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호”
“포셉.”
“거즈.”
“7호.”
“워시.”
수술대에 선 능연은 에피네프린을 미친 듯이 분출하며 시원시원한 동작으로 통쾌한 수술을 했다.
수준이 상당한 의료계 인사가 그 장면을 보고 적당한 말로 묘사한다면 아마도 ‘와일드’라고 표현하지 않을까? 물론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능연은 여전히 안정적인 속도와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섬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슷한 수술광만이 능연의 심정을 표현할 수 있으리라. 짜릿해! 최고야!
다른 사람 병원에서 수술하는 것과 자기 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능연은 자기 병원에서 수술하는 건 집에서 밥해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 보고, 밥 짓고, 요리해서 먹은 다음에 설거지 하고 쓰레기 버리고 청소하고.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는 건 밖에서 남이 사주는 밥을 먹는 것이다. 주문하고 요리가 나올 때까지 수다 떨고, 신나게 먹은 다음엔 입을 닦고 가면 그만이고, 잘하면 콩고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건 밖에서 먹을 땐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땐 적당히 배부를 정도만 만든다. 가끔 많이 만들어서 남기도 하지만, 음식 만들 때 당연히 적당히 만들게 된다. 가끔 배가 아주 고픈 날, 반찬이 맛있는 날이라도 기껏해야 다 먹어 치우면 그만이지 더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식당에선 다르다. 추가 주문은 흔한 일이고, 걱정 없이 더 시킬 수 있다. 접시가 모자랄까, 종업원이 스트레스 받을까, 재료가 떨어지지 않을까, 무슨 큰일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걱정 없이.
능연은 다른 집 수술실에서 다른 집 수술 도구와 다른 집 레지던트를 쓰면서 다른 집 환자에게 메스를 대고 다른 집 병상에 보내고 다른 집 간호사가 케어하게 하는 그 자유분방한 즐거움을 황제의 봄놀이보다 훨씬 짜릿하게 느끼고 있었다.
수술 한 번 할 때마다 돈 버는 느낌이었다. 5건은 본전, 6건은 중박, 10건은 대박!
능연은 상해에 오면서 5건만 해도 본전은 찾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전날 5건 수술을 마치고 잠시 자러 갔었다. 실컷 자고 일어나서 새벽 5시에 상해 수술실에 섰으니 일분일초가 이득이었다.
오기 전에도 하루에 1, 2건을 했었으니 5건이면 사흘치 양이었다. 게다가 상해에서 머무르는 동안 운화 병원 병상도 6, 7개는 비울 수 있으리라.
능연은 센터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수술을 5건 하고 돌아가면 바로 6, 7건 수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 일주일에 12건 한 셈이 된다. 수술 시간은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수술광은 수술할 때 수술 시간이 길면 길수록 즐거우니까.
병상 생각을 하면 그 즐거움이 계속 이어졌다.
병상은 무궁무진하게 늘릴 수 없는 것이다. 곽종군이 이미 응급 의학과의 모든 권한을 동원했다. 더 늘린다 해도 많아야 100개면 한계가 온다. 그 이상은 병원 자체에서도 허락하지 않겠지만, 위생국에서도 제지할 것이다.
병원 병상 수는 모두 병원 등급과 관리 능력 등에 따라 정해진다. 운화 병원 같은 지역 정상급 삼갑 병원은 병상 수가 3,000개 이상이 되면 더 확장하기 어려웠다. 5,000개로 올릴 수 있는 건 전국 굴지의 병원 정도였다. 전국에서 가장 큰 병원인 정주대학 제1부속 병원은 병상이 만 개지만 진료과도 95개나 되어서 평균 진료과마다 병상 100개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 병상 수도 180개 정도이며, 축동익의 원사 신분으로도 쉽게 늘릴 수 없었다.
국가의 병원 평가 지표에 나온 평균 의사 수, 평균 간호사 수 등으로 병상 수를 지정하기 때문이다. 삼갑 병원은 병상 당 평균 1.03인의 의료진이 붙는다. 2급 병원은 0.88인이며 병상마다 0.4 간호가 있어야 한다는 세부 규정이 붙는다.
그래서 병상을 늘리려면 기본적으로 의료진도 늘려야 했기에 국공립 병원에서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도 할 수 있는 한 병상을 회전하면서 병상을 4, 50대까지 늘렸지만, 이는 신용카드 돌려막기 같아서 결국엔 갚아야 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서는 능연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말할 틈도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신나게 메스를 잡으면 그만이었다.
