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일단 수술을 시작하면 극도로 집중한다.
아킬레스건 수술은 평균 수술 시간이 매우 짧다. 지난밤에 5건, 새벽에 한 2건, 총 7건 수술에 사용한 시간도 불과 7시간 안짝이었다.
물론 전체 수술 시간을 따지면 그것보다 더 길다. 수술 전 준비, 수술 후 봉합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그런 부분은 능연이 반드시 참여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 전 마취약을 투여할 때쯤 능연이 수술실에 나타난 것처럼.
그의 작업은 절개구를 여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훅.”
능연은 메스를 내려놓고 기천록과 함께 유위신의 바깥 피부를 잡다 당겼다.
“우리 고향에서 양 잡을 때도 이렇게 해.”
기천록이 갑자기 한마디 던지면서 일상적인 수술실 대화를 시작했다. 능연은 평소에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양 아킬레스건은 얼마나 길어요?”
연문빈이 재빨리 끼어들어 궁금한 듯 물었다.
“모르지. 어쨌든 맛은 없어. 양은 발이 제일 맛없거든. 어이쿠, 아킬레스건이 꽤 기네?”
기천록은 입을 삐죽였다. 능연이 드러난 아킬레스건을 포셉으로 잡았다.
“단면이 말꼬리 상태군.”
축동익은 예상한 대로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근건 파열 중 비교적 안 좋은 유형에 속했다.
“자르겠습니다.”
능연은 말꼬리 모양이 된 근건 파열 부분을 집어서 잠시 뒤적이다가 가위로 싹둑 잘랐다.
축동익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그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일반인의 근건 봉합이라면 말꼬리 상태인 근건 파열 부분을 자를 필요가 없다. 외과 의사들은 근건 파열 부분을 남겨두고 강화 봉합 재료를 사용하는 데 더 익숙했다. 그러나 운동선수 근건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 흩어진 건근은 고강도 트레이닝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즉 경기에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를 수밖에 없다.
“선생님 근육이 3mm는 줄었겠네요.”
할 일을 마친 마취의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호기심에 가득 차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 정도예요. 어쩌면 안 될 수도 있고.”
연문빈이 플레이트를 돌려보고는 대답했다.
“이래도 뛸 수 있어요?”
“수처만 잘하면 문제없지.”
축동익은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가정형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대답에 관해 수술실에 있는 사람도 관심을 표했고 참관실에 있는 관중은 더욱 관심을 보였다.
축동익의 방안은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에서 비밀이 아니여서 선임 레지던트들은 대부분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축동익이 ‘수처만 잘하면’이라고 했을 때 모두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A 방안인가봐.”
“변태스럽다.”
“될까?”
의사 몇 명이 참지 못하고 수군댔다.
“A 방안이 얼마나 변태스러운데요?”
참관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간호사 한 명이 걱정스러운 듯 곁에 있는 주치의에게 물었다. 청춘 발랄한 아가씨의 질문을 거절할 남자는 없다. 주치의는 모쏠 30년짜리 미소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축 원사님 A 방안은 혈액 공급을 유지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견인된 근건 강도를 보장할 수 있으니까.”
“그러고요?”
“그러고? 하하하, 그리고 손발을 꽁꽁 묶어야죠.”
“왜요?”
왜냐고?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주치의는 잠시 고민했다.
“음, 이렇게 설명하죠. 아킬레스건 안쪽 혈액 공급은 후경골 동맥에서 합니다. 거기서 3, 4개 관통 동맥으로 나뉘는데 육안으로는 거의 안 보여요. 아킬레스건 바깥쪽 혈관도 비슷해요. 비골 동맥에서 오는 게 달라요. 어쨌든 그걸 다 피해가야 합니다.”
“혈관 8개를 다요?”
“무수한 작은 동맥이랑 줄기도 있죠. 축 원사님은 그것도 물론 피해가길 바라시고요. 아킬레스건 주변의 혈관망을 지키기 위해서요. 혈관은 아킬레스건에 영양을 공급하죠. 혈관망을 지키면 아킬레스건에 영양 공급량이 커져서 빨리 회복합니다. 개방성 외과 수술이지만 나중엔 최소 절개술 효과를 보는 거죠.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실현하는 건, 기본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죠. 하하하.”
