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은 점점 안정을 찾았다.
능연은 열정이 가득한 마음이었지만 표정은 냉정하게 혈관을 걸고 한 가닥씩 견인해서 봉합했다. 그는 머릿속으로 혈관망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손으로 시행해나갔다. 어쩐지 혼자서 도시 하나를 세우는 느낌이 들었다.
아킬레스건 주변 혈관이 대체 어떤지, 일정한 규칙이 있는지에 관한 현대 의학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현대 의학으로 인체를 거의 완벽하게 연구해냈다고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 달리 외과 의사가 얻는 대부분 정보는 혼돈이었다.
예를 들어 후경골 동맥에서 뻗어 나온 관통 동맥은 대체 세 가닥인지 네 가닥인지. 해부학에서는 세 가닥인 사람도 있고, 네 가닥인 사람도 있다고 한다. 왜, 어떤 규칙이 있는가, 모두 확실하지 않다. 위치는 어디, 규칙은 있는지, 역시 모두 확실하지 않다. 다른 기능이 있는지, 다리와 발하고 어떻게 관련되어 다른 인체 조직에 영향을 주는지?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축동익 원사의 방안이 만약 성공해서 논문으로 발표된다면, 임상 의학 방식으로 아킬레스건 주위 혈관망을 해석하고 혈관망의 중요성을 설명하게 된다.
실패하게 되면, 뭐 할 말이 없다.
방안 세팅에 참여했던 기천록도 열정적으로 능연을 도와 실을 당기고 브릿지를 세웠다. 그는 능연이 부서진 혈관을 하나씩 연결하는 것을 보고 얼굴에 저절로 미소를 드러냈다.
일정 수준의 혈관망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방안의 핵심이었다. 그건 집도의의 속도와 정확도에 달려 있었다.
수술 전에 기천록이 신경 써서 살폈는데 그들의 조건에 맞는 외과 의사는 모두 엄청나게 유명한 의사뿐이었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들은 지방 병원에서 왕놀이 하는 원숭이형 집도의가 아니라 빠르고 대단하고 정확한 의사를 바랐다. 적어도 정상급 병원의 정상급 의사 말이다.
요즘 같은 시대는 젊은 의사는 20대부터 테크놀로지 트리에 오르기 시작해서 40대가 되어야 두각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중요한 수술을 집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돈벌이가 되는 40대 실력 있는 의사 중에 빠르고 대단하고 정확한 의사라면 유명하지 않을 리가 없다.
외국 병원은 오히려 국내보다 훨씬 심했다. 그들의 병원 생태계는 완전히 마켓화되어 있다. 아무도 의사에게 이거 배워라, 여기 가서 연수해라 하지 않는다. 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의사는 새벽 2시에 집에 돌아가서도 연습을 하는 이거나, 초특급 천부적 재능을 가진 천재이다.
기천록도 국제회의를 통해 국제 유명 병원에서 천재급 외과 의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대단하신 의사님들은 축동익 원사의 방안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글로벌 수준의 외과 의사나 스포츠 의학 외과 의사는 일년 내내 전 세계 각국에서 수술한다. 그들은 중국에서 수술하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지만, 빡빡한 스케줄에 돈도 많이 벌어서 딱히 지도 수술에 참여할 의지가 없었다.
현대 의학의 한계가 무언지 말할 필요도 없이, 외과 의사는 자신이 환자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지만 보면 된다. 안 되는데 수술을 강행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천록은 축동익 원사를 설득해서 방안을 수정하려고 했었다. 그들은 확실히 B 방안과 C 방안도 준비해 두긴 했다. 그러나 A 방안의 가치가 가장 컸다.
능연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기천록은 별안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의학 연구는 의학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지만, 현실 상황에서는 의학 연구든 임상 의학이든 모두 실시하는 사람이 결정할 문제였다.
실력이 높은 외과의는 단순한 의학 연구자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낀다.
“여기만 이으면 통로 하나 완성입니다.”
능연의 목소리에 기천록이 생각을 멈추었다.
“다 됐다고?”
기천록이 놀라서 물었다.
“두 개 중에 첫 번째는요. 이제 두 번째 봉합합니다.”
능연은 변함없이 현미경에 찰싹 달라붙어서 손을 놀리면서 안정된 목소리로 포셉을 요구했다. 그러곤 단단히 봉합한 혈관을 살며시 집었다.
