.
사실 의사는 다들 호응을 잘했고, 그렇지 않은 의사들은 수술실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집도의가 살을 자르면서 농담하는데 호응도 안 해주는 퍼스트 어시가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의사는 실습생에서 훈련의, 세컨 어시에서 퍼스트 어시로 수술실에 사는 시간이 바로 만담을 듣고 호응꾼 역할을 배우는 시간이고, 호응법을 다 배울 즈음이면 집도의가 되어 만담의 주체가 되는 단계에 이른다.
그런데 능연은 그 단계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조용하고 말수 없는 성격을 고치기도 전에 바로 집도의가 될 자격이 생겨 버렸다.
능연을 바라보고 있던 왕해양은 저절로 실소가 터졌다.
“내 말은 말일세, 제진해가 출장 수술할 때마다 지인 할인이라며 할인가를 받는다는 거지. 6천 위안. 말하자면 만 5천 위안은 허풍이라는 거야.”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출장 수술로 만 위안을 넘는 의사는 별로 없어. 사실 출장 수술하는 의사 자체가 별로 없지. 생각해 보게, 우리가 움직이면 여비도 모두 상대 병원에서 내지. 보여줄 만한 것이 없다면 그쪽에서 뭘 보고 그런 돈을 쓰겠나? 그리고, 병원에서도 협력할 조수, 간호사를 배정해야 하고 모든 사전 준비, 사후 진료 같은 것도 있지. 또 우리는 현미경 수술을 하니 비용이 더 커지지 않나.”
“그런데 왜죠?”
그 점에 흥미를 느낀 능연이 이번엔 꽤 협조적으로 호응하며 물었다.
“그걸 설명하려면 먼저 이걸 이야기해야겠지. 출장 수술을 한다는 건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하는 거라네.”
왕해양은 수술 위험을 설명하는 의사처럼 말했다.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수술 실패야. 환자가 일을 키워서 불법 의료 행위라고 해버리면 의사는 속수무책이 되지. 그리고 단지 이식은 성공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실패도 불가피하지. 그럴 때는 어쩌겠나?”
“수술 전 평가를 잘해둔다?”
능연이 최대한 머리를 굴려 대답을 했고, 왕해양은 웃음을 터트렸다.
“수술 전 평가가 효과적이었다면 성공률을 따질 이유가 없지. 뭐, 그렇다고 해도 수술 전 평가는 해야지. 우리가 하는 수술은 더욱 해야 하고. 왜 전에 자네 그 담배 피운 환자 있지 않은가. 흡연 경력 있는 환자는 출장 수술 대상으로 고려하면 안 돼.”
“아.”
“그러니까 상대 병원 의사가 잘 알아야 하고 감당할 수 있어야 해. 아는 사람은 하고 모르는 사람은 하지 말고, 그게 다야. 기본적으로 친척, 친구까지 커버하고 범위를 넘는 사람은 아예 안 맡는 거지.”
“상대 병원 의사 친척, 친구요? 그럼 얼마나 된다고요.”
능연은 놀란 투로 말했다. 단지 이식은 기본적으로 다 사고로 인한 수술이라 꼭 현지에서 수술하리란 법은 없었다.
“그러니까 나가서 수술할 일이 별로 없는 거 아닌가. 앞으로 아는 의사가 많아지면 자네도 알게 될 걸세. 아는 의사가 많아질수록 출장 수술 기회도 많아지지.”
쉰 넘은 왕해양은 성(省)내 조금 수준 있는 병원엔 모두 아는 의사가 있었다. 수부외과만 따지면 더욱 많았다. 수부외과가 막 일어났을 때, 업계가 좁고 사람도 많지 않았으니 왕해양이 다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왕해양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바로 그가 출장 수술을 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젊은 능연을 눈앞에 둔 왕해양은 무의식중에 적게나마 자신의 입지를 세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능연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출장 수술 수입도, 리스크도 그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5천 위안이라는 수입은 일반 의사에게 확실히 큰돈이지만, 통장에 10만 위안이 있어도 쓸 시간이 없는 능연에겐 털끝만큼의 매력도 없었다.
리스크도 마찬가지로 확률 문제일 뿐이었다. 중국 하늘엔 시시각각 수많은 의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출장 수술을 했다. 대타 자격이 되는 의사는 모두 각 병원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이직만 해도 병원이 수백만 위안 위약금을 배상해야 하는 사람이 많았다. 출장 수술을 했다는 명목으로 의사를 해고하는 병원이 있다면 이는 돈을 불로 태워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왕해양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래저래 월급 1만 위안에, 상금 1만 위안 그리고 기타 수입을 더하면 한 달에 대충 4, 5만 정도 되니까 적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신 면에서든 물질 면에서든, 왕해양은 건당 1만 위안짜리 출장 수술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한 발짝 나아가서 말하자면, 병원 정책을 제정하는 것도 바로 그들 같은 높은 의사들이었다. 운화는 둘째 치고 창서성 안에서도 출장 수술 때문에 징계받았다는 의사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왕해양은 심지어 어떨 때는 설사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2년이 지나면 다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아예 각종 의사 집단에 들어가서 다른 일을 해도 좋다고도 생각했다.
곧 은퇴할 때가 된 왕해양은 지금은 누가 비즈니스석에 태워주는 기회를 더욱 소중히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