“좋은 생각 정도가 아니잖습니까. 거의 이상주의잖아요.”
다른 레지던트 하나가 감정 이입해서 말했다.
102kg 레지던트가 꿀꺽꿀꺽 생수를 마시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상이 있다는 건 좋은 거잖아. 축 원사님도 방안이 어렵다는 걸 아시고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까지 미뤘지.”
“10년 뒤라도 무리야. 모든 혈관망을 피한다는 게 가능해? 불가능해. 다빈치 같은 기계가 모든 혈관망을 표시한다고 해도 절단은 해야 하잖아. 사람마다 혈관 위치가 다 다른데 그게 쉽겠냐고.”
“내 기억엔 그래서 방안 A에 마지막에 혈관망 회복해야 하는 거로 되어 있었어. 실수로 절개한 혈관이 너무 많으면 혈관망 봉합하는 거지?”
“돌았냐?”
주치의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방안 자체에 이견이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주치의는 방안의 무서운 점과 작용을 잘 알고 있었다.
혈관망이란 정말로 미세하고 촘촘한 그물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이론상, 작은 혈관은 모두 대상능력(代償能力)이 있다. 그러니까 잘려도 시간이 흐르면 신체가 알아서 혈관을 배치해서 새로 이어붙인다.
그런데 하필이면 축 원사는 그런 대상(代償) 작용이 너무 느려서 운동선수의 회복 속도와 회복 퀄리티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아킬레스건은 인체에 혈액 공급이 가장 떨어지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 위치에서 파괴성 개방 수술을 진행하면서 빠른 회복, 퀄리티 높은 회복을 바란다는 건 그야말로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찾는 일이었다.
일반인에게 자주 쓰는 최소 절개구 수술 효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최소 절개구 수술은 아킬레스건 주변의 조직을 최대한 남기기 때문에 회복이 빠를 뿐 아니라 퀄리티도 좋았다. 그런데 최소 절개구 수술은 아킬레스건 고강도 봉합 효과를 낼 수 없었다. 그러니까, 축동익 원사의 방안은 한마디로 개방성 최소 절개구 수술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론 기초가 불완전하고 설비 기계도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과 의사 본인의 기술 수준에 기대서 목적을 달성한다. 축동익은 오래전에 이런 사고 모드를 시도한 바가 있고, 실패한 때도 성공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성공이든 실패든, 방안의 난도는 뚜렷이 알 수 있었다. 주치의들이 코웃음 친 것도 사실 바로 그들이 방안의 난도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연구 센터의 외과 의사들은 평소에 성적이 아주 좋은 학생이 자신만만하게 올림피아드 수학 경시 수준의 모의고사에 참가했다가 완벽하게 두들겨 맞았는데, 갑자기 전학생 하나가 교실 뒤에서 올림피아드 수학 경시 문제를 슥슥 풀고 있는 걸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전문적으로 아킬레스건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올림피아드 수학 경시 대회로 밥 먹고 살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 의사들은 수치심과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102kg 레지던트는 실력과 끈기를 갖춘 남자였고, 물만 마셔도 살찌는 것 말고는 약점도 없었다.
그곳에 있는 의사는 대부분 완벽하게 두들겨 맞은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 의사는 약자가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기적을 만들어낼 의과 의사가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의사는 세계적으로도 얼마 없다. 그리고 대부분 의사는 아예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현미경.”
능연은 엄격하게 방안을 준수하며 나중에 봉합할 때 혈관을 많이 끊어뜨리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아킬레스건을 분리했다.
그건 진지하고 치밀한 작업이지만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몰랐다. 그러나 능연은 이왕 축동익의 방안을 믿었으니, 최대한 완벽하게 완성하려고 했다. 자질구레하고 번잡한 작업은 보는 사람이 다 답답할 정도였으나 능연은 끽소리 없이 묵묵히 손을 놀렸다.
