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12화 (871/877)

“이제 혈관이야.”

“동맥부터 꿰매세.”

“꺼내게, 아, 벌써 꺼냈군.”

“좋아. 가장 복잡한 혈관까지 왔군.”

왕해양은 두 시간 동안 수술을 하면서 수술 얘기보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더 많이 했고, 점점 더 신나 했다.

드디어 혈관 봉합까지 왔을 때, 왕해양은 겨우 정신 차리고 혈관 봉합의 요점을 몇 가지 설명했다.

공향명 등은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정형 2 외과 의사들은 단지 이식 분야에서는 초짜였는데, 이 초짜들과 진정한 초짜 실습생 혹은 레지던트의 차이점은 기본적인 수술에 관한 개념이 이미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입문 단계까지는 쉬웠지만, 전문가가 되는 건 그들이라도 쉽지 않았다.

외과 의사가 입문에서 전문가가 되는 과정은 간단한 게 아니었다. 독서와 배움만으로 올라갈 수 없었고, 단순한 반복 연습도 불가능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손을 잡고 일일이 지도해주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었다.

물론, 요즘 사람들은 스승을 찾아 학문을 배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스승이 가르칠 건지 말 건지, 어떻게 가르칠지는 제자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문제였다. 충분한 지식이 없으면 제자는 스승에게 뭘 배워야 할지도 모르는데 뭘 좌지우지할 수 있단 말인가.

공향명 등은 지금 바로 그런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왕해양을 통해서 단지 이식의 정수를 배우려고 했는데 왕해양은 딴소리만 하고 있으니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상대가 질릴 때까지 말 상대가 되어 주는 것밖에 없었다.

학문 탐구의 고달픔은 인류 수천 년 역사 속에 단 한 번도 변화한 적이 없으며 배우는 내용이 끊임없이 변화할 뿐이었다.

“현미경 아래 혈관 봉합은 몇 개월 동안 제대로 연습하기만 하면 기본적으로 7, 80% 정도는 잘 꿰맬 수 있습니다. 우리 운화 병원 연습실은 아래 의사들 연습시키려고 만들었죠. 꽤 효과적이랍니다.”

왕해양은 설명하는 김에 자기 병원 자랑도 했다.

“운화 병원 연습실이야 유명하죠. 기회 되면 저도 한번 가보고 싶군요.”

공향명이 냉큼 호응했다.

“금서 주임은 연습실을 넓힐 생각을 하셨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왕해양은 별 의미 없는 말을 하다가 다시 수술로 화제를 바꿨다.

“혈관 봉합을 연습실에서 연습하면 말이죠. 가장 큰 문제가 아무래도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거예요.”

왕해양은 지시하기도 전에 능연이 알아서 꺼내놓은 혈관을 확인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이 혈관 보세요. 이 혈관처럼 24 바늘로 꿰매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죠. 그런데 안정적이지 않으면 나중에 혈관에 경련이 오잖습니까? 그럼 그땐 방법이 없어요.”

공향명 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이식한 손가락에 경련이 오면 괴사 확률이 매우 높아져서, 수술 합병증 중에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이었다.

“어떻게 혈관을 안정적으로 꿰매는지 대부분 잘 몰라요. 그건 다람쥐 꼬리를 아무리 꿰매 봤자 안 되거든요. 우리가 다람쥐 꼬리를 꿰매서 혈액 흐름을 확인한다고 해도 그건 그 당시뿐이고 경련은 며칠 지나야 오니까요.”

왕해양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혈관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만, 가장 효과적인 걸 말씀드리죠.”

왕해양은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에서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이런 때 제자들은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비전(祕傳)을 듣고 있었다.

“우리가 가장 자주 쓰고 가장 좋은 방법을 까놓고 이야기하면 사실 아무런 의미 없는 소리죠. 하하하. 바로 ‘한 번에 통과한다.’입니다.”

“한 번에 통과요?”

“혈관을 잘 맞춰놓고 한 땀이면 한 땀, 24 땀이면 24, 많지도 적지도 않게, 수처 시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고요.”