곡 선생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는 능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능연이 미친 듯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감정 이입해서 몸을 부르르 떨 뿐이었다. 다시 참관실로 온 유위신은 더욱 진심에서 우러나 감탄했다.
“너무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거 아냐?”
축동익과 기천록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부러운 듯, 감탄하면서 조금 우습기도 했다. 그들도 한때는 수술광 시절이 있었으니까.
중국 의료계는 미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곳이었다.
의대와 의학 연구는 다른 업계보다 많은 돈이 들었고, 가난하거나 벼락부자가 된 나라는 의학을 감당할 수 없었다. 축동익과 기천록이 젊은 시절엔 돈도 없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많이 연습하고 많이 수술하는 것이 그 시절 중국 의료계에서 자신의 실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기술이 없으니 많이 보고 식견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 3년, 5년, 10년, 20년이란 시간 동안 먼저 보고, 먼저 한 번 하고, 두 번, 다섯 번, 열 번······ 하는 수밖에 없었다.
레지던트들이 다투어 하는 수술은 주치의나 부주임은 거들떠보지 않지만, 주임이나 부주임이 추구하는 수술은 뺏고 뺏길 가치가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후련하네.”
기천록은 능연의 동작을 바라보며 무심결에 칭찬했다. 축동익도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은 심정적으로 초원을 달리는 천리마처럼 시원시원하게 움직였지만, 수술 자체는 현미경 수술이기에 세심하고 조심스러웠다.
석회화된 부분마다 조금씩 세밀하게 전전긍긍해야 했다. 봉합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매끈하고 튼튼한 봉합은 필수 불가결이었다.
축동익이 가장 신경 쓰는 것도 능연의 움직임이었다. 그의 수술방 안에 필요한 외과 의사는 기본적으로 현미경 수술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일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술 결과를 내겠는가.
“능연이 지금 6번째 수술 중인가?”
“예, 그렇습니다.”
축동익의 질문에 레지던트 하나가 대답했다.
“6번째 수술인데 이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하다니, 과연 대단하네.”
축동익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본인이 찾아온 사람이니, 자화자찬 겸 추켜세우는 것도 당연했다.
“어제 5건 하고 자고 일어나서 6번째 수술을 시작했을 겁니다.”
아직 유위신을 포기하지 못한 곡 선생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음, 그럼 계속 지켜보세.”
축동익은 그렇게 말하며 유위신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의 뜻을 충분히 명확하게 표현한 셈이었다.
전날 능연이 한 말에 축동익도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는 일개 의사였다. 원사라고 해도 일개 의사에 불과했다. 유위신을 위해 수술 방안을 세팅하고 그를 위해 전국, 전 세계적으로 의사를 찾아 줄 순 있어도 유위신이 수술을 할지 말지, 어떤 방안으로 수술할지는 모두 본인에게 달린 일이었다.
축동익이 월권 행사를 할 수도 없고, 유위신 본인보다 부상을 더 신경 쓸 리도 없었다.
능연이 아무리 지금까지 가장 우수한 외과 의사라고 해도, 유위신이 그를 고르지 않고 다른 외과 의사를 고집하면 축동익도 말릴 생각은 없었다. 충분한 정보를 그에게 제공했으니, 그다음은 이미 젊지 않은 스포츠 스타 본인이 선택할 문제였다.
수술실 안, 능연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모든 수술이 그를 즐겁게 했다. 6번째 수술이 끝나고 마스크를 벗은 능연의 얼굴에 흡족함이 가득했다.
“능 선생님 수술 정말 멋져요.”
회색 토끼 캐릭터 모자를 쓴 간호사 효운이 손뼉을 치며 능연을 칭찬했다.
레지던트와 마취의도 약속한 듯 동시에 손뼉 쳤다. 레지던트는 계속 수술을 벌 수 있기 위해 손뼉을 쳤고, 마취의는 지칠 대로 지쳐서 옆에서 누가 뭘 하면 흐리멍텅하게 따라하는 상태라 손뼉을 쳤다.
“감사합니다.”
능연은 살짝 허리를 굽혀 수술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자, 이제 빨리 뒤처리합시다. 저기, 누가 가서 다음 환자 준비하라고 말씀 좀 해주시겠어요? MRI 하고 검사도 해야 하고, 마취 방안도 세워야 합니다. 가능하면 전신 마취가 좋겠는데.”
간호사와 마취의 모두 입 맞춰 대답했다.