한 번에 한 포인트, 또 한 번에 한 포인트 그렇게 서서히 작업량을 누적해나갔다.
능연이 진짜로 아킬레스건을 봉합할 때도 팝콘을 먹으며 지켜보던 의사들은 심지어 깨닫지도 못했다.
“아킬레스건 강화 봉합 끝입니다.”
능연은 노련하기 짝이 없는 동작으로 다른 사람이라면 한참을 건드려야 하는 아킬레스건을 몇 분 만에 한데 모았다. 이번 수술의 핵심은 아킬레스건 봉합이지만, 수술의 난도는 혈관망 재건에 있었다.
“정말 복잡하네.”
현미경 안을 들여다보며 기천록이 중얼거렸다. 혈관망이 잘 안 보여 머릿속엔 소송 걱정만 가득해졌다.
아킬레스건 파열로 손상된 혈관, 외상으로 절단된 혈관, 아킬레스건을 당기다가 파열된 혈관 등으로 시야는 온통 시뻘겠다. 흡사 아차, 하는 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마는 도미노 같았다.
혈관망 회복은 최소 작업량으로 도미노를 쓸 만하게 재건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 작업은 단지 이식보다 훨씬 힘든 작업이었고, 게다가 성공할 수 있을지조차 모를 일이었다.
“시작합니다.”
능연은 여전히 현미경을 제대로 놓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본 기천록은 퍼스트 어시 역할을 제대로 해서 능연에게 협조하기로 결정 내리고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참관실에서 한 시간 넘게 수술을 지켜보던 의사 중에 하품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능연을 바라보는 표정은 모르는 사이 변화가 생겼다. 혈관망 보수에 직접 나서는 건 둘째 치고 그 복잡한 광경을 보는 것만 해도 어질거렸다. 게다가 능연은 단순히 혈관망을 복구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반드시 혈관망을 재건해서 바로 전력을 발휘하게 하면서, 자가 치유하고 성장할 공간도 주어야 했다.
참관실에 있는 외과 의사들은 별안간 그들이 받은 올림피아드 수학 경시 문제에도 등급이 나누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혈관 봉합은 능연에게는 익숙한 작업이었다.
운화 병원에 막 들어갔을 때 수련교육부에서 쥐꼬리 봉합으로 으름장을 놨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신병과 특수부대원을 맞붙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혈관망 봉합은 여전히 정상 수준을 넘어선 고난도 도전이었다.
족부 혈관은 수부 혈관보다 굵다고 해도 그건 동정맥이고, 후경골 동맥 혹은 비골 동맥에서 갈라져 나온 관통 동맥은 그렇게까지 굵지 않아서 손가락 동맥보다 얇은 것도 있다.
물론 실제 난도는 단지 봉합이 더 높다. 단지 봉합은 혈관 봉합이 중요해서 퀄리티 낮은 봉합으로는 잘못하면 혈전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아킬레스건 주위 혈관망은 그렇게까지는 아니다. 축동익 원사의 A 방안도 그저 혈관망 재건이 필요할 뿐이었다. 아킬레스건 안쪽에 관통 동맥이 세네 가닥 있고, 바깥쪽에도 있다. 축동익 원사는 각각 두 가닥, 적어도 한 가닥은 확보하길 바랐다. 일정한 작은 혈관만 보장하면 기본 조건은 만족한 셈이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능연이 혈관 봉합을 하나둘 실패한다고 해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진 않으며 적어도 아킬레스건 봉합 실패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실험성 수술은 성공하면 할 말이 많지만, 실패하면 해명할 방법이 없다.
축동익은 능연보다 훨씬 긴장하여 조용히 그의 동작을 주시했다. 능연은 손목을 부드럽게 사용하며 손가락을 현미경 아래서 날렵하게 놀리면서 슥슥 움직이면 바로 혈관 하나를 꿰매고 다른 혈관을 꺼내 또 슉슉 꿰맸다.
기천록은 바삐 움직이면서 도왔고, 세컨 어시 연문빈도 식염수를 부어 혈관을 적셨다가, 거즈를 댔다가, 석션 했다가 하며 캠핑 가서 고기 굽는 것보다 더 바쁘게 수술대 주변을 뛰어다녔다.