왕해양은 그때 고개를 들어 사람들의 안색을 살피면서 웃었다.

“사실 그냥 창호지 한 장입니다. 뚫어버리면 재미없는 창호지요. 능연, 동맥은 자네가 꿰매게. 자신 있지?”

“네, 문제없습니다.”

담담한 능연의 표정에 왕해양은 든든한 듯 웃었다.

“자리 바꾸세.”

그렇게 능연은 왕해양과 자리를 바꿨다. 집도와 퍼스트 어시는 마주 서 있지만, 보이는 시야는 달랐다. 사람이 정면에서는 손바닥을 보고 맞은 편 사람은 손등을 보는 것처럼. 집도의는 자기가 더 익숙한 수술 구역에 있어야 실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

아까 왕해양이 전수한 비전을 들은 공향명 등은 하나같이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었다.

능연이 집도의 자리로 가자 왕해양은 더 편하게 이야기를 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왕해양은 의사라기보다 오히려 해설자 같았다.

다른 의사들은 신이 나서 들었지만, 경험 많은 공향명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엔 묻지 않았다. 초빙 의사인 왕해양을 그래도 믿는 편이었으니까.

환자를 제외하고 출장 수술 실패를 가장 못 견디는 사람은 당연히 출장 수술을 집도한 의사이다. 수술을 진행한 병원은 기껏해야 병원 이름을 내걸고 사과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공향명은 왕해양이 그런 출장 수술에서 연습이나 시키려고 능연을 쓰는 건 아니리라 믿었다. 그런데 연습시킬 용도가 아니라면 굳이 집도의 자리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공향명은 왕해양이 이야기를 잠시 멈춘 틈을 타서, 아예 가르침을 청하는 말투로, 능구렁이 같은 왕해양이 아니라 능연에게 물었다.

“능 선생, 혈관 수처 책략이 무엇입니까?”

“구체적인 책략은 없습니다.”

한참 말이 없던 능연은 질문을 받자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없다고요?”

“지금 환자 혈관이 조금 딱딱한 편이니까 노인 혈관 기준으로 꿰매죠.”

능연은 간호사를 시켜 헤파린이 포함된 생리 식염수를 뿌려서 혈관을 적신 후 별다른 말없이 바로 바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향명은 그제야 깨달았다. 왕해양은 분명 경화한 혈관을 꿰매기 쉽지 않으니 아까처럼 이상하게 행동한 것이었다. 그래서 능연에게 자신 있는지 물은 것이고. 그의 생각대로라면 왕해양은 자신이 없었던 것이 된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해놓고 깜짝 놀랐다.

‘왕해양이 완전하게 할 자신 없는 혈관 봉합을 능연에게 넘긴 거네.’

공향명은 그런 추론을 얻었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수술대 위쪽 모니터엔 능연이 한 땀, 두 땀, 다섯, 여섯, 혈관 봉합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아까는 능연이 왕해양을 안고 마라톤을 뛴 것이라면, 지금은 왕해양에게 떠밀려서 뛰고 있었다. 리듬이 잠시 흔들렸지만, 그는 곧 적응했고 이내 다시 빠르고 편안하게 뛰었다.

수술실 안엔 한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공향명이 새로운 화제를 찾았을 때, 능연은 벌써 동맥 하나를 완성한 후였다.

“더 꿰맬까요?”

능연이 고개를 들어 왕해양에게 물었다.

“그러게. 오늘은 네 가닥 꿰매게.”

왕해양은 집도의 위치로 돌아가지 않았으나 전혀 민망해 보이지도 않았다. 능연을 데리고 온 것은 바로 그의 능력이 눈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의 혈관 봉합을 직접 한다고 생각해 보면, 80% 정도는 자신이 있었다. 이는 수부외과 의사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굳이 직접 하는 것이 좋은지는 의문이었다.

