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 선생은 우리 운화 병원 단지 이식 방면 전문가입니다. 집도한 수술이 백을 넘겨 곧 지수가 300이 됩니다.”
왕해양은 의사어에 능통한 의사였고, 다른 사람들이 혹시나 능연에게 실례를 할까 봐 만나자마자 우선 그부터 소개했다. 의사들은 대단한 기능인들이라 실례하는 데도 다들 일가견이 있으니 말이다.
설명을 들은 공향명은 눈을 껌뻑였다. 이전에도 왕해양이 능연 이야기를 한 적 있었는데, 그때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러나 눈이 번뜩 뜨이게 잘생긴 그를 눈앞에서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꽃미남’ 혹은 ‘의사’ 혹은 ‘꽃미남 의사’ 같은 명사를 신경 쓰지 않지만, 기억 속에 좋은 의사와 꽃미남은 별로 교집합이 없었다. 좋은 의사, 특히 좋은 외과 의사는 항상 수술실에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 굳이 계량화하자면 1만 시간 정도일까. 그런데 1만 시간 정도 수술실에 있으면 추가 근무를 하지 않는 의사도 늙고, 추가 근무까지 하는 의사는 자연스레 늙고 못생겨진다.
단지 이식 전문가 지수도 계량화를 해보자면 수술을 백 번 집도한 의사는 절대적으로 전문가급이었다. 정형외과 혹은 수부외과에서 단지 이식 수술을 3, 40건이라도 할 수 있는 의사를 매우 경험 있는 의사라고 봤다. 퍼스트나 세컨 어시를 맡은 횟수까지 계산하면 그보다 더 많은 이식 수술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컸으니까.
다른 업계로 비유해 보자면, 단지 이식 수술 3, 40건 하는 의사는 전투 3, 40번 참여한 군인과 마찬가지로 치열하다. 그전에 당연히 긴 훈련 기간과 모의 기간이 있었을 것이고 비전투 행동에도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전투 수십 번에 참여하고 거기다가 전투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단한 것이었다.
공향명은 익원현 병원 정형 2 외과 주임으로서 단지 이식 난도를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정형외과 의사가 자신만만하게 단지 이식 수술을 독립적으로 한두 번 집도해 보고는 완전히 포기하는 경우에서 그 난도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단지 이식 수술을 할 자격이 있는 의사는 모두 재능도 있고 노력도 열심히 하는 의사이지만 실제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건 그중에 소수에 불과했다.
“능 선생은 정말 젊고 유능하군요.”
공향명은 반은 진심, 반은 거짓으로 칭찬했다. 능연의 나이와 외모는 확실히 부럽기는 했다.
“능 선생이 요즘 하는 수술은 모두 세 손가락, 네 손가락 이식 수술입니다. 수술도 아주 잘됐고요. 능 선생 모셔오려고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허허허.”
익원현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닌 왕해양은 실실 웃으며 능연을 은근슬쩍 추켜세웠다.
“먼저 합동 진단 하나요?”
능연은 입만 벌리면 나오는 왕해양의 허풍에 나름 감탄하며 물었다. 어릴 때부터 질리도록 칭찬을 들어와서 대수롭지도 않고, 입에 발린 찬양엔 흥미가 없었다.
“그럽시다. 그럼 시작할까요?”
“좋지요.”
합동 진단은 바로 수업 시간이었다. 익원현 병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원을 동원하고 수술 기구를 준비하는 것도 모두 배움을 위한 것이니 왕해양도 당연히 상대방을 만족시킬 용의가 있었다.
제자를 가르쳐 놨더니 사부가 굶어 죽는다는 말은 외과 의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 세상엔 어느 시절이든 환자가 넘쳤지만고 실력 좋은 의사의 수는 너무 적었다. 거기다 의료 기술은 계속 진보하고 환자의 요구도 끊임없이 올라갔다.
만약 누군가 정말로 부작용 없이 질병을 소멸시킬 수 있다면, 의사들이라도 ‘질환이 없는 세상’을 축복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이익 공동체의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소망이었으니.
왕해양은 회의실에 앉아서 공향명이 병례를 꺼내길 기다리다가, 그가 각종 영상, 필름을 꺼내자 물을 마시면서 느긋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두 손가락 이식 같은 수술은 그에게는 익숙할 대로 익숙한 수술이었지만, 익원현 병원 정형 2 외과 의사들에게는 신선하고 난도 높은 수술일 테니까 말이다.
공향명도 열심히 들었다. 익원현 병원은 기회가 생기면 삼갑 병원이 될 조건을 갖춘 준 병원이었다. 정형외과는 돈을 많이 버는 진료과 중 하나였고 2과를 만든 것도 공향명을 위해서였다. 퇴직이 한참 남은 주임을 무한정 기다리다가 그가 병원을 나가기라도 한다면 병원으로서도 큰 손해였으니 말이다.