인간의 혈관은 매우 취약해서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혈관은 기본적으로 심장 부분의 주동맥 몇 가닥, 그러니까 소로 치면 황훠우로 쓰이는 부분뿐이었다.
수부, 족부 외과에서 혈관 집는 연습은 언제나 숙제였다. 제대로 잡는 게 가장 큰 문제일 정도로, 혈관이 다치면 안 되는 건 당연했다. 사람마다 굵기가 다른 혈관을 어떤 힘으로 집어야 할지는 오로지 감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감’은 경험에서 오기도 하고 이론에서 오기도 한다. 맨눈으로 봐서 별다른 점이 없는 혈관이라도 동맥 경화가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세게 잡아도 된다. 그리고 세게 잡아야 하고. 아니면 바늘로 찔러도 터지지 않는 상황이 된다.
결론적으로 의사는 보통 수술할 때 조심스럽게 시도할 수밖에 없다. 상당한 수준에 오른 의사나 되어야 덥석덥석 과감하게 행동한다. 그 배경에 수백에서 천에 이르는 수술 경험이 있어서 가능한 얘기였다.
능연은 좀 전에 했던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심스럽게 혈관 두 가닥을 하나로 봉합했다. 그는 그 부분을 끝내고 기구를 내려놓고 곧바로 일어났다.
“응?”
“잠시 좀 쉬려고요. 우선 통로 검사 한 번 해주세요.”
기천록이 멍하니 바라보자 능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오랜만에 퍼스트 어시를 하는 기천록은 그가 하도 당연하게 굴자 얼떨결에 고개를 숙여 혈관을 체크하다가 문득 ‘나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 쉬어도 되냐?’
능연은 수술복과 장갑을 벗고는 제 목을 눌러 마사지하면서 손을 씻으러 나갔다.
수술 장갑은 그렇게 오래 쓸 수 없어서 보통 3시간 정도 수술하다 보면 장갑의 물리 성질에 변화가 온다. 즉 딱 달라붙지 않고 파손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심장 수술을 3시간 하면 장갑에 구멍이 날 확률이 30%, 5시간 하면 65%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그밖에도 의사 손에 세균이 끊임없이 쌓이는 데다 시간이 길어지면 더 심하게 쌓인다. 그래서 병원들은 의사와 어시가 수술 시간 4시간을 초과하면 장갑을 바꿀 것을 권장하지만, 학계에서는 1.5시간이면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능연은 전에는 그쪽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한마디로 몰랐었다. 요즘에 비교적 한가해져서 논문도 많이 읽다 보니 그쪽도 신경 쓰게 되었다.
그날 수술 총 시간을 고려한 능연은 지금 장갑을 바꾸면서 잠시 쉬기로 했다. 혈관 봉합은 짜릿했지만, 체력과 집중도 그만큼 심하게 소모됐다.
기천록은 혈관을 하나하나 진지하게 검사했다. 집도의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부분을 체크하는 것이 바로 퍼스트 어시의 역할이었다. 집도의가 놓친 걸 집어낼 수 있는 퍼스트 어시라면 집도의에게 인정받은 셈이라 기뻐할 만한 일이다.
기천록은 기쁘진 않았지만, 감탄은 했다. 검사만 해도 지칠 정도인데 봉합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본인은 골관절 출신이라 혈관 봉합 경험이 많지는 않았다. 하여 검사하면서 그제야 복잡한 작업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능연은 단순한 순환 통로를 만든 게 아니라 혈관이 불완전하게 봉합됐을 상황까지 고려했다. 설사 그가 혈관을 불완전하게 봉합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하더라도 봉합 포인트가 이렇게 많은 걸 고려하면 순환 통로 하나로는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수많은 봉합 포인트 중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통로 전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즉, 봉합 난도가 단지 이식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뜻이었다.
단지 이식 경험이 많은 능연은 그런 통로에 제한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입체 교차 시스템 같은 통로를 만들었다. 단순히 예비 통로를 만드는 것도 의미 없었다. 회복기에 넘어지거나 부딪히거나 삐끗하거나 하는 상해를 입을 수 있고 예비 통로까지 파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종횡 교차하면서 혈관 통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능연의 설계 포인트였다. 그렇게 되면 봉합은 더욱 어려워지겠지만 현재 방안이 갖추지 못한 안정성을 재현하게 된다.