“닥터스 어드바이스 내릴 줄 알아요?”
능연이 물었다.
“아, 할 줄, 조금?”
긴장한 레지던트의 입모양이 일그러졌다. 능연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지 몰라도 레지던트는 의식했다. 특히 모니터 뒤에 동료와 상급 의사가 있다고 생각하면, 심지어 예쁜 간호사와 의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사흘 동안은 2급 케어합니다. 다친 다리를 높게 올리고, 환자 약물 이력 체크하고, 냉찜질, 부종 제거하고. 혈액검사는 풀로 합니다. 혈액 응고랑 면역은 특별히 주의해야 하고요. 심전도, 흉부 X-ray, 아! MRI도 추가합시다.”
머뭇거리는 레지던트의 모습에 능연은 익숙한 듯 설명을 늘어놓았다.
“네, 압니다.”
레지던트는 아까 할 줄 안다고 하지 않은 것을 조금 후회했다. 괜히 얼굴을 알릴 기회를 한 번 잃었다.
“그럼 다음 수술 때 하세요. 얼마나 걸린대요?”
능연은 다시 활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손을 비벼댔다.
잠에서 깬 다음 막 수술을 끝낸 지금이 피크 상태였다.
참관실 안에서 기천록과 축동익이 작은 목소리로 능연의 수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현미경 수술은 국내에서 매우 빨리 발전하고 있으며, 각각의 수법과 기술을 가장 중시하는 외과 수술이었다. 기천록은 한창 때인 신예였고, 축동익은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의사였다. 각기 장점이 있으니 능연의 수술을 보고 나눌 화제가 무궁무진했다.
능연의 봉합 기술 하나만으로도 기천록은 미친 듯이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유위신은 갑자기 결정을 내리고 손으로 휠체어를 밀어서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정중하게 말했다.
“능 선생님, 나 유위신입니다. 제 집도의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모니터 안의 능연은 걸음을 멈추고 망설임과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유위신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미처 그를 말리지 못했던 매니저는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위신아, 뭐가 그렇게 급한데? 이런 식으로 하면 소식이 순식간에 밖으로 퍼진다고. 너희 구단주는 어쩌고.”
“구단주는 상관없어.”
유위신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위신! 수술 결정했군요. 화이팅!
-우리의 위신이 회복할 수 있는 좋은 의사 선생님 골라 주세요.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면 확실히 국내 손꼽히는 정형외과 의료 기관이지. 하지만 외국하고 비교하면 차이나는데 왜 여길 선택한 건지 이해할 수 없네. 무슨 위협 받은 거 아니죠? 몸이 가장 중요해요, 다른 사람 명예 때문에 내 몸을 희생하면 안 된다고요!
유위신이 결정을 내리자 각 스포츠 연예 신문은 그동안 준비해왔던 이슈들을 한 순간에 터트렸다.
매니저가 걱정한 대로, 그 자리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었다. 의료진이 환자 관련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게 의학 센터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편이었지만, 가족, 친척, 친구에게 자랑하는 사람과 그 가족, 친척, 친구의 릴레이 자랑까지 모두 관리할 수는 없었다.
그게 아니라도 파파라치가 숨어 있었을 가능성, 또는 스파이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어서 무엇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웠다.
매체 보도가 나가자 광고주들도 술렁였다. 유위신은 부상 이후 노출도가 확 줄었다. 큰돈을 내고 광고를 때린 광고주로서는 이 기회를 노려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수술 실패라도 하면 보통 손해가 아니니 말이다.
그의 매니저도 그 때문에 똥줄이 타서 난리도 아니었다.
“너무 급하게 발표하지 말고, 우리가 회의해서 결론 낼 때까지 기다려. 그다음에 발표하자고. 기자 회견 하는 게 이러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응?”
매니저는 그렇게 투덜거리다가 금세 또 유위신과 자신을 위로했다.
“괜찮아. 뭐 인터뷰 몇 개 하지, 뭐. 동향을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돌릴 수 있을 거야.”
유위신은 상대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동향을 살필 겨를도 없었고 인터뷰는 더욱 할 리가 없었다. 그는 그저 몇 번이고 곡 선생을 붙잡고 능 선생이 준비됐는지, 언제 수술할 수 있는지 확인할 뿐이었다.
“우리 센터는 문제없는데, 체육부에서 조율할 게 있다고 하네요.”
곡 선생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아이고, 그러니까 내가 너무 급했다고 했잖아. 체육부 윗대가리한테 먼저 말했어야 해.”