왕해양은 능연의 습관에 익숙해서 그가 자신 있다고 하면 정말 자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혈관 봉합을 양보한 것이다. 나이 들면 근육 자랑이 아니라 지혜로 살아야 한다고, 왕해양은 억지로 늙은 혈관을 붙잡고 씨름하는 데는 흥미가 없었다.

마흔 중반의 사 사장이 70대 혈관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왕해양이 그 혈관을 처리하려 했다면 적잖게 애를 써야 했고 수술 시간도 한두 시간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능연은 ‘강행’했다. 초반엔 보고 있던 왕해양이 다 가슴 떨릴 정도였지만, 이내 속이 후련해졌다.

공향명은 순식간에 대화의 의지를 잃고 능연의 동작을 보면서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이미 선임 정형외과 의사였고, 단독으로 팀을 꾸린 지는 7, 8년, 그리고 2년 전에 주임이 되었다.

익원현은 어느 정도 공업 기반이 있는 곳이라 일정 기간마다 실수로 손가락이 잘린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수천 위안인 구급차 비용을 내지 못하는 환자도 있고, 대타 의사를 구하지 못해 현지에서 단지 이식 수술을 하는 환자도 있었다.

환자 대부분 단지 이식 수술에 대해 잘 몰라서 그저 일반 접골이라고 생각한다. 정형외과 엘리트인 공향명은 단지 이식 수술을 사양하다가 몇 번 한 적이 있지만, 수술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래도 그런 배경이 있어서 단지 이식 항목을 발전시킬 자신이 생겼다. 그러나 능연의 실력을 본 지금, 그의 자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운화 병원이 다르긴 다르구나.”

공향명이 감탄하는 말에 의사들도 동의했다. 왕해양은 거드름을 피우며 고개를 들어 그 찬사를 받아들였다.

“다 됐습니다.”

능연도 고개를 들었다.

“응? 다 됐다고?”

잠시 멍해졌던 공향명은 무심코 시간을 보다가 더욱 놀랐다.

‘막 꿰맨 건 아니겠지? 당황스러워라.’

“제가 신경도 꿰매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아무래도 집도의 자리가 훨씬 기분 좋다는 생각에 능연은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왕해양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이 스킨 수처 하실래요?”

잠시 후 능연이 나눔 정신을 발휘하며 물었다.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공향명은 그래도 나서서 스킨 봉합을 했다.

아무래도 손가락 피판이라 그 아래는 풍부한 모세혈관과 지방이 있어서 봉합하기 까다로웠다. 공향명은 차라리 지금 체면 불고하고 왕해양과 능연 앞에서 직접 봉합해 보는 게 나중에 문제가 생긴 다음 가르쳐줄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그가 적극적으로 각 병원의 유명한 의사를 초빙해 출장 수술을 한다고 해도 그때마다 스킨 봉합 기회를 얻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집도의 위치에서 벗어난 능연은 모니터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공향명이 봉합을 마치고 왕해양이 수술 종료를 선포한 다음에야 장갑을 벗었다.

“왕 주임,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어요, 능 선생.”

공향명은 두 사람과 악수를 하고 달려가 수술실 문을 열었다. 다른 의사들이 줄지어 나갔고, 침대 관리를 하는 초짜 의사만 남아서 후속 처리를 했다. 그것도 익원현 병원이 이 케이스를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운화 병원이었으면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몽땅 사라졌으리라.

“왕 주임, 마침 식사 시간인데 바로 돌아가지 마시고 식당에서라도 같이 식사하는 게 어떨까요?”

공향명은 열정적으로 그들을 초대했다. 일반적으로 대타 의사는 출장 수술이 끝나면 바로 돌아간다. 수술이 끝났는데도 남아 있다는 건 다음 수술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장외과 주임 의사는 한 번에 심장 브릿지 세 건을 할 수 있지만, 수부외과 의사는 한 번에 단지 이식 세 건을 할 수 없었다. 단지 이식 환자는 모두 응급환자라 사전에 한꺼번에 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식당에서 간단하게 먹죠. 시간 없으니까 술은 빼고요.”