검사하다가 목이 다 아파졌던 기천록은 능연이 돌아오자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혈관 봉합은 문제없어. 첫 번째 통로의 안정성은 충분해.”
예비 통로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속내가 포함된 말이었다. 능연은 이렇다저렇다 말도 없이 수술복으로 다시 갈아입고 새 장갑을 꼈다.
“일단 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현미경 아래로 돌아갔다. 능연은 후경골 동맥을 집고 있는 집게를 살며시 놓았다. 혈액은 원활하게 통과했으며 피도 스며 나오지 않았다.
- 퀘스트 ‘두각을 드러낼 것’: 완성도 75%
75% 완성도란 유위신의 아킬레스건 기능이 대략 75%까지 회복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침입성(侵入性) 수술에서 이런 회복률은 매우 좋은 편이었다. 게다가 후반에 재활과 훈련을 잘만 하면 어느 정도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75% 아킬레스건은 세계급 대회에 나가기에는 분명 부족했다. 지금 수술은 잘됐지만, 기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예비 통로 만듭니다.”
능연은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능 선생, 이 통로면 충분한 것 같은데? 계획보다 일찍 수술을 끝내서 수술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이점이 있을 거야.”
기천록이 완곡하게 권했다. 그가 보기에 통로 하나면 쓸 만할 뿐만 아니라 능연이 봉합해놓은 상태로 봐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수술을 끝내면 수술 시간도 짧고 효과도 좋을 것이라 그야말로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능연이 말하는 예비 통로 건설은 기천록 눈엔 과잉 진료 혐의가 있었다.
시스템이 완성도를 제시하지 않았으면 아마 능연도 망설였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두 번째 통로를 더 만든다고 유위신의 아킬레스건 기능이 반드시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었다.
축동익 원사가 세팅한 방안 자체가 선례가 없는 실험성 방안이었다. 심지어 첫 번째 통로도 쓸모가 있을지 없을지 지금은 아무도 몰랐다. 앞으로 유위신이 회복된 후에야 그 효용성을 알게 될 것이다.
방안의 임상 가치를 진정으로 판단하려면 앞으로 비슷한 수술을 몇 번 더 한 후 정규 수술과 비교해 봐야 했다. 그러나 해당 방안은 일반인 대상이 아니고 회복 시간, 아킬레스건에 특별한 요구가 있는 운동선수, 아니면 군인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여야만 했기에 데이터를 쌓고 싶어도 시간이 필요했다.
나중에 해당 방안의 가치가 정말로 증명된다면, 블루 컬러 노동자 혹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수혜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그들은 건강과 경제면의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못한다. 실험성 수술 방안은 수술 증빙도 안 되고 의료 보험도 안 된다. 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후속 리스크도 문제였다. 유위신은 앞으로 몇 년 뒤 다시는 뛰거나 달리지 못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끌어안고 있었다. 일반인은 굳이 그런 리스크를 지금 감당할 필요 없이 몇 년 더 기다렸다가 결과를 보고 선택해도 된다.
“우리가 봉합한 혈관의 혈액 공급 능력은 손가락 두 개의 혈액 공급 능력에 해당하는데, 정말로 충분할까요?”
능연은 토론하는 말투로 물었다. 아킬레스건 기능의 75% 이상 회복을 위해 혈관을 더 많이 봉합하는 게 유일한 방법은 아니었다.
이론상으로는 계속해서 아킬레스건 강도를 강화해도 되고, 뼈와 주변 근육 문제를 고려해도 된다. 그밖에도 감염 가능성도 있고, 점착은 언제나 근건 봉합의 큰 문제점이었다. 심지어 유위신 DNA도 문제될 수 있다. 침입성 외과 수술을 받고 회복이 더 잘되는 사람도 있고 더 안 되는 사람도 있다. 혈우병 DNA가 있는 사람은 외과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다만 능연은 혈액 공급 능력 문제에 더 기울었다. 그는 충동익의 방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그 방안을 기초로, 그가 조금 전에 봉합한 통로가 연결하는 혈액 공급망은 충분한 영양을 제공하지 못한다. 어느 정도 회복하기엔 충분하지만, 기적 같은 회복은 역부족이었다.
군대에 필요한 보급 물자와 마찬가지였다. 소량의 보급품으로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방어하고 진공하려면 그에 마땅한 큰 물량의 보급품이 필요하다.
말문이 막힌 기천록은 얼굴을 찌푸린 채 잠시 고민했다.