매니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축동익 원사한테 치료 받는 거 다들 몰랐대?”
“아는 건 아는 거고. 보고는 했어야지.”
유위신의 질문에 매니저가 정색했다.
“지금은 옛날이랑 달라. 너 지금 다리 다쳤으니까 더 신중해야지. 체육부 입장에서 생각해 봐, 넌 육상계 대들보잖아. 집으로 치면 기둥이라고. 기둥이 수술하는데 그 기둥 아래 사는 사람한테 얘기 안 하고 되겠냐?”
“흥.”
유위신은 콧방귀를 꼈다.
‘내가 그 기둥 노릇하다가 몸이 다 상했는데.’
물론 그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부상 당한 후, 유위신은 성격까지 소심해졌다. 그는 잘잘못을 가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려 곡 선생을 바라봤다.
“수술은 내 개인적인 일이잖아요. 다른 사람이 동의하든 안 하든 상관없습니다. 곡 선생님, 능 선생님 언제 오십니까?”
“아직 수술하고 있답니다. 벌써 두 번이나 사람을 보냈어요.”
곡 선생은 입을 삐죽였다.
“에?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죠?”
“무슨 일이 생기겠습니까. 그냥······.”
유위신이 가슴이 철렁해서 묻자 곡 선생은 능연이 몸값을 올리려는 거라고 대답하려다가 너무 정치질인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축 원사님 금방 오실 겁니다. 아무리 바쁘다 해도 축 원사님보다야 늦겠어요?”
유위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간쯤 뒤, 축동익 원사가 병실에 나타났다. 그러나 능연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유위신은 실망해서 저도 모르게 곁에 있던 곡 선생을 바라봤다.
“능 선생은 아직 수술 중이야. 오늘 수술이 꽉 차서 어쩔 수 없어. 능 선생이 네 상황을 잘 아니까 괜찮아. 자신도 있어 보이고. 우선 배정된 수술을 제대로 하고 네 수술을 찬찬히 하려는 걸 거야.”
축동익은 유위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는 듯 말했다. 유위신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기다렸는데 지금 잠깐 못 기다리겠어요. 기다리죠, 뭐.”
“그래, 그래. 수술하기로 결정했으니까, 수술 준비 착착 하자고. 하루 전 금식도 해야 하고. 왜 하는지는 알지? 전신 마취하고 나면 식도에 음식이 역류해서 기관지를 막을 수 있어. 그러면 위험하다고.”
원사가 직접 수술 전 준비에 관해 설명하자 유위신은 좀 더 안정을 찾았다.
“능 선생이 수술하면 성공률이 얼마나 될까요?”
자주 듣는 질문에 축동익은 온화한 미소를 드러내고는 침대에 앉아서 그의 다리를 툭툭 쳤다.
“위신아, 이것만 물어보자. 경기장에 돌아가고 싶니? 아니면 은퇴하고 싶니?”
축동익은 유위신이 대답하기 전에 바로 말을 이었다.
“은퇴한다면 보수적인 방안을 선택하면 돼. 능연이 하든 누가 하든 재파열 리스크를 30% 이하로 누를 수 있지. 위험 기간이 지나면 정상인처럼 활동할 수 있어. 그런데 네가 다시 트랙으로 돌아간다면 보수적인 방안으론 안 돼. 고강도 훈련이나 시합은 재파열 위험이 크니까 말이다.”
“알아요. 그냥 마음을 좀 놓고 싶은 거죠.”
유위신이 고개를 흔들며 자조하듯 웃었다. 축동익은 다시 그의 다리를 툭툭 두드렸다.
“수술 마치면 바로 올 거야. 상태가 아주 좋더구나. 운동선수들도 그렇잖니, 먼저 몸을 푸는 것처럼 수술 한 건 하고 다음 수술을 더 진지하게 하는 거야.”
“순수한 사람 같더라고요.”
유위신은 능연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환자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수술도 허술하게 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곡 선생은 마음이 불편해졌고, 입을 열려는 순간 창밖에서 유위신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유위신! 어서 회복하길 바라요!”
“유위신, 파이팅!”
그런 일에 예민한 매니저가 바로 몸을 일으켜 커튼 자락을 조금 열고 조심스럽게 밖을 내다봤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라고 쓰인 간판 맞은편에 100명 가까이 모인 사람들이 플래카드와 꽃다발, 꽃바구니를 들고 잔디에 서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유위신도 한쪽 발로 폴짝폴짝 뛰어서 창문 앞에 선 후 살짝 커튼을 젖혀 바깥을 몰래 바라봤다.
