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선생. 운화 병원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우리 센터에서 아킬레스건 수술은 적어도 ‘우수’가 목표랍니다. ‘양호’는 불합격이에요.”
능연을 만난 곡 선생은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우리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는 매해 많은 의사가 연수받으러 오죠. 저마다 다른 병원에서 익힌 습관을 가지고 말입니다. 우리는요, 아무리 당신들이 어쩌고저쩌고해도 표준 수술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특히, 남다른 이상한 습관은 절대로 안 됩니다. 수술 과정을 나한테 주절주절 설명할 필요는 더욱 없고요.”
곡 선생의 잔소리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내가 항상 주장하는 이념은 말이죠, 최선을 다하되 안 되면 멈추라는 겁니다. 수술도 마찬가지예요. 능력이 되면 집도의가 되는 거고, 능력이 안 되어서 내 수술을 방해한다면 언제든 바꿔 버릴 겁니다. 그때 가서 딴소리하지 말고, 내가 트집 잡으려고 그런다고 생각하지도 마세요. 공은 공, 사는 사 아닙니까?”
수술 전 분석 토론회엔 곡 선생, 설호초, 능연, 연문빈 그리고 레지던트 한 명이 참석했다. 같은 수준의 다른 수술에 비해 수술 전 토론에 참석한 인원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토론회 내내 곡 선생만 쉴 새 없이 떠들었고, 수술과 구체적인 연관은 없는 내용뿐이었다.
능연은 그저 각종 영상 필름을 보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같은 동료인 설호초마저 곡 선생 잔소리를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몇 번이고 능연을 이상한 듯 바라봤다.
어렵게 자리가 끝났고, 곡 선생은 조금 미심쩍지만 흡족한 모습으로 그곳을 떠났다. 설호초는 일부러 뒤에 남아 곡 선생이 멀어지길 기다렸다가 그에게 말을 꺼냈다.
“능 선생,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할 말이 없어서요.”
능연의 대답에 위아래로 그를 훑어보던 설호초가 이번엔 곁에 있는 연문빈에게 고개를 돌렸다.
“당신네 능 선생이 이런 사람인지 몰랐네요. 누가 얼굴에 침을 뱉어도 닦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일 줄이야.”
“하하하, 능 선생은 곡 선생님 말씀에 동의하나 보죠.”
“무슨 뜻인가요?”
“곡 선생님 포인트는, 표준 수술 방법을 채택해서 ‘우수’ 이상의 성과를 내자는 거잖아요. 그리고 언제든 교체할 수 있고. 저는 다 찬성입니다. 적절한 의견이에요.”
“저, 적절?”
능연의 말에 설호초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는 두 사람이 곡 선생이 일부러 자극하는 걸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능연 한 번, 연문빈을 한 번 바라봤다. 그러나 연구 센터 사람으로서 굳이 곡 선생을 나무랄 이유도 없었다.
“아무튼, 능 선생, 너무 걱정할 것 없어요. 곡 선생님 말은 그냥 참고로 듣고, 교수님 돌아오시면 교수님 말대로 하면 되니까요.”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하고 대답했다.
“내부 상황이 어떻든, 저는 수술할 겁니다. 여기서 수술을 못 하게 되면 돌아갈 거예요.”
설호초는 멍해졌다가 울화가 치밀었다.
‘아, 왜. 날 중간에 두고 이래.’
슬쩍 능연의 눈치를 살핀 설호초는 그가 짐짓 하는 소리가 아님을 깨닫고 더 울적해졌다. 따지고 보면 설호초도 축동익 원사의 학생일 뿐, 능연이 그의 말을 들을 리 없고, 곡 선생도 자신의 말을 들을 리가 없다. 그런데 수술은 해야 한다.
“일단 좀 쉽시다. 다들 진정하고, 일단 첫 번째 수술을 순조롭게 잘하자고요.”
설호초는 설득하는 말투로 아름다운 희망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능연과 연문빈도 별다른 의견 없이 각자 준비하러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