사람들은 모두 눈썹을 치켜들고 전쟁터에서 혈전을 벌이는 듯, 밤을 새워 숙제하는 듯 고통스러워했다.
오로지 능연만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 없이, 속으로는 날아오를 듯 통쾌해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거물의 혈관을 봉합하는 것이란 말이다! 얼마나 짜릿할까.
단지 이식이었다면 조심스럽게 데브리망 하고 뼈를 고정하고 근건 봉합하고 난 다음에야 결정적인 혈관 두세 가닥을 만질 기회가 있다. 다 하고 나면 신경을 봉합하고 꿰맨 가죽을 다른 동물에게 던져준다.
능연은 이제 데브리망엔 별 재미를 못 느꼈다. 뼈 고정은 목공일 같았고, 근건 봉합은 굴근건이라면 그나마 재미있었지만 일반 근건은 특별할 것도 없었다. 나머지는 혈관과 신경인데 그건 단지 이식 중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그랬던 그가 오늘은 어떤 상황에 있는가 하면, 커다란 혈관망 그것도 가늘고 작은 다루기 힘든 혈관망을 마주하고 있었다. 능연이 얼마나 신이 났을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연습실의 실험용 쥐의 꼬리가 아니다. 어쩌면 초짜는 실험용 쥐의 꼬리를 한 번 봉합하는 것만으로도 신날지 모른다. 그런데 능연은 이미 옛날에 그런 초짜 단계를 지났다.
살아 있는 거물을 꿰맬 수 있고, 퍼스트, 세컨 어시까지 있다. 스크럽 간호사가 기구를 건네고 순회 간호사가 봉합을 돕는 그런 상황은 홀로 외롭게 연습실에 앉아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더 얇은 실로 바꿉니다.”
신난 능연은 단숨에 관통 동맥 세 가닥을 봉합했고, 더 얇은 4번째 동맥을 앞두고 아예 실을 바꿔 버렸다. 그러자 지켜보던 축동익이 어쩔 수 없이 끼어들었다.
“균형에 주의해야 하네.”
그 말은 혈관망 전체를 재건 봉합하는 건 불가능하니, 중요한 혈관을 골라서 그럭저럭 쓸 만한 혈관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능연은 축동익이 명령을 내린 이유를 이해했다.
“예비 통로를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설명했다. 평범한 장군과 달리, 최상의 컨디션인 능연은 주요 공급선을 복구할 뿐 아니라 하나 더 만들려고 했다.
“시간 안에 할 수 있겠나?”
축동익은 조금 가벼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시계를 봤다.
일반적인 아킬레스건 수술은 한두 시간 걸리고 수술대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길면 두 시간, 짧으면 3, 40분 걸린다.
축동익의 A 방안은 그보다 훨씬 복잡했기에 그는 집도의에게 4시간을 내주었다. 그냥 막 던진 시간이 아니라 아킬레스건 노출 정도 등을 고려해서 만들어낸 ‘균형’ 시간이었다. 시간이 너무 짧으면 집도의가 수술을 시간 안에 끝낼 수 없고, 너무 길면 수술 효과가 떨어진다.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축동익은 더 효과적인 회복을 위해서 3시간 안에 수술이 끝나길 바라고 있었다. 능연의 진도로 보면 기대할 만했고, 예비 통로 하나를 더 만든다고 해도 지금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가능한 얘기였다.
수술이 너무 일찍 끝난다고 해서 큰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축동익도 그의 말대로 혈관 몇 개를 더 꿰매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능연도 이제 축동익의 방안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온몸이 짜릿해서 멈추고 싶지 않은 기분으로 현미경을 주시했다.
“작은 혈관을 많이 절단하지 않아서 혈관망 30, 40% 정도는 복구될 가능성 있습니다. 많이 복구될수록 좋은 거 맞죠?”
“물론일세. 하지만 퀄리티도 유지해야 하네. 마비 위험은 아직 있으니까 말일세. 혈관이 뚫려야 성공한 거야.”