급한 일 없는 왕해양은 능연을 슬쩍 보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럽시다, 그래요. 왕 주임이 술 마시고 싶다고 해도 오늘은 저도 안 됩니다. 자자,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보호자 좀 만나고 오겠습니다. 지금쯤 환자도 마취에서 깨어났을 겁니다.”

공향명은 시무룩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사람들을 식당에 안내하고는 양해를 구했다.

“그러셔야죠.”

왕해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오늘 수술 ‘우수’ 나오겠죠?”

공향명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웃는 얼굴로 물었다.

“능연, 자네 생각은?”

왕해양은 가장 중요한 혈관 봉합과 신경 봉합을 양보한 터라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다.

“우수까지는 힘들 것 같습니다. 양호 정도? 괴사 확률도 있고요.”

“어?”

능연이 그렇게 대답할 줄 몰랐던 공향명이 눈을 크게 떴다. 왕해양도 의아한 듯 능연을 바라봤다. 그의 기억 속에 능연의 단지 이식 성적은 언제나 최고였으니까.

“기구가 손에 익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요. 기구는 좋았습니다. 다만 환자 혈관이랑 신경 상태가 별로라서요. 음, 70세 노인 단지 이식 수술 회복률로 생각해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능연이 설명을 덧붙였다. 그로서는 이번 단지 이식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수술은 아무래도 실패할 확률도 있는 법이었다. 70세 노인의 단지 이식 실패율은 당연히 청년이나 중년보다 훨씬 높았다.

왕해양의 안색이 다소 흐려졌다. 환자의 혈관 상태가 최악일 줄 미리 알았다면 출장 수술하러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같이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려던 의사들은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다들 입을 닫았다. 공향명 역시 조금 실망스러웠으나 억지로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환자한테 이야기를······ 음, 능 선생, ‘우수’가 나올 확률이 어느 정도 된다고 보나?”

단지 이식 후 손가락 평가가 ‘우수’나 ‘양호’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래도 만족한다. 하지만 딱 50점인 ‘가(可)’가 나오면 손가락 사용에 큰 제한을 받고 부작용 문제도 있어서, 실패보다 조금 나은 정도일 뿐 기능적으로 그다지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하면, 유명한 의사를 불러 수술을 받은 환자는 ‘우수’나 ‘양호’를 원하지 ‘가’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양호’가 나올 가능성은 아마도 90% 정도일 겁니다.”

능연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공향명은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뜻입니까? 아까는 확률이 높지 않다면서요, 그리고 괴사도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제 말은 ‘우수’가 아니라 ‘양호’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괴사는 생길 겁니다. 70세 혈관이라,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거든요. 환자 가족한테 이야기할 땐 원래 좀 겸손하게 이야기하는 거 아닙니까?”

고개를 흔드는 능연의 모습에 공향명은 ‘저놈 겸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면서 의심스러운 듯 바라봤다.

“그러니까 ‘양호’가 나올 확률이 90%라는 거죠?”

공향명이 결론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우수’는요?”

“지금으로선 정확히 판단 내리기 어렵습니다만, 50% 이하일 겁니다. 많아도 50%?”

능연은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괴사 확률은 그럼 10%가 안 되는 거네요?”

공향명이 계산기를 돌렸다.

“이런 손가락에서 ‘가’가 나온다면 합병증이 생길 겁니다. 심각하면 절단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요.”

능연이 잠시 말을 멈추자 공향명의 볼이 실룩거렸다.

“그렇다고 해도 ‘가’나 괴사 확률을 10%로 보는 거 아닙니까?”

“네, 개인적인 판단입니다만 그렇습니다. 선생님께서 보호자에게 확실히 보장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라 그렇게 말씀드린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능 선생, 설명 고맙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능연의 모습에 공향명은 웃음 짓느라 근육 경련이 온 표정으로 왕해양을 바라봤다. 그라고 따로 할 말이 있을까.

“우리 능 선생은 우리 병원에서 성공률이 95%나 되는 의사랍니다.”