“우리 경험으로 봐서, 혈액 공급량은 지금까지 수준을 크게 뛰어넘었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지금까지 아킬레스건 파열 환자는 혈액 공급을 크게 관심 두지 않았잖습니까? 단순히 상처 상태와 상처 부위 상황이 좋아서 회복 정도가 좋은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요?”
능연은 전부터 고민하던 문제를 입에 올렸다.
“음, 그것도 그렇군. 하지만 봉합을 계속하려면 90분은 더 걸리지 않나? 환자에게 플러스 될까? 3, 4시간 개방성 수술만으로도 보통 수술이 아니라고.”
능연이 제시한 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기천록은 다른 문제도 던졌다.
상처 부위가 열린 상태로 있으면 있을수록 합병증이 나타날 확률도 높아진다. 단거리 선수에게 장기간 부기와 염증은 모두 크나큰 골칫거리였다. 기천록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혈액 공급은 누가 뭐래도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합병증 문제는 나중에 약물로 처리하면 됩니다. 그런데 나중에 혈액 공급 부족을 보완할 방법이 있습니까?”
능연은 전에 단지 이식을 해왔으니 혈액 순환에 집착하는 것도 당연했고, 계속 고민해오던 것도 있어서 단호하게 말했다.
“혈액 공급이 이 방안의 핵심이네. 수술 계속하게.”
기천록이 미처 다시 말하기 전에 축동익이 곧바로 나섰다.
오늘 수술에서 집도의는 두 번째 서열이고 마지막 결정권은 축동익 원사 손에 있었다. 그가 계속하라고 하니 기천록도 뭐라고 더 말하기 껄끄러워졌다.
“나도 장갑 좀 바꾸고 올게.”
“네. 연 선생님도 새것 끼세요. 우선 혼자 하겠습니다.”
잠시 멈췄던 능연은 바로 현미경 앞으로 가서 앉아 간호사에게 땀을 닦으라고 지시했다. 회색 토끼 모자를 쓴 스크럽 간호사는 핀셋으로 거즈를 들고 능연의 이마를 가볍게 스친 후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땀은 별로 안 나는데 머리카락이 붙었네요. 그래서 간지러운 걸 거예요. 잠시만요.”
간호사는 거즈를 내려놓고 핀셋을 바꾼 다음 능연에게 다가가 발꿈치를 들고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집었다.
“다른 덴 없나 좀 볼게요.”
머리카락 같은 건 골칫거리였다. 능연은 순순히 선 채로 간호사가 제 얼굴을 훑는 대로 내버려 뒀다. 간호사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졌다.
참관실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모두 웃는 얼굴로 지켜봤다. 모든 이의 관심이 유위신에서 능연으로 옮겨갔다.
“능 선생이 저렇게 고집스러울 줄은 몰랐네.”
“기 주임님하고 다투다니요. 자신 있어서 저러는 거겠죠?”
“무슨 자신? 젊은 거?”
“젊은 거라니. 축 원사님이 동의하는 거 못 봤어? 누가 봐도 능 선생을 지지하는 거였잖아.”
“지지하고 안 하고 문제가 아니지. 능 선생이 두 번째 통로 만드는 거 다들 못 봤어? 저거야말로 무서운 거라고.”
기술 이야기가 나오자 의사들은 다들 흥분하면서도 말문이 막혀 버렸다.
“하아, 나였다면 통로 하나 하는 데도 하루 종일 걸렸겠지.”
레지던트 하나가 자신을 예로 들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저는 내일 밤이요.”
“난 기절해도 다 못 끝낼걸.”
다들 한마디씩 난리가 났다.
현미경 수술은 힘들기로 유명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수술 방안을 배는 복잡하게 하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땀.”
모니터에서 능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체력도 보통 소모된 게 아닌 듯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배어 나왔다. 회색 토끼 모자를 쓴 간호사가 다시 거즈로 능연의 노란 토끼 모자 아래를 닦았다.
수술은 계속 진행되었고. 초짜 의사들의 토론도 계속됐다.
“땀.”
능연의 목소리에 다소 피로감이 느껴졌다.
회색 토끼 모자를 쓴 간호사는 변함없이 쌩쌩했다.
102킬로 거구 레지던트가 꽉 쥐고 있던 반쯤 비운 생수통을 한 모금 마시려는 참에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 나는 그런 행운이 없지. 내 차례는 죽어도 안 올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