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31화 (112/877)

유위신은 옷을 갈아입고 팔찌를 끼고 차가운 몸과 처량한 표정으로 수술 베드에 엎드려 있었다. 그의 시선은 바닥으로 향했다. 수술실 바닥은 그가 참관실 모니터에서 본 대로 파란색이었다.

간호사 두 명이 웃으면서 그의 종아리와 근육에 대해 떠들었고, 질문도 몇 개 던졌다. 그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간단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유위신은 언변이 좋은 편이었다. 기자들도 웃길 줄 알고 TV에 나올 때는 예능감 있는 남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광고주들은 특히 그를 좋아했고, 그의 한마디에 웃음을 터트렸다. 팀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팀과 함께 버스를 타고 움직일 때도 그는 거물 노릇을 하지 않고 먼저 장난치고 농담하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러나 차가운 수술실은 그의 모든 열정을 얼어붙게 했다.

그는 갑자기 부모님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졌다.

아버지는 지금쯤 아마 고향 집에서 공무원인 큰 형 아이를 돌보고 있을 것이고, 어머니는 조금 전에 그의 집에 옷을 챙기러 갔다.

어머니가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이야기나 좀 나누고 수술을 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그럼 긴장이 조금 풀렸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분명 눈물을 보였겠지. 잘못하면 수술 시간 내내 울지도 모르고, 큰형에게 전화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자 친구를 사귀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따듯하고 다정한 여자 친구. 지난번처럼 매번 핸드백을 사러 가는 그런 여자 친구 말고.

갑자기 능연이 비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곡 선생은 안 그런데 말이다. 곡 선생은 사람 마음을 잘 살피는 의사였다. 그였다면 수술 전후의 일들을 차근차근 챙겼으리라. 그가 안심할 수 있도록 어머니도 위로하고. 다만 수술 실력이 그저 그래서 특별히 잘하는 수술이 없는 게 문제였다.

“본인 확인했나요?”

수술실 문이 열리고 능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빛 확인 했습니다. 유위신 본인입니다.”

간호사가 발랄하게 하는 말에 유위신은 내심 그 농담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만 들어 능연과 인사를 나눴다.

“마취.”

능연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다. 유위신이 흠칫한 사이 마취의의 걸음이 들렸고 곧바로 마취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으리, 약 드시지요.”

“젠장.”

유위신은 몇 초 만에 의식을 잃었다. 간호사 두 명은 ‘나으리’라는 말이 웃겼는지 아니면 갑자기 폭발한 유위신이 웃겼는지, 꺄르르륵 웃음을 터트렸고 축동익이 안으로 들어가서야 겨우 웃음을 멈췄다.

“준비 다 됐나?”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축동익은 양손을 가슴에 올리고 집도의 자리를 능연에게 양보한 후 그 곁에 섰다. 그는 형식상으로는 수술 지도였지만, 사실은 수술 감독이었다.

기천록과 연문빈은 각자 좌우에 서서 퍼스트, 세컨 어시를 맡았다. 연구 센터 내부 규정으로 보면 축동익 원사는 이력과 등급을 포기하고 최선의 결과를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능연은 그들을 일일이 확인한 후 준비됐다고 대답했다.

“음, 수술 방안은 자네들도 숙지한 대로일세. 관건은 정확한 경로를 선택해서 신경과 다른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는 걸세. 그리고 최대한 봉합을 강화해서······.”

축동익 원사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말이 쉬워서 그렇지, 모두 지극히 어려운 요구들이었다.

능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모든 수술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완벽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는 수술, 그러니까 바로 직전에 신경 써서 한 수술은 사실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운이 도와야 하는 것도 불가피했다.

다행히 유위신은 집안도 빵빵하고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의 소프트웨어 조건도 충분했다. 그러나 외부의 도움도 거기까지였다. 절개구를 열고 나면, 능연은 완벽을 기해야 하는 새로운 방안을 마주하게 된다.

“시작하세.”

축동익 원사는 시간을 조금 더 주고 모든 이가 침착해지길 기다렸다가 명령을 내렸다. 능연은 손을 휘둘러 종아리 뒤쪽에 족히 14mm는 되는 S형 절개구를 만들었다.

축동익 원사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고함을 지를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기천록은 속으로 부정 출발이냐고 힘껏 소리쳤다. 오로지 연문빈만 침착한 표정으로 모든 것이 손바닥 안에 있는 듯 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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