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능연은 의국에 도착하자마자 간호사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런 일을 흔하게 겪는 능연도 아무렇지 않게 자리 잡고 서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능 선생님, 우리 같이 사진 찍어요.”
앞장선 간호사가 그렇게 말한 다음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 능연은 끽소리 없이 어릴 때 시장 중간에 목에 팻말을 걸고 서 있던 것처럼 가만히 서서 배경 노릇을 했다.
“오늘 단지 환자 있는 거 맞죠?”
사람들이 사진을 다 찍고 SNS에 올리기 시작하자 능연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물었다. 핸드폰으로 수술 정보를 받았지만, 구체 상황은 없었다.
“인테리어 하는 사람인데 타일을 자르다가 두 손가락이 절단됐어요. 지금 오는 길이고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예요.”
왕가가 냉큼 대답했다.
“그렇게 오래 걸려요?”
“교외에서 오는 거라서요. 가족들은 벌써 와 있어요.”
능연이 고개를 돌리자 딸과 함께 엄마가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대기실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상대도 금세 능연을 발견했다. 능연을 본 여자는 곧바로 딸을 내려놓고 단걸음에 달려왔다.
“선생님, 제 남편 도착했나요?”
“구급차는 아직 오고 있어요.”
“선생님이 제 남편 수술하실 의사인가요?”
왕가가 설명하는 말에 여자는 논리적인 질문을 던졌다. 보호자와 직접 대면하는 일이 드문 능연은 조금 멍해졌다.
“능 선생님 맞으시죠? 전에 인터넷에서 본 적 있어요.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에서 지금 단지 이식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젊고 잘생긴 의사라니 선생님인 게 분명하잖아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을 닦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는 환자 가족이고 하금수라고 합니다. 농자재 장사를 해요.”
“안녕하세요. 아직 환자를 못 봐서 상황을 잘 모르겠습니다.”
능연은 우선 인사를 하고 말을 덧붙였다.
하금수는 티슈를 꺼내 팽하고 코를 풀었다.
“알아요. 그래서 우리 집 상황을 말씀드리려고요.”
“보호자분, 능 선생님은 지금 회진 가셔야 해요.”
“몇 분이면 돼요.”
왕가가 여자의 말을 자르자 하금수가 능연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말씀하세요.”
“제 남편은 원위라고 하는데요. 우리 모녀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목숨 걸고 일하고 있어요. 제 아버지가 2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빚을 잔뜩 남겨 주셨답니다. 그 사람 아버지, 그러니까 제 시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역시 암이었어요. 그래서 또 빚이 잔뜩 남았죠. 그 빚을 갚으려고 우리 남편은 밤낮없이 일하고, 농사철엔 저랑 같이 농자재 판매도 하고, 틈만 나면 도시에 가서 리모델링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사는데요. 우린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요.”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던 하금수는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고, 겁을 먹고 바라보던 딸도 뒤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능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하금수는 그저 자신의 가정 배경을 설명할 뿐, 능연이 바라는 걸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가정 배경 설명을 들은 능연은 오히려 부담감이 깊어졌다.
“영상의학과에 준비시키세요. 구급차 도착하면 MRI부터 찍을 겁니다.”
능연은 그렇게 오더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팽.
하금수는 또 코를 한번 풀고는 계속해서 엉엉 울었다. 사방에서 압박을 받는 상황에 이처럼 속 시원하게 울 수 있는 곳은 병원밖에 없었다.
- 퀘스트: 완벽한 봉합
- 퀘스트 내용: 그랜드마스터급 단지 이식 수술을 발휘해서 환자 원위의 손가락을 완벽하게 봉합할 것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 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