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바이탈 어떻습니까?”
수술하던 능연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바라봤다.
퀘스트 완성도가 떨어지는 걸 발견하고 물은 것이다. 두 번째 통로 재건이 2/3까지 진행되었을 때 퀘스트 완성도가 75%에서 74%, 73%, 72%로 계속 떨어지는 걸 발견했다.
매우 빠르게 갖가지 원인을 떠올렸지만, 입증하는 건 쉽지 않았다.
마취의는 바른 자세로 모니터 앞에 앉아서 무료함에 졸고 있다가 갑자기 놀라서 두려운 듯 모니터를 바라보고는 펄쩍 일어났다.
“모두 정상입니다.”
마취의의 심박이 그제야 180에서 서서히 떨어지면서 곧바로 식은땀을 흘리며 어이없어했다.
일반적으로 수술에서 집도의가 마취의에게 바이탈을 묻는 건 정상이었다. 하지만 능연은 일반적인 집도의가 아니었다. 지난 몇 번의 수술 동안 능연은 모두 직접 모니터를 보며 상황을 판단해왔다. 그런 그가 갑자기 바이탈을 물었고, 축동익 원사까지 곁에 있자 마취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모니터의 수치는 분명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마취의는 겨우 평정을 찾으며 억울한 듯 능연을 힐끔 보고는 유위신의 머리를 슬쩍 만졌다.
“선생님 아무 탈 없이 멀쩡하기만 한데요.”
능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예 손을 내려놓고 모니터 앞에 와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마취의는 도전장을 받은 것처럼 덩달아 유심히 체크했다.
“환자 바이탈, 모든 게 정상입니다.”
“네. 그러네요.”
능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 무슨 일인가?”
살짝 피곤해 보이는 축동익도 다가와 팔짱을 끼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느낌이 안 좋습니다.”
능연의 말에 축동익은 잠시 머뭇거렸다. 수술을 끝내는 게 어떠냐고 물으려다가, 참관실에서 보고 있는 의사들을 생각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 순간 그는 문득 수술실 카메라가 언짢아졌다.
블랙박스 상태의 수술실엔 각종 문제가 있고, 모든 과정을 찍는 수술실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자신감이 넘치는 외과 의사들은 다른 사람이 관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기천록은 고개를 돌려 이제 어쩔 거냐고 물었다. 그만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태도는 명확했다.
능연은 심사숙고에 빠졌다.
압박을 받으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외과 의사의 일이었다.
지금 수술을 중단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아킬레스건 회복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70% 아킬레스건으로 고강도 훈련은 할 수 없어도 다른 일상 생활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혹은 다른 방안으로 바꿀 수도 있다. 축동익 방안 중에 방안 B와 방안 C 모두 치중하는 다른 방향성이 있었다.
“계속합니다.”
집도의 자리로 돌아온 능연은 혈관망 재건을 계속 진행했다. 그랜드마스터급 아킬레스건 수술에, 그랜드마스터급 단지 이식 그리고 수백 건 단지 이식 수술 경험이 계속해서 ‘혈액 공급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현장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능연은 이론을 굳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환자에게 필요한 건 보수적인 방안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방안 B나 C가 더 좋은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지도 않은 지금, 방안을 변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능연은 퀘스트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혈관 문합을 진행했다. 40분 후, 퀘스트 완성도가 벌써 55%까지 떨어졌다. 그 수치는 유위신의 아킬레스건 회복도가 55%밖에 안 된다는 뜻이었다. 고강도 훈련과 시합은 둘째 치고 일상생활도 가까스로 하고 뛰거나 달리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골관절 & 스포츠 의학 센터 타이틀 아래 그런 수치로 마무리할 수는 없었다.
능연은 목을 치켜들고 살짝 움직였다.
“다시 체크 하겠습니다.”
기천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능연을 힐끔 보고는 그의 말대로 검사하기 시작했다.
“문제없을 거야.”
대략 10분 후, 기천록이 대답하자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봉합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정보는 그냥 참고용일 뿐이었다. 문제가 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수술 중 판단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수술 시간을 고작 두 시간 정도 연장한다고 해서 완성도가 대폭 떨어지지는 않으리라. 아마도 지금 세우고 있는 예비 통로가 환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유일한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된다. 수술로 혈관을 재건하지 않더라도 수술 후 시간이 흐르면 인체 스스로 혈관 재건 작업을 완성할 것이다. 한마디로 혈관 재건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니 굳이 답을 내보자면, 차라리 아직 미완성된 예비 통로가 환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했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능연은 압박감 속에 현미경 수술을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능연의 저기압이 저절로 연문빈에게 전염됐고, 이어서 기천록에게 또 축동익에게 전염됐다.