그 자리에 있는 의사는 대충 계산해도 능연이 수술 백 건을 하면서 3백 가까이 되는 손가락을 이어붙인 다음 ‘가’를 받거나 실패한 손가락이 15개가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엔 별별 환자가 다 있으리란 것도. 예를 들면 당뇨병 환자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고혈압 환자, 사 사장과 비슷한 3고 환자(고혈압, 고지혈증, 고당뇨) 혹은 나이든 환자, 또 어쩌면 25세에 흰 머리가 생긴 프로그래머, 실습시간 동안 6개월 밤을 새운 의사 등등.

공향명은 능연이 70세 혈관의 성공률을 90%로 보고 있다는 것을 손쉽게 추론해 낼 수 있었다. 그는 이유도 모른 채 웃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자신에게도, 능연에게도 웃어 주고 싶었다. 자조의 웃음과 안심하는 웃음을.

“왕 주임, 능 선생.”

공향명은 두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두 분, 꼭 우리 식당 황훠우(黃喉: 훠궈에 들어가는 음식으로 돼지, 소 등의 혈관을 말린 것. 주로 주동맥)을 드셔 보세요. 훵훠우 볶음은 우리 익원현의 특색 음식입니다.”

왕해양은 공향명이 어째서 갑자기 황훠우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몰라도, 수술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어 하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는 공향명이 미소를 띤 채 돌아서 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공향명은 30분 후에야 식당으로 돌아왔고, 마음을 어느 정도 정리한 느낌이었다.

“환자 상황이 꽤 좋습니다. 두 손가락 모두 색도 괜찮고요. 부기도 심하지 않습니다.”

그가 두 사람을 향해 진지하게 전하자 왕해양도 한숨을 돌렸다.

“어쨌든 진짜로 칠십 대가 아니라 마흔 몇 아닙니까. 하하하.”

“그래도 그렇게까지 좋지도 않을 겁니다.”

능연은 오늘 제가 수술한 혈관에 대해 깊은 인상이 남았다. 마침 요리사가 음식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는 정중앙에 놓은 황훠우를 가리켰다.

“지금 환자 주동맥은, 두께는 이 정도까지 안 될 거고, 경도는 이 정도겠네요.”

소 황훠우는 소의 주동맥 혈관이니 비교 대상으로는 매우 적합했다. 공향명이 하하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사 사장이 깨어나면 그렇게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아, 사 사장도 다 음식 습관 때문에 저렇게 된 거 아닙니까. 정상인이 누가 사 사장처럼 저래요.”

사람들도 모두 따라 웃었다. 공향명 밑에 있던 의사 한 명이 그 틈에 조금 공격적인 모습으로 능연에게 물었다.

“능 선생. 아까 MRI 판독할 때 환자 혈관 경화 발견했나요?”

“차트에 있었는데요.”

능연이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 의사는 잠시 멍해졌다가 얼굴이 벌게졌다.

“능 선생. 자자, 황훠우 맛 좀 봐요.”

자리에서 일어난 공향명이 젓가락으로 황훠우를 집어 능연에게 건넸다.

“능 선생, 봐봐요, 황훠우는 흰색인데 왜 노랗다고 부르는지 아십니까?”

능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바이훠우(白喉: 디프테리아. 세균성 전염병)는 병들었으니까요.”

공향명은 의사의 농담을 하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 능연과 왕해양은 웃을 타이밍을 놓쳐서 멍하니 공해양을 바라봤고, 그의 부하들은 이미 여러 번 들은 탓에 웃음이 나지 않아 분위기가 다시 굳어 버렸다.

공향명이 흠흠 헛기침하자 의사들은 그제야 호응꾼 역할을 하는 듯 웃었다. 왕해양은 호응꾼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운화 병원에 있었다면 실습 기간도 넘기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며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능연이 하하하 웃기 시작했다.

“저기, 능 선생 어디 갔는지 알아?”

왕가가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너스 스테이션에 나타났다.