정형 2 외과 설립 후, 공향명은 단지 이식을 진료과의 새로운 성장 포인트로 삼았다. 전문적인 현미경 수술 기구도 구매하고 관련 항목 트레이닝도 전개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공향명 자신도 그에 대해 깊게 연구했다는 것이다.
다른 비슷한 병원 진료과처럼 주임급 의사는 모두 핵심 인원 중에서도 핵심으로, 대부분 주력 수술 방법은 본인이 설립하고 유지해야 했다.
왕해양은 단지 이식 수술을 접해 본 사람이었고, 익원현에 온 것도 이번이 세 번째였다. 이전에 협조했던 경험이 있어서 공향명도 보다 자세히 물어볼 수 있었다.
합동 진단은 시작하면 30분이 기본이었다. 하여 이야기를 하다 지친 왕해양이 차를 한 모금 홀짝이고는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보충할 거 없나?”
공향명과 다른 의사 여섯이 일제히 능연을 바라봤다.
익원형 정형 2 외과는 여러 진료팀이 있는 운화 병원처럼 규모가 방대하지 않았고 총 7명의 의사가 두 진료팀으로 나뉜 것이 전부였다. 공향명을 제외하고 부주임 의사, 주치의 둘, 레지던트 셋이 팀을 정하지 않고 케이스에 따라 원활하게 일했다.
그런 그들에게 능연은 존경을 논할 가치도 없는 초짜 의사라, 크게 마음을 두지도 않았다.
“몇 마디만 보충하겠습니다.”
능연은 물 한 모금 마신 후 목을 가다듬으면서 말을 꺼냈다. 젊은 레지던트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그런 회의식 용어가 젊은 능연의 입에서 나오자 아무래도 어색하고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환자에게 혈관 추탈(抽脫) 현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배측지동맥(背側指動脈: dorsal digital vein)에 혈관 파열 흔적이 보입니다. 나중에 절개하고 다시 꿰매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말을 끝낸 능연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차를 홀짝였다.
공향명 등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다들 조금만 귀엽게 생겼더라도 ‘냐옹나옹’ 표정이 어울릴 분위기였다.
배측지동맥은 단지 이식 수술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혈관이라 봉합해도 그만, 안 해도 상관없는데 그런 혈관의 파열까지 알아보다니······.
“능 선생. 혈관 파열 흔적은 어떻게 나타납니까?”
공향명은 태도를 가다듬고 매우 진지하게 질문했다. 상대가 그런 말을 내뱉을 자신이 있는 것만 봐도, 단지 이식 수술 100건 이상의 경험은 만만히 볼 것이 아니었다.
능연은 몸을 일으켜 MRI 필름을 구석에서 중앙으로 옮기고 손으로 배측지동맥 중간을 짚었다.
“여기에 혈관 파열 흔적이 있습니다. 터진 것 같아요. 구체적인 파열 정도는 따로 추측할 것 없이 나중에 배측지동맥 봉합 방안으로 가게 된다면 바로 절개했다가 다시 꿰매면 되겠지요. 하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공향명은 말없이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봤다.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지금은 배울 능력이 없었다. MRI를 알아보지 못하는 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런 건 몇 달 집중한다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왕해양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능 선생 MRI 판독 기술은 우리 병원에서도 탑급에 듭니다. 마침 우리가 준비한 수술 방안은 바꾸지 않아도 되고 대비용 방안도 저 부분을 피해서 하면 되겠습니다.”
왕해양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에게 이 정도는 놀라울 것도 없었다. 능연은 진작에 엄청난 실력을 발휘했으니까 말이다.
공향명 등은 확실히 능연을 다시 평가했다. 그는 수술 구성원을 다시 상의하면서 알아서 양보하고 세컨 어시로 물러났다. 왕해양은 매우 흡족해했다. 대타로 온 의사는 대가를 바라고 위험을 무릅쓰고 온 것인 만큼 수술이 가장 중요하지, 수술 전 합동 진단은 아무리 즐거워도 큰 의미가 없다. 수술을 잘 끝낼 수만 있으면 너도나도 즐거워지고, 수술이 잘못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왕해양이 능연의 능력을 빌리고 싶어 그를 데리고 온 것인데, 세컨 어시 자리에 둘 수는 없었다. 그리고 공향명을 비롯한 사람들이 수술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고 없고는 그들의 능력에 달린 일이었다.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환자 보러 가실까요?”
수업이 충분했다고 생각한 왕해양이 시계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수업에 만족한 공향명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사람들은 줄지어 회의실에서 나오다가, 복도 양쪽에 파랗고 빨간 간호사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쟁반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책을 들고 있는 사람도, 그리고 전화하는 척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다들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한소리 하려던 공향명은 간호사들이 대부분 자기 과가 아닌 걸 알아차리고는 현명하게 입을 다물었다.
정형 2 외과 사람들은 소리 없이 앞으로 향했다.
복도 양쪽의 간호사들도 묵묵히 앞으로 향했다.
고요함 속에 오로지 찰칵찰칵, 맑은 카메라 소리만 사람을 황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