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위신은 밤새 잠들지 못했다. 꿈에서도 능연의 모습이 보였다. 특히 그가 ‘상관없다’고 하던 모습으로.
긴 병에 명의 된다고, 오랜 시간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를 들락거린 유위신도 의사들이 수술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잘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환자와 담당 의사는 친밀한 관계였다. 특히 유위신 같은 거물급 환자는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곡 선생과 소통하면서 연구 센터에 요청하곤 했다.
그가 전에 프레지던트룸급 병실을 요구한 적이 있는데 센터는 정말로 호화 병실을 리모델링해서 내놓았다. 라스베이거스 프레지던트룸 수준은 아니었지만, 침실 네 칸에 발코니와 주방까지 있는 구색 갖춘 병실이었다.
그 호화 병실은 아직 있지만 유위신은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몇 년 전에 그는 기자를 피하기 위해 별것도 아닌 병으로 그 병실에 머물렀다. 센터는 유명세 때문에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곡 선생은 더욱 열심히 유위신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러나 아킬레스건 파열은 호화 병실에 있는다 해도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센터의 태도가 아무리 좋아도 국내에 이름을 알린 외국 유명 의사를 불러올 수도 없었다. 농담과 위로가 능숙한 곡 선생은 듣기 좋은 말을 열정적으로 끈기 있게 했지만, 유위신은 점점 짜증이 났다.
유위신은 치료를 잘 받고 싶을 뿐이었다. 그것이 그의 유일한 바람이었고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병실 환경이 어떻든, 의료진의 태도가 어떻든, 다 상관없었다. 환경이 좋은 곳은 몰디브나 타히티를 가면 되고, 태도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팬도 있고 우호적인 매체나 광고주도 있으니 말이다.
그는 자신을 치료할 진짜 의사가 필요했다. 앞으로 2년은 전장에서 문제없이 활동할 수 있게 해줄 의사가. 그런데 지금까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유위신은 꿈에서 계속해서 능연의 말을 떠올렸다.
- 상관없으니까요.
“나는 상관있거든!”
버럭 소리를 지르며 꿈에서 깨어난 유위신은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눕다가 베개가 축축한 걸 발견했다. 그리고 더는 잠들지 못했다.
그는 잠 대신 자신의 다리를 붙들고 낑낑대며 휠체어로 올라갔다. 건강할 때 아무것도 아니었던 동작을 지금은 땀을 흘리며 해야 했다.
유위신은 커튼을 열어 아침 햇살을 빠져들 듯 바라보았다.
다친 지 일주일이 넘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아킬레스건은 파열된 지 2주까지는 신선한 상태로 보며 오래된 파열보다 성공률을 높게 친다. 수술 효과도 물론 더 좋고, 회복도 더 빠르다.
2주 이내면 아무 날이나 수술해도 수술 효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지만, 하루도 더 기다리기 싫었다. 게다가 이런 일을 누가 정말 마지막 날까지 미룬단 말인가.
하루라도 이른 것이 나중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지경에서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아침 햇살을 바라보던 유위신은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누르려다가 멈추고 메시지를 입력했다.
- 메이요에서 새로운 소식 있어요?
메이요 클리닉은 세계 최고 정형외과이며 글로벌화도 최고 수준이었다. 유위신은 축동익과 그의 연구 센터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으리라 믿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그는 최대한 인맥을 동원해 세계 각국 전문가와 병원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그를 만족시키는 방안을 제시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의 마음을 제일 잘 아는 축동익이 방안은 내놓았지만, 집행할 의사가 없었다.
유위신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러다가 차선을 택해야 하는 거 아냐?’
1년 재활하고 3개월, 어쩌면 6개월 건강한 아킬레스건으로 활동, 그 후로는 하늘에 맡기기. 혹은 6개월 재활에 3개월 못 미치는 활동 기간, 그리고 은퇴.
둘 중 어느 것도 싫었다. 그는 2년 정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싶었다. 적어도 1년. 은퇴는 그 다음의 일이었다.
한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띵동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울렸다. 다급하게 확인했더니 아까 메시지에 답장이 와 있었다.
- 딱히 없다네.
유위신은 핸드폰을 힘껏 쥐었다가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일어나. 센터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