다들 능연을 인정하는 만큼, 그토록 진지한 모습에서 상황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짐작했다. 기기와 맨눈으로는 변화를 느낄 수 없지만 말이다.
연문빈은 묵묵히 훅을 잡았고, 기천록도 말수가 줄었고, 축동익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팔짱을 끼고 있었다.
능연은 시스템 완성도의 영향으로 봉합 속도를 더욱 올렸다. 참관실의 의사들은 수술실의 저기압을 느끼진 못했지만, 그 변화는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능연의 속도는 매우 빨랐고, 봉합 안정성과 효율 모두 뛰어났다. 사람들 눈에 능연은 충분히 집도의의 능력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줄이야.
“좀 무서울 정도야.”
“저 정도면 스킨 수처도 빠른 편인데 혈관이라니.”
“혈관 터질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
“여유가 있는 거지.”
“너 같으면 저렇게 꿰맬 여유 있겠냐? 넌 속도가 원래 형편없으니 속도는 둘째 치고 말이다.”
젊은 레지던트들은 벌써 자신감이 뚝 떨어진 상태로, 경험이 풍부한 주치의들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봉합 속도는 외과 의사의 능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속도가 빠르다는 건 정확한 판단, 수술에 대한 자신감, 수술의 숙지도, 기술 장악력 등 수많은 정보를 전한다.
그 정도까지 해낼 수 있는 의사는 이미 평범한 주치의가 따라잡을 수 없는 정도였다.
“통로 완성했습니다.”
모니터를 통해 긴 한숨 소리와 함께 능연의 그다지 크지 않은 목소리가 전해졌다. 참관실에 있던 의료진들이 즉시 조용해졌다.
능연은 이번엔 별다른 말 없이 스스로 검사를 시작했고 바로 동맥 혈관을 놓았다. 혈액이 쉴 새 없이 막 봉합한 관통 동맥으로 빠르게 흘러들어 갔다가 사방의 혈관망으로 퍼져나갔다.
능연의 시야에 ‘두각을 드러낼 것’이란 퀘스트 완성도가 나타났다.
- 45%
- 55%
- 65%
- 75%
- 85%
숫자가 나타나자 능연은 드디어 중압감을 내려놓았다.
유위신의 아킬레스건은 손상이 심해서 잘라낸 부분만 엄지손가락만 했다. 그렇게 심각하게 손상된 아킬레스건이 85%까지 회복된 것만 해도 이미 성공이었다.
여기서 85%는 관절 능력 평가로 따지면 ‘우수’를 충분히 받을 수준이었다.
유위신이 그런 아킬레스건으로 고강도 훈련을 한다면 여전히 위험은 있지만, 그래도 쓸 만은 했고 적어도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는 수치였다.
가장 중요한 건, 85% 완성도에서 아직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2 통로 성공. 이제 봉합합니다.”
능연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길고 길었던 수술을 끝내려고 단호하게 봉합을 시작했다. 기천록은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능연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제 걱정 안 되는 모양이야?”
“느낌이 좋아졌어요.”
능연은 집도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스킨 봉합까지 직접 마무리했다.
드레싱 할 때 유위신의 아킬레스건 회복도가 벌써 90%까지 올라간 걸 똑똑히 확인했다.
“원사님, 오더 내리시죠.”
마음이 놓인 능연은 익숙하지 않은 부분을 알아서 양보했다. 축동익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고민에 잠겼다.
“지금은 느낌이 어떤데?”
훨씬 편해진 것 같은 능연을 보던 기천록이 호기심에 물었다.
“수확의 느낌이랄까요?”
능연은 눈앞에 나타난 초급 보물 상자 18개를 보며 감격했다.
참관실에 있던 간호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단체 메시지방을 열어 미친 듯이 글을 올렸다.
-능 선생님 진짜 감성적이시네요.
-감성적인 거 좋지.
-애인으로 딱 좋아요.
-아니에요, 감성적인 남편이 아내를 더 사랑한다고요.
-애인이 더 좋다니까요.
-내 남편 애인 하겠다는 거야? 꺼져!