혈관이 많이 복구될수록 아킬레스건 회복 과정에 더 많은 영양분을 얻을 수 있다.
최소 절개 수술 환자가 어째서 빨리 퇴원해서 재활을 시도할 수 있는가 하면 바로 아킬레스건 주변 혈관이 여전히 존재해서 잘 꿰매고 점착 문제만 해결하면 처음처럼 회복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킬레스건 강도를 보장하기 위해 진행하는 개방식 수술은 그런 장점이 없다. 특히 아킬레스건 뒤쪽 정중앙 절개구로 들어가는 입구로 아킬레스건 재건 수술을 하면 합병증은 아킬레스건 정중앙 부위 절개구보다 높다.
그런데 축동익의 방안은 봉합된 혈관이 일정 퀄리티가 있어야 작용을 발휘할 수 있다. 단지 이식 혈관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퀄리티는 되어야 한다.
축동익의 A 방안은 애초에 유위신의 아킬레스건 봉합을 아킬레스건 봉합 플러스 혈관 이식으로 해내야 해서 난도가 10배는 넘게 올라간다. 그러니 퀄리티 보장은 더욱 어려워진다.
축동익은 젊은 능연이 다급해하거나 집중도를 잃을까 걱정이었다. 그건 젊은 사람들에게 자주 보이는 결점이었고, 그런 경솔함과 조급함은 혈관 봉합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능연은 축동익의 걱정과는 달리 ‘퀄리티 보장’이라고 중얼거리며 안정적으로 혈관을 봉합했다.
기천록도 고개를 들고 능 선생이라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너무 우리 수술을 의식하다 보니 내 걱정이 과했네.”
축동익도 깨달은 듯 다급하게 덧붙였다.
연구 센터 대장, 절대권력 축동익 원사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참관실 안에 있던 의사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건 뭐, 진짜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거잖아. 주임님, 너무 편해 보이게 구시는 거 아냐.”
곡 선생도 복잡한 심경을 누르지 못하고 툴툴거렸다.
“그러니까요, 저런 말투는 처음이에요.”
“야야야, 함부로 말하지 마. 축 원사님이 뭐라고 그랬다고 그래.”
“뭐라고 하기는, 보고도 모르겠냐. 방안은 축 원사님이 짠 거라고. 이건 지도 수술이야, 능연은 집도의일 뿐이고.”
“능연이 집도의일 뿐이라고? 뿐이라고 해도 되냐?”
101.5킬로 레지던트가 생수를 끌어안고 멍청하게 웃는 얼굴로 끼어들었다. 그러자 감정적으로 나오던 의사 몇 명이 현명하게 입을 다물었다.
다 같은 의사끼리 잘난 척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같은 진료과 같은 전공끼리는 더욱 그렇고. 외부인 앞에서라면 다들 할 말이 있을지 몰라도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누구나 각자의 위치를 똑똑히 알고 있었다.
능연이 맡은 집도의 자리는 한마디로 연구 센터에서 자리를 내준 셈이다. 다시 말하면 연구 센터에서 도저히 할 사람이 없어서 능연이 서포트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나저러나 능연은 지금 가장 높은 위치를 점령하고 있었다.
101.5킬로 레지던트는 상대를 헐뜯고 싶지 않았다. 그 역시 상대방의 막강함이 두려웠지만, 그래도 자신과 상대의 거리를 직시하려고 했다. 능연의 기술은 확실히 막강하고, 재능도 있다. 어쩌면 국내 일류 외과 의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사는 계속해서 성장한다.
101.5킬로 레지던트는 이미 자신의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폐관 수련에 들어가 최단 기간에 능연을 따라잡을 생각이었다. 그때가 되면 반드시 능연을 이길 기회를 만들리라. 그런 다음 순종 잉글리시롭 한 쌍을 데리고 효운을 찾아가리라.
거기까지 생각한 101.5킬로 레지던트는 흥분해서 생수 한 통을 몽땅 비운 다음 102킬로 거구가 아니면 낼 수 없는 소리로 편안하게 트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