7, 8m 넓이의 긴 테이블 두 개를 둘러 만든 너스 스테이션에 열 명 남짓한 간호사는 마치 성을 지키는 작은 전사(戰士)처럼 보였다. 그들은 벌떼처럼 몰려드는 환자와 가족을 상대하면서 전방을 든든히 지켜야 했다.

간호사들은 너스 스테이션 내부에 있는, 휴식과 약을 투여하는 작은 휴게실에서나 조금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우편물을 정리하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왕가의 화제는 모두의 흥미 포인트에 적중했고, 간호사 몇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능 선생님 집에 가신 거 아니야? 설마 다시 오셔서 수술해?”

“정답 맞출 기회를 10번 줘도 너희는 못 맞출걸?”

왕가는 목소리를 낮춘 다음 익원현 병원에 있는 친구 SNS에서 능 선생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익원현 병원?”

심지어 익원현처럼 구석진 곳은 아예 어딘지 모르는 간호사들도 많았다.

“비도(飛刀)로 출장 수술 가신 거야.”

왕가는 목소리를 죽이고 입을 뻥긋거렸다. 비도는 예전부터 은어이면서 의사 사이의 암호였는데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단순 명사가 되었다. 지금은 실력 좋은 의사들은 누구나 출장 수술을 하지만, 병원 안에서 그 이야기를 하는 건 그래도 조심스러웠다.

간호사들은 둥글게 모여서 왕가의 SNS를 들여다봤다. 과연 능연의 정면, 측면, 뒷모습, 주인공과 멀리 떨어져 찍은 투샷······ 등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 사진을 본 간호사들은 하나같이 더는 못 보겠다고 난리였다.

“염치도 없다.”

“저게 무슨 투샷이야. 우리는 찍고 싶으면 언제나 찍는데.”

“쳇쳇쳇.”

다들 이구동성으로 욕을 한 다음에야 다시 능연의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왕가에게 사진을 저장하여 보내 달라고 했고, 왕가는 그 부탁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어줘야만 했다.

“능 선생님 정말 돈 벌기 시작한 거네.”

왕가가 바삐 손을 움직일 때 누군가 그런 말을 꺼냈다.

“출장 수술 말이야?”

“출장 수술 한 번에 1만 위안 가까이 한다고 들었어.”

“다 그런 건 아니야. 우리 병원 의사들은 대부분 몇천 위안짜리란다.”

언제 다가왔는지, 유 간호사도 끼어들었다. 그는 몰려 있는 간호사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지만, 마찬가지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능연의 사진을 들여다봤다.

“뭐, 어쨌든 우리 능 선생님 앞으로 돈 걱정 없겠네.”

“능 선생님은 원래 돈 걱정 안 해요.”

왕가가 반박하듯 하는 말에 유 간호사는 어린 아가씨에게 물질과 혼인, 그리고 보편화된 사회 인식이 인류 사교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하 웃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꾼 유 간호사는 그저 사진 속 왕해양을 가리키며 말을 꺼냈다.

“능 선생님은 수부외과 왕 주임님 따라간 거 같네. 왕 주임님은 한 번 할 때마다 만 위안씩 받으신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런 이야기하는 거 제일 좋아하시거든. ‘나는 출장 수술하면 최소한 1만 위안 받는다네’ 하고 말이야.”

유 간호사는 왕해양의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킥킥 웃었다.

“왕 주임님이 1만 위안 받으신다면 능 선생님도 1만 위안 받으시겠죠. 능 선생님이 얼마나 대단한데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왕가의 모습에 유 간호사는 얼떨떨해졌다.

“둘이 같이 간 거니까 당연히 나눠야지. 다 해서 만 위안일 거야.”

“그럼 능 선생님이 9,000, 왕 주임님이 1,000? 그래도 많이 받으시네요.”

흥미진진한 듯 알아서 수입을 배분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에 유 간호사도 웃음을 터트렸다. 어차피 그런 화제의 진상이 무엇인지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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