-위신! 파이팅!
-잘 치료하고 돌아와요
-영원히 사랑해
팬들의 플래카드를 본 유위신은 코끝이 시큰해짐을 느꼈다. 그는 잡아 뜯을 듯이 커튼 자락을 쥐었다.
“위신, 흥분하지 마, 앉아.”
매니저도 감동한 듯 유위신을 부축해서 휠체어에 태웠다. 휠체어에 올라탄 유위신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축동익과 곡 선생을 바라보며 얼굴 근육을 실룩였다.
“우스운 꼴 보였네요.”
축동익은 아무런 말 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때는 어떤 말도 어울리지 않는 법이다.
똑똑.
노크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능연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수술복을 입고 노란 토끼 모자를 쓰고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유위신은 능연 머리의 토끼를 보자 웃음이 터졌다.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능연은 그렇게 말하며 축동익과 곡 선생에게 고개를 까딱 인사하고 유위신 맞은편에 앉았다.
“저한테 집도해 달라고 하신 거 맞죠?”
“그렇습니다.”
유위신은 엄숙한 표정으로 심호흡했다.
“축동익 원사님 수술 방안으로요.”
“그렇습니다.”
“그 방안은 리스크가 있는 거, 아시죠?”
능연은 그렇게 말하며 곡 선생을 바라봤고, 곡 선생은 부자연스럽게 이미 알렸다고 대답했다.
“그럼 됐습니다. 먼저 신체 진찰하겠습니다.”
능연은 유위신을 침대에 눕히고 하늘색 커튼으로 사방을 가린 다음 가볍게 몸을 터치했다.
축동익 원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능연이 묻는 일반적인 질문을 들었다. 잠시 후, 그 질문이 점점 구체적으로 변했다.
“점심 드셨나요?”
“아직입니다.”
“물은요? 언제 마셨죠?”
“점심, 전에요?”
“아침은요? 언제 드셨죠? 뭘 드셨고요.”
“시리얼 먹었습니다.”
“OK. 준비하고 수술실로 가시죠.”
능연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고는 몸을 돌려 하늘색 커튼을 젖혔다.
“지금이요?”
축동익 원사, 곡 선생과 매니저 모두 벌떡 일어났고, 매니저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러자 능연도 어리둥절한 듯 그를 바라봤다.
“그럼요?”
“체육부 장관님이 아직이신데······. 밖에 팬도 저렇게 많고······. 어쨌든 얼굴은 봐야죠. 위신 가족들도 뭐 좀 챙겨 온다고 집에 갔고······.”
매니저가 단숨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었다. 능연은 가족 외 보호자와 소통한 경험이 별로 없었고, 매니저라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건 더욱더 드물어서 그저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흠흠. 능연, 할 말 있으면 바로 하게.”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잠시 생각하던 능연이 입을 열었다.
“저 지금 상태 좋은데요.”
확실히 상태가 좋았다. 연속으로 아킬레스건 수술을 해오면서 손도 적당하게 풀린 상태였다. 10번째 수술을 연속으로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앞서 스태미너 포션까지 한 병 마신 상태였다.
즉 지금 능연은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축동익 원사가 세팅한 복잡하고 난도 높은 수술 방안을 시행하기에 그야말로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할게요.”
유위신도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체육부 장관을 기다리고 팬을 만나고 가족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한 그는 어찌 됐든 지금 바로 끝내 버리자는 생각이 강렬했다.
그 말에 능연은 그저 손을 휘휘 흔들 뿐이었다.
“가세요.”
미리 대기하고 있던 간병인 두 명은 축 원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위신을 스트레처 카에 싣고 병실을 나갔다. 매니저는 당황해서 펄쩍 뛰었다.
“아니, 이건 안 되지. 안 되는데. 나중에 뭐라고 하라고.”
“두 시간이면 돌아옵니다. 괜찮아요. 이따 봐요.”
능연은 다른 의사들처럼 ‘환자 보호자’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매니저는 더욱 당황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제시어도 튀어나왔다.
- 퀘스트: 두각을 드러낼 것
- 퀘스트 내용: 환자 유위신의 아킬레스건 기능을 최대한 회복시킬 것
- 퀘스트 보상: 아킬레스건 기능이 5% 회복될 때마다 초급 보물 상